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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02월13일 19시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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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실 시인, 제8회 김구용시문학상 수상자로 선정

  계간 리토피아(주간 장종권)가 주관하고 인천뉴스, 문화예술소통연구소가 후원하는 제8회 김구용시문학상 수상자가 지난 1월 실시된 심사(본심-강우식, 허형만, 장종권)에서 허은실 시인(시집 『나는 잠깐 설웁다』, 문학동네 발행)으로 결정되었다. 김구용시문학상은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독창적인 세계를 끊임없이 추구하며 새로운 시에 대한 실험정신이 가득한 등단 15년 이내의 시인이 발간한 시집 중 엄정한 심사를 거쳐 선정하고 있다. 시인 개인의 잠재적인 미래성 평가와 차세대 한국시단의 주역으로서의 가능성이 심사의 주요 기준이다.
 
  허은실 시인은 1975년 강원도 홍천 출생하고 서울시립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10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통해 등단, 시집 <나는 잠깐 설웁다>(문학동네)를 냈다. 심사위원들은 허은실의 작품에서 이 시인이 자라온 환경이라든지 가족사적인 관계, 토착적인 언어들을 동원하여 시로 만드는 능력을 높이 샀다. 이 말은 요즘 젊은 시인들이 시가 좀 종족이나 환경 풍토 등과는 너무 거리가 먼 듯이 좀 들떠 있는 느낌이 드는 데 대한 노파심이 작용한 까닭도 있지만 허은실 시인의 시집 속에 좋은 시도 많이 있기 때문이라고 심사평을 했다.
 
  김구용시문학상의 제1회 수상자는 권정일 시인, 제2회 수상자는 장이지 시인, 제3회 수상자는 김중일 시인, 제4회 수상자는 김성규 시인, 제5회 수상자는 김언 시인, 제6회 수상자는 남태식 시인, 제7회 수상자는 안명옥 시인이다. 상금은 300만원이다. 시상식은 3월 24일 오후 5시 부평문화사랑방에서 진행하는 제8회 김구용문학제 중 갖게 된다. 이 자리에서는 제8회 리토피아문학상(수상자 안성덕 시인)과 제2회 아라작품상(수상자 권 순 시인)도 시상을 같이 한다. 축하공연도 있을 예정이다.
 
  김구용시문학상운영위원은 김동호(시인), 강우식(시인), 허형만(시인), 박찬성(시인), 장종권(시인), 구경옥(유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 제8회 수상자
수상자 : 허은실 시인
수상시집 : 『나는 잠깐 설웁다』(문학동네 발행)
허은실 시인은 1975년 강원도 홍천 출생하고 서울시립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2010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통해 등단, 시집 <나는 잠깐 설웁다>(문학동네)를 냈다.

