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서울 한서고 문학기자단(단장 김동기 교사·수필가, 기자 김민주, 유동희, 이주현, 권정달, 신동주)이 한국작가회의 정기총회 자리에서 고은 시인을 만나 대담 내용입니다.]
Q. 고은 선생님의 건강하신 비결은 무엇입니까?
A. 비결은 없습니다. 밥이 맛있고... 일년에 한두 번 마시는 술이 맛있고... 책이 맛있고... 옛날엔 네발로 걸어 다녔지만, 지금은 두발로 걸어 다니는 게 행복해요. 이런 사소한 것들이 생명을 지속시키는 것 같아요.
Q. 고은 선생님께서 시를 지금까지 쓰시는 이유는?
A.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길게 할 이유가 없네요. 시는 나에게는 존재 이유입니다.
Q. 학생과의 인터뷰 경험은 있으신가요?
A. 모르겠네요. 잘 기억이 안 나네요.
Q. 선생님, 저희 청소년들은 시를 모의고사 지문으로 접합니다. 그래서 시를 감상하기보다는 분석하는 위주로 시를 대하게 되는데 이러한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저희에게 참된 시 읽기 방법을 제시해주시겠습니까?
A. 요즘 사람들은 시를 머리로 집어넣지 마음으로 집어넣지 않아요. 그런 점에서 학생의 질문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우리말은 교차되는 언어이고 언어끼리 서로 붙잡혀있고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끊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분석할 때는 짤라서 하니, 마치 도마뱀이 하나로 연결 되어 있을 때는 살아있지만 끊어지게 되면 죽는 것과 같죠. 분석은 살해에요. 분석가들은 각자의 안경을 통해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시가 어려워지는 것이죠. 시를 예술의 행위가 아닌 학문의 행위로 여기면 어려워지고 멀어지게 되죠. 청소년들에게 시가 텍스트로 시험에 등장하기 때문에 분석도 해야 하고 객관화도 해야 하는 것은 사실하지만 이런 의미에서 보면 시를 규착화 시키는 것이죠.
Q. 선생님께서는 ‘요즘 젊은 세대들을 보면 과거에 비해 지지한 성찰이 부족한 것 같아 아쉽다’라고 하시며 진실한 친구를 사귀고 <백범일지> 등의 명저를 읽어라 라고 조언 하신 게 기억이 나는데 그 외에 저희 청소년에게 추천해주실 명저가 있으신가요?
A. 저는 젊었을 때는 책을 싫어했어요. 책을 읽다보면 책에 규정당하고 구속 당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틀어 한때는 서적에 있는 책을 불태웠던 적도 있어요. 우리가 세계와의 소통을 하는 것은 비언어적인 행위인데 책은 언어적인 것 아니에요? 그래서 책은 장애물이라고 생각하고 책과의 시간을 멀리했죠. 하지만 후반의 인생은 책 속에 파묻혀 살고 있어요. 그래서 아직 죽지않았지만, 내 무덤은 책으로 만들어져 있어요. 그래서 모든 사람들에게 책을 권하고 싶은 욕망이 생겼어요. 이 세상에 좋은 책들은 많아요. 제가 <백범일지>만 추천한 게 아니라 다른 책들도 전부 다 좋아요. 민주화, 나라, 결의의 아픔 등 젊은 사람들에게 지속되는데 그래서 <백범일지>가 좋겠다 싶었던 거지 <백범일지>만 읽어라! 라는 소리는 아니었어요. <백범일지>는 애국자가 진실하게 쓴 글이에요. 하지만 다른 애국자가 쓴 책들은 자기과시나 자랑 등이 들어있는데 이 <백범일지>는 아주 정직한 책이에요. 이런 정직함이 필요한거에요 요즘 세대들은 개그문화에 너무 빠져있는 것 같아요. 저는 슬픔, 괴로움, 고독 등에 빠지라고는 말하지 않겠어요. 그러나 지금은 개그의 희에 빠져 자신의 슬픔에서 너무 멀어지는 것 같아요. 너무 희 해요. 애라는 것은...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힘을 가졌는데, 그러나 <백범일지>는 애의 문서에요. 저는 한번쯤 너무 눈물이 없을 땐 또는 필요할 때 혼자 작은방에 들어가 백범일지를 보면서 눈물을 쏙 빼곤하죠.
Q. 고은 선생님께서는 현재까지 수많은 작품을 쓰셨는데, 그 중 선생님께서 가장 애착이 가시는 작품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이고, 그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A. 애착을 갖고 있는 작품은 없어요. 지금 까지 썼던 책들의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아요. 나는 오늘 쓰는 작품이 나의 첫 작품이다 생각합니다. 어떤 것에 집착을 해버리면 다른 작품에 피해를 입기 때문이죠.
Q. 선생님께서는 시, 수필, 소설 등 다양하게 활동을 하셨는데 그렇게 왕성하게 활동하실 수 있으셨던 비결이 무엇입니까?
A. 일상을 잔치로... 축제로 삼고 살아요. 신나게 흥을 일으키는 거죠. 신명나게 사는 거고... 흥이라는 것은 땅에는 지신(地神)이라는 것이 있는데, 땅에 술을 받치는 거죠. 남들 주기 정말 아까운 술. 내가 한입 먹기 전 한잔을 땅에 뿌리고 즐기면 땅이 그 술을 받아먹고 취하여 흥을 한다는 것입니다.
고은 시인은 「겨레말 큰사전」이사장이며 인물 대서사시 만인보를 완간(25년 집필, 전 30권. 작품수 4,001편, 연작시)하였고 등단 52년차나 되는 대시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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