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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03월23일 23시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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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에 핀 꽃 수로


벼랑에 핀 꽃 수로 
정건영 장편소설 / 아라 刊

  한 민족에게 신화, 전설, 민담은 그 민족을 대표하는 전형성을 그대로 드러내기 마련이다. 그 민족의 정서, 가치관을 비롯하여 관습, 윤리규범 등이 모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리하여 이런 설화 속에는 표출된 혼례와 출산, 가족과 사회계층, 하다못해 종교나 성적 행위까지 모두 그 민족다운 특색을 보이고 있다.
  그런 면에서 『삼국유사』는 우리 민족의 원류와 뿌리를 찾는데 보배로운 존재이다.
  그 가운데 권2 「기이紀異」에 수록된 〈수로 부인水路夫人〉이 가장 나를 사로잡는 인물로 다가왔다.
  수로 부인을 둘러싼 몇 개의 단편적 일화와 향가, 한시로 표현된 시편들이 구슬처럼 흩어져 서로 아무 연관이 없이 흩뿌려진 듯하나, 이것을 줄로 꿰어 음미해 보면 참으로 신선한 의미로 그 형체를 드러내었다.
  수로 부인은 신라 제일의 미인으로 순정공과 혼례하고 강릉 태수로 부임하는 길이었다. 붉은 벼랑 위의 철쭉꽃을 보고 수로 부인은 그것을 간절히 원하였다. 아무도 오르지 못할 험한 벼랑이었으나 그곳에 올라 꽃을 꺾어 바친 이는 견우노인(소 끌고 가는 노인)이었다. 노인은 꽃과 더불어 노래 ‘헌화가’도 수로 부인에게 바쳤다. 또 얼마를 북으로 오르다가 이번에는 동해 용왕에게 납치된다. 인근의 모든 백성들이 다 동원되어 막대기로 바닷물을 치며 ‘해가’를 불러 위협해 수로 부인을 되찾는다. 수로 부인은 자태며 용모가 절세의 미인이라, 매양 깊은 산골이나 큰 못을 지나다가 여러 번 신물神物들에게 납치되곤 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 설화에서 왜 하필이면 젊은이도 아닌 노인이 수로 부인에게 꽃을 꺾어다 바쳤을까. 용왕은 누구이며 왜 수로 부인을 납치하였다가 되돌려 주었을까. 수로 부인이 얼마나 아름다웠기에 여러 신적인 존재들이 납치하고 탐하였을까. 순정공은 권력을 지녔으면서 어찌하여 아내도 지키지 못하는 존재였을까.
  『삼국유사』는 간략히 시편과 이면 설화만을 기록하고 있으나 현대를 시는 나의 눈에는 신비로움을 벗겨낸, 숨겨진 인간의 모습이 아주 아름답고 격렬하게 다가옴을 막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그 숨겨진 의미를 찾아 재구성한 것이 이 장편소설 『벼랑에 핀 꽃 수로』이다.
  그리스 트로이의 헬렌은 아름다움으로 그녀를 차지하려는 영웅들과 신들의 전쟁을 일으켰다면, 우리의 수로 부인은 아름다움과 인간다움으로 신과 인간의 전쟁을 유발했다. 절대의 미에 대한 예찬과 생명을 내건 옹호 역시 헬렌과 비견할 만하다.
  수로 부인을 통하여 신성과 인성, 헤브라이즘과 헬레니즘의 양면성을 음미해 보고, 관습과 도덕이라는 이름으로 각질화된 겉껍질을 벗겨내고 인간을 발견하는 숭고한 인간복권을 시도하는 일이 나의 과제였다. 어쩌면 이런 것은 설화의 이면에 이미 모두 암시된 의미일 것이다. 나는 그 숨겨진 의미를 찾아 이 장편으로 재구성하였다.
  독자 여러분도 우리의 고전 수로 부인을 통하여 본래의 존엄한 인간성을 탈환하고, 한 번쯤 신라의 하늘로 상상의 날개를 펼쳤으면 한다.
정건영, 작가의 말 '〈수로 부인〉에의 숨겨진 의미를 찾아서' 중에서


       - 차    례 -

1 서라벌의 봄
2 무지개 타고 온 새 생명
3 담장 안에 피어나는 나리꽃
4 외출에서 만난 사람들
5 가배의 길쌈놀이
6 꽃향기는 바람에 날리고
7 주령구의 긴 연
8 소해의 야망
9 잠을 깬 역신을 보다
10 혼례
11 십우도
12 붉은 바위 벼랑 위에 핀 꽃
13 용왕에게 납치되다
14 산적 마방의 하늘
15 도척과 공구
16 화사은 한 영혼을 정화하고
17 서라벌의 역질
18 이상향을 찾아서 

작가의 말

[2013.11.25 발행. 339쪽. 정가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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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건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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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월 (dsb@hanmail.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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