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방송(DSB) : 제1회 역동시조문학제 시작에서 마지막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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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08월09일 0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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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역동시조문학제 시작에서 마지막까지

▲ 차도연 시조시인
한손에 막대잡고 또 한손에 가시 쥐고
늙은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작가가 알려진 우리나라 최초(最初)의 시조 역동 우탁(易東 禹倬) 선생의 탄로가이다.  시조를 공부하는 사람들이나 시조에 문외한이라도 누구나 한두 번 정도 들어 보았음 직한 그의 시조 절창이 한 수 더 있다.

춘산에 눈 녹인 바람 건듯 불고 간 데 없다
적은 듯 빌어다가 머리 위에 불리고자
귀밑에 해묵은 서리를 녹여볼까 하노라.

우리 고유의 전통문학인 시조의 진흥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단법인 한국시조문학진흥회는 고려 말의 문신이자 유학자 역동 우탁선생을 시조(時調)의 중시조(中始祖)로 삼아 시조문학사적 위상을 정립하고 선생의 문학적 업적을 기리기 위하여 2009년 6월 13일, 14일 양일에 거쳐 선생의 탄생지이며 선생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사인암이 자리한 충청북도 단양에서 제1회 역동시조문학제를 개최하였다.

역동시조문학제는 6월 13일 10시 역동선생 추모제의를 시작으로 6월 14일 학술세미나를 끝으로 이어졌는데 이틀간의 행사 하나하나를 자세히 들여다보기로 하겠다.

추모제의

역동선생 추모제의는 단양 우씨 문중의 많은 후손들과 후학들이 훌륭한 조상이자 선배 학자이신 선생을 기리는 의식이면서 문학제의 서막을 알리는 장엄한 행사였다. 추모제에는 단양 우씨 문중을 비롯하여 전국각지의 많은 유림들이 참여하였으며 단양 우씨 문중의 시제형식에 종묘제례악 가락에 국립국악원 정악단의 정가(正歌)를 가미함으로써 엄숙한 분위기를 이루는 가운데 진행되었다. 기품이 흐르는 제복을 격식을 갖추어 입은 초헌, 아헌, 종헌 등 헌관의 법도가 있는 의식을 많은 사람들이 숨죽여 지켜보았으며 잠시 후에 이어질 시조백일장에 참여하기 위해 참석한 많은 초등학생과 중고생들도 진지한 모습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이 들의 표정을 보면서 우리의 전통제례의식이 어른 세대뿐만 아니라 청소년층에게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으며 이러한 전통행사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줌으로써 학생들이 우리의 옛 것들과 친숙해 지는 계기를 자주 접하도록 해 줄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한시백일장

단양은 연단조양(鍊丹調陽)에서 온 말로 연단조양의 연단은 신선이 먹는 환약이고 조양은 빛이 골고루 따뜻하게 비춘다는 의미로 신선이 다스리는 살기 좋은 고장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지방자치단체장 치고 자신이 속해 있는 지역을 띄우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만 김동성 단양군수도 예외는 아니어서 단양자랑 일색이다. 김군수는 한시백일장 축사를 하면서 얼마 전에 단양이 술 소비량이 전국 최고라는 보도가 있어서 얼굴이 뜨끈했었는데 그 이유가 많은 관광객이 단양을 찾아 주었고 그들이 단양에서 술을 많이 마셨기 때문으로 판명되었다며 단양이 전국에서 관광객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지역임을 은근히 내세웠다.  

한시백일장은 시제를 알리는 방이 내걸리면서 시작 되었는데 방을 보기 위해 몰려드는 나이 드신 분들을 보며 한시에 대한 관심과 열기가 아직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네 시간 여의 작시 시간이 지나고 나서 220편의 작품이 접수되었는데 그 중에서 장원 1명, 차상 2명, 차하 3명, 참방 10명, 가작 25명이 뽑혔다. 장원은 영주 사람 이창경, 차상은 김원식, 남명기 등이다. 차상과 차하는 알겠는데 참방은 좀 생소해서 무슨 말인가 하고 봤더니 사전적 의미가 ‘과거에 급제하여 이름이 방목에 올리는 일’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옛날로 치면 참방까지는 과거에 급제한 것이라고 하겠다. 장원 작이 단상 앞에 걸리자 시제를 내걸 때처럼 수많은 응시자들이 몰려 나와 그 것을 보고 또 진지하게 종이에 수첩에 옮겨 적느라고 바쁘다. 이런 열정은 젊은 사람들도 따라갈 수 없겠다는 생각이다. 이 분들이 아니 여기에 있는 분들뿐만 아니라 비슷한 연배의 다른 분들이 우리 시조에도 관심을 기울여 준다면 그 것이 젊은 층에게도 전이되어 시조를 진흥시킴은 물론, 국문학의 으뜸가는 장르로 자리 잡을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시조백일장