▲ 허은실 시인

□ 심사평
  "토착적인 언어들을 동원하여 시로 만드는 능력"
  예선을 거쳐 나에게 온 시집은 3권이었다. 매년 나는 이 상의 심사자라기보다 한 해 동안 젊은시인들의 낸 시집 중에서 가려 뽑아 올라온 시들을 통해 젊은시인들의 시적 수준과 경향을 어렴풋이나마 이해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 심사에 올라온 3권의 시집은 시적 감각이나 표현능력들도 모두 한결같이 시를 잘 쓴 시인들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심사자가 저들 나이의 수준에 비해 볼 때 도저히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시적 수준의 작품들이었다. 어쩌면 저리 시들을 잘 쓸까 부러워 할 정도였다. 그러면서도 예년에 수상한 시인들에 비해 어딘가 이 작품이다 하고 손이 가기에는 좀 망설여지는 대목이 있었다. 그것은 젊은 세대의 시인들의 작품이 완전히 도토리 키 재기가 아닌가 라는 느낌이 읽을 때마다 들어서이다. 나는 일전에 제법 유명한 시창작교실을 나온 대부분의 시인들의 시쓰기 전개방식이 거의가 천편일률적인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이런 편향은 혹시 젊은시인들의 시쓰기가 자생적인 힘에 의지하기 보다는 대학의 시강의나 같은 세대의 시인들끼리 알게 모르게 비슷한 패턴으로 닮아가거나 어디서 배운 것들에 많이 기대고 있기 때문에 생긴 결과가 아닌가 의심해 본다. 좀 모자라고 거칠지만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는 시를 보고 싶은 것이 내 심정이다. 나는 이럴 때마다 가끔 구용의 시적 자세와 시 경향을 떠올린다. 심사자의 시사詩師였던 구용은 자주 자신의 시를 당대에 놓고 싶지 않다는 절망적인 말씀을 하셨다. 나는 그때마다 현세에서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것이 시인의 마음이고 시일 텐데 스승께서는 왜 그런 말씀을 제자들에게 하실까 의아해 왔다. 그것은 남의 흉내를 내고 싶지 않은 자기만의 시세계를 가지려는 구용의 시인정신이었다. 그러므로 구용의 시는 초현실주의 경향의 난해시이면서도  자기만의 동양적 사유나 불교사상이 깃든 독자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믿는다.
  금년도 구용시문학상으로는 허은실의 <나는 잠깐 설웁다>를 뽑는다. 제목의 설웁다는 아무리 시적 아우라를 감안한 표현이라 하더라도 서럽다, 섧다로 표기해야 하지 않을까. 설웁다는 내 눈에 좀 어색하다. 누구의 시집이든 그 속에 깃든 허물이나 못마땅한 부분이 한두 가지 아니듯이 허은실의 시집에도 예를 들자면 <농담>이란 시의 2연 “토요일 오후/꽃 싣고 다니는/꽃집 주인은/돈 벌어 좋은/꽃집 주인.”은 너무 표현이 싱거운 감이 있고 시의 이름을 빙자한 농담 같다. 그 옆 페이지의 시 <검은 개>도 검은 개가 두 마리인 것은 어떤 의미를 내포하는지, 또 1연의 서사적 서술에 비해 2연, 3연의 비약이 너무 돌발적이다. 1연에서 시의 시간과 공간성을 2연과 3연에 어떻게 연관지어야할지(상상력을 동원해)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 하는 느낌이 들고 “-다”의 종결어미가 시의 끝 연에서는 경어체로 된 것이 시인의 의도된 복선이라 하더라도 의해하기 힘든 점과 같은 것이 그러하다. 하면서도 나는 허은실의 작품에서 이 시인이 자라온 환경이라든지 가족사적인 관계, 토착적인 언어들을 동원하여 시로 만드는 능력을 높이 샀다. 이 말은 요즘 젊은 시인들이 시가 좀 종족이나 환경 풍토 등과는 너무 거리가 먼 듯이 좀 들떠 있는 느낌이 드는 데 대한 노파심이 작용한 까닭도 있지만 허은실 시인의 시집 속에 좋은시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시 <등긂은>은 모든 사물존재는 둥글거나 둥글려고 하는 응축성을 은연중 지니고 있다는 원환상징성을 띤 작품으로 시적 리듬이 살아 있고 생생력적인 생성하는 몸을 보여주는가 하면 다른 한 편의 시 <Man-hole>에서는 “눈이 날린다/구덩이 위로//얼어붙은 거리 위로/혼비백산 흩어진다//내몰린 먼지들은/구석에서 뭉친다” 처럼 사라지고 소외되는 우리들의 일상이나 사물들의 모습, 즉 흩어지고, 사라지고, 얼어붙고, 내몰리고 하는 것들에 대한 페이소스가 있는 것은 이 시인의 편향적으로 시를 쓰지 않으리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잠시 이 대목에서 허은실 시인이 시집 제목을 <나는 잠깐 설웁다>의 “설웁다”로 할 수밖에 없었던 것에 긍정하게 된다. 이 시인의 시집에서 나타나는 주된 흐름이라 할 ‘일상처럼 소멸되어 가는 것에 대한 슬픔’이 마치 백석의 ‘여승’에서 보이는 서러움의 양태 보다 더 간절한 것이어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지 않을까 하는 시적 느낌을 가졌었다. 시를 잘 쓰는 좋은 시인이 되시기를 바란다.
― 심사위원 강우식(글) 허형만 장종권
 
