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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속의 노래-최종회[박찬현]
2009-04-17 06: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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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현 시인
△《문예사조》시 등단
△한국문인협회, 한국펜클럽한국본부, 서대문·은평문인협회 회원
△대전 백지동인. 청다한민족협회 간사
△시집『먼나라』, 『종이강』
△지방문화재 노씨문중 의병 영정, 천주섭리수녀원 성화 제작. 불우이웃돕기 갤러리 30점 기증. 와우갤러리 작품 등재
조회:1613
추천:93

 

19.들어 올린 등잔

제일상회 여자는 세월이 그만큼 흘렀는데도 아예 관행적으로 산발을 하고 동리를 다녔다. 가랑비가 내리거나 하는 날은 어김없이 밤의 냄새를 만끽하며 골목길을 누비고 다녔다. 사계절 한결같은 측백나무 잎에서 뿜어내는 향긋한 밤의 냄새와 이슬이 내려 촉촉하게 대지로 전해 주는 촉매제의 영향으로 밤공기는 산뜻하다. 꽃들이 흐드러지게 만개하는 오뉴월이 되면 라일락과 아카시아는 마을을 온통 향기지천으로 덮는 밤들의 향연이다. 산에서 불어 내려오는 녹음의 냄새도 좀 더 농도가 진한 엽록소의 풋풋함이 밤을 향기의 매혹으로 이끄는 실낙원이 된다.

 

 

시간이 과거로 흘렀을 당시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은 어둠의 공간 이였고 두어 명의 눈에 발각은 되었지만 이웃이라는 명목 하에 덮어 두었다. 그러나 세월은 한참 지나갔고 훤한 전기도 대낮처럼 밝게 들어 왔고 가로등도 곳곳에 켜진 동리이다.

어린 아동들이 성장 해 어른이 되었고 외부에서 들어 와 자리 잡은 이들도 많은 형편이다. 그런 그들이 지난날과 같이, 그녀를 이해하여 줄 것이란 기대를 한 탓인지 잘은 모르지만 그녀는 밤이슬을 맞으며 거의 매일 밤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무의식처럼 다녔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 눈에 정확하게 뛰 일 수 있는 상황이 전개 되었다.

 

 

아침 일찍 파출소에서 경찰이 다녀갔다.

정씨를 불러 갔다.

그녀를 절도죄로 구류를 처했다.

이웃 젊은 남자에게 잡히어 파출소에 있었다.

밤중에 맞닥뜨린 그녀의 행색은 온통 산발을 하고 더욱이 소복을 입고 있어서 사람을 경악하게 했고, 맨발인 그녀에게서 인기척을 거의 느낄 수 없었던 점으로 인하여, 젊은 남자는 귀신인지 사람인지 가늠 하지 못해, 우선 놀랐지만 너무 놀란 나머지 화가 나서 그녀를 흠씬 두들겨 패 놓았다.

아침이 되자 그녀는 간밤의 기억을 잘 해내질 못했다.

제일상회 여자는 오래 된 몽유병 증세에 도벽이 점철 되었다.

그녀의 밤은, 은밀한 공간 속에서 자신의 바닥에서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는 일말의 소유욕들, 그것들은 일정한 음의 시간이 자석처럼 끌어당기면, 온몸을 헤집고 일어나는 욕망의 힘들이 또 다른 인간을 형성한다. 그녀로서는 그 시간이 흥분의 시간들이였다.

잠자리에 들기 위해 비녀를 가지런히 빼 두었고, 그래서 머리는 풀어졌다.

그녀는 시집오던 시점부터, 한복을 벗으면 속적삼과 속치마를 입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 속옷의 색상이 흰 색상들이다. 그렇게 그녀는 잠자리에서 빠져 나왔기에 늘 신발도 신지 않은 채로 밤길을 나 다녔다.

그러한 입성이 남들이 어둔 밤에 보았을 때에는, 영락없는 산발과 소복의 귀신 행세로 보였다.

지천으로 어둠이 내려앉으면, 그녀는 이부자리를 박차고 설레는 가슴으로 신세계로 들어가는 양, 초인적인 에너지로 가득 찬 여신이 된 듯, 밤을 만끽 했다.

그녀의 신세계는 행복의 나라였다. 그리고 모두가 잡든 고요한 시간에 이집 저집의 닫힌 문을 하나, 둘, 열어보는 재미는 보물찾기 같은 도취감이다.

늘 써 오던 물건들이 시각에 잡 힐 경우, 희열이 충만해 소유하는 기쁨은 배로 증가했다.

그러한 연속은 마을의 모든 집들의 물건들이 그녀의 손으로 하나, 둘, 들어감으로 그녀는 밤의 시간이 흥분의 도가니로 변질 되어 가고 있었다.

가끔, 자신의 그러한 행복을 제어 하는 이들을 그녀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이 되질 않았다. 해서, 그러한 일이 생겨났을 때, 그녀는 그 제어의 힘을 용서하지 못해 파르르 떨고 있었다.

자신의 신세계 속에서 전리품들을 즐기는 시간들인데, 그것을 망쳐 버린 이들을 용납을 한다는 건 매우 화가 나는 그녀이다.

