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하룡]
들어가며
청탁자의 의도는 충분히 이해된다. 지방에 살더라고 ‘문학도 지방화 시대’라고 당당히 부르짖으며 당당 하자는 목소리를 기대하고 이런 청탁을 하지 않았을까
짐작이 된다. ‘문학도 지방화 시대’라면, ‘지방’이라는 것은 ‘서울’ 즉 ‘중앙’의 상대 개념으로 여러모로 부족하고 미흡한 처지에 있는 곳이라는 개념을 훌훌 벗고 어쩌면 중앙을 넘어서는 곳이 되라는 소리로 들린다. 사회 각 분야가 지방화로 탈 지방의 가치상승이 이뤄지는 상황이므로 문학도 이제 당연히 지방화로 어디에도 눌리지 않는 탈 지방이 되어야 하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지금 필자는 ‘지방화’ 운운 어쩌고 하는 표현은 별 의미가 없고 노력하기 따라서는 중앙과 균형을 이뤄가는 지역화 시대로 정리하고 싶다.
경남문학의 지역화라면 무엇일까. 경남 문학의 제대로 된 당당한 실상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종전에는 서울에 문협 본부가 있고 문협 본부 중심으로 서울에 산다는 것만으로도 중앙조직의 중심에 바로 편승해 있었으나 지금은 서울에도 구청별로 문협이 세분화되어 지역화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니 서울 살아도 지역회원이 있고 이들이 중앙회원이 되는 구조는 지방에 있는 문인들의 그것과 하등 다른 것이 없이 되고 있다.
경남지역 문단 활동은 크게 두 개의 단원으로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것은 문인의 실상과 문학의 발표무대인 문예지면의 실상이라 하겠다.
경남의 문인 실상
경남 권 문인총수는 문단 권과 비문단권으로 세분해 볼 수 있다. 문단 권으로는 ‘한국문협’과 ‘작가회의’로 대별되며 한국문협은 도 단위로 작용하면서 지방 시, 군까지 조직을 거의 갖추고 있다. 경남은 한국문협의 단위 조직은 경남도단위의 경남문협이 있고 최근 마산 창원 진해의 통합이 창원이라는 이름으로 탄생하긴 했으나 예총과 문학단체의 통합은 잠정 보류된 상태이다. 아직 통합에 걸 맞는 준비가 미흡하여 창원 마산 진해로 당분간 분리 운영되게 되어있다.
따라서 현재는 창원을 비롯하여 마산, 진해, 진주 등 시 군 단위로 거의 빠짐없이 문협이 조직되어 활동 중이다. 작가회의는 경남작가회의 중심으로 지역 조직 없이 도 단위조직으로 짜여 운용되고 있다. 경남문협은 현재 회비를 내고 있는 회원이 600여명 되고 있다. 장르별로 보면 시 280, 수필 150, 시조 110, 아동문학 40, 소설, 평론 20여명 등으로 짜여 있다. 경남작가회의는 전체 총수 90여명으로 짜여 져 있다. 문협이나 작가회의나 장르를 넘나드는 회원이 더러 있어 장르를 구별 짓는 것이 사실상 애매한 경우가 많다는 점도 언급되어야 할 것 같다.
임신행은 아동문학이 주 장르이면서 시집을 네 권이나 내어 시 영역의 활동이 만만치 않다. 하길남 역시 시와 평론 양쪽 영역 다 활발하다. 소설의 표성흠도 시와 소설을 쓰고 아동문학의 하영, 류경일도 시를 병행하고 있다. 작가회의의 오인태 전 회장 역시 시와 동시를 씀으로 시와 아동문학을 넘나들고, 하아무도 소설과 동화 양 장르를 넘나들고 있다. 서정홍도 시와 아동문학을 동시에 겸행하고 있다. 따라서 장르로 구분하여 문인을 세분하는 것에는 회의가 간다고나 할까.
문예지로 본 실상
― 상업문예지
실상은 상업지라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문예지, 특히 지역에서 내는 문예지는 도대체 돈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별도 지원 없이 독자 혹은 광고를 의식하고 펴내는 잡지는 상업지로 구분 짓지 않을 수 없다.