□ 수상소감 
  모르겠습니다. 수상소감이란 건 어떻게 써야 하는 건지. 마감을 넘기고 독촉전화를 받고 노트북을 열고도 막막해서, 또 몇 시간을 그냥 보냈습니다. 이전 수상자들의 수상소감을 찾아 읽어보았습니다. 더욱 모르겠습니다. 주눅만 들어 더 심란해졌습니다. 그래서 그냥, 쓰기로 합니다. 맨 마음으로 멋부리지 않고요.
  몰랐습니다. 네, 저는 김구용 시인을 몰랐습니다. 시집 두어 권이 책장 어딘가에 꽂혀 있었지만 한 편이라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었으니까요. 그제서야 시집을 꺼내 먼지를 털어냈습니다. 그리고 놀랐습니다. 선생이 살아계셨던 시대를 생각하고 막연히 상상했던 시풍이랄까 감각이랄까 세계랄까 그런 것들을 모두 배반하는 시들이, 거기 있었습니다. 그것은 크고 깊어 보여 하룻밤의 몇 편으로 짐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부끄러워졌습니다. 김구용 시인을 알아가는 것으로 올해의 시공부를 삼아야겠다 결심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아직도. 왜 저에게 이 무거운 상을 주셨을까요. 저는 한두 줄로 끝나버리는 약력이 민망한, 첫 시집을 겨우 세상에 내놓은 처지인데요. 그래서 선정기준을 찾아보았습니다.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독창적인 세계를 끊임없이 추구하며 새로운 시에 대한 실험정신이 가득한…’이랬습니다. 더 모르겠어졌습니다. 이 기준에 저는 한참 부족하니까요. 저 문장을 숙제로 받아들고, 그래도 다만 스스로도 선정 기준에 부합하다고 자부하는 한 가지는 있었습니다. 그것은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입니다. 그래서 이 상이 지금까지처럼 그렇게, 기웃거리지 않고 계속 외롭게 써도 된다는 허락처럼 느껴졌습니다. 저를 향해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보이는 어떤 존재가 느껴졌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시라는 건 대체 어떻게 쓰는 건지. 매번 처음 같아 어떤 땐 울 것 같은 마음이 됩니다. 다만 저의 경우에 관해서라면 이 하나는 알겠습니다. 삶에나 시에나, 치열하고 정직할 때만 시는 ‘옛다, 시 받아라!’ 하고 저를 던져주더라는 것을요. 시는 질투가 심한 애인이란 것을요. 다른 즐거움을 탐하고 딴놈을 기웃거리면 가차 없이 떠나버린다는 것. 그것만은 더욱 알겠습니다. 외롭고 막막하게 모르는 시를 더듬어가는 이들과 술을 나누고 싶습니다. 그럴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리토피아>와 심사위원들께 무겁고 더운 인사를 올립니다.  
― 수상자  허은실
 
