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동]
글을 쓰는 자의 자유는 진실이다. 진실이 없으면 곧 자유가 없는 글이다. 자유가 없는 글이라면 글의 시체일 뿐이다. 오늘날 글의 시체를 많이 본다. 시체는 마
침내 부패되어 악취를 풍기고 있다.
나는 평생에 글을 쓸 것이지만 결코 글의 시체를 다루지는 아니할 것이다. 진실이 결핍되고 원고지나 채워 놓은 글을 산글이라고 보지 않기 때문에 나는 그런 글은 결코 쓰지 않을 것이다. 진실은 생명이다. 그것이 어두운 일이든 밝은 일이든 개의치 않고 오직 진실을 취급할 수 있는 글쟁이의 일생을 살고 싶은 것이다. 세월이 가고 또 오면서 역사가 씻겨 나가고 진실이 왜곡되는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나는 글을 쓸 것이다. 수필가라는 공인의 신분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수필이란 진실과 사실과 체험의 솔직함과 과학적인 면밀함을 요구한다. 그러므로 소설과 다르고 시와는 정반대라 할 수 있다. 사건을 미화한다거나 자신의 부끄러운 치부를 숨기려고 진실을 절단한다면 그것은 수필이 아니다. 그러므로 수필은 감정이 들어가도 안 되고 보이지 않는 언덕 너머에 개울물을 설명해도 안 된다. 오직 눈으로 본 것을 그대로 사실화처럼 글로 형상화하는 것이요, 귀로 들은 것을 글로 형상화하는 것이요, 코로 맡은 냄새를 글로 형상화하는 것이요, 입과 혀로 맛본 것을 형상화하는 것이요, 감각으로 느낀 것을 글로써 형상화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수필을 쓰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왜냐하면 이는 사회를 정화할 수 있는 근본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사회는 역사가 위장되고 진실함과 정직함이란 찾아보기 힘들다. 이렇게 나가다가는 소돔과 고모라의 최후를 남의 일로만 볼 수 없는 두려움마저 느낀다. 수필은 자기의 오관(五官)을 통해 본 과거나 현실을 사실 그대로 재현시킨 글로서, 다듬지 않고 화장하지 않고 있는 사실 그대로를 쓴 것이다.
나는 글에 대한 자유를 얻은 것을 행복하게 여긴다. 내가 나를 속이지 않는 글을 평생 쓰고 산다는 그 행복을 누가 알까마는, 나는 참으로 즐겁고 행복하다. 그러므로 내 글은 지혜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요 지식에서 건져낸 것도 아니다. 오직 내 영혼을 과감히 해부할 수 있는 진실에서만 나오는 글이기에‥‥
■ 김기동
수필가. 한국수필가협회 부이사장
[월간《한국수필》2011년 7월호 '월산의 사람 사는 이야기(22)'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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