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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01월30일 13시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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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의 시학


에덴의 시학 
홍문표 시평론집 / 양문각 刊

  시와 비평, 문학하는 사람들에겐 참으로 매력적인 말이지만 이를 동시에 해결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사실 시는 창작이고, 비평은 해석이다. 말하자면 시는 생산과정이고 비평은 소비과정이란 말이다. 그러나 시의 창작은 물건을 만드는 생산과정과는 그 내용이 다르다. 시는 비록 창작이론은 있지만 실제 창작과정에서는 전혀 시인의 독자적인 미학적 결단에 의해서 구성되는 창조적 세계다. 비평 또한 일정한 비평기준에 의해서 재단되고 분석되지만 역시 비평가 각자가 지니고 있는 미학적 감성의 반응을 함께 고려하기 때문에 비평의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그리하여 시는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지만 비평은 새로운 세계를 발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와 비평은 상호보완적이다. 비평은 시인이 미처 깨닫지 못했던 세계를 일깨워 주고 시는 비평가에게 끊임없이 미지의 세계를 안내 한다.
  나는 원래는 비평에 더 관심이 있었다. 작품을 감상하고, 해석하고, 평가하는 일이 훨씬 유식하고 권위 있어 보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론 연구에만 충실했다. 내가 대학에서 시학을 가르치던 초기에도 작품들을 비판하면서, 강의하는 내 자신을 자랑스럽게 생각했었다, 그러나 차츰 회의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내가 시를 얼마나 알고 있는가 하는 문제였다. 시가 무엇인지를 알고서야 시를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문학개론이나 몇몇의 시론서, 또는 시작품 해설서를 가지고 시를 말할 수 있는가. 물론 그들의 이론을 전달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것은 그들의 이론일 뿐이며 그것이 객관적이란 보장도 없고 애당초 객관성이 보장되는 영역도 아니다. 사실 문학의 생명은 객관성이 아니라 진실성이다. 진실성마저 보장되지 않는다면, 시와 비평이란 끝내 문명 속에서 별볼일 없는 영역이라는 일반의 인식을 극복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이러한 회의와 불안에서 나는 비평을 하기 전에 시란 어떻게 창작되어지는 것인가를 스스로 체험하기로 결심했다. 스스로 터득된 창작경험과 시학이론의 결합만이 그래도 시와 비평의 진실성을 보장할 것이라는 확신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1977년 30대 중반에서야 시인으로 등단했다. 그로부터 그 동안 불안했던 비평가로서의 갈등에서 차츰 벗어나 창작의 고뇌와 신비를 동반한 시학을 정리할 수가 있었다. 그 첫번째 작업이 『현대시학이론』이었다. 그러나 이 책은 철저히 다른 사람들의 이론을 정리하는 데 머물렀다. 아직도 시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내가 첫 시집『囚人과 바다』를 내고서야 시학에 대한 자신이 생겼다. 그래서 『현대시학』이라는 야심작을 계획했다. 이 책에서는 나의 시창작 경험, 나의 신앙, 거기다가 현대철학, 문학사와 비평론을 포함한 거대한 시학의 담론을 시도했다. 이처럼 다양한 논리를 포함하려고 한 것은 시학도 철학이나 종교가 추구하는 진실탐구의 시심이라는 것을 변론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일반의 인식은 철학이나 종교에서는 진실성이 보장되지만 시학은 진실성과는 거리가 있는 미학의 일종이라는 오해가 있다. 사실 그 동안의 시학들이 이 점에서 빈약했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 종교는 신앙에 의해서, 철학은 사유에 의해서 진실성에 도달하는 것이고 시는 상상력에 의해서 사실을 구현하려는 것이기에 그 과정에는 다른 점이 있다. 그러나 영혼의 자유와 해방을 위한 노력, 즉 삶의 진실을 실천하려는 측면에서는 상당부분 같은 입장인 것이다. 나의 시학은 바로 여기에 있다. 바로 시학도 종교나 철학처럼 진리를 탐구할 뿐만 아니라 진실을 드러내는 보다 강력한 언어라는 사실이다. 이를 구체화시킨 것이 시학의 경우 『시창작강의』와 『시어론』이고, 시창작의 경우 제2 시집『지상의 연가一늘 푸른 강물이듯이』와, 제3시집『나비야 청산가자』가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나는 본격적인 시비평 작업에 착수했다. 따라서 이번에 발표하는 시평론집『에덴의 시학』은 내가 그 동안 시학을 정리하고 몇 권의 시집을 내면서 터득한 나의 시적 진실을 실천한 종합적인 시학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제1부는 내가 세 권의 시집을 내면서 함께 발표했던 나의 시 나의 시학이다. 차별과 분열과 지배가 있는 세계가 아니라 화해와 통일과 결합이 있는 세계로의 지향, 그것을 나는 에덴의 시학으로 명명했다. 그 밖의 것들은 주로 시집이나 개별적인 작품들을 해설한 나의 실천비평이다. 비평 대상은 내가 임의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대개는 청탁에 의해서 쓰여진 것이며, 고료를 받고 쓴 것이기 때문에 매우 현실적인 비평이다. 이점은 비평의 대상 선정이나 대가성 있는 비평 행위라는 점에서 학문적 가치나 비평의 엄정한 중립성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비평작업 과정에서 몇 가지 긍정적인 점을 발견했다.
  첫째로 작품도 상품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비평작품도 마찬가지다. 대가성이 없어야 작품이고 그것이 훌륭한 학문이라면 매우 무책임한 것일 수 있다. 오늘날 많은 문학작품들이 헐값으로 매도되고 있고, 상품이 아니라 무상의 소비품으로 치부되고 있다. 이는 작가나 독자 모두에게 불행한 결과를 초래한다. 팔리지 않고, 읽히지 않는 작품을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엄청난 착각이다. 작품을 상품으로 생각할 때, 작품의 품질은 향상될 수 있고, 문학의 존재가치도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로 비평문장의 파행성이다. 최근 비평문장을 보면 이것이 학술논문인지 비평문인지 구별이 가지 않는다. 수많은 외국인들의 인명이나 그들의 단편적인 언술을 인용하거나, 어떤 경우는 본문보다 각주의 문장이 더 많은 경우도 있다. 과거 감상적인 비평을 벗어나 보다 분석적이고 객관적인 논중의 비평을 하겠다는 강단비평의 의욕은 좋았으나 비평문학이 비평과학으로 경직화되어 독자를 식상하게 만들고 있음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셋째로 오늘의 비평이나 문학연구가 몇몇 시인과 작가, 그리고 몇몇 작품에서 맴돌고 있음도 심각한 문제다. 모두가 김소월, 한용운, 이광수, 김동인이다. 물론 대가의 작품세계를 귀감으로 삼으려는 자세는 인정하지만 대개는 비슷한 내용으로 재탕, 삼탕되어 누구의 것이 오리지널 비평인지 알 수가 없다. 이처럼 소모적인 이러한 문학연구나 비평행태가 필요한 것인지를 반문할 단계에 이르렀다.
  따라서 이번 시평론집에서는 문학사에 자주 거론된 시인이나 그들의 작품을 배제했다. 최근에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중견시인, 또는 무명의 신인 작품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또한 각주를 사용하지 않았다. 외부적인 이론들을 내 것으로 소화하여 가급적이면 나의 육성으로 비평을 하겠다는 의욕에서다. 그것은 앞서 지적했듯이 비평은 과학이 아니라 창조적인 비평문학이 되어야 한다는 신념에서다. 이번 평론집에 거론된 시인은 50명이 넘는다. 모두가 1990년대를 전후하여 발표한 작품들을 비평한 것이다. 남의 이론, 남의 연구물을 짜집기 해서 그것을 비평이나 연구라고 해야하는 오늘의 비생산적인 풍토에 식상한 나로서는 이들의 비평 작업 과정이 마치 처녀림을 탐험하는 그 신선함과 호기심으로 충만할 수 있었다. 한 세기를 마감하면서 그 동안의 시와 비평에 대한 나의 관심을 이 평론집으로 마감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이로써 나는 시론, 시창작, 시 비평 등 시에 대한 이론과 실천과 그 해석을 총체적으로 경험하게 된 셈이다.

