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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07월20일 11시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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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반주 첼로


무반주 첼로 
이룻이정님 장편소설 / 인간과자연사 刊

  세상에 외모가 똑같은 사람은 없다. 태어난 환경과 성격도 다르다. 거기에 한 생애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시대 배경까지 다르니, 그에 반응하는 삶의 역사는 각자 고유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누구나 한 편의 소설을 쓸 수 있다고 한다. 자기가 살아온 삶에는 자기만의 독특한 세계가 연출되어 있어, 억지로 꾸미고 만들지 않아도 세상 산 이야기를 그대로 서술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그동안 시를 써 왔지만 한 편의 소설을 쓸 수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시로 표현하지 못하는 부분이 늘 마음 한구석에 남아 나를 괴롭히니 정서의 순화를 위해서라도 털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는 민족의 불운인 1950년 6월 25일에 민족상잔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겪었다. 그 불운 속에 조부가 이념싸움에 휘말려 국군에게 총살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참극을 겪었으며, 그런 연유로 지식인이었던 아버지의 몰락과 변신을 보았다.
  그 후로는 나 자신 청천벽력과도 같이 뇌성마비 장애를 지닌 아들을 보게 되면서, 그 아들이 1987년 민주화운동에 뛰어들고, 물리학 박사가 되기까지 보살피면서 스스로를 격려하며 살아온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조명해본 것이 이 글이다.
  문재(文才)가 되기에는 부족한 점이 너무 많이 있지만 진실한 마음 하나는 지녔으므로 나 살아온 이야기를 진솔하게 기록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고백 수기'로 시작하였으나 써 나갈수록 어려움이 많았다. 아무리 진실하게 살아도 잘못과 치부는 있게 마련이라, 혹여 내 주위 사람들에게 누를 끼치는 일은 없을까, 하는 점에서였다.
  또한 읽는 이의 재미를 위하여 허구가 가미되어야 할 필요를 느끼면서 소설이라는 형식을 적극 빌어오게 되었다. 그래서 이 글에는 내가 살아온 삶이 많이 투영되어 있지만 사이사이 허구도 곁들여져 있다.
  옆사람을 돌아볼 새도 없이 비정하게 달려만 나가는 이즘 세상에서 내가 어려울 때마다 적극 도와주었던 최숙 선생에게 이 지면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부족한 나의 글이지만 이 책을 접한 분들이 글을 읽는 동안 글쓴이의 한 삶을 훔쳐보고 함께 공감하며 즐거움에 빠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울러 나의 이야기를 읽는 동안 어떤 난관 앞에서도 결코 좌절하지 않고 한 번 더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고, 나눠 줄 수만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나를 여기까지 이끌어주신 하나님께 감사함을 잊지 않으련다.
이정님, 책머리글 <작가의 말>
 
  현지는 청소하다 말고 오디오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비감 어린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나오고 있었다. “가을엔 떠나지 마오, 하얀 겨울에 떠나요.” 정감이 묻어나는 목소리는 거의 흐느끼다시피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현지는 저절로 눈물이 흘러내린다. 요즘 왜 그렇게 슬픈지 모르겠다. 험난한 세상을 남자 이상으로 헤쳐오지 않았던가. 어렵고 힘들었던 수많은 일들이 과거라는 시간 속에 각기 자리를 잡았다. 통곡하며 울어야 할 상황에서 입술을 깨물며 울지 않고 오히려 웃어버렸던 그녀가 아니었던가.
  교육일선에서 일할 만큼 일하고 이제 쉴 때가 되어 쉬는 것인데 왜 그렇게 이 사회가,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소외시킨다는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다.
  그럴 때 애잔한 음악을 들으면 눈물은 저절로 흘러내렸다. '젊어서는 사는 일에 급급했던 나머지 눈물 흘릴 새도 없었는데…' 하는 데 생각이 미치면, 이제는 눈물쯤 짜면서 시간 좀 허비한들 어떠랴. 한가로이 울 수 있는 사람은 기실 행복할 터였다.
― <프롤로그> 중에서

  현지는 전축 앞으로 다가가 바흐를 다시 듣기로 했다. 그 곡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주는 묘한 힘이 있었다. 그녀는 차분함에 빠져 들어가며 무엇을 향해선지, 누구를 향해선지 섭섭하고 외로운 생각에서 중얼거렸다.
  무반주라….
  그렇다. 자신이 반주 없는 인생을 살아왔다는 생각에서 빠져나오기는 어려웠다.
  내일은 큰아들 홍구가 귀국하는 날이다. 그 불편한 몸으로 결혼을 하였고, 아이를 둘이나 낳아 건강하게 키운다는 사실은 기적이 분명했다.
  얼마나 기쁜 상봉이 될 것인가 가슴이 설레인다. 또 내일은 장애인을 위한 봉사단체에도 나갈 일이 있었다. 현지는 지금 그 단체에서 일주일에 두 번씩 봉사하고 있었다.
  장애아들을 둔 사람으로 장애인을 돕는 일은 당연한 일일 뿐 내세울 일은 아니었다. 내일은 바쁜 날이 될 것이다.
  갑자기 마음이 바빠지며 저녁밥을 안치고 걸레질을 하는 그녀의 발걸음엔 생기가 돌았다. 현관문 소리가 나더니 남편 김상태가 들어섰다. 손에는 붉은 장미 한 송이가 들려 있었다.
  “웬 장미예요?”
  장미를 일부러 사들고 오는 줄 알고 현지는 기뻐했다. 김상태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어쩐 일로 화단에 장미가 피어 있더라니…"
  "날 위해 사오는 게 아니구요? 공연히 좋아했나봐."
  "가을이 길고 따뜻하다 보니 정열이 넘친 나머지 봄인 줄 압고 먼저 튀어 나왔나봐, 이놈이."
  "그러게 따뜻한 사랑을 부어주면 안 되는 일이 없는 거예요. 지난주 일 목사님 설교가 그거 였잖아요."
  "그래? 그렇다면 내가 당신을 지금 따뜻이 안아줄게. 당신도 붉은 장미 한 송이 피워 보실래?"
  "어머머, 이이가, 밖에서 무슨 좋은 일 있었어요?" 
  "이런 바보, 있긴 뭐가 있어. 만들어가며 사는 거요. 이현지 여사님, 제발 철 좀 들으슈. 내일 홍구네가 오는데 맛있는 거 만들어 놓은 거 없나요? 배가 고픈데."
  그 크던 키가 구부정해졌고 희끗하게 세어버린 남편의 머리를 쳐다 보며 현지는 생각했다.
  남편 김상태는 소리 없이 곁에 지켜 서 있는 무반주였다는 것을. 그래서 자신이 앞장서 인생을 연주할 수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 <에필로그> 중에서


            - 차    례 -

- 작가의 말
- 프롤로그

1. 오라비 젖을 뺏어먹을 년이라니
2. 해방 그리고 이별
3. 변화의 길목, 통일과 반통일
4. 고뇌, 군정에는 참여치 마라
5. 민족의 불행, 독립이 아닌 해방
6. 파르티잔의 허상 아래
7. 학생증을 손에 쥐고
8. 봄은 오고, 꽃은 피고
9. 첫 출근, 첫 사랑
10. 한 남자에게 닻을 내리고
11. 나의 첫 아이 홍구
12. 기븜과 슬픔의 교차로
13. 어머니와 아들
14. 누님 제가 힘이 되어 드릴게요
15. 희망을 향해 서다
16. 6월민주항쟁, 부모와 자식

- 에필로그

[2007.03.05 초판발행. 257페이지. 정가 9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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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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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월 (dsb@hanmail.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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