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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11월18일 21시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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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쓴 시


바다가 쓴 시 
김명이 시집 / 시와사람 刊

  내 이웃의 희로애락을 한 줄의 시로 쓴다는 것이 힘들었지만 행복했다. 오고 가다 이웃의 작은 일 하나에도 그냥 지나쳐 버리지 않고 언어를 구상하여 무를 유로 창조,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은 보람찼다. 수년 동안 모아 온 글을 책으로 엮어 내기 위해 출판사로 보내려니 딸을 시집보내는 심정 같다.
  막상 시집을 세상에 내놓으면 독자들이 몇 페이지만 읽다가 덮어 두지나 않을까 두렵기만 하다. 책 분량의 반만 읽어 주어도 나는 만족할 것이다. 여자란 이름 때문에 배움이라곤 초등학교 3년간이 다였기에 평생을 갈매기처럼 바다 위에 살면서 어촌의 삶을 일기를 쓰듯이 물살을 넘겨 가며 적었다. 주위에서 예순을 넘은 나이에 공부가 가당키나 하냐는 비아냥거림도 있었지만 나는 내친 걸음 포기하지 않았다.
  서툴고 가벼운 졸작이라도 이 한 권의 시집이 힘없어 배우지 못한 사람들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남들이 한 시간 노력할 때 나는 열 시간도 부족했지만 시작이 반이란 말이 맞는 말이다. 낮은 곳을 바라보면서 용기와 힘을 얻었고, 무엇이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할 수 있다는 결단을 거듭했다.
  바다는 내 인생의 스승이다. 인내도 격정도 바다를 보고 배웠다. 바닷가의 모래알만큼이나 무수한 상념들, 내 이웃의 아품을 내 것으로 만들어 시로 빚어 놓고 보면 아쉬움만 남을 때가 한두 번이었던가.
  남자도 아닌 딸이 뱃사공이라고 가슴치며 살다가 하늘로 가신 어머니께 이제 딸은 바다 아닌 원고지를 헤엄치는 시인이 되었다며 엮어 낸 시집을 먼저 드리고 싶다. 그리고 한글도 제대로 모르던 나를 여기까지 이끌어 주신 박태일 교수님, 용기와 힘을 준 가족 그리고, 함께 공부한 모든 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김명이, 책머리글 <시인의 말> 중에서

  거슬러 올라가면, 뱃일에서의 여성의 노동 소외는 원시수렵 시대의 그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동과 사냥이 생업의 주된 노동이었던 원시사회에선 여성이 소외되었다. 진짜 이유는 노동의 고됨 때문이 아닌, 여성이 감내해야 할 임신과 육아문제의 결과였다.
  이번 김명이의 시들이 보여주는 가장 큰 특성은 이런 뱃일을 관념적으로 접근하는 데서 출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구체적인 사실을 근거로 자신의 다양한 삶의 경험을 들춰내면서, 곡절 많은 다른 바닷사람들의 얘기를 함께 들려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시인은 우리에게 생업의 현장에서 살아가는 바닷가 여인들의 현실을 진지하게 들여다 보고 보다 심층적이며 의미 있는 만남을 하도록 권유한다.
  현장성의 바다 경험을 중시하는 김명이 시인에게 바다는 자기 혼자만의 것은 아니다. 그 바다는 애당초 남편과 함께 일하던 삶터였다. 그런즉 모든 희망을 접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바다는 시인의 삶과 분리되지 않는다. 결코 물리적 차원의 바다가 아닌 까닭이다. 저버리고 싶어도 저버릴 수 없는 바다요, 하찮은 순간 하나 포기할 수 없는 바다다. 시인의 삶에 육화된 바다는 쉼 없는 바다의 출렁임처럼 계속해서 요동친다. 때론 서정적으로, 때론 격정적으로, 그 모습은 각기 다른 형태지만 상호의존적인 바다다. 겉으로 표출되지 않는 내적 긴밀함을 갖춘 바다다. 무엇보다 존재와 관계를 맺은 바다기에, 시인의 바다는 우리의 목소리가 기억과 영혼들이 머무는 육체를 동경하듯 그 웅숭깊은 경험적 삶이 머물 장소를 한없이 동경한다.
  김명이의 시는 이런 장소를 찾으려는 걸음걸이로 씌어졌다. 특히나 여선장으로 배를 부리며 살았던 지난 40년의 세월은 길이로만 가늠할 수 없다. 보고 듣는 것만으로는 시인이 겪은 고된 뱃일의 고초가 얼마인지 알 수 없다

최영호(문학평론가·해군사관학교 교수), 해설 <물이랑에 깃든 청일호 여선장의 바다시학> 중에서


   - 차    례 -

 시인의 말

1  바다 은퇴식
바다 은퇴식
광암 어판장
바다의 그루터기
파도
덕성호 여선장
파란만장 
바람꽃
만남
미더덕 양식장
설뫄 사공
겨울 바다
잠수함
굴 껍데기 손
공판장
바다와 동행하다
겨울 비
바다 고개
안개
훈장
첫날밤
시월의 달

2  섬과 섬 사이
바다가 쓴 시
솔섬
내외
봄 바다
섬과 섬 사이
사부곡
통구무이 아지매
고래
고백
봄 바다 꽃밭
포옹
왜가리
저녁바다
해일
바다
전어
독서하는 갈매기 눈이 붉다
진우도
신명수산의 하루
고향 진동만
미더덕에게 묻다

3  필통 같은 기차를 타요
필통 같은 기차를 타요
선운사
돌부처
사랑
문수사 가는 길
한가위
벗어 놓은 발바닥
메밀 죽
씨감자
IMF
우리 노인요양원
자화상
소리 없는 시 낭송
장산못
품꾼
낡은 구두
보릿고개
산다는 것
광암 풍경 1
광암 풍경 2
섬진강 풍경

4  작별
작별
폐가
수정댁
배추장다리
아이스케끼
유언
빈방
버팀목
자리끼
기일
유산
부고
흙발
토담집
바람
눈물이 아프다
지게
순덕 할머니
울 엄니
오늘
그해 가을
시그리

해설 | 물이랑에 깃든 청일호 여선장의 바다시학_최영호

[2011.10.10 발행. 143페이지. 정가 8천원]




[ 조회수 1,515 ] [추천수 5]
 
김명이 시집『 바다가 쓴 시』출판기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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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성근 (baekim2003@hanmail.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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