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문학] 창간호
1998년 봄호
포박자(抱朴子)의 불로장생을 갈망하는 생명주의는 유명하다. 특히 우리나라엔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니 , 그것은 유선문학(遊仙文學)이라는 한 장르까지 발전시킨 바 있다. 이들 중 화담 서경덕 선생도 그러한 한 분으로 화담집(花潭集)에 보이는 다음과 같은 시구도 한 보기가 된다.
숲속에 앉아 새와 벗하며
골짜기 거닐면서 고기와 놀고
꽃잎 지는 언덕길을 쓸며
때로는 악초 캐러 간다
이밖엔 아무 일도 없으니
차 한 잔 들며 옛책을 뒤적인다
70여 편의 작품 중「산에 살다(山居)의 일부를 옮긴 것이다. 시인은 산이나 숲 따위 자연을 집쯤으로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따라서 새와 물고기 따위는 한지붕 아래 같이 사는 일가권속(一家眷屬)이요 친족이었다. 자연은 지배하거나 잡아 먹을 대상이 아니었다는 의미이다.
앞마당에서는 사시사철 꽃이 피어 있고, 그래서 늘 꽃잎이 수북하다. 때로는 찾아오는 손님도 있다. 꽃잎을 짓밟으면 머쩌나! 그래서 주인은 행여나 꽃잎이 으깨질까바 비질을 한 것이다. 이밖에 사람은 천년만년 살고지고 복약(服藥)하는 일 외에 할 일이 없었다. 차나 홀짝이며 책이나 읽자구나.
인류는 글쓰기를 시작하면서부터
치는 가나안땅이나 원하는 바 온갖
4인UW.인류는 글쓰기를 시작하면서부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젖과 꿀이 넘치는 가나안땅이나 원하는 바 온갖 먹거리와 재화가 갖추어져 있으며, 봉새가 절로 춤추고 온갖 새가 어울려 노래하는 옥야(沃野)요 낙원(樂園)을 그려왔다. 서양에선 그것을 패러다이스 아르카디아 유토피아로 불렀고, 동양에선 소국과민 삼신산 무릉도원(小國寡民 三神山 武陵桃源), 물론 우리나라 땅에도 있었으니, 지리산엔 청학동(靑鶴洞), 금강산엔 이화동(李花洞), 강원도엔 산도원(山桃園),함경도엔 갑산(甲山), 전라도엔 변산(邊山) 등등, 생명에 재해가 미치지 않을 장소를 찾아 보면 더 있을 것이다.
우리는 테크노크랫 산업사회의 지배적 세계관과 날카롭게 대립해야 할 것이다. 그 지배적 세계관에 따르면 인간은 자연과 근본적으로 분리된 존재요, 인간 이외의 창조물보다 빼어난 것에 그 관리를 맡겨야 한다는 존재로 파악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인간 이외의 자연과는 별개의 빼|어난 것이 있다고 하는 관점은 하나의 이데올로기에 불과한 것이다.
서양문화는 몇 천년 전부터 지배의 관념에 사로 잡혀 있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배, 여성적인 것에 대한 남성적인 것의 지배, 없는 자에 대한 가진 자의 지배가 그것이다. 요컨대 비서양문화에 대한, 저양문화의 지배 따위 그런 환상을 우리는 드러내야 할 줄 안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자연이나 지구를 사람이 살고 있는 집으로 알고 살아왔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 심지어는 바위 따위 무기물까지도 유기적 전체의 일부로서 일가권속처럼 함께 살아온 것이다. 이 기본적인 자제를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사명감을 가지고 《지구문학》지를 창간하는 것이니 여러분의 성원을 바라마지 않는다.
- 김정희(발행인), <창간사>
- 차 례 -
창간사 | 김정희_지구의 생명력
축시 | 진동규_피는 꽃
신작 단편소설 | 차노휘_진홍과 진백
신작 꽁트
김시원_가을 하늘을 좋아했던 소녀
홍상헌_한실양반 송구영신
이달의 특선
[시] 이세민_별 / 권중택_봄맞이
[소설] 박추보_은발 여인의 미소
[수필] 이상국_가장 기쁜 날
기획특집(1) 명인·명작을 찾아서
[시] 김수영_풀
[소설] 정태륭_오염시대
수필_도창회_女體
신춘수필 긴급 특집(Ⅱ) | 지구문학창간 12인 수필 대향연
조나다_버본 위스키를 스트레이트로
양규태_어머님의 판결
노영순_보리국
양관수_시를 쓰려다가
지현숙_나의 꿈 서린 곳
오영자_산장에서 부는 바람
임헌만_수덕사를 돌아보며
이혜화_백령도에서 환생하는 심청이
노정애_오래된 집
유금준_비밀 아닌 비밀
전규호_까치밥
전영숙_하모니카 주전자
신작시조
유태환_연하장
김동식_IMF한파
심종선_핏줄
김상형_그날
김경자_눈 속에 길 막혀도
윤삼현_그날, 빗소리
평론 | 이재인론
정신재_時空의 유희와 거품 빼기
- 어두운 과거의 아이러니
- 우직한 인간의 좌절과 승리
- 엘렉트라 콤플렉스와 고부간의 갈등
평론연재 | 백두산 문학
김영기_백두산 천지의 서사시
- 다물도의 백두산 전설 집대성
- 백두산 천지의 최초의 이름 탄생
신춘시 긴급 특집(Ⅱ) | 지구문학 창간 50인 시 대향연
김재흔_6월이 오면
정송전_사랑을 위하여
정태모_春日
윤종석_어둠을 헤치며
송동균_茶山 초당
최호림_겨울일기(3)
이철건_정전
정연자_獨酌
홍윤표_새벽
이화국_그곳에 가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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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웅진_씨는 자라서 하늘이 된다
이정룡_국화꽃 피는 뜨락
박남권_옥수수밭
이선옥_흰 점들이 있는
이보숙_산초나무 숲
윤석인_비상구
신남이_평행선
곽진구_아버지 생각
강기옥_산사의 아침
김미림_4월이 되면
문수현_가장 행복한 시간
박성준_열정(1)
이충웅_로이드강엔 내 그림자가 흐르고
조임숙_부르면 지금도 눈물나는 이름
박정자_가을 새벽길
박윤기_섬진강
최재명_원무
이정열_봄비 개인 아침 외 2편
리석인_겨울 이야기
허은호_서른 두 살(1)
김용수_노고단의 밤
김정자_그리움
전종옥_미련
남석희_노루귀
한동권_포도밭
김혜자_각
이연옥_새벽 산행
정경혜_나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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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렬_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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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광파_새봄이 오건만 외 2편
김경범_농촌풍경(1) 외 2편
손유호_지리산 가는 길
이라온안_정사각형에 대한 불안심리 외 4편
추응식_서울 외 2편
제주 비바리 시인 | [신작시 연재] 엄영자_뿌리내리기 외 1편
남원 춘향골 시인 | [신작시 연재] 강해근_정신대 외 2편
서울 입성한 충청도 시인 | [신작시 연재] 고광룡_어머님전상서(1) 외 2편
계간평
[시] 이한룡_새로운 시각 새로운 이미지
[소설] 김상일_소설의 詩性
[수필] 하기남_자기다운 기준과 수필의 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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