물론, 해가 붉게 솟아 오른 다음 날에는 긴가, 민가 한 일들의 미궁이지만,

아무튼, 그녀는 그렇게 동리를 매일 밤 돌아다니지 않으면 시름시름 앓았다.

그러다가도 다시 밤이슬을 맞으며, 산발을 어둠의 공간에 흩날리고 동리를 돌다가 돌아오면, 한결 기분이 좋아지는 증세인지 현상인지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인 날들인 것만은 확실한 그녀의 전 생애이며, 일상이다.

 

 

파출소에서 경찰에게 진술한 정씨의 내용은, 살고 있는 현재의 고장을 들어오기 이전부터 이미 그러한 증세가 있어서 그곳을 떴다고 했다.

당시에는, 그것이 특별한 증세로 여기지 않았고, 그냥 도벽이 심한 것으로만 생각 했다고 했다.

정씨의 진술 내용대로라면, 제일상회 여자는 낮과 밤을 갈라서 정확하게 다르게 살아가고 있다는 결론이다.

경찰은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란 깊은 의문점을 남겼지만, 어찌 되었든 남의 물건을 가져갔으니 법의 처벌은 피해 갈 수 가없다고 단언 했다.

젊은 사람들은 그 집을 수색 해보자는 의견도 나왔고, 정 그렇다면 정신병원에 의뢰 해 봐야 할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마을의 오래된 어른들의 잘 들리지 않는 낮은 소문들의 진상이 밝혀지므로 젊은이들은 정식적인 조치를 원했다.

“밤의 유령은 더 이상 존재 할 수 없다.”라는 의견이다.

“마을 이미지도 그러하거니와 아녀자들이나 아이들이 그녀를 정작 보았을 때, 얼마나 기암을 하며 놀라겠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만의 하나, 그런 행색을 보고 심장마비라도 오면, 그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이냐?”라는 젊은이들의 생각 이였다.

 

 

그녀는 그동안 밤의 유령으로 젊은이들에게 불렸었다.

그녀의 세계 안에서 혼령처럼 밤을 떠돌던 산발의 영혼,

밤을 밟는 맨발의 감촉을 느끼며 밤의 혼령이 된 영혼,

밤을 적시려 흰옷을 입고 흥분의 도가니에 잠긴 영혼,

그 영혼은 세대가 교차되는 사슬에 엮여 버렸다.

더 이상은 밤을 즐기고 지배하던 과거의 산발한 혼령이 될 수 없게 되었다.

그녀의 세계였던 밤의 광시곡은 이제 막을 내려야만 했다.

그것이 그녀에게 어떤 고통을 수반 해 오던 그것은 그녀의 몫 이였다.

동리가 죄다 안 이상은 더 이상 어둠 세계 속에서 광시곡을 즐길 수 없다.

동리의 젊은 세대들은 두 번 다시 혼령처럼 나다니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데 못을 박았다.

 

 

집에 돌아 온 그녀는 젊은이에게 맞은 곳이 아프다며 방구석을 차지하고 돌아누워 꿈적도 하지 않았다. 정씨는 그런 그녀에게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며느리도 그러한 것을 알고 있었는지 별로 놀라는 기색이 아니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정작 그들의 가족의 일원인지 아닌지 도무지 가늠이 가질 않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제일상회 입장에서 그녀는 적군도 아군도 아닌 몹시 모호한 처세였다.

정작 아이들은 왜 자신들의 할머니가 파출소를 다녀왔는지 의아 해 했다.

그녀는 세월이 흐르면서 밤의 기류가 정작 다른 삶의 길목으로 나누어 졌고 일종의 몽유병 흔적이 굳어진 상황이 되었다. 음의 기운을 받으므로 몽환적이지만 그런 생활이 그녀의 인생을 다시는 절대적 과거로 거슬러 올라 갈수 없고 어둠 속에서만이 온전한 생명처럼 호흡을 할 수 있는 인간으로 누적 되고 진행 된 인생 이였다. 자율의지로도 바꿀 수 없는 밤의 인생이다.

비록 낮에는 멀쩡하게 돌아 와도 그녀 안에 다른 삶이 깊게 자리를 틀고 들어 앉아 있었다. 밤의 삶을 살아가는 그녀 안의 또 다른 그녀를 버리게 되면 생명을 잃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병적인 삶이 된 것이다. 그런 그녀 자신을 잘 안다 해도 이미 인이 박혀 버린 인생 전부를 전환 한다는 것은 물리적인 치료 이외에 다른 방도가 없었다.

 

 

그렇게 며칠이 그냥저냥 지나갔다.

그리고 정씨는 매양 밭으로 논으로 도피처로 나가던 것처럼 말없이 밭으로 갔다.

해가 졌는데도 정씨는 돌아오지 않았다. 며느리는 밭에 나간 정씨에게 아이들을 보내지 않았다. 이내 시간이 이슥해 지고 밤은 이불처럼 온 세상을 늘 고르게 덮었다.