□ 수상 시집 『나는 잠깐 설웁다』 중에서

<저녁의 호명>
 
제 식구를 부르는 새들
부리가 숲을 들어올린다
 
저녁빛 속을 떠도는 허밍
다녀왔니
뒷목에 와 닿는 숨결
돌아보면
다시 너는 없고
주저앉아 뼈를 추리는 사람처럼
나는 획을 모은다
 
어디로 가는가 무엇이 되는가
속으로만 부르는 것들은
 
네 이름이 내 심장을 죄어온다
 
소풍이라 말하려 했는데
슬픔이 와 있다
 
도요라든가 저어라든가
새들도 떠난 물가에서
나는 부른다
검은 물 어둠에다 대고
이름을 부른다
 
돌멩이처럼 날아오는
내 이름을 내가 맞고서
엎드려 간다 가마
묻는다
묻지 못한다
 
쭈그리고 앉아
마른세수를 하는 사람아
지난 계절 조그맣게 울던
 
풀벌레들은 어디로 갔는가
거미줄에 빛나던 물방울들
물방울에 맺혔던 얼굴들은
 
바다는 다시 저물어
저녁에는
이름을 부른다

 
<바람이 부네, 누가 이름을 부르네> 
 
입안 가득 손톱이 차올라
뱉어내도 비워지지 않네
문을 긁다 빠진 손톱들
더러는 얼굴에 붙어 떨어지지 않네
 
숲은 수런수런 소문을 기르네
바람은 뼈마디를 건너
몸속에 신전을 짓고
바람에선 쇠맛이 나
 
어찌 오셨는지요 아흐레 아침
손금이 아파요
누가 여기다 슬픔을 슬어놓고 갔나요
내 혀가 말을 꾸미고 있어요
 
괜찮다 아가, 다시는
태어나지 말거라
 
서 있는 것들은 그림자를 기르네
사이를 껴안은 벽들이 우네
울음을 건너온 몸은
서늘하여 평안하네
  
바람이 부네
누가 내 이름을 부르네
몸을 벗었으니 옷을 지어야지
 
 
<푸른 손아귀>
 
  플라스틱 슬리퍼 한 짝이 맨드라미 옆에서 말라갔다.
  어른들은 사내애를 건져놓고 담배를 피웠다. 비가 많은 해였다.
 
  사람 잡아먹는 산이라 했다. 비스듬히 빠진 두 골이 만나는 자리. 가뭄에도 물을 강에 안겼다. 강은 소용돌이와 모래 구덩이를 감추었다. 저녁 물소리마다 우렁이 굵었다.
 
  고요해진 물위에 나는 벗은 몸을 비춰보았다.
  사나 여럿 후릴 상이라 했다.
  몸이 불은 강물 위로 물고기들이 튀어올랐다.
 
  비가 많은 해다. 무당은 자꾸 물이 보인다 했다. 아버지는 산에서 발견됐는걸요. 바위를 덮은 이끼가 젖었다.
  강물과 산이 푸른 웃음을 주고받는다. 만삭의 배를 감싸며 나도 씨익, 웃어주었다.
 
  아기는 뱃속에서 육십 년쯤 살고 나온 얼굴이다. 삼우제였다.
 
  청벽산은 푸르다.
 
