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즈
김세환 시집 / 문학공원 刊
우리는 흔히 세월이 빠르다 하고 세월이 흐른다고 한다. 그런데 세월은 빨리 가지도 흐르지도 않는다. 늘 동일한 속도로 진행 된다. 다만 사람이 그 세월을 연월일 시분초로 구분해놓고 스스로 약속을 어겼느니 늦었느니 빨리 왔느니 아우성인 것이다. 자연은 약속을 지킨다. 한 번도 봄이 오지 않은 적이 없었으며 한 번도 가을이 늑장을 부리고 가지 않은 적이 없다. 그런데 사람은 늑장을 부리거나 지각을 하기도 한다.
흰 머리가 지각해서 나오면 그걸 젊어서 좋다고 하고，피부가 조금 빨리 노화하면 그걸 늙었다고 한탄한다. 그러면서 마음이 늙는 일, 마음이 파괴되는 일엔 조금의 거리낌도 없다.
모든 것이 마음에서 일어난다. 원래 우리는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않았음으로 아무것도 가지고 갈 자격이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땅에 보이지 않는 줄을 긋거나 하늘의 허가도 받지 않고 빌딩을 쌓아올린다. 그런 것 모두 부질없는 일이다. 돈의 많고 적었음이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져갈 것도 놔두고 갈 것도 오직 평판뿐이라는 생각이다.
암에 걸려 곧 죽을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좀 더 선하게 살 걸 그랬다. 베풀며 살 걸 그랬다.”란 말이 대부분이지 돈 좀 더 이고 죽을 걸 그랬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린 가끔 선지자들로부터 사랑하고 나누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라는 말씀을 가끔 듣는다. 내가 무엇을 이루었느냐를 가늠치 말자. 내가 얼마나 욕심 없이 자연과 동화되어 살아가느냐, 얼마나 태어났을 때처럼 순수 한가를 가늠해보자.
― 김세환, 책머리글 <사람의 평가 기준은 오직 평판뿐> 중에서
나는 김세환 시인을 만난 적이 있거나 그에 대하여 아는 바가 전혀 없다. 그런 김세환 시인의 인생을 말하려니 적이 고민스러웠다. 그런데 그런 고민은 그가 보내온 원고를 통독하고서 금방 해소되었다. 그는 시를 공부해본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시인으로 등단한 경험도 없다. 단순히 시가 좋아서 써왔을 뿐이다. 그런 김세환 시인이 이처럼 깊은 시심과 시적 완성도를 보여준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 그것은 그가 평소에 시를 너무나 좋아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김세환의 시는 대개 사랑시와 자연시이다. 시창작 초기에 보이는 소재들이다. 그렇지만 그 깊이로 들어가면 전문 시인 못지않은 시적 감수성과 기교를 발견하고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
― 김순진(시인. 문학평론가), 작품해설 <그리움을 통한 인생의 반전> 중에서
1부 숨은 그림 찾기
그대도 꿈을 꾸나요
사랑아
그대가 춤을 추어다오
숨은그림찾기
당신은 울고 싶지 않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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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 1
약속 • 2
약속 • 3
망각이란
그대 그리움
가야하는 곳은
그대 없음에
나도 너의 별이 되련다
태양처럼 살고 싶소
약속
술잔의 비
칠월 칠석
2부 그대는 목련꽃
그대는 목련꽃
봄마중
복수초는
매화
동백꽃
벚꽃이 진다
진달래꽃
개나리꽃
할미꽃
장미꽃이여
가을 하늘 • 1
가을 하늘 • 2
눈 내린 아침
눈사람
겨울 손님
3부 별을 줍는 밤
은하수
돌산의 아침
반딧불이
향일암의 아침
쌍계사
철마, 너는 달려야 한다
밤 주막
별을 줍는 밤
개울물
산마을
바다
산마을의 하루
칠월 칠석
천사
차 한 잔 하세
끈
크리스마스의 기도
4부 꼭꼭 숨어라
오늘 만나는 사람 모두를
미쳐서 살다
겨울이 되면
겁劫
자식을 훌륭하게
꼭꼭 숨어라
욕심이란
부부의 의미
인간의 조건
작품해설 | 그리움을 통한 인생 반전_김순진(문학평론가)
[2013.04.15 초판발행. 119쪽. 정가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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