[정종명]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그러나 선거 과정에서 빚어지는 온갖 속임수나 탈법으로 선거 결과에 대한 후유증은 결코 만만치 않다. 지난 1월 22일에 치러진
한국문인협회 임원선거 역시 예외는 아니다.
선거 과정에서 어떤 후보가 회원들은 아무 이득도 없이 단체 임원들의 월급으로 회비만 내고 있는데, 실속 없이 주머니 털리는 이런 일에 더 이상 동조하지 말아야 한다는 선심성 글을 남발했다. 귀에 솔깃할 수도 있는 말 같지만, 액수의 많고 적은 구분은 있을지언정 단체치고 회비 없는 단체는 없다. 국제펜클럽한국본부도 그렇고, 우리 한국소설가협회도 회비를 받고 있지 않은가.
필자는 지난 4년간 한국문인협회 편집국장으로 재직하면서 미력이나마 전력을 다해 성실하고 정직하게 일해 왔다고 자부한다. 재직하는 동안 전 집행부에서 넘어 온 1억8천여 만원에 이르는 미지급 운영비를 청산했고, 그러고도 2011년 1월 26일 현재 약 2억원에 가까운 잉여금을 차기 집행부 인수위에 이월했다. 대단한 업적이라고 자부한다.
한국문인협회는 국․내외 한국문학 심포지엄, 마로니에청소년 백일장, 문협 전국대표자대회, 회보 발간, 작품토론회, 8개에 이르는 각종 문학상 시상, 유능한 신인발굴을 위한 월간문학 신인작품상 모집, 작품낭송회 및 책읽기운동, 해외문학기행, 원로문인 도자기전 및 육필전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업을 꾸준히 수행해 왔다.
이런 수많은 사업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사무국 및 편집국 직원들은 늦은 밤까지 일했고, 공휴일도 반납한 적이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당연히 해야 할 책임과 임무를 묵묵히 수행했을 뿐이므로 큰 상찬은 기대하지 않지만, 그러나 연회비 받아서 ‘임원들 월급이나 챙겨 주는 단체’로 폄훼하는 무책임한 언동은 삼가야 한다고 본다.
한국문인협회 일반회원 연회비는 현재 5만원이다. 이 연회비 5만원을 내면 1년 정기구독료 10만원짜리 <월간문학> 12권을 우송해 준다. <월간문학> 제작비는 차치하고라도 12권을 보내 드리는 우송료가 1년이면 대략 1만2천원에 이른다. 게다가 작품이 실리기라도 하면 최소 3만원에서 최고 30만원까지 원고료를 드리고 있다. 회원들이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만 있다면 그 이상 바랄 것이 없겠지만, 지나친 욕심은 오히려 화(禍)를 불러오는 요인이 되므로 경계해야 한다. 내 욕심만 챙기려 들다가 단체가 무너지면 무슨 소용인가.
아시는 바와 같이 우리 한국소설가협회도 현재 여러 모로 힘겨운 고비를 어렵게 넘기고 있다. 그 과정과 결과를 놓고 시시비비를 따지기에는 시기상조로 봐야 한다. 이제는 훌훌 털어 버리고, 회원 모두가 인내심을 갖고 마음과 마음을 모아, 이 어려운 고비를 슬기롭게 극복해야 할 의무만 남은 것 같다. 집행부를 음해하고 비방하는 무책임한 언동은 어느 누구의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회원 모두가 가슴에 새길 필요가 있다. 가난한 문인에게 조의금을 받지 말라는 아름다운 유훈을 남긴 박완서 선생님 같은 선배들이 계시는 한 우리 한국소설가협회는 희망의 불꽃을 지펴도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 분발하자.
■ 정종명
소설가.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월간《한국소설》2011년 4월호(권두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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