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계절
이성수 장편소설 / 문학공원 刊
고위 공직후보자 청문회를 볼 때마다 생기는 의문이다. 명예가 중요한 것인가? 돈이 중요한 것인가? 두 가지 중에서 하나를 택하라 하면 뭐를 택할까? 곤혹을 치르는 그들을 보면 둘 다 가지려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돈과 명예를 한 단어로 하면 뭐라고 표현될까, 돈의 반대말은 뭔가, 명예의 반대말이 돈이 아닐까? 의문이 많아지고 혼돈스럽기 그지 없다. 돈이 명예가 되고 명예가 돈이 되어서 그러는 것이겠지만 따지고 보면 명예가 돈에 종속된 요즘이다.
예년에 비해 꽃샘이의 출몰이 잦다. 매일처럼 변덕을 부리는 날씨라서 귀 기울이지 않던 날씨예보를 살피게 되고 옷차림에도 신경이 쓰인다. 며칠 전에는 봄 옷차림으로 외출을 했다가 감기가 들어 고생을 했다.
올해는 다른 때보다 망설임이 많은 봄이다. 봄인가 싶으면 겨울의 끝이고 겨울인가 싶으면 봄바람이다. 훼방을 놓느라 꽃샘을 보내서 심술을 부려보는 겨울이지만 산과 들판은 자연이 정한 시간대로 녹색으로 물들어 간다. 맨살을 일찌감치 드러낸 꽃송이가 꽃샘에게 뒤통수를 맞고 휘청거리지만 봄날은 봄날이다.
봄날은 사전에 봄철의 날이라 쓰여 있다. 그렇지만 떠오르게 하는 낱말들이 더 많다. 새싹, 젊음, 희망, 생동감, 새로움, 힘찬 기운, 시작, 꽃, 아름다움, 따스함, 싱그러움, 새로운 탄생, 행복 등, 나열하지 못한 말들이 더 많다. 대부분 좋은 말이 떠올려지는 봄날이라는 낱말이다. 물론 나른함이나 춘곤증 같은 좋지 않은 말도 있기는 하지만 그런 말들도 따지고 보면 그다지 나쁜 말은 아니다.
겨우내 얼었던 몸과 마음이라서 기다려지는 봄날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겨울보다는 봄을 좋아하는 것 같다. 자연의 이치에 따라 매년 찾아오는 봄이라는 계절에 여러 좋은 의미를 갖다 붙이는 것을 보면 사람들의 마음을 알 수가 있다.
느닷없이 명예라는 낱말이 봄날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돈을 얘기하는 돈이 아니라 명예를 얘기하는 돈이 생기면 얼마나 좋을까?
― 이성수, 책머리글 <책을 펴내며> 중에서
- 차 례 -
□ 만원 승강기
□ 생태계
□ 프락치
□ 별들의 세계
□ 헛발질
□ 올무
□ 대어
□ 사투
□ 맹수의 먹이
□ 고지점령
□ 5차 방정식
□ 승강기 설계
□ 손에 쥔 모래
[2013.05.20 발행. 263쪽. 정가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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