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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11월06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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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등단은 자유 향한 문이었다

김욱경

1992년의 년말 쯤 되던 어느 날이다. 한정된 신문지면 그물 위로 건져지고 또 밖으로 드러나 보일 그런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은 살기위해 부딪힐 때 일어나는 일상적인 대다수의 일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어둠 침침한 호프집 안이었다. 생맥주 냄새가 내용물로 그와 비슷한 사람들을 감싸고 있는 저녁 모임 참가하며 나도 같이 어울리기 위해 끼어 있었다. 날 포함해 낮에 뽑힌 네 명의 새 심상 시인 먼저 들어온 시인들이 축하해 주던 밤이었다. 한 친구가 일어나 그 무렵 유행하던 칠갑산을 노래했다. 

지금은 잊혀진 까마득한 옛날 시골 얘기이다. 고해적 애환은 시대가 달라져도 그대로 남는 모양이다. 지금도 그랬다. 거대 도시 서울도 같은 느낌이다. 유난히도 그것을 더 느끼는 사람 모인 모임 같다. 

노래를 들으며 모두가 그렇게 칠갑산들을 닮아갔다. 저마다가 그의 얘기 듣고 있듯 슬퍼했다. 그점에서 나는 더욱 힘들었던 사람이다. 지금도 몸이 허(虛)하지만 어릴 때부터 늘 그렇게 내게 다른 병 없을 때도 건강한 편 못 되었다. 남에게는 예사로운 일이 내게는 늘 힘부쳤다. 성장 뒤에도 그냥 흔한 남들처럼 따로 나가 독립적으로 잘 살 수 있을지 염려되던 아이였다. 

내게 꿈은 모름지기 그렇게 안되는 것 뿐이었다. 그러기 위해 내가 살았고 그리고 이제는 퇴직했다. 정말이지 되돌아보면 나는 내가 대견했다. 건강한 자도 편하게 사는 그런 시대는 아니었다. 애써 익힌 저마다의 생업이 오래 못가고 퇴출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삶의 도중에 마감할 수도 없는 문제였다. 운 나쁘면 몇 번씩 더 그런 일이 일어났다. 생각만해도 진땀나며 아쓸아쓸한 시대였다. 그런데도 죽지않고 다들 보면 멀쩡했다. 그럴 수가 없겠는데 용케 나와 나 다녔다. 내 눈에는 정말이지 그들 모두가 위대했고 퇴직 때까지 그럭저럭 버틴 나도 그러했다. 

나만은 아니라고 누가 감히 내게 말할 수 있겠는가. 내게 퇴직은 그렇게 도착한 해탈같은 것이었다. 더는 내가 힘겨워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퇴직후가 편한 것만은 아니었다. 남아도는 무료한 시간 던져볼 곳 없어지고 가족들 조차도 모두가 바쁘고 외면하는 일 더 많았다. 다른 길 없는지 찾아 보지만 생각대로 잘 안되고 그가 그를 운전 해오던 방향 감각도 사라지고 그의 몸이 죽음의 낭떠러지로 가고 있는 것 보게 된다. 

내게 등단은 나의 그러한 퇴직후의 일이었다. 시단에서 보면 그야말로 있으나 마나한 일이었고 이름없는 시인 한 명 늘어난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나의 퇴직과 맞물리며 등단은 내게서 여생의 방향을 결정적으로 바꿔줬다. 내게는 그랬다. 퇴직 뒤에도 퇴직 없게 만들었다. 마치도 그것은 내가 옮긴 새로운 직업처럼 내게 있는 나날의시간이 비지않게 해주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내가 오래 꿈꿔왔던 나만의 일에 처음으로 매달릴 수 있게 하고 있다. 

과거의 업무처럼 제약되지도 않았으며 무한히 넓고 완제품적이며 절정적인 것이었다. 나의 부실한 건강에 따른 부담들도 거의 없고 그것은 더욱 내게 다가올 죽음과도 버금가게 마치도 어머니 아이 낳듯 내가 낳는 것이었다. 

그런 일을 내가 하므로 남 보다 특별하고 남이 나를 더 알아주게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나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퇴직자고 천성이 암되며 이웃 조차도 잘 안나가는 사람이다. 

그러나 등단은 내가 피해도 남을 전제로한 조건들을 외부로부터 받아들여야 될 자기 얼굴을 갖게된다. 적당히 쓰고 내놓으며 변명해도 안통한다. 혼신의 힘으로 쓰야만 되는 한 사람의 시인으로 나도 나의 최선을 다하도록 시가 나를 규제했다. 그러므로 시는 나를 안에서 길들여지게 하고 있고 그럴 때만 더 위로 물리는 하나의 문으로 정돈되며 전에는 도무지 나의 것일 수 없던 초월적인 무언가를 곁에 있는 누구처럼 붙잡을 수 있게 해 주었다. 내게 없던 어떤 것처럼 형체없던 그런 것을 내가 보게 그려냈을 때 시는 나의 날개였다. 밖으로 펴는 날개가 아니라 안으로 나는 날개였다. 신도 어쩌면 그렇게 해서 창조되었는지 모르리라. 우리는 신이 어떠면 좋은지 그의 그림 그려놓고 그에 대한 우리의 의미가 또 어떤지 밝혀본다. 

그럴 때 신은 우리의 곁에 와 실재하는 누가 되고 그리고 홀로 그에게 나아간 고독한 실존자로 그가 원함 무엇인지 생각하고 대답한다. 그대는 자유인인가? 내게 그가 물어올 때 나도 지금 그것만은 그렇다고 할 수 있다. 정말이지 이제는 나도 하고 싶은 일 하고 있다. 내가 태어나 평생동안 늘 그러면 죄 되리라. 퇴직 후에 그랬을 뿐이다. 그가 내게 화를 낼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절하며 나는 웃고 있다.


■ 김욱경 
△1936년 출생(2002년 1월 타계) △경남고와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교직자로 정년퇴직 △《심상》신인상으로 등단(1991) △양산문인협회 감사를 지냄 △시집으로『시간의 섬』,『난의 비가』, (유고시집)『강물같은 줄 알았는데』

[월간《심상》2001년 11월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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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2001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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