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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속의 노래-16[박찬현]
2009-04-05 02:3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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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현 시인
△《문예사조》시 등단
△한국문인협회, 한국펜클럽한국본부, 서대문·은평문인협회 회원
△대전 백지동인. 청다한민족협회 간사
△시집『먼나라』, 『종이강』
△지방문화재 노씨문중 의병 영정, 천주섭리수녀원 성화 제작. 불우이웃돕기 갤러리 30점 기증. 와우갤러리 작품 등재
조회:1428
추천:88

 

16. 마네킹의 꿈

강산을 오색으로 물들인 가을이 오자 영미는 결혼 시즌이 돌아 와 공장은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아름다운 드레스가 등장하는 뒤 안에는 먼지와 눈알이 빠지는 재봉질에 고단한 인력의 땀 흘린 노고가 자리하고 있다.

 

 

눈이 많이 내린 그해 겨울 영미는 다른 공장에서 일하던 여자와 동업으로 드레스 숍을 열었다. 여고를 서울에서 다녔던 계기로 손님이 그렇게 적은 편은 아니었다.

영미의 출발은 그렇게 시작을 했다.

워낙 영특하고 손재주가 뒤따라 줌으로 자신의 기량을 피워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처음 가진 게 너무 없어서 힘들게 시작은 했지만 그렇게 도전하며 사는 것이란 걸 영미는 전 여사에게 배웠다.

꼼지락 거리며 만들던 인형의 조그마한 옷들이 성장을 해서는 궁전을 드나들던 신데렐라의 드레스가 만들어져 마네킹에 입혀졌다.

요정의 요술 봉 없이도 능히 아름다운 드레스는 태어났다.

아름답게 꾸며질 신부의 옷들은 작은 인형의 소품이 더 이상 될 수 없었다.

 

고운 공단과 하늘거리는 시폰은 여인의 마음을 충분히 꿈속 요정을 만들고도 남음 이다. 비록, 이미테이션 진주와 지르콘 보석이지만 드레스 원단에 적절히 어우러져 완성 된 드레스는 입혀진 신부를 바라보는 남자들의 마음마저 황홀하게 만들고 있다.

신부에겐 절정인, 머리에 얹어지게 되는 면사포는 화관으로부터 이어져 내려와 신부를 더욱 아름답고 신비롭게 만들어 준다. 세상의 모든 여인들이 꿈꾸는 웨딩드레스를 입는다는 것은, 신비로운 날개를 육신에 달고 꿈이 아닌 현실에서 여신의 행진이 품위 있게 이루어지는 날이다.

물론, 평소 일상 속에서 소화 해 낼 수 없는 의상이기도 하거니와 아주 특별한 날, 여인의 일생에 있어 단연히 행복해야 하고, 최상의 참 아름다운 날을 위해 만들어지는 진정한 현실 속 꿈의 공작소이다.

 

 

마네킹위에서 꿈꾸던 드레스는 누군가의 소중한 신부에게 입혀지게 되는 날, 더 이상 마네킹의 꿈이 아니라, 아름다움이라 표현하는 현실의 세상에서 누군가의 신부의 모습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살아가면서 슬픈 날, 좌절 하는 날, 숨이 막히도록 고통스러운 날, 이러한 날들과 손을 잡은 듯 순환하듯 살아가는 삶, 그래도 그 가운데 인생에 있어 가슴이 벅찬 날은 서로의 한 평생 짝을 만나 백년해로 하는 날이다. 조상들은 오행이 상생하는 가운데 길일을 정하고 예식을 한다. 서양식의 드레스라고는 하지만 그들도 부정타지 않는 순결함을 의미하며 가장 아름다운 신부를 표현하는데 치중을 했다.

순결하고 아름답고 창창한 앞날의 부푼 기대치만큼의 꿈을 부여한 의상은 순백색의 화려한 드레스이다.

마네킹에게 입혀진 드레스를 여인들은 가슴 설레며 한두 번쯤은 눈길을 주었을 아주 특별한 의상이다.

