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광녀의 부활
함께 자라고 지내온 홍희는 영미를 아주 특별한 지체장애자라는 것을 잊고 살아 왔다.
그 점은 그녀를 한 번도 장애자라는 룰에 던져 놓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정작 본인은 그 점을 과민하게 반응하고 있음에 다시 한 번 ‘그랬던가?’를 뇌이게 했다.
모든 것은, 유아기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성장 한 뒤 거친 세파를 헤집고 살아가면서 인간의 성숙도를 구별하게 했다.
아마도 자율의지가 판단 해 멈추지 않으면, 중, 장년기 까지 이어지는 인격형성의 중요한 구실을 할 것이다.
현실의 주변은, 세파가 힘들수록 인간의 성숙도가 깊이 성장하는가하면, 반면 이기적이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시야가 회색 범벅인 미성숙 인간 삶도 대다수이다.
또한 현실 가운데에서 만나는 이들 중, 언변이 놀랍고 수려해도 상대를 배려하는 안목이나 가슴이 열려지지 않은 양심은 결국 타인에게 늘 상처를 입히는 송곳이나 칼날과도 같은 존재이다.
대체적으로 수려한 언변 앞에 그 실체가 전부인줄 알고 머리를 조아리지만 그 조그만 혀들의 놀림 앞에 사회 구조가 모두 변하는 것은 아니다.
책을 읽을 때 길이 보이고 책을 덮으면 막막하듯이 혀 놀림은 하루살이에 불과 할 뿐이다. 그 운명이 그리 길지 않다는 현실이다.
늘 주변에서 접하는 이러한 숨죽인 기형 인이 수 없이 많은데 왜, 영미는 기형도 아니면서 기형으로 살려고 몸부림치듯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가끔은 홍희 오빠의 여자 친구들 관계를 홍희의 어머니에게 자세히 서술 해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너무나 앞뒤가 잘 맞는 편지의 글들은 오해하기 적당한 글들인지라 편협에 몰입한 그녀의 어머니는 결국 아들과 그의 여자와 갈라서게 했다.
홍희가 알고 있는 그 여인은 착하고 예쁘다. 영특하지는 못해도,
세상에서 수 없이 부딪치는 이들 가운데 언제 어디서나 종종 만나는 마음 저변 속에 타인을 몰이해 하는 당당함이 인생인 이들을 만나고 한다.
그들은 싫지만 영미가 그렇게 하는 것은 더 더욱 싫었다.
그녀가 홍희 오빠를 진정으로 사랑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홍희의 오빠와 결혼을 원 했다.
중학교 시절 남녀 공학 이였던 학교에서 전교 학생회장을 지냈던 성혁과는 양가 부모가 허락한 가운데 교제를 했다.
성혁과 헤어진 동기는 전 여사의 죽음으로 그의 부모가 일절 만남을 근절 시켰다. 뒷날 성혁은 여고 교사와 결혼을 해서 소문대로 행복하게 잘 살고 있었다.
선미 역시 대학 시절 교내 커플이던 학생과 약혼까지 언약 했던 사이였지만 그의 부모가 전 여사의 가정사를 알아내고 목숨을 걸고 그들의 결합을 반대했다.
선미도 그렇게 헤어졌다.
고향 사람들이 자신을 형편없는 가문의 출신이란 것과 전 여사의 죽음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비렁뱅이 취급을 한 것에 보복 심리였다 할지라도 어쨌든 영미는 여자가 많았던 홍희의 오빠와 결혼을 원 했다.
홍희 아버지는 그녀를 딸처럼 여긴다며 오갈 데 없는 고향에 내려오면 자신의 집에 다니러 온 것처럼 편히 생각하라 했다.
영미는 홍희를 통해 결혼을 주선 할 것을 언급 했다.
웨딩드레스 업계 쪽에서 들어 온 중매는 있었지만 그 몇 명마저 영미와 비슷한 처지의 남편 감이였다.
장애자이면서 구두를 만드는 사람이었다.
그들은 영미를 장애자라는 인식부터 하고 잣대를 들이대고 들어 왔던 것이다.
그러니 가정환경과 학벌과 눈에 도드라진 장애와 별반 기반이 잡히지 않은 것들이 그들의 평균 잣대였다.
영미 역시 스스로 몹시 놀랐고 자신의 처지를 피부로 느끼지 않았던 탓에 그러한 대우가 가당찮았다.
그래서 영미는 자신의 잣대를 자기가 정하기로 했던 것이다.
늘 접하고 자기 집처럼 드나들던 홍희네 집안이 자신이 평가하기에 무난하고 적당 했다.
늘 허물없이 지내던 홍희를 내세운 것에 대하여 홍희 역시 별 뜻 없이 받아들였다. 그것이 이미 계산이 된 것이었건 아니 였건 그 당시로서는 의문을 가질 일들이 되질 않았다.
