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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03월18일 12시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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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청동인
(원제)문청동인과 곧은 바늘 낚시

[성선경]

늘 젊은동인 '문.청'은 윤봉한, 성선경, 심종철(심종철이라는 시인이 있는 관계로 심항녕이라는 필명을 사용했다), 최석균, 성윤석 다섯 명의 젊은 시인들이 모여 지역문학에 새로운 활력을 주는 의미 있는 활동을 해보기로 마음을 모아 1991년 출
발했다. 그저 고요한 마산만같이 안온하게 고여서 온통 조용하기만 한 우리 지역문학에 새롭고 젊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새로운 결집체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램이었다. 나아가 새롭게 문단에 얼굴을 내미는 젊은 시인들의 길라잡이가 되었으면 하는 꿈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 당시 우리 지역 문단에는 여러 그룹의 단체와 동인들이 있었으나 새롭게 얼굴을 내미는 젊은 시인을 받아들이고 길라잡이를 해줄 만한 그룹은 없었다. 이런 의견에 쉽게 동의한 젊은 시인들은 동인 이름을 영원한 문학청년을 나타내는 '文.靑'이라 짓고 1992년도에 동인지 제1집《저 저문 관목숲》을 펴내놓았다.

  추장은 밤마다 옥상에 천체만원경을 걸어놓고 하늘을 봤다 아마추어천문협회 회원증이 그의 가슴에  빛나며 붙고 작은 키, 그러나 추장은 우주의 맨홀을 날고 있었다 우주의 중심에서 도시 변두리로 변두리에서 중심으로 시민들은 단숨에 법을 떨치며 도로를 건너가고 육교로 횡단보도로도 늘 건너 가기가 위험했던 추장의 긴 그림자가 지상에 깔렸다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것들은 무엇일까 별똥 주위를 돌며 추장은 괴로운 생각으로 뒤척이며 잠들었지만 아침마다 쏟아지는 뉴-모드 여름옷에 박힌 자신의 모습을 한 번도 눈치채진 못했다 그 여름 천체를 향해 연약한 화살 하나로 선
          ᅳ성윤석 시인의 <인디안표 티셔츠> 전문

다들 동인지 시대의 끝을 이야기하는 이때에 우리는 천체를 향해 연약한 화살 하나로 버티고 선 추장 같은 모습으로 첫발을 내딛었다. 이 첫 동인지에는 영남대 이강옥 교수의 발문 '文.靑 그 그리움과 동료의식'을 붙여서 발걸음에 더욱 힘을 보탰다.

1994년 심종철 시인이 개인 사정으로 빠지고 김수영, 성기각 동인이 참석하여 《쟁기를 끄는 소에 대한 우리들의 입장》이라는 제2집을 펴냈다. 2집은 발문을 생략하고 지역 문단의 선배 시인을 고찰하는 평문을 싣기로 하여 마산대학 이성모 교수의 <김수돈의 시세계>를 그 첫 회로 개재했다.

          큰 소가 나주볕 속을 다복다복 가듯이 
          내 허리 향그런 풀짐을 지고 
          동생들과 아버지의 뒤를 따라 
          먼 집으로 가듯이
                    — 김수영 시인의 <구름 그림자> 부분

우리는 향그런 풀짐을 지고 아버지의 뒤를 따라 먼 집으로 가듯 정말 다복다복 간다는 심정으로 2집을 내고 자축의 술잔을 나누었다.

1995년 6월 《살아서 슬픈 것들은》이란 제목으로 동인지 제3집을 발간하였다. 3집에는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송창우 시인이 동인으로 참가하여 함께했다.

          분연히 제 혀를 물어 
          거품 물고 쓰러지는 게

          그날부터 나는
          위장에 게 한 마리 키우기로

                    ᅳ송창우 시인의 <꽃게> 부분

위장에 키우는 게와 더불어 우리는 때로 제 혀를 물고, 때로는 게와 같이 거닐며 뼈 속의 살을 채워 나갔다. 제3집에는 2집과 마찬가지로 발문 대신 지역 시인의 고찰 일환으로 이성모 교수의 <김용호 시의 의의와 한계>를 게재했다.

1996년 우리 동인은 경남대학교 앞 카페 블루에서 동인 시화전을 개최했다. 이때 주로 논의된 이야기는 지역 시인들과의 교류였다. 이때 함께 시화전에 참가한 시인들의 대부분을 다음 동인지에 게재하기로 했다. 이를 계기로 1997년 동인지 제4집은 《현대시학》으로 등단한 박서영 시인이 동인으로 참가하기로 했으며, 우리 지역 여러 시인들과 교류 차원에서 다수 시인들의 시를 함께 게재하기로 했다. 이때 참가한 시인들은 강위성, 서정민, 우무석, 이선자, 주종환, 한정호 등이다.