 

그 중대한 꿈이 실려진 드레스를 만드는 과정은 대개는 거의 중노동이나 별반 다름 없다. 드레스 치마 단에 놓아지는 구슬 수는 수작업으로 밤을 지새운다. 세월과 발 맞추어 유행을 뒤 좇는 웨딩드레스도 해가 지날수록 새로운 패턴의 작품의 의상이 프랑스나 이태리에서 칼라 화보로 전해져 온다. 시즌 마다 패션쇼를 할양이면 몇 년 전 드레스는 금새 유행에 묻혀 버린다. 영미는 새로운 디자인을 창조하기 보다는 그 패션쇼에서 전해져 오는 드레스를 가이드라인으로 해서 살을 덫 대고 빼느라  머리가 복잡하다. 영국 왕실의 찰스황태자의 결혼식에 신부에게 입혀진 드레스는 일명'다이애나 드레스'라 칭해, 전 세계 여인들이 너도나도 입어 낸 복제 디자인이 한 시대를 풍미 했듯이, 그렇게 결혼식에 입어야 할 드레스도 세계를 넘나드는 메신저가 되었다.

드레스는 맞춘다. 그 맞춤은 자신의 취향과 몸에 알맞도록 드레스를 제작해서 입고 다시 돌려주는 과정이 맞춤이다. 낭비적인 요소가 스며 있기는 하다. 물론, 일생에 단 하루를 위해 제작해 입는 옷이긴 하지만 가격 역시 참으로 엄청 난 것만큼은 배제 할 길이 없다. 신선 해야 할 드레스는 제작업에 들어가 새롭게 리폼 되어 태어난다.

드레스는 꿈을 꾸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을 타고 새롭게 변신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신부의 부푼 호흡과 웨딩마치에 박자를 맞추어 꿈의 허물을 벗겨 주는 것이다.

허공을 가르며 날아오르는 순백색 빛나는 나비의 탄생은 언제나 인간이라면 희원하는 것들이기에......,

마네킹은 항상 새로운 드레스를 입고 우아하게 서 있으면 꿈이 완성 되는 것이다.

 

영미는 동생의 교육 뒷바라지도 무엇보다 중요했지만 미래를 위해 부지런히 일하고 배웠다. 동업자가 투자한 금액 비중이 더 크다보니 재봉일과 결혼식장에 드레스를 들고 서비스를 하러 다니는 일이 왕왕 있었다. 힘든 노동이긴 하나 멀리 내다보았을 때 자신에게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할 것을 감안하고 영미는 사리지 않고 하루하루를 살았다.

배를 채우고 등을 따뜻이 데우는 일이 전 여사 그늘아래에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지만 숙명이 그러했다면 도리가 없는 것이라 처연히 받아 들여야 하는 인간의 한계이다. 살아 갈 앞으로의 운명은 자신이 헤쳐 나가기에 따라 좌우 될 것이라 생각 했다.

 

 

여러 해가 지나 영미는 동업자와 갈등으로 인해 홀로서기를 해야 했다.

오히려 처음 보다는 덜 힘이 든 것은 사실이지만 자본금에 허덕이는 건 도리가 없었다.

살아야 했기에 영미는 더욱 발 벗고 나섰다.

가게 세도 밀리고 형편이 쪼들렸지만 지나간 날을 회상하며 이겨 나갔다.

겨울이 가면 으레 봄이 오듯이 어둠이 물러가고 밝은 날을 고대하며 재봉을 했다.

그렇게 봄날 같은 날들이 초록빛으로 영미의 가게를 움트게 했다.

소식을 듣고 찾아 온 고향 인들과 지기들이 일심 협조를 아끼지 않았다.

영미의 드레스가게가 안정을 찾게 되자 영미에게서 지난날의 전 여사의 모습들이 묻어 나왔다.

처음에는 잘 몰랐으나 시간이 누적 되면서 현저히 묻어 나오는 모습은 영락없는 전 여사의 모습 이였다.

경영 수완이 전 여사의 정치 편력처럼 퍼져 나왔다.

그렇게 까지 편협 되고 편파적인 것은 아니지만 사람을 접하면서 생각하는 각도는 전 여사와 닮아있었다.

 

 

영미는 성장하는 동안에는 참으로 조신했다.

삶의 문턱이 바뀌므로 해서 수다로 시작해서 수다로 맺는 여인들을 접하는 직업이다 보니 시간이 주행 할수록 혀의 발달이 노면 위를 매끄럽게 마찰하며 구르는 자동차 바퀴처럼 노숙 해졌다. 고저의 액셀도 자율적으로 조율되어 갔고,

해가 바뀌면서 사람들을 평가하는 잣대도 조금씩 휘어졌다.