  고요한 수면 아래
  흰 발목을 잡아채는 푸른 손아귀가 있다
 
 
<칠월 그믐> 
 
바람이 불면
시퍼런 잎들
칼 가는 소리를 냈다
 
저 많은 칼들을 달고
옥수수는 어떻게 여물어가나
 
칠흑 하늘에
방금 숫돌에 간

 
내려다본다
 
죽여버릴 거야
내 어두운 광 속에서
번쩍이곤 하던
한 자루의
 
그믐달
 
저기,
누가,
 
서걱서걱 걸어나와
나는 자꾸만
여위어갔다
 
 
<이별하는 사람들의 가정식 백반> 
 
아비는 춘궁이었네
기별 없이 찾아온 딸에게
원추리를 끊어다 무쳤네
 
풋것은 오래 주무르면 맛이 안 나지
 
꽃들에게 뿌리란 얼마나 먼가
이 맛은 수몰된 마을의 먼 이름 같아요
 
아비는 오래 얼려둔 고등어 한 손을 내었네
고등어는 너무 비린 생선이에요
잡히면 바로 죽어버린다구요
 
비린 날엔 소금으로 창자를 닦거라
 
그런데 아버지 기일에 왜
미역국을 끓이셨나요
 
너를 좋아하다가 죽은 남자가 있다는구나
새 옷을 지어다 태워주었다
 
세상에 미역처럼 무서운 것이 있을까
한 줌이었던 것이 이토록
방안에 가득하잖아요
 
너무 오래 불리면 몸이 싱거워져
 
검은 혀가 흰 허벅지를 휘감아요
내 몸에서 당신의 머리칼이 자라요
 
약불에 뭉근히 두어라
미역국은 오래 끓여야 속이 우러나
불로 익히는 음식이란
뜸을 들여야 하는 거란다
 
누가 부르는지 귓속이 간지러워요
 
네가 피운 꽃들이 지고 있나보구나
 
아침을 차려준다는
저녁을 짓는다는
그 말이 어여뻐서
숟가락을 쥐고 울었네
 
아비는 말없이 가시를
발라주었네
 

<목 없는 나날> 
 
꽃은 시들고
불로 구운 그릇은 깨진다
 
타인을 견디는 것과
외로움을 견디는 일
어떤 것이 더 난해한가
 
다 자라지도 않았는데 늙어가고 있다
그러나 감상은 단지 기후 같은 것
 
완전히 절망하지도
온전히 희망하지도
미안하지만 나의 모자여
나는 아무것도 믿지 않는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허상
녹슬어 부서지는 동상(銅像)보다는
방구석 먼지와 머리카락의 연대를 믿겠다
어금니 뒤쪽을 착색하는 니코틴과
죽은 뒤에도 자라는 손톱의 습관을
희망하겠다
 
약속의 말보다는 복숭아의 욕창을
애무보다는 허벅지를 무는 벼룩을
상서로운 빛보다는
거울 속에서 나를 바라보는
희미한 어둠을
 
캄캄한 길에선
먼빛을 디뎌야 하므로
 
날 수 없어 춤을 추는 나날
 
흔들리는 찌를 지니고 사는 사람들은
별자리를 그린다
 
 
<입덧> 
 
익숙하던 것들이 먼저 배반하지
그러므로 어느 날
밥냄새를 견딜 수 없게 되는 것
너의 멜로디를 참을 수 없게 되는 것
 
검은 행에 변종의 언어가 파종될 때
냉동실에는 수상한 냄새들
친밀한 너를 혐오한다
 
다른 살을 맛보고 싶어
맹목적으로 아밀라아제 
 
가자 하니 어디로
석유를 마신 듯 이글거리는 내부여
종일 배를 탔으니 어디로 갈까
 
별을 낳기 위해
중력을 거부해야 하므로
소화되지 않는 말이
밑구녕이 거꾸로
치밀어 올라오고 
 
벚나무 수억의 유방 부풀어
가렵다
접신한 듯
미열에 들뜬 나무들
제 몸을 게워놓는다
 
들썩이는 치열 
나는 나로부터 멀다 
헝클어지는 지문
불화로부터 별의 머리카락은 자란다
습성은 문득 낯선 얼굴
 
이후는 다시 이전이 될 수 없다 
 
킁킁, 이 냄새는 뭔가   
 

<유전> 
 
  “다른 사람덜은 늙어서 젖이 쪼그라드는데 나는 멕이는 젖처름 커. 이 봐, 젖꼭지가 꼭 언나 젖처름 분훙색이잖아. 친구덜두 다 부루워해. 이 젖으루 일굽을 키웠아.” 젖 먹이는 외손녀 옆에서 앞섶 풀어 젖을 꺼내시는 외할머니. “아이구, 좋겠수. 젖꼭지가 커야 서방 덕을 본다는데 난 작아서 그런가 덕이라곤 손톱만큼도 없으니.” 딸년 마른 대추 같은 젖꼭지 때문에 사위 덕을 보거나 말거나 샘물처럼 웃으시네. “어디, 니 젖두 좀 베케바. 아유, 그것두 젖이라구. 생기다 말었네. 시방은 그래두 시집 가문 커질 티니 겐찮아.” 누구 엿듣는 이도 없는데 목소리를 낮추시네. “느 외할으버이가 얼매나 이뻐했는지 알아? 살림 잘 하구 아덜 잘 낳구, 젖 이쁘다구. 젖이 커서 그랜지 멕이기두 헐하드라구. 아, 왜 지 젖을 인나 앉어 멕에? 둔노서 아 팔 비키고 멕이문 얼매나 펜한데. 젖 멕이기 전에 이렇게 비베 가주구 멕여. 찬 거 그냥 멕이지 말구.” 잠든 외증손녀 들여다보며 합죽이가 된 입을 달싹이시네. “그럭하구 젖은 자꾸 주물러야지. 두부자루 주무리듯 주물러서 젖 속이 풀레야 젖이 많지. 난 젖 속이 읎잖아. 맨저봐라. 젖이 많아 갖구 웃물 짜서 한 양재기씩 내놓으문 할머이가 쇠죽에도 붓구 굴묵에도 붓구, 샘물에도 갖다 쏟아붓구 그랬어. 굴묵에 연기 나오듯이 젖 많이 나오라구. 샘물에 붓는 거는 부정 타지 말라구.” 할머니와 딸과 딸의 딸들과 딸들의 딸, 열두 개의 젖 모여 온 방에 젖내 진동하는 밤. 하늘에 은하수가 흐르고 외할머니 고향샘에 부은 젖 흐르고 흘러 먼바다 어린 물고기들까지 다 먹이는
 