사인암은 역동 우탁선생이 사인 자리에 있을 때 이곳에서 청유(淸遊)하였다는 사연에 따라 조선 성종 대에 단양군수 임 재광이 이름 붙였다고 전해 오고 있으며 사인(舍人)은 통사사인(通事舍人)을 줄인 것으로 고려조에서 조회(朝會)의 의례를 담당한 정4품에 해당하는 벼슬이었다고 한다. 이 곳 사인암을 역동시조문학제 장소로 선정 하게 된 커다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시조백일장은 초등부와 중고등부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단양과 인근지역의 학교, 멀리 경기도에 있는 학교에서도 백일장에 참여하기 위해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데리고 와 주어 백일장은 성황을 이루었다. 모두 87편이 접수 되었으며 초등부와 중고등부에서 각각 장원, 차상, 차하 각 1명씩과 장려 10명이 선정 되었다. 초등부 장원은 단양 매포초등학교 6학년 안소현, 차상은 단양 단천초등학교 5학년 박소희, 차하는 매포초등학교 2학년 안현성 어린이가 차지하였으며 중고등부 장원은 단양 별방중학교 3학년 정 진, 차상은 경기 용호고교 하자경, 차하는 경기 안양예고 3학년 김보나 학생이 차지하였다. 이 들 입상한 학생들은 자신의 학교에서 교장선생님를 통해 단양교육장상을 받게 된다. 영예의 장원 작품을 감상해 보기로 한다.

나 혼자  꽃길에서 랄랄라 뛰어놀다
갑자기 생각나는 싸웠던 동생 생각
어느새 내 입가에는 사과할까 미소가
- 안소현(매포초등학교), <꽃길에서>  

어린이의 생기발랄함이 눈에 보이는 것 같고 동생에 대한 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듯하다.

그대의 그 영혼은 촛불의 붓 끝인가
순백의 화지인가 신간의 긴 노을은
귀 띔도 아니하면서 노곤한 듯 눕는다.

청천은 알고 있나 그대의 붓 자국을
어둠을 밝혀주는 촛불의 빗줄기는
대답을 대신 하는 듯 남한강을 맴 돈다.

칠백년 긴 세월 간 그대의 정신 품은
사인암 정상에는 청렴의 노송들이
촛불 단 보름달 빛을 등에 업고 잠든다.
- 정진(별방중학교), <촛불의 붓 끝>

이제 중학교 3학년인 학생이 저렇듯 노숙하게 글을 쓰고 호흡이 길수 있다는 게 그저 놀라울 뿐이다. 그 동안 시조공부에 너무 소홀했던 점과 알량함이 부끄러워 내 얼굴이 뜨뜻해져 오는 것이 느껴진다. 

문학의 밤

온종일 따끈하게 내리비치던 해도 서쪽 바위산을 넘어간 7시 반, 오늘의 하이라이트 문학의 밤이 시작되었다. 영주의 동양대학교 풍물패의 풍물 공연이 그 시작이었다.

역동신인문학상은 사단법인 한국시조문학진흥회에서 지난 2월 15일부터 3월 15일까지 접수하였다. 엄정한 심사를 거쳐 수석 1편, 차석 2편의 작품이 당선되었고 오늘 역동시조문학제에서 시상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수석은 ‘추전역’을 쓴 장중식씨로 고향은 태백이나 현재는 대전에 거주하고 있으며 뉴시스 대전충청본부 기자로 근무하고 있다. 장중식씨는 7년 전쯤부터 평소에 틈틈이 시조공부를 해오고 있으며 어릴 적 고향에서 고생하시던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추전역‘을 썼다고 한다. 강원도 평창의 이영신씨는 ’동강사설‘로 차석을 차지했다. 전에 시조를 쓴 적이 있었지만 계속 자유시를 써 왔으며 시로 등단도 했단다. 그러다가 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시조 공부를 해 왔는데 시조는 가슴을 울리며 뭔가 와 닿는 느낌이 있어 직장생활에 매여 있으면서도 짬나는 대로 시조를 쓴다고 한다. 또 다른 차석인 이우식 씨는 충북 제천에 사는 분으로 공무원을 하다 퇴직 하였다. 전국공무원문예대전에서 2회 수상한 적도 있는 그는 20 여 년 전부터 시조를 공부해왔으며 자유시를 잘 알아야 시조에 가까이 갈 수 있고 자유시를 잘 써야 시조를 잘 쓸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단다.

시상이 끝나고 전범구의 대금 가락에 실어 문현 (한국시조문학진흥회 사무국장)이 수석 수상작 시조창으로 수상자들을 축하해 주니 객석에서는 열광적인 박수로 호응을 한다. 

이어서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아울 마당이 벌어진다. 비나리와 살풀이 춤, 시조창과 대금산조 그리고 정가가 시골의 밤하늘과 사람들의 마음을 적셔 놓는다. 사물놀이패는 한바탕 어깨를 뒤흔들며 흥을 돋우고 여름밤은 점점 깊어만 간다.

