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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06월09일 08시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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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문학 활성화를 위한 제언

[김석규]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중앙’혹은 ‘서울’과 ‘지방’이라는 말은 이분법적 구도의 주종관계나 예속관계라는 다분히 저자세적인 뉘앙스를 풍긴다. 그래서 자연 ‘중
▲ 김석규 시인
앙’은 모든 면에서 앞서가는 우수하고 위상이 높은 우월적 개념으로, 이에 반해 지방은 모든 것이 미미하고 낙후되고 보잘 것 없다는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갖기 마련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중앙이라고 통칭하는 서울의 문학을 중심문학, 지방으로 통칭되는 시, 도, 구, 군의 문학을 주변문학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인식은 한갓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 비록 서울에서 간행되는 문학매체에 발표되는 작품이나 출판된 작품집 이라 하더라도 실제로 집필 창작한 공간은 서울 이외의 지역이며 그곳에서 거주하는 문인들에 의하여 쓰여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문학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지역만을 기준으로 하는 중심문학과 주변문학으로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한 것이며 하등의 가치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만약에 중심문학, 주변문학이라는 개념이 성립된다면 이는 양질의 우수한 문학과 저질의 조잡한 문학을 나타낼 것이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개별의 문학작품에도 수준과 품격의 차이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품격이 높은 문학과 낮은 문학의 개념과 정의로 정리되는 것이 설득력을 갖게 된다. 수준과 품격이 높으면 좋은 문학 질 높은 문학으로 많은 독자들을 감동시키고 독자들의 의식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고향시킬 뿐만 아니라 문인의 자유의지가 치열하게 구현되어 있는 문학으로서 나아가 역사를 한 걸음이라도 진전시키는 문학을 말한다. 이런 관점에서라면 품격 높은 문학은 그것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것과 지역과는 전혀 무관하다. 서울에서 생산되고 소비되는 문학이 결코 지역에서 생산되고 소비되는 문학보다 뛰어나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문학의 생산과 소비가 서울에 편재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인구밀도와 무관하지 않다. 인구 밀도가 높은 곳에 문학이 집중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중앙과 지역의 문제는 실제로 인구가 서울로만 집중되면서 이에 따른 정신적 물질적 손실이 크다는 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우수한 시인이나 작가가 서울로만 몰리고 있고, 이와 관련한 정부의 예산과 재정의 지원 또한 편중적으로 뒤쫒아서 집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구의 서울 집중은 1960년대 말 산업화 이후 더욱 가속화되었으며 급속한 이농현상으로 말미암아 지역의 마을공동체가 끌어안고 있던 민속문학 즉 민요나 설화 등이 한꺼번에 일실되어 갔으며 서민들의 생활터전이 농촌에서 도시로 특히 서울로 이동되면서 점차 문학의 중심도 그곳으로 이동되어 갔다.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그 지역에서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하는 양반문화와 다른 한편에서는 농민들을 중심으로 한 평민문화가 상호 의존하는 가운데 자라나고 꽃 피워 왔던 것이 한 특징이 되었다. 양반들 사이에는 한시 시조와 가사 등이 터를 이루고 있었고 평민들 사이에는 민요와 판소리 가면놀이 굿 등이 상존하면서 이 두 문화가 상호조응하며 다양한 형태로 이원적 가치를 발휘했던 것이 근대 이전의 생활상이었음을 안다면 오늘의 중심으로의 서울문학 주변으로의 지역문학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이것의 역사가 별로 오래되지 않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지방자치제 실시도 십 수 년이 경과했고 어느 정도 정착되어 있으며 의회 기구도 갖추고 있다. 자치단체 가운데는 재정자립도가 열악한 곳도 있으나 주민 직선에 의해 선출된 단체장이 나름대로의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있다. 그리고 자치단체별로 문화재단이나 문예진흥기구 등이 설립되어 문학예술의 육성 발전을 위한 행재정적 지원이 아직까지는 만족할만한 수준에는 이르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지역문단이 점진적으로 활성화 될 것이라는 기대도 갖게 한다.

우리나라 최장수 문예지로서 가장 권위 있는 『현대문학』1955년 5월호에 실려있는 ‘한국현역문학가 명단’(1955.5.1 현재)을 보면 시 78, 소설 60, 평론 10, 아동문학 9, 수필 5, 시조4, 희곡 4, 외국문학 2, 시나리오 1명 등 총 173명으로 나와 있다. 이에 비해 『월간문학』2011년 1월호 합본부록으로 ‘한국문인협회 회원주소록’(2010.12.22 현재)이 올라 있는데 시 5500, 시조 760, 민조시 21, 소설 774, 희곡 122, 평론 158, 수필 2777, 청소년문학 29, 아동문학 890, 외국문학 31, 도합 11,062명임을 알 수 있다.

