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남의 의미
김병래 시집 / KOOKJE(국제신문) 刊
시와 인연을 맺은 지 45년여 만에 첫 시집을 만들었습니다. 참으로 길고도 긴 시간이 걸린 것 같습니다.
가난했던 힉창시절 학비를 마런하기 위해 다방 한구석에서 시가 뭔지도 모르며 손수 쓰고 삽화를 그려 시 장사를 한 후로 말입니다.
때늦은 시간의 여울목에서 한 권의 시집은 꿈같기도 하고 두렵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발자취는 남기는 데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부모님을 일찍 여의어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과 어릴 적 미머니의 얼굴도 모르고 외롭게 살아가다 낳아 주신 어머니가 아닌 낯선 어머니와 인연이 되어 평생 그분에 대한 고마움과 은혜를 사모곡으로, 힘들고 어렵고 험난했던 삶의 역경과 아울러 방송인으로서 눈에 비친 사회의 이모저모를 비판과 풍자, 해학으로 평소 원고지에 담아 왔습니다.
그동안 모아 두었던 원고를 정리해 가을 날 수채화 같이 담담하고 투명하게 역어 봤습니다.
설익은 과일인양 미흡하고 풋내가 많이 나는 줄 압니다. 좋은 말씀과 용기를 한 아름 안겨 주셨으면 합니다.
- 김병래, 책머리글 <시집을 내면서> 중에서
한 세월을 사는데 얼마나 많은 산과 강을 만나고 가슴 터지는 아픔과 혼절할 일들이 우리를 흔들어 왔을까. 분명 원'통하기도하고 주어진 운명 앞에서 목 놀아 울 수도 없이 가혹한 시간은 흐르고 익착같게 세상을 베고 누워 체념의 나날을 보내기도 한다. 서러운 사연은 그리움과 다르고 외롭고 절절한 안타까움과도 다르다. 서럽다는 서럽게 느껴지는 마음, 원통하고 슬픈 상황을 말한다. 서러움 시학의 주인공 김병래 시인은 대한'민국에서 고아줄신의 아나운서라는 유일만 이름을 가지고 있는 불운의 주인공이자 이것을 문학으로 승화시키고 있는 특이한 문인이다. 거리로 밀려난 그는 그때부터 세상과의 서럽고 고달픈 사연을 시작했다. 때문에 그의 시는 주제나 분위기로는 비장(悲壯)과 비창(悲愴)이 있고 애잔한 서러움이 서려 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가락이자 국민의 노래인 아리랑은 '떠나는 님' 을 보내변서 그님을 되낼 수밖에 없는 심정과 다시 돌아오길 바라는 축원의 심정, 그 양 가성 사이의 긴장을 지니고 있는 노래다. 긴장은 팽팽하고 그러한 팽팽한 긴장감은 서러움이고 울음이다. 그러나 우리들의 삶이 서러움과 울음만으로 이루어 질 수 있겠는가. 그 서러움과 울분을 신명으로 풀어내는 것이 아리랑의 가락이다. '아라리가 났네.' 라는 구절에 와서는 이러한 사정이 더욱 리드미컬하게 전개되면서 그 울분을 해소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구조의 서러운 사연을 김병래는 시적 형상화를 통하여 고백적 성찰과 신명의 생명 추구를 시도하면서 지성인다운 비판 의식을 바탕으로 새롭게 부활하고 있는 것이다.
- 정영자(문학평론가,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작품해설 <서러움의 미학> 중에서
- 차 례 -
제1장
밤의 교향곡
세월
비문
무정
나를 서글프게 하는 것은
이멍(耳鳴)
어머니 보다 고마웠던 어머니
가는 것은
자화상
아버지의 눈물
어느새
건망증
비통한 마음
이것만은
흰 머리카락
허무
없는데도
마디따 마디따
자연의 한 조각이거늘
어머니의 가르침
제2장
네 계절의 시인
들꽃
여름밤 함성의 추억
아침햇살
빗소리
6월의 장미
귤
천년세월을
꽃
이어도
찔례꽃
나체춤
겨울국화
나무
낙엽
여름은
서귀포 진풍경
갈대
제3장
참말
떠남의 의미
누가 물으면
까마귀
처신
그들만의 잔치
한심지고
발리에서 아리랑
시인들끼리의 다툼
된장예찬
걸레
모를 일
맞다 맞다
유머
하하하하
멋진 욕
차안에서
어느 노시인의 시가
요즘세상
욕바람
이모풍년
헷갈림
장한 여학생들
본디 올
작품해설 | 서러움의 시학_정영자
[2009.9.10 초판발행. 131페이지. 정가 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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