서로에게 기척 없던 시간은 스크럼을 짜듯 뭉쳐 흘러가고 아침이 오자 지나가던 행인이 밭에 오그리고 누워 있던 정씨를 발견하고 집으로 업고 달려 왔다. 정씨의 몸에서 질긴 생명을 손쉽게 끊어 놓은 독한 농약 냄새가 진동을 했고 몸은 이미 차갑게 식어 뻣뻣한 상태이다. 늘 도피 해 가던 밭에서 호미자루를 던져두고 약병을 움켜쥔 채 쓰러져 있었다고 했다.

차갑게 식은 육신은 그동안의 말 못할 심중을 주검을 통해 드러내 보였다.

아마도 며칠을 곰곰이 생각하던 정씨가 내린 결론이 자신의 생을 마감하는 것으로 그녀의 소행을 고칠 수 있을 거란 생각에서 기인 한 것인지 그는 세상을 떠났다.

 

 

정씨의 장례식에 애절하게 목을 매는 이는 서울에 있는 경숙과 아래 두 딸들 이였다. 제일상회 여자는 사람들의 시선이 연신 그녀에게 날아드는 것을 의식을 하는 건지 모르는 척 하는 건지 그저 몸을 바쁘게 움직이며 집안을 들락 거렸다. 상여는 그녀와 이등분 된 타인의 주검처럼 선이 그어진 채......,

상여에 매달려 울부짖는 딸들이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적셔 내었다.

그동안 가슴 조리며 그녀의 행각을 지켜 봐온 정씨는 삶이 힘들었을 것이다.

전 여사가 살아생전 또 얼마나 사실을 밝히느라 가시가 송송히 삐져나온 말들을 퍼 부었던가,

아마, 그 때마다 등덜미에 무수히 꽂혀 온 작살 같은 발언에 가슴이 죄여 왔을 법도 했다. 그 불화살과도 같은 맹렬한 공격을 피해 도망을 치듯, 저수지로 낚시를 가야하는 정신적 고통과 밭으로 논으로 도피하듯 다니며, 매 순간순간을 잊으려 했던 그림들이 선연했다.

구성진 상여 매김 질 소리가 집 앞을 떠돌았다.

남다르게 서글픔을 깊은 늪처럼 끌어안은 채 눈물이 안개가 되었다.

상여에 매달린 얇은 종이꽃들이 그의 눈물 한 장씩 머금은 듯 흔들렸다.

상여 위 허공에서 구성진 가락을 따라 어서 가세나, 가세나, 읊었다.

상여는 오래 마당을 돌지 않고 머리를 틀었다.

그의 상여는 미리 떠나간 장남을 따라서 눈물 머금은 꽃잎 나풀나풀 거리며 총총히 떠나갔다.

아내의 허망한 삶의 마디인 밤의 세계마저 가져 갈수 없음을 한탄하며 상여의 후미만 손톱 만하게 보이면서 저 멀리 가고 있다.

미련의 그림자도 모두 거두고 도피하던 초조한 마음도 이승에 가볍게 내려놓은 채......,

 

제일상회 여자는 정씨가 세상을 뜨자, 둘째 아들에게로 가서 살고 있다.

가끔, 제일상회를 다녀가기는 하지만 둘째 아들에게서 자리를 틀고 살고 있다.

정씨가 의도한 대로 그녀가 단발의 충격이라도 받아 자신의 삶을 거슬러 보고 남은

여생이라도 새롭게 생활을 가다듬어 농축하여 살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녀가 현재 진행 되는 삶의 행보에 과거의 흔적을 끊었는지 그대로 영영 간직 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큰 며느리는 지나온 제일상회의 과거사 가운데, 어떠한 부분도 책임소재가 자신과는 하등의 관계가 없다는 양, 이른 아침 정화수로 말끔히 씻어 낸 듯, 동리 여자들과 근심을 덜어 낸 얼굴로 성장하는 아이들과 생활을 하고 있다. 지체가 다르면 생각도 다르듯이 타인의 몸체 안에 숨겨진 의견은, 이해라는 소통의 문이 굳게 잠겨 진 것과도 같다. 지극히 둔탁하게 짜여 진 성문처럼 자신을 담장 안에 가두고, 문이란 통과하고 여과하는 것을 의식 속에서 지우고 살며 걸어 간 자국이다. 그 구조 안에서 외침은 언제나 독백이었다. 그녀의 가족 구성원도 전 여사의 가족 구성원도, 혼자만의 멈출 수 없는 끝없는 외침의 세상이었다.

경식이도 장가든지 오래 이고, 두 딸들도 출가를 모두 시켰으니, 맏며느리의 숙제를 다 한 허허로운 기운이 그녀에게서 흘러 나왔다.

아주 엷은 미소가 그녀를 곱게 나이 들게 해 보이는 것처럼......,

 

 

 



   메모
ID : poet    
2009-04-18    
17:07:54    
연재를 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작품 감상을 잘 하였구요.. 앞으로 또 좋은 작품을 연재해 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ID : oilcolor    
2009-04-22    
03:15:59    
따스한 햇살이 내려 앉는 툇마루 처럼 정감 넘치는 장을 마련 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맑은 바람 안고 돌아갑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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