이 수치만 보아도 56년 동안 문인의 수가 약 70배 정도나 팽창하였음을 볼 수 있다. 가까운 부산의 경우만 해도 시인이 70년대 초에는 시조를 포함해서 74명이었으나 현재는 600여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부산문인협회 회원 수(2011.2.7 현재)는 시410, 시조 85, 소설 23, 수필 299, 아동문학 65, 평론 및 외국문학 21명으로 총 903명의 회원이 있는데 여기에는 작가회의 소속 문인들은 포함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아직도 입회하지 않고 있는 문인들 수 또한 상당수가 되리라 미루어 본다면 이보다는 훨씬 더 상회하리라 생각된다.

이를 볼 때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문인보다 전국 각지에 거주하고 있으면서 창작활동을 하는 문인들이 더 많은 데 굳이 중앙이나 지방으로 따져서 가릴 필요가 있겠는가. 필요하다면 서울 지역, 경인지역, 경남지역, 부산지역 등으로 구분되어질 수밖에 없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지방’이라는 말에서 ‘중앙’ 즉 ‘서울’이라는 지역의 문학 환경에 대한 자기 비하적 열등감을 나타내고 있다. 지방이 서울에 대한 예속적 의미를 나타내는 것으로 이해하는 셈이다. 따라서 지방이라는 말에는 적잖은 사람들이나 필자 역시도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으며 그런 연유로 ‘지방’이라는 말 대신 ‘지역’이라는 용어를 더 선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방’이라는 말에 비해 ‘지역’이라는 말에는 ‘서울’에 대한 거부감에서 비롯된 주체적 자각과 함께 자의식의 발로로 ‘서울’역시 여타의 지역처럼 하나의 지역으로만 본다는 입장이다.

이의 실증으로 전과는 달리 이제 지역에서도 격조 높은 문학 매체들이 군웅할거식으로 간행되고 있으며 전국을 아우르는 다수 문인들에게 발표 지면을 제공함으로써 그 역할과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명성과 권위도 누리고 있다. 예시하면 김해의 『서정과 현실』, 마산의 계간『작은문학, 진주의 『시와 지역』, 부산의 『시와 사상』,『신생』, 대구의 『시와 반시』, 『사람의 문학』, 대전의 『문학마당』,『애지,『시와 정신』,『시와 인식』, 광주의 『시와 사람』,전주의 『문예연구』,제주의 『다층』, 강릉의 『시와 세계』등 그리고 가장 최근으로는 수원에서 간행된 『시와 표현』을 꼽을 수 있겠는데 참으로 지역문학의 르네상스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는‘중앙’‘지방’이라는 말은 진부하게 들리며 중앙은 중심이라는 말로 지방은 지역이라는 말로 대체되고 있다. 이것은 단지 용어를 바꾸어 사용하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중앙과 지방이라는 수직적 구도와 편견을 깨트림과 동시에 수평적 구도로 모든 지역을 열어놓음으로써 각 지역은 나름의 위상을 갖고 지역 간 상호보완적 관계 정립과 역할 구도로 자리매김하는 시초가 된다.

그리하여 서울이 중앙으로서의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만 하나의 중심에 지나지 않음을 인정케 하여 전국을 이끌고 가야한다는 부담감으로부터 자유롭게 하주고 동시에 모든 지역도 하나의 중심이 되도록 추구하고 격려해 주어야 한다. 그 결과 전국이 다 중심구도 체제로의 정립을 가져올 것이다.

문화는 획일화 될 수 없는 것으로 어느 한 지역이 갖는 독특한 문화는 타 지역과의 변별성을 전제로 우열의 문제가 아닌 다양화와 다양성으로 수용되어야 한다. 때문에 그 지역은 그 지역만의 독특한 문화를 일구고 가꾸어 나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차제에 평소 필자가 생각해 온 바의 지역문확 활성화 방안에 대한 몇 가지 소견을 개진해볼까 한다. 먼저 문인 스스로가 지역문학의 중심이라는 차원에서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문학발전과 위상을 높여가기 위한 사명감으로 헌신하고 노력하려는 결의와 자세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지역문학을 활성화 시키는 구성요소의 일원이지만 문학작품의 창작은 오직 혼자만의 작업에 의한 성취이므로 자기의 확고한 문학세계를 구축하고 빼어난 작품을 생산해내기 위하여 부단한 자기계발과 절차탁마에 더 많은 시간과 피나는 노력을 투자하지 않으면 안된다. 작품의 질적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은 결국 지역문학의 위상과 직결된다.

