自我5·希望5의 적절한 등식
김순진 평론집 / 문학공원 刊
시인들에게 '시가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많은 시인틀이 자기구원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시는 자기구원이다. 다시 말해서 시를 통하여 자아를 발견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해나가는 작업이다. 시에 있어 자아의 개입은 막을 수 없지만 드러내서도 안 된다. 그러면 시에 있어 자아란 무엇인가? 시 스스로가 독립된 자아를 가질 때, 시는 비로소 소우주를 형성한다. 시 스스로가 자아를 생산하고 발현하게 써야한다.
그렇게 쓰기 위해서는 희망을 이입하여야 한다. 희망이란 무엇일까? 밝은 깃이다. 미래의 것이다. 정체되어 있는 돌 속에서 흐름을 발견하고, 그의 언어를 읽어내는 것이다. 흐르는 강물에서 정지된 생각를 꺼내는 일이다. 흐르는 물을 조각내어 피라미드를 쌓는 것이다. 우리가 공동으로 추구하는 것이며, 어느 하나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좋은 시는 발상의 전환에서 시작된다. 억지로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끄집어다 넣어 독자로 하여금 상상의 폭을 좌절시키는 작가들이 많다. 시에 있어서 '작가의 한 말씀'이 필요치 않음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한다. 순간의 현상을 즐겨야 한다. '시=교훈'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허물고 현상을 발견해내야 한다. 시인이 아무리 멋진 말을 하고 싶어도 그것은 이미 철학지들이 다 해놓은 말이거나, 표현에 집착한 결과 겨우 발견한 현상을 놓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진짜 신선한 인식은 현상을 발견하고 서술하는 것이다. 억지로 아름다운 말을 쓰리고 애쓸 것이 아니라 평범한 장면을 진실하게 그려내면 그것이 스스로 진리를 발산하는 것이다. 세심한 관찰, 새로운 방법의 시도, 표현보다 사유에 집중함, 감각적 표현의 극대화작업을 통하여 시를 적당한 크기로 절단하고, 찰기 있게 주물러 알맞게 끓여낼 때 비로소 맛깔스런 시가 탄생된다.
그간 많은 시인들의 시집 해설을 집필했다. 나는 그 시인들의 시를 읽으면서 그들의 유년시절과 고향과 생활 속으로 들어가 그가 되있다. 그러면서 나는 그들의 생각을 지원군으로 얻어 내 영혼의 영토를 확장해나갔다. 이제 나는 광개토대왕이나 진흥왕처럼 시의 영토가 매우 넓은 군주다.
지난해에 '하이 서울 뉴스'의 한 기자가 필자를 취재하러 와서 '시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물었다. 나는 "처절함을 견뎌낸 자신감이지요."라고 말했던 것이 생각난다. 혹독한 겨울을 견뎌낸 봄의 새싹을 보라. 그 너른 들을 파죽지세로 몰아세우며 푸른 제국을 건설하지 않는가? 무더운 여를을 견뎌낸 가을의 열매를 보라. 결코 멸망할 수 있는 영원한 제국을 건설하지 않는가? 그동안 나는 겨울이었고 여름이었으며, 묻힌 돌이었고 굴러야만 하는 돌이었다. 이제 나는 시를 통하여 자아를 더욱 확고히 세우고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신저가 되련다. '자아5·희망 5의 적절한 등식'이란 그럴 듯한 제목은 자아와 희망의 구성비가 5:5로 동등하게 이루어져야 비로소 진가를 발할 수 있는 것이 시의 등식이라는 필자의 논리이다.
어려움이 닥쳐왔을 때 어러움을 극복하려고 섶을 지고 불속으 들어가지 말자. 한 발 멀리 서서 바라보자. 한 건물이 존재하는 한 늘 똑같은 건물이지만 그 건물이 무너지면 그 자리에 더 멋진 건물을 세우거나 공원으로 만들 수도 있지 않은가? 인생의 밑그림을 그리자. 희망의 밑그림으로 시를 쓰자. 누구에게 평가받고 당선을 목적으로 쓰지 말고 내가 좋아하는 시를 쓰자. 내 이야기를 쓰자. 내가 한 상상으로 여러 사람이 행복할 수 있으면 더 좋겠고.
― 김순진, 자서(책머리글) <희망의 매신저가 되련다> 중에서
- 차 례 -
자서 | 희망의 매신저가 되련다
修身齊家를 실천하는 절제의 언어 / 강문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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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잡고 일어서는 담쟁이 언어 / 강민경론
벼랑에 핀 꽃의 언어 / 강태민론
거친 파도와 보리껍질을 아우르는 인내의 언어 / 고정송론
자아 5ㆍ희망 5의 적절한 등식 / 김경훈론
사랑과 봉사와 감사의 언어 / 김대응론
자연은 최고의 스승이자 흠모의 대상 / 김용운론
자연은 그의 경전이요, 신앙 / 김우열론
미완의 아름다움 / 김종원론
토종 된장처럼 알사하고 입맛 당기는 시 / 박미림론
생명을 부여하고 대화하는 특별한 매직 / 성백군론
시련의 밭을 호미로 일군 흙의 언어 / 송옥임론
제주 토박이의 육체적 증언 / 오계아론
체험에서 나오는 사고의 언어 / 윤성택론
가슴에서 우러나는 향토의 언어 / 이병석론
서정적 자아와 변환적 이미지즘 / 이원용론
찬양에 적합한 언어 / 이영자론
회귀본능 억제를 통한 도약본능 승화 / 이유진론
희생과 봉사로 관습된 내면의 아름다움 / 이창우론
순리를 따르는 긍정의 힘 / 이창우론
전달언어에서 생각언어로의 전환 / 이후재론
제 살 깎아 풀어내는 연필의 언어 / 이훈자론
모두 다른 시 맛을 보여주는 시의 요리사 / 이훈자론
동병상련의 마음 / 장경기론
베품의 美學으로 풀어내는 戀書 / 전봉진론
오지그릇 토담집처럼 정감 있는 언어 / 전봉진론
삶을 정화하는 미나리 언어 / 전애자론
시는 정신의 표현일까 순수의 발로일까 / 정명희론
다양한 시적 접근을 통한 인간성 통찰 / 조혜숙론
동심과 소박함, 그 낮은 곳으로의 끊임없는 도전 / 지성찬론
나눔과 배려의 내재율적 수사학 / 최나혜론
어둠을 밝게 밀어 올리는 꽃대의 힘 / 최양현론
젊은 시와 희망적인 시 / 최태준론
가족이란 울타리를 타고 피어오르는 나팔꽃의 언어 / 최현옥론
질곡한 삶을 정화한 절제미 / 허소미론
생장하고 뛰어놀 수 있는 언어공간 확보 / 홍종기론
[2010.12.28 초판발행. 367페이지. 정가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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