생업이 사람을 만들고 다듬고 있었다.

어렸을 때 순수함과 총명함은 세상의 파도를 타고 급류의 협곡도 지나갈듯이 빠르게 변화 되어 갔다.

그곳에서 한 발자국 가끔 물러서 보면 손안이 그림을 보듯 자아 성찰의 충분한 계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눈앞에 벌어진 현실에만 급급하다보니 멀리 바라보는 것은 등한시 되었다.

그 순수하고 총명함의 빛을 잃어 가고 있음이다. 대신 입으로 대변하는 삶은 대단한 경지에 이르렀다. 물론, 경영을 해야 하는 입지이기는 하지만 상대방의 생각을 앞질러 분석해 판단을 했다.

탁한 눈은 세상을 증오와 사리분별이 오리무중이라 가늠 잡아 오판을 하기에 충분하다. 총명함이 탈색하면 앞서 나가 분석하여 이기적 판단에 스스로가 종잡을 수 없는 고립에 묶여버린다.

드레스 숍에 오는 여인들은 영미의 여고 동창들도 있고 이래저래 엮인 인연들도 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드레스를 맞추려는 손님인데 그들은 친구들을 대동하고 온다. 손님의 일종인 여인들은 명예 적 지위를 늘 남발 했고, 그에 상응하는 부를 저울질을 했다. 거기 까지는 인간들이 생각하는 보편적인 행각이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해부를 시작한다. 매스를 들이 대는 곳은 친구의 가족과 그의 이웃이다. 그들의 사생활이 피부의 표피를 벗기듯 쫙쫙 벗겨 낸다. 그리고 내장을 파헤치고 오장육부를 도려낸다. 일말의 죄 의식 하나 없이 순식간에 사람 몇 명을 도살을 한다. 그렇게 해부를 당한 장본인은 시간이 지나면서 언젠가 달팽이관을 통해 뇌리에 착착 저장이 되어 진다.

대체적으로 그러한 소식을 접하면 자리를 깔고 드러눕는 형이 있고, 단숨에 메스를 들었던 여인에게로 달려가 한 바탕 폭풍우가 일고 지난 난장판 같은 소동이 일어난다. 인격은 이미 폭풍우에 산산이 부서지고 동물적인 숨은 바탕이 고개를 드는 고매하다는 여인들의 작은 사회, 우아하게 목줄을 끌고 다니던 애완견들은 그러한 사회를 바라 볼 뿐이다.

그렇게 분풀이를 한 여인은 메스를 체인지 해 들고 분풀이를 한 여인을 도륙한다.

그러한 구조 속에서 일상을 보내는 영미는 안 그래도 전 여사의 사망으로 인해 분노가 적재 되어 있고, 삶에 오기가 잔뜩 올라 있기에 그러한 여인네들의 행각은, 애완견을 이끄는 여인들의 작은 사회라는 교과서로 그 본질을 두루 갖추었기에, 영미는 탈지면에 알콜을 적시듯 살아있는 교과서 탐구와 탐독을 하는 일과로 손색없는 시간을 보냈다.

영미의 변화는 그러한 것에서 그렇게 서서히 시작을 했다. 가끔, 홍희가 숍을 찾아가면 늘상 알지도 못하는 이들의 일들을 이야기랍시고 늘어놓는다. 그리고 그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멜로 풍으로 변질 되어 갔다. 더욱이 미용실 숍과 연계를 이루다 보니 스포츠 신문에 실리는 연예인 저널이 매양 그곳에서 터져 나왔다.

홍희는 더러 결혼 시즌이라 일손이 바쁠 경우 찾아 가지만, 먼지도 많이 날아다니는 공간에서 쉴 사이 없이 말의 끈을 어디서부터 끌어다가 풀어내는지 끝이 없었다.

세상의 구석구석에 그러한 면들이 안 그래도 넘쳐 역류를 하는데, 영미는 아까운 에너지를 하잘것없이 군내 나는 곳에 보태고 있다.

그런 세상의 흐름에 영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서서히 합류 해, 영민하지 못한 여인으로 넋을 풀어 헤친 채로 정처 없이 흘러가고 있다.

가끔은 영미 자신이 외관적 육신의 결함에 분석을 과민하게 한 것이 아닐 까라는 생각을 던져 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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