이우걸 시인이 호주머니를 털어 동분서주하며 내는 반연간지 <서정과 현실>, 오하룡 시인이 도서출판 경남을 이끌어가면서 순전히 사명감으로 내고 있는 계간 <작은문학>, 어떻든 이 두 개는 인구 300만이 넘는 경남에서 종합문예지로써 경남의 체면을 살리고 있는 문예지인 것만은 틀림없다.
최근 와서 <서정과 현실>은 경남문화재단에서 약간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잡지는 올 상반기로 통권 16호를 기록하고 있다. <작은문학>은 95년에 창간하여 명색이 계간이나 연 평균 3권씩 펴내어 올 봄여름호로 통권 44호를 기록하고 있다.
― 비 상업문예지
여기에는 동인지 성격과 단체의 기관지 성격의 문예지로 구분지어 볼 수 있다. 한국문협 산하의 경남문협은 계간지 <경남문학>을 1981년에 창간한 이후 현재까지 95호에 이르는 연륜을 쌓고 있다. 지역의 창원문협은 <창원문학>을 현재 21호 내고 있고 도내 가장 전통 있는 조직인 마산문협도 <마산문학>을 현재 34호까지 내고 있다. 진주는 <진주문단>(27호), 김해는 <김해문학>(23호)처럼 지역마다 지역 이름을 딴 문학지를 내고 있다.
<진해문학>(20호), <고성문학>(26호), <의령문학>(14호), <사천문학>(11호), <통영문학>(29호), <함안문학>(21호), <거제문학>(30호), <남해문협>(18호), <거창문학>(21호), <함양문학>(19호), <양산문학>(15호), <밀양문협>이 모두 지역문협의 기관지 성격이다. 그러니까 경남의 시군에는 거의문예지를 내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모두 발행인이 지역문협회장이 되고 있다.
한국작가회의의 산하인 경남작가회의는 <경남작가>를 처음에는 연간으로 발행하다가 지금은 반 연간으로 내고 있다. 현재 21호를 기록하고 있다. 경남작가회의는 산하에 조직이 없다. 밀양작가회의가 있으나 이 단체는 경남작가회의의 산하조직이라기 보다 작가회의의 직할 조직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경남작가회의가 있기 전에 밀양작가회의가 생겨 <밀양문학>이라는 기관지를 발간하여 왔기 때문이다.
이밖에 경남시인협회에서 <경남시학>(2호)을, 경남시조시인협회에서 <경남시조>(27호)를, 경남소설가협회 <경남소설>(5호)을, 경남아동문학회에서 는 연간 성격으로 매번 이름을 다르게 붙이는 <경남아동문학>을, 경남수필문학회에서 <경남수필>(32호)을, 경남가톨릭문인협회(최근 가톨릭마산교구문인협회로 개칭)의 <경남기톨릭문학>, 국제펜클럽 경남위원회의 <경남펜문학>(6호), 김달진문학관 발행의 <시애>(4호)가 나오고 있다. 이들 문예지는 모두 문예내지 문학단체의 기관지 성격이므로 순수문예지이긴 하나 비상업문예지에 포함하는 것이 무난하지 않을까 한다.
이 밖에 통도사 서운암의 성파스님이 주재하는 <화중련(火中蓮)>이라는 시조전문지가 있다. 반 연간으로 현재 11호가 나와 있다. 이 책은 기관지가 아닌 순수한 개인 출연의 문예지라 할 수 있다.
― 동인지
상업문예지도 아니고 기관지도 아니면서 회원들의 회비내지 지원금으로 지탱하는 문예지를 동인지로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현존하는 대표적인 종합문예 성격의 동인지로는 창원지역에서 나오는 <작업>(23호), <가락문학>(16호), 마산지역에서 나오는 <경남여류문학>(20호), <문예사랑>(4호), 통영에서 나오는 <물목>(5호), 사천지역에서 나오는 <마루문학>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마루문학은 현재 30여 호의 실적을 가지고 있다. 시 전문동인지로는 창원에서 나오는 <동운문학>(20호), <시향>(8호), <참글문학>(13호), <홀씨>(11호), <객토>, 문청 등을 들 수 있고 시조 동인지로는 <섬진시조>가 25호의 연륜을 헤아리고 있다.