홍문표, 머리글 <시와 비평과 진실> 중에서


      - 차    례 -

1. 에덴의 시학
    ― 나의 시 나의 시학
에덴으로 가는 길
내 영혼 강물에 띄워
오늘도 청산에 오르며 …

2. 시적 상상력과 감성의 시학
[박진환] 시적 상상력과 감성의 시학 
[이영지] 은빛 언어의 환상
[권오욱] 사랑과 구원의 영원한 연가
[황엽] 형상과 유희의 시간의식 
[임향] 女心에 그리는 별꽃 서정
[유해린] 마법의 유리성과 백설공주
[배경숙] 사라져감의 역설적 미학
[장태숙] 싱그러운 감성의 연가
[박경혜] 영혼의 자유와 진동하는 언어
[김영태] 그리움과 사랑의 그 신비한 발성
[여명옥] 시조의 조형적 실험 
[이상례] 밤바다 그 연민의 공간
[조완수] 섬으로 걸어가는 시적 메타퍼
[장혜영] 보다 시적인 눈물을 위하여 
[조명숙] 새벽달 같은 소망

3. 존재탐구와 화해의 시학
[곽문환] 존재탐구와 화해의 시학
[박명용] 존재인식의 시학적 미학
[김사림] 그가 남긴 끄나풀
[노수빈] 사물의 인식과 창조적 언어 
[박재천] 존재 탐구 신앙적 고백
[김문옥] 소멸과 생성의 변증법
[박영숙] 연꽃 속에 빛나는 불심의 시학
[동옥균] 종교적 구원, 시적 구원
[조임생] 순수공간에의 그리움
[이훈식] 종교시와 예술시의 가능성
[김영천] 당신과 그리움과 하늘의 시학
[최대남] 어느 페미니스트의 고백 
[오차숙] 바람꽃 바위섬의 연가 

4. 지속의 시간과 창조적 시학
[성기조] 달동네의 사랑학
[김후란] 역사적 오늘과 실존적 오늘 
[최일환] 화해와 통일의 절절한 시정
[문효치] 지속의 시간과 창조적 시학 
[백준찬] 역사적 삶과 시인의 열정 
[표회은] 파괴되는 자연과 시적인 구원 

5. 절제된 언어와 일상의 시학
[신웅순] 절제된 언어와 일상의 시학 
[김석환] 심천에 흐르는 의식의 뿌리 
[육종관] 창고에 가득한 별을 느끼며
[김수년] 소박하고 진실한 목소리
[김영태] 바람꽃 뿌리찾기
[장병천] 순수한 서정시의 미학
[신계전] 고향, 그 원초적 향수의 시학 
[선홍기] 문명시대의 존재와 시간 
[임향] 어린이와 천국과 상상력의 세계
[배진희] 푸른 들, 푸른 마음

6. 살풀이의 시학
문효치•박진환•신규호•유승우• 이용주•임보• 장금순•정의홍•홍해리•
권천학• 김규화의 <살풀이>

[1999.10.25 초판발행. 689페이지. 정가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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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문표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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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월 (dsb@hanmail.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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