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비평] 제7집
한국문학비평가협회 刊
시대의 바람이 스산하다. 보수니 진보니 하는 해묵은 담론들로 파란은 거세고 어지렵다. 이들 담론의 실상은 대개 소유와 욕망의 문제들을 안고 있으며, 마침내 '현상'에 편향된 인식론적 오류와 깊이 연관되어 있다. 우리의 경우, 흑샤면(black shaman)의 광기(狂氣) 어린 파토스와 극한 대결은 이 같은 오류의 결정적 요인이다.
본질과 현상, 옛것과 새것의 이항 대립적 기호 체계는 권선징악적 선악관과 그런 변별 관습을 '코드화'한다. 이는 우리 지성과 도덕률에서의 '일면적 단순성'이라는 인식론적 병폐로 고착되기 십상이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띤다는 것은 자주 말한 바 있다.
실로 '본질'과 '현상'이란 '뿌리'와 '꽃'의 차원을 능가하고 남는다.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의 비평사는 현상의 미메시스 그 자체에 몰입함으로씨 본질 탐구에 무심하다. 가령, 20세기의 사회주의 리얼리즘 비평이 '가진자'와 '못 가진 자'의 피상적 갈등과 '투쟁' 문제만을 확대 재생산하기에 급급하였던 것은 지성사의 치욕이다. 사회주의 리얼리즘 비평은 저 먼 그리스 지성 초보적 식견의 그 본질 문제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부터 표명하여야 옳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평균적 정의와 배분적 정의의 '정의(正義)' 문제와, 침대에 맞추어 사람의 키를 재단하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시사하는 우의(愚意) 같은 상식을 사회주의 리얼리즘 비평은 외면했다. 세상에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외에 '안 가지려는 이'도 있다는 '초월'의세계는 경멸하기를 마지않았다.
사회주의 리얼리즘 본질 탐구 문제의 근원은 그리스의 4원소(Arche) 이론과, 그 창조적 복원을 꾀한 르네상스적 인본주의에서 찾아야 옳다. 나아가 그 연장선상에서 분출된 오귀스트 콩트의 실증주의 사회학(1859), 카를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1848),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1859)의 본질과 그 의의를 구명하기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이후 실증주의적 사고와 생물진화론은 허버트 스펜서의 사회 진화론으로 전개되면서 역사적 진보주의 사관을 주도한다. 19세기 중엽 이후 서양 지성사는 사회주의 리얼리즘의 융성과 몰락, 자본주의의 음성과 미국 신자유주의의 패권 장악 현상을 낳은 것이다. 생물 진화론의 종의 변이(variation of species)와 자연 선택(natural selection) 이론은 무신론과 적자생존(the survival of the fittest)의 '경쟁제일주의'라는 호된 산고(産苦)를 우리 인류에게 짐지워 주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본질 탐구가 결여된 리얼리즘과 모더니즘,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논의는 무모하다. 1920년대 후반 이후 10년, 1945년 이후 3년 동안의 사회주의 리얼리즘 문제를 둘러싼 우리의 비평적 논쟁사야말로 본질탐구를 외면한 현상론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1970년대부터 강력한 문화 권력을 행사해 온 사회주의 지향의 비판적 리얼리즘의 내막 또한 다를 것이 없다.
우리의 《문학비평》제7호는 청다(靑多) 이유식(李洧植) 교수의 정년 기념 논문으로 특집을 꾸몄다. 청년 비평가들을 무색케 할만큼 왕성한 비평활동을 보여 주시는 이유식 교수님의 건강과 더 큰 문학적 성취를 기대하며, 앞날을 위하여 축도 드린다.
아을러 우리의 《문학비평》이 이제 본질 탐구의 성숙한 수준에서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이 책의 발간을 위하여 매쓰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 김봉군(한국문학비평가협회장), 머리말 <문학 비평에서의 본질과 현상 문제> 중에서
- 차 례 -
머리말 | 문학 비평에서의 본질과 현상 문제
특집 | 청다 이유식 선생의 문학과 인생
청다 이유식 선생 근영(사진)
청다 이유식 선생 연보_기념문집 간행위원회
채수영(문학박사, 신흥대 교수)_이유식의 평론정신
전기철(문학평론가, 숭의여대 교수)_이유식의 비평사적 위치
배영애(문학박사, 문학평론가)_시비평가로서의 이유식
정호응(홍익대 교수)_소설비평가로서의 이유식
황필호(철학박사, 강남대 교수)_수필비평가로서의 이유식
윤재천(문학박사, 한국수필학회장)_수필가로서의 이유식
문효치(시인, 한국문협 시분과 회장)_청다의 인간상
김국태(소설가, 전 추계예술대 교수)_청다의 인간상
임헌영(중앙대 겸임교수, 한국문학평론가협회장)_청다의 인간상
박승준(배화여대 교수)_청다의 인간상
조영창(배화여대 교수)_청다의 인간상
유경환(시인, 한국아동문학교육원장)_청다의 인간상
문순태(소설가, 광주대 교수)_청다의 인간상
김효중(문학박사, 대구가톨릭대 교수)_나혜석 시 연구
양영식(문학박사, 문학평론가, 군산회현중 교장)_부조리극 『코뿔소』의 연극 구조와 의미 분석 - Le Theatre Absurde, I'analyse de la
structure et la semantique theatrale sur la Rhinoceros
이수화(시인, 한국문협 부이사장)_별견 비평 산고 2제
하병우(시인, 문학평론가)_비관주의 결정론 - Thomas Hardy의 『아내를 위하여』 To Please His Wife
조희경(문학박사, 성결대 교수)_슬픈 육체에 대한 기억 - 『나는 누구인가』
고영자(문학평론가, 전 전남대 교수)_오에 문학에 나타나는 한국인상 -.『아이 씩 훑기』를 중심으로
강영환(문학평론가, 창신대 교수)_현대시와 내면세계의 미학 - 이미지의 미적 주권을 찾아서
임종성(문학박사, 부산교대 강사)_박두진시에 나타난 기원의식의 양상
조미원(문학박사, 경남대 교수)_『세일즈 맨의 죽음』에 나타난 월리 로만의 꿈
최재선(문학박사, 한국산업기술대 교수)_버림과 거둠의 경계 - 손순미의 시 세계
서익환(문학박사, 한양여대 교수)_시적 리얼리티와 계급의식 - 권환의 시세계 ; 초기시를 중심으로
한상무(문학박사, 강원대 교수)_김동인의 「여인」의 정신분석학적 고찰
 |
| |
[2003.11.25 초판발행. 402페이지. 정가 1만9천원]
다음자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