학술발표회
 
역동 우탁 선생은 고려 원종 3년(1263년) 단산현(丹山縣) 품달리(品達里) 신원(新院 ; 지금의 충북 단양군 적성면 현곡리)에서 출생하였으며 본관은 단양(丹陽)으로 부친은 천규(天珪)이다. 자는 천장(天章) 또는 탁부(卓夫)이고 호는 단암(丹岩) 또는 백운당(白雲堂)이며 흔히 역동선생(易東先生) 으로 불렸다. 조목(趙穆)의 역동서원실기(易東書院實記)에 따르면 우탁 선생이 원나라에 갔을 때 그 곳 학자 정관(丁寬)이 주역에 대한 선생의 박통함을 찬탄하여 오역동이기(吾易東而己)라고 하였던 것을 퇴계선생이 역동서원이라고 명명한데서 유래하였다고 한다. 6월 14일 10시부터 단양읍내의 단양평생학습센터에서 열린 역동시조문학제 학술발표회에서 한국시조문학진흥회 이사이며 문학박사인 이정자는 ‘역동 우탁의 생애와 학문’이라는 주제를 발표하면서 단양 우씨 종친들이 훌륭한 조상님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좀 더 관심을 가져 주기를 바란다고 하였다. 일설에는 하루저녁에 주역을 다 외우는 바람에 그 곳 사람들이 ‘우리 주역이 동쪽 고려 국으로 가는구나. 라고 한 데서 역동이라 칭했다는 말도 전한다. 그의 비범함이 어느 정도인지 알게 해 주는 얘기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강원도 철원 김화고등학교 국어교사인 정정조는 ‘역동 우탁선생의 시조문학사적 위상’을 주제로 탄로가에 대해 얘기하면서 역동선생의 탄로가는 늙는 것을 한탄하며 의미 없이 목숨을 연명하자는 게 아니고 해야 할 공부가 많이 남아 있어 한시가 아쉬운데도 가는 세월을 어쩌지 못하는데 대한 무력감과 안타까움을 노래했을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또한 역동선생을 매개로 단양과 안동지역을 연계하는 학문과 여행을 아우르는 투어프로그램을 개발할 것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마지막 발표자인 단양향토문화연구회의 지성룡은 ‘사인암에 대한 고찰’에서 사인암은 단양팔경 중 4경에 드는 손꼽히는 명승지로 운계천변에 기암절벽이 하늘높이 치솟아 장관을 이루고 있어 사시사철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경관만 즐길 뿐 사인암에 얽힌 역사적 기록들은 잘 살피지 않는다며 안타깝다고 했다.

역동선생은 학문과 후진 양성에 전념하다가 1342년(충혜왕 3년) 80세를 일기로 생을 마쳤다. 역동선생의 묘소는 경북 안동시 예안면 지삼동에 있으며 역동의 학문과 덕행을 흠모하였던 퇴계선생이 세운 역동서원이 안동대학교 구내에 있다. 역동서원이 대학교 내에 자리를 잡게 된 내력은 1991년 안동대학교가 명륜동에서 송천동으로 이전하여 서원이 대학교 내에 위치하게 되자 단양 우씨 문중에서 같은 해 4월1일 안동대학교에 기증하였고 이에 따라 역동서원이 안동대학교 부속서원이 되었다고 한다.

한 여름으로 접어드는 유월 중순에 이틀 동안 벌어진 제1회 역동시조문학제는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이 문학제는 많은 사람들의 참여와 협조 속에서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는 평가가 벌써 나오고 있다. (사)한국시조문학진흥회와 역동우탁선생기념사업회, 단양우씨문희공파종친회, 그리고 단양군이 함께 하였으며 단양교육청을 비롯한 단양지역의 문화원, 향교, 노인회, 새마을회, 문학회 등과 대강면 청년회, 대강면 주민자치위원회 등의 아낌없는 협조도 한 몫을 단단히 했다. 특히 방문차량을 안내하는 교통봉사 현장에서 만난 해병전우회의 성기찬, 박한규, 이성춘 등 노 해병 세 분의 고향사랑은 빼 놓을 수가 없다. 그 분들은 ‘지역에서 행사가 많이 있어야 우리가 할 일이 있고 이런 일을 하도록 불러주니 고마울 뿐이다.’라고 한다. ‘봉사는 즐거운 것이고 결국 나 자신을 위하는 게 아닐까?’ 긴 시간 자연과 사람의 어우러짐을 지켜보면서 할 수 있었던 눈호강과 더불어 ‘진정한 봉사란 무엇인가?’ 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계기를 갖게 된 점이 이번 행사에 참여하면서 얻은 또 하나의 커다란 수확이라고 자랑하지 않을 수 없다. 


■ 차도연
시조시인. 한국시조문학진흥회 감사

[《시조춘추》2009 하반기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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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도연 시조시인
[시조춘추]2009년 하반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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