□ 김구용시문학상 취지문
  타계 10주년 故 丘庸 김영탁 시인.
  구용 김영탁은 <신천지>에 「산중야」(1949), 「백탑송」(1950)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왔다. 2001년 타계하기 전까지 그는 『시집․Ⅰ』(1969), 『시』(1976), 장시 『구곡』(1978), 연작시 『송백팔』(1982) 등 네 권의 시집을 상재했다. 그리고 2000년에는 『시』, 『구곡』, 『송백팔』, 『구거』를 위시하여 『구용일기』, 『인연』(산문집)을 아우르는 전집을 출간했다.
  김구용은 평생 전쟁․전후 체험을 토대로 한 대작들을 남겼다는 점에서 문학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전후 시인으로 거론할 만하다. 그의 시에는 전후 현실과 몽환적 초현실, 그 사이에서 번뇌하는 인간 실존의 문제와 그 종교적 구원의 문제가 일이관지하면서 본격적으로 다루어져 있다. 그는 1930년대 이상 시의 계보를 이어받아 자본주의 근대 및 서구 이성 중심주의를 불교의 원융圓融 사상을 비롯한 동양 사상과 서구의 실존철학이 습합된 초현실주의를 통해 넘어서고자 했다. 이상이 식민지 근대와 맞서기 위해 시에서 소설로 장르 이동을 했던 것에 비해, 김구용은 장시 형식을 개척하여 전후 현실과 맞섰다. 동시대 시인들이 1930년대 시문학파나 서정주․청록파 계열의 전통 서정시를 답습하거나 기법의 새로움, 감각의 세련미를 추구하며 서구 모더니즘을 표방한 것에 비해, 김구용의 행보는 한국문학사에 사상적․지적으로 독자적이었고 파격적이었으며 깊이 있는 것이었다. 흔히 김구용의 시를 난해하고 난삽하며 심지어 허황되다고까지 평가절하하기도 하지만, 그가 한국 현대사와 당면 현실을 교직하는 방법으로 시를 써왔다는 것을 쉽게 간과해서 안 된다.
  이처럼 김구용 시인의 문학사적 위상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계간 ≪리토피아≫는 김구용 시인의 문학적 품격과 문학사적 위상을 기리고, 그의 타계 10주기를 맞이함과 동시에 리토피아 창간 10주년을 기념하여, 김구용 시인의 시정신이 깃든 ‘김구용시문학상’을 제정하고자 한다. 한국문학 대지의 풍요를 위해 묵묵히 자신의 문학적 길에 정진하면서 김구용 시인의 시정신을 창조적으로 계승하는 문인을 대상으로 ‘김구용시문학상’을 수상하게 될 것이다. 리토피아는 엄격하고 객관적인 심사를 통해 2011년 2월부터 첫 수상자를 선정하고자 한다. 계간 ≪리토피아≫는 ‘김구용시문학상’의 제정을 계기로 한국문학의 대지를 보다 풍요롭게 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 역대 수상자 
2011년 제1회 수상자 권정일 시인 『수상한 비행법』
2012년 제2회 수상자 장이지 시인 『연꽃의 입술』
2013년 제3회 수상자 김중일 시인 『아무튼 씨, 미안해요』
2014년 제4회 수상자 김성규 시인 『천국은 언제쯤 망가진 자들을 수거해 가나』
2015년 제5회 수상자 김언 시인 『미제레레』
2016년 제6회 수상자 남태식 시인 『망상가들의 마을』
2017년 제7회 수상자 안명옥 시인 『뜨거운 자작나무 숲』.

※ 이상, 시상 주관측(계간 리토피아) 보도자료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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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월 (dsb@hanmail.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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