수필전문 동인지로는 통영에서 나오는 <수향수필>(38호), 마산 창원 지역의 <동인수필>(39호), 거제 지역의 <거제수필>(12호)을 들 수 있다. 이 밖에 창원대 평생문예대학 출신들이 내는 <소나무 5길>(9호), 경남문학관 문예대학출신이 내는 <문심>(7호) 동인지는 시 수필을 아우르는 종합지성격의 동인지라 할 수 있다. <경남문원>(5)도 경남문인회라는 단체가 내는 것으로 종합문예지 성격의 동인지이다.
이들 동인지는 발간 실적 3회 이상이면 해당되는 문예기금 지원 대상으로 경남문화재단으로부터 지원금을 받고 있다. 금년도 지원금 내역을 보니 재밌는 것은 비슷한 얄팍한 동인지인데도 어떤 동인지는 많이 받고 어떤 동인지는 적게 받는 차이가 있어 의아스러웠다.
결어
이상 경남이라는 지역의 문학현황을 살펴보았다. 지역문학의 활동을 객관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것은 지역문인들의 활동이 어느 정도이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지난해의 경우 청마문학상을 마산지역 원로 이광석 시인이 받았다. 소설과 시를 쓰는 거창의 표성흠 소설가는 올해 연암 박지원을 소재로 한 장편소설 <뿔뱀>으로 ‘제1회 연암문학상’을 받았다. 창원의 이우걸 시인의 지난해 가람시조문학상의 수상에 이어 올해는 역시 창원의 김연동 시조시인이 이 상을 수상하였다. 창원의 이처기 시조시인은 올해 한국시조시인협회가 주는 ‘한국시조문학상’을 받았다. 이 상은 현재 경남문협 회장을 맡고 있는 김복근 시조시인이 받은바 있는 상이기도 하다.
최근 나온 소위 중앙무대의 문예지를 보니 경남문인들의 활동이 돋보이고 있었다. 예를 들면 배한봉 시인은 월간 <문학사상> 6월호와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커버스토리 시인으로 특집화 되고 있고, 잇달아 금년도 소월시문학상 수상자로 발표되고 있음을 본다. 이 상은 경남출신 정일근 시인이 몇 해 전에 받은 적이 있다. 창녕출신의 최영철 시인이 이형기 문학상의 수상도 돋보였다.
중진급 강희근, 고영조, 홍진기 박노정 시인을 비롯하여, 이달균, 김승강, 김명희, 이영자, 오인태, 서정홍, 김이듬, 정삼조 시인 등이 새 시집을 내어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을 비롯하여 유홍준, 박서영 시인 등이 비중 있는 문예지 평설 등에 오르내리며 화제가 되고 있음을 본다. 수필에서는 정목일 수필가의 활동이 두드러진다.
그는 작품으로는 물론 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으면서 연초에 실시된 문협이사장단 선거에서 부이사장으로도 선임되기도 하였다. 시조의 이우걸 시인은 진작부터 시조시단의 중추기구인 한국시조시인협회 차기회장의 물망에 오르고 있을 뿐 아니라 이 단체와 쌍벽의 성격인 시조시인회의 회장을 맡아 시조시단을 장악하고 있다. 이밖에도 필자가 모르는 경남문인들의 활동이 있으리라 본다. 이 정도면 경남작가들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증좌가 되리라 본다.
이런 사실을 볼 때 이제는 굳이 서울을 중앙으로 의식하고 기웃거릴 이유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작품만 제대로 평가받으면 문단의 중추기능에 참여하는 것도 쉬운 일로 보이며, 작품도 어디서 쓰든 발표에 별로 문제가 있을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중앙과 지역을 이분법으로 나누어 볼 이유도, 지역이라고 스스로 위축될 이유도 없는 것이다. 당연히 ‘문학도 지방화 시대’ 운운할 하등 이유도 없다 할 것이다.
■ 오하룡
시인. 계간《작은문학》발행인
[계간《문예운동》2011년 가을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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