이의 구체적인 실천방법으로는 창작된 작품에 대한 토론 합평회 비판 낭송회 개최 수정 개작 등의 작업과 창작의 영양소를 공급하기 위한 고전감상 시간 읽기 상호독서정보교환 프로그램 스터디 그룹 등 공동체적인 사고와 노력점을 통한 창작 역량 강화와 알차고 풍부한 정보교환은 질 높은 작품을 생산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지역문학의 향상과 발전을 위한 추진동력은 무엇보다도 재정에 달려있다. 모든 과업을 수행하는 데는 재정이 윤활유 역할을 하므로 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평소 자치단체와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여 사업의 예산편성과 확보에 노력하는 한편 지역내의 법인 기업체 그리고 출향인사 가운데 재력가나 뜻있는 독지가들과 메세나 운동을 전해해 나감으로서 문학에 관한 매체발간, 시설, 도구, 장치, 환경조성 등 지역문학 발전을 다각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본다.

또 하나 지역문학이 타지역에 비해 중심되어 우뚝 서기 위해서는 개성적이고 독창적이며 특성화된 문화 콘텐츠를 펼쳐 나가야 한다.

경남은 타지역과 달리 예술 문학제의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다. 우리나라 축제 효시인 진주의 개천예술제를 비롯해 함양의 지리산문학제, 산청의 천상병문학제, 하동의 토지문학제, 이병주문학제, 삼천포의 박재삼문학제 통영의 한산대첩제, 진해의 김달진문학제, 밀양의 아랑제, 김해의 가락문화제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러한 행사의 운영과 집행에 있어 보다 치밀함과 더욱 알차고 풍부한 내용을 심도 있게 정리 보완해 나가는 작업도 지역문학이 감당해야 한다. 그리고 그 지역에 널리 분포되어 있는 토박이말에 대한 깊은 애정과 관심을 갖고 작품 속에 사용빈도를 높인다든지 더욱 갈고 닦음으로써 자생력을 높여간다면 지역문학 또한 한층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시대 사회의 이슈로 부각되는 쟁점이나 운동을 공동의 목표로 삼아 전개해 나가는 것도 앞서가는 지역문학으로서 뜻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예를 든다면 도덕 재무장이나 멸실된 전통문화의 복원과 계승발전, 물질문명과 산업화의 와중에서 상실한 인간성 회복과 사랑의 실천운동, 생태문학운동, 다문화 가정문제, 노령 사회문제 등등 주변에 산재해 있는 많은 문제점을 지역설정이나 환경 여건 등에 적합한 것을 선택하여 지역문학이 다루었으면 한다.

또 중요한 것으로는 탁월한 식견과 안목을 가진 평론가들의 확보와 이들을 키워내는 일이 요구된다. 평론가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이들이야말로 문학관리자로서 창작하는 문인들의 정신세계를 고양시키고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면서 지역문학을 올바르게 이끌어 나가는 향토이며 아울러 그 지역에서 생산된 작품을 전국에 널리 소개하고 직접 독자들과 관계를 맺어주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이와 덧붙여서 지역문학이 지향하는 바의 목표도달을 위한 사업을 기획하고 각종 내용을 실천해 나갈 기획 편집 실무 등의 능력이 뛰어난 전문 인력을 키워내는 일도 중요하다. 이러한 전문 인력이 없이는 지역문학이 답보상태에 머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지역거주 문인은 가급적 지역 내 출판사를 통해 작품집을 발간함으로써 출판문화를 촉진시킴은 물론 도서생산과 유통구조를 더욱 건실하게 하는 촉매역할을 하리라 본다.

지역문학이 보다 활기차고 생동감 넘치기 위해서는 지역과 전국의 언론매체들과도 깊은 연대감을 나타내야 할 것이다. 작품이 가장 먼저 소개되는 공간이 TV 라디오 신문 등의 언론매체이기 때문이다. 양질의 문학을 효율적으로 널리 소개하고 보급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매체들을 이용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다.

끝으로 동궤의 유대감 내기 부리를 같이하는 연대의식의 지역기리는 보다 광역화로 확대 통합해 나가는 방안도 강구해 볼 수 있겠고 만약 그것이 이루어진다면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 김석규 시인

[계간《작은문학》제44호(2011년 봄·여름호)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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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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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월 (dsb@hanmail.net)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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