사유야 어찌 되었건 당 사자들이 좋다는데 아무런 제제 할 거리가 없었다.
물론, 어떻게 홍희의 부모가 알아서 집안이 한 바탕 소란이 일어났다.
“딸처럼 생각을 하시는데 며느리는 왜 부적합하신지요?” 라는 질문에
홍희 아버지는 많은 생각을 고려했다.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 드러누웠다. 그리고 또 생각을 했다.
며칠을 생각하고 또 하고 평생 그만큼 생각이란 걸 오래 해보기란 아마도 처음일 것이다.
자식의 혼사이다 보니 생전 처음 고뇌 해보는 일이였다.
물론, 중매로 들어 온 자리도 숱하게 많았다. 그러나 본인이 싫다는데 도리 없는 일인 것이다.
집안의 뿌리인 내력을 허술히 생각 하지 않으려는 데서 기인한 고민들이였다.
우선 영미는 전 여사의 딸이다. 그것을 온 동네가 다 알아서가 아니라 전 여사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사회주의 공산당원으로서 활약을 했던 점이 무엇 보다 걸렸던 점이다. 홍희의 부모는 ‘이북’에서 피난을 왔고 그 거창한 북한의 국가이름도 거슬렸고, 사회주의를 내세우며 인간을 짐승처럼 죽여 대던 ‘빨갱이 놈들’이 무엇보다 싫었다. 그 공산당원을 피해 대구로 피난을 내려갔다가 현재 정착 해 살고 있는 곳으로 들어오기는 했지만, 정착지에 살고 있던 이들은 대다수가 ‘빨갱이 놈들’이라며 오래된 지역민들의 상태를 알아서인지 극소수의 사람들과 내색을 하며 살았다. 그들의 사상을 납득 하고 싶지도 않고 두 번 다시 그러한 상황이 처해진다면 차라리 그들을 대적해 총을 들고 싸우다 전사하리라는 사고를 가진 고로 이미 지나간 세월이지만 그리 쉬 용납이 안 되는 분야이다.
피난 시절을 곱씹을수록 너무나 힘든 시절 이였고 맨주먹으로 부모와 형제들을 부양해야 하는 고단 했던 과거가 몸서리를 치게 했다.
또한 공산당원들의 행태들이 생각을 하면 할수록 분이 풀리지 않는 청년기에 추억은 배고픔과 생명의 사선을 넘나들었고, 포연 속에서 주검들을 넘고 넘어 비릿한 혈흔은 질리도록 맡았고, 밤이고 낮이고 퍼붓던 포탄들이 지옥과 다름없는 사지를 경험하고 보니 공산당이란 것은 절대 인간의 당이 될 수 없다는 사념을 고수 했다.
그런 입장인 홍희 아버지에게 전 여사는 툭하면 ‘사회주의’ ‘인민의 국가’등 듣기 거북한 언어들을 줄곧 내 뱉었으니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머리에 통증을 느끼고 가슴에 압박을 받으며 혼절을 하였다.
한동안 홍희 아버지는 자리에 누었다. 자리에 누운 동안 홍희의 말을 곰곰이 새겨 보았다.
지금은 전쟁 통도 아니고 영미를 지켜보았을 때 전 여사와는 많이 다른 점을 검토 했다. 혈통은 속일 수 없다지만 영미의 조신한 행동을 볼 양이면 전 여사의 그늘이 그다지 보이지는 않았다.
자식 이기는 부모도 없고 해서 생각의 정리를 했다.
결국 둘의 결혼을 허락 했다.
그리고 둘은 결혼을 했고 가정을 만들었다.
가정에 아이가 생겨나고 행복의 시간이 이어졌다.
영미는 특유의 제치로 늘 며느리로서의 사명을 다하려 애썼다.
그러한 영미가 기특해 보였고 귀여움을 톡톡히 받아 내었다.
언제나 가족들과 홍희의 눈에는 영미가 올케로 보였지 장애자로 생각은 잘 하지 않았다. 그러나 영미는 그 골이 깊게 패인 장애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질 못했다.
자신 스스로 놓은 올가미에 걸려 버둥대고 있었다.
아무도 그녀를 두고 장애자라고 홀대 하거나 가볍게 생각 하는 이들은 없었다.
선미도 홍희 어머니가 집안 좋은 참한 신랑감을 물색해 결혼을 성사 시켰다.
그런데도 영미는 늘 불평불만 투성 이다. 심지어 자신들의 결혼을 반대했던 것 조차 문제를 삼아 늘 가정을 편치 않게 했다.
영미의 동창들은 하나같이 걱정인지 험담인지를 홍희에게 늘어놓았지만 분명 영미는 자신의 그늘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었다.