제4집도 2, 3집과 마찬가지로 지역 시인 고찰로 마산대 이성모 교수의 <광복기, 전진업의 시세계>와 <풍장에 수록되지 않은 정진업 초기시>를 발굴해 게재했다.

          사월이 위험하다 이렇게 흔들리는 택시 안에서 
          내 귀가 있던 자리엔 나비의 날개가 하나씩 
          달라 붙는다 거품은 사라졌는가 
          꽃잎의 저, 바이브레이션.
                    ᅳ 박서영 시인의 <바람분다> 부분

1998년에 나온 문청 동인 제5집은 월간《현대시》부록으로 붙어 나와 많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느낌을 주었으며 호평을 얻었다. 문청 5집부터《한국일보》신춘문예로 등단한 손택수 시인과《문학동네》시인상으로 등단한 최갑수 시인이 함께 참가했으며 성기각, 김수영 동인이 개인 사정으로 동인에서 빠졌다. 제5집부터는 ‘문청 동인이 읽은 시'라는 난을 만들어 그 첫 시인으로 정진규 시인을 모셨다. 그리고 <벙어리 처녀에게 꽃핀을 사는 저녁> 박서영 시인의 시인 초상을 실었으며 초대평론으로 허정의 <90년대 한국 죽음시에 대한 단상>과 하상일의 <탈중심, 장르해체, 문학에서 문화로>를 게재했으며 초대시인으로 김참, 이찬, 고성만, 이경림, 안웅 등이 함께했다. 위험한 사월을 보내고 그보다 더 위험한 오월을 보내며 우리는 아직 고기 한 마리 낚질 못했다.

          끊어진 레일 위에 좀청실잠자리 한 쌍 
          꼬리를 잇대어 하트 모양을 만들었다
          칙칙폭폭칙칙폭폭 굴 지나는 기적 소리
          기적 소리에 잠 깬 어느 집 잠자리 거친 숨소리
                    一 손택수 시인의 <잠자리> 부분

1999년 새로운 시대를 기다리며 문청 동인 제6집《깊고 푸른 물속》을 펴냈다. 6집은 가족 특집으로 지금 우리 시대에 가족이 갖는 의미를 다루었다. 6집의 '문청 동인이 읽은 시'라는 난에 박태일 시인을 초대했으며 <따뜻한 자리에 도돌이표를 찍고 지워 나가며>라는 송창우 시인의 시인 초상을 실었다. 초대평론으로 허정의 <폭탄에 유지되는 평화>라는 현대의 가족이 갖는 의미에 대해 평설하였다. 초대시인으로는 최영철, 엄원태, 김언희, 김형술, 이대흠, 김참, 윤병무가 초대되었다.

          그대로부터 선택받은 
          내 가볍고 질긴 빛나는 몸으로 
          그대 전부를 닮고 조금씩 
          그대의 넓이와 깊이에 맞추어 갑니다
                     一 최석균 시인의 <신발> 부분

새로운 세기와 더불어 여러 가지 일들로 동인들은 제각기 바빴고 한자리에 모이기가 어려웠다. 이런저런 시간이 한참 흐른 뒤 2005년에 와서야 동인지 제7집《마음이라는 표범 한 마리》를 내게 되었다. 7집에는《문학. 판》으로 등단한 김승강 시인이 함께하게 되었다. 초대시인으로 유홍준, 김상미, 윤병무, 이원 시인이 함께했다. 8집부터는 외연을 넓혀 몇 명의 시인과 젊은 후배가 동참하게 되었다. 부산의 정익진 시인을 비롯해 아직은 젊은 김선혜, 권희정, 박주현, 이영숙 등이 동인으로 참여하게 된다. 이들은 단순히 동인의 수적 증가의 의미가 아니라 새로운 시, 새로운 힘으로 지면을 빛내게 되리라 생각한다. 내 그대와 넓이와 깊이를 맞추어 가면서.

9집의 기획특집은 늪으로 이형권 평론가의 <늪의 생태에서 생명의 시학으로>라는 평론을 게재하였으며 동인 신작 해설은 홍용희 평론가의 <자신의 표정과 언어의 시민권>이란 평론을 실었다.

10집의 특집은 "내 기억 속의 마을"로 자신의 내면에 아련히 남아 있는 마을을 노래했으며, 김대성의 평론 <우리는 그곳에 간 적 없다>를 실었다. 기획으로 문청이 다시 읽고 싶은 시를 실었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곧은 바늘 낚시 탓에 제대로 큰 고기 한 마리 낚지 못했다. 처음엔 지역문학에 어떤 자극이라도 주리라 했는데 제 역할이 미흡했다는 생각이다. 아직도 저녁이 머니 열심히 간다면 몇 개의 고개는 더 넘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성선경 / 시인

[《경남시학》제3호(2011년)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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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학]제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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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B경남 (dsb@hanmail.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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