웨딩드레스 가게도 문을 닫았다.
남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야 하는데 가게에 들어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영미는 그동안 웨딩드레스 숍 문을 일찍 닫고 남편 회사로 향 했다.
그리고 매일 같이 남편과 함께 퇴근을 했다.
회사의 여직원과의 관계를 의심을 했던 것 같다.
물론 자세히 알아 본 것은 아니지만 여자의 심중이 정확하다고 하니 홍희는 올케 의중을 들어 주는 것에 손을 들었다.
갈수록 남편을 의심하는 일들이 늘어나자 홍희 오빠는 아예 소주병을 사들고 집으로 들어간다.
영미가 보는 앞에서 소주잔을 기울이고 잠이 들어야 가정이 평화로우니까.
남편의 초등학교 동창회는 자신의 동창이기도 하다.
그런 동창회에 늘 따라가는 영미는 남편 옆에서 눈길만 주는 여인을 발견 즉시 요절에 들어갔다.
앉은 자리에서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주체 할 수 없는 감정을 그 즉시 폭발 했다.
“너! 저년의 어디가 좋아서 쳐다 본거야! 둘이 키스라도 하고 싶었어?”
모임 장소에 있었던 동창들은 놀라운 발언에 웅성거렸다.
그렇게 두서없이 황당한 자리로 몰고 갔다.
누구보다도 분위기 조성에 늘 앞장섰던 영미는 자신이 정작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모르는 눈치였다.
물론, 옆에 앉은 여자 동창은 학생 시절 문란 했던 여인 이였다. 현재 진행 과정에 조차 제대로 가정을 정착하지 않은 여인이기도 하다.
그러한 의심의 여지를 달고 다니는 동창에게 물증 없이 마구 들이대고 파헤치면 일단 듣는 이도 당하는 이도 불쾌하기 짝이 없다.
더욱이 인생이 남의 남자로 살아가는 여자 일수록 오히려 더 당당 해지고 싶은 의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유년시절과 소녀시절 모든 이들의 우상 이였던 영미가 스스로 자신을 파괴 하려 드는 까닭을 동창들은 이해를 할 수 없어 했다.
더욱이 남편에게 하는 행동은 동네 아이들 다루듯 했다.
부부 동반 직장 야유회를 다녀왔다.
그리고 그 많은 부부 동반 직원들 사이에서 빌린 리조트의 두 칸의 방이 있었는데 남자 직원들과 동반 부인들이 나누어 숙박을 했다.
영미는 여자들 방에서 자지 않고 남자 직원들만이 자는 방에 들어 가 그 사이에 남편과 함께 누워야 직성이 풀렸다.
그 일로 인해 동반 했던 부인들이 황당하고 너무나 어이없는 일에 너도 나도 수근 거렸다.
그날 밤을 함께 잔 남자들은 불편하기 짝이 없었고......,
영미는 그러한 일들을 아무런 일들이 아닌 양 홍희에게 일일이 전화를 해서 이야기를 한다.
그렇게 전화를 하지 않아도 그녀의 동창들을 통해 이미 홍희는 알고 있는 일들이 먼저 와 닿아 있다. 영미는 그 일에 관해서 이렇게 서술 했다.
“그곳에 따라 온 여자들은 멍청인가 봐, 남자들이 왜 늦게 까지 고스톱을 쳤겠니?”
“남자들이 여자들이 다 잠들고 나면 주변 유흥가 여자들에게 가려고 그랬던 거야,”
“멍청한 여자들이 그런 검은 속들도 모르고 다들 코를 골고 자고 있지 않겠니?”
“나 때문에 눈치 보느라 못나가게 된 걸 고마워하지는 않고 수근 거리고 그러는지 몰라,”
영미 스스로는 아주 큰일을 수습 했는데 자기를 우습게 본다며 화가 나 있었다.
그러한 상식으로 영미는 언제나 앞질러 가 있었다. 그 상식이 맞아들었는지 틀렸는지는 별반 안중에 없었다.
영미는 세월이 흘러 갈수록 전 여사의 모습을 고스란히 뒤집어쓰고 살아가고 있었다.
외관상으로만 전 여사의 딸이지만 그녀는 완전하게 전 여사를 품고 살아가고 있다.
그녀가 수화기를 잡고 흘리는 언어에서 소녀일 때의 그 맑은 것이라고는 찾을 곳이 어느 한군데도 없었다.
어디서 어떤 책들을 주워 읽었는지 생활 상식이 난발 자체였다.
나이 들수록 자신의 완고한 고집을 온전하다고 밀고 나오는 노인들처럼 모든 것이 완고 했다. 항상 피해망상에 젖어 있었고 우울한 날들 만을 붙잡고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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