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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속의 노래-14[박찬현]
2009-04-02 21:2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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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현 시인
△《문예사조》시 등단
△한국문인협회, 한국펜클럽한국본부, 서대문·은평문인협회 회원
△대전 백지동인. 청다한민족협회 간사
△시집『먼나라』, 『종이강』
△지방문화재 노씨문중 의병 영정, 천주섭리수녀원 성화 제작. 불우이웃돕기 갤러리 30점 기증. 와우갤러리 작품 등재
조회:1654
추천:93

 

14. 붉은 꽃의 낙화

영미는 홍희 아버지와 상의를 나눈 후, 전 여사를 서울에 있는 병원에 입원을 시키기로 결정을 내렸다.

선미를 진학을 시켜야 할 일도 남았지만, 영미 자신도 앞날을 위해 이제부터 살아 나갈 길을 모색해야 할 형편이기에, 자고나면 사라지는 전 여사를 지키고 앉아 있기에는 시간이 급채 할 정도로 촉박했고, 이렇다 할 진전과 방도도 없고 뾰족한 방법도 없기에 그 시간이 아까웠다.

국립 정신의료원에 전 여사를 입원을 시키고 영미는 살림살이들을 간단하게 정리를 했다. 곧장 영미는 서울로 올라가서 다니던 모교의 의무실에 있으면서 양제학원에 나갔다. 어느 정도 일이 숙달이 되어 갈 즈음 웨딩드레스 숍에 취직을 해 재봉사로 일을 했다. 거기서 나오는 월급이래야 생활비를 충당하기에도 급급한 금액 이였다.

전 여사의 병원비조차도 조달하기에 버거웠다.

그러나 영미는 희망을 잃지 않고 쪼들리는 생활고이지만 작은 방 한 칸을 사글세로 들어가 선미를 데리고 올라 갔다. 선미 역시 우수한 재능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몇 년을 쉬었지만 혼자서 공부를 한 결과 명문 여고에 시험을 쳐 합격을 하였다.

 

선미가 겨울 방학을 했고, 영미도 잠시 마음의 여유를 찾을 겸 하여 둘이서 홍희네 집에 내려 왔다. 갈 곳은 없지만 그래도 성장한 고향이기에 마음을 부려 놓기에는 고향의 모습이 정신적 품안 같은 곳이기도 했다.

아침상을 물리고 그동안 살아 온 이야기를 가족들은 들으며 영미의 어깨를 토닥였다.

사실, 영미는 코앞에 떡 버티고 선 현실이 큰 난관이지만, 그래도 영미는 의기가 다부졌다. 별도의 방법도 없는 상황이기에 그저 맞부딪히어 젊음 하나로 봉착한 난관을 헤쳐 나갈 요량이었다.

겨울은 항상 추웠다. 처마에 긴 고드름은 한기에 떨고 있는 이들을 모두 꽁꽁 얼려 가두고, 동장군의 허리춤에 서늘하고 투명한 긴 칼의 위용으로 겨울을 대변했다.

겨울밤은 더욱 칼바람으로 맹렬 했고, 긴 칼을 걸어 둔 고드름 위를 타는 바람은 간간히 레퀴엠을 파이프 오르간 연주를 했다.

한창 꿈에 젖어 살아 갈 나이들인데 황량한 벌판에 내 던져진 신세는 진퇴양난이었다. 황량한 벌판은 생명이 살아 갈 수 없는 조건의 대지이다. 그곳에서 생명수를 찾든지 만들든지 해야 하고 신기루 같은 오아시스를 향해 생명유지를 위해 나아 가야한다는 점, 만큼은 영미에게 확실한 과제이다.

 

저녁상을 물리고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던 차에 숨이 턱에 찬 전화가 한 통화 걸려 왔다.

전 여사가 입원한 병원에서 온 전화였다.

직계 보호자를 찾으니, 영미에게 수화기를 바꿔 주었다.

차분하게 영미는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가족들이 둘러앉았다.

전 여사의 사망 소식 이였다.

한동안 냉기도 아닌 것이, 무겁고 칙칙한 침묵이 흘렀다. 하 시절 온 밤을 지새우던, 그 밤의 고요가 팀파니의 울림마냥 온 거리를 바람들이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며 퍼져 나갔다. 산발한 여인네를 뒤 좇아 마구 달려가듯이......,

죽음의 시간은 어느 누구에게나 통고 없이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늘 어둠을 기해 생명은 그 기능을 다하고, 육신의 옷을 가볍게 허물 벗듯이 벗어 놓고 우주 저편의 별들이 넘실넘실 춤을 추는 곳으로 명멸 해 갔다.

모여든 이들은, 그 홑이불 같은 주검 앞에서 명멸하기 전에 온기돌던 영혼을 향해, 있을 수 없는 별리를 용납하려 들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친 인척들을 허공에서 멀뚱히 내려다보던 영혼은 아주 가볍게 생성 된 기류가 되어 먼 정처로 사라졌다.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세계로......,

 

 

 

평소 고혈압이던 전여사가 갈수록 병세가 악화되자 아예 침상에 그녀의 몸을 묶어 둔 것이다.

발버둥을 치고 온몸으로 버둥거렸지만 아마도 그런 유사한 환자가 많은 관계로 일일이 돌아 봐주지는 않는 모양 이였다.

아무튼, 전 여사는 온갖 악을 쓰며 발버둥을 치다가 높아진 혈압으로 절명을 했다.

영미의 추측으로는 환자를 돌보는 남자 간호사들이 분명 환자를 구타했을 거라고 말했다.

전 여사가 기회가 주어질 때 마다 간호사들을 물어뜯으려 덤벼들고 했기에 환자를 마구 대 했을 것이라는 추측 설을 제기 했다.

아무튼 그 점만큼은 환자의 몸을 두루 살펴보지 못한 제 삼자로써 무어라고 옳다 그르다는 말을 하기에 애매 했다.

정신 분열 증세를 보이는 환자들의 일부 행각이 거의 유사하다면 그 많은 병동의 환자들을 모두 구타로써 진정 시켜 나간다는 설이 입증 된다.

국립 병원에서 그러한 행태가 구태의연하게 행하여지고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 어느 누구도 그 병원에 입원을 시키려 들지 않을 것이다.

또한 사망원인에 대하여 일괄 책임을 져야 할 것이고,

 

 

전 여사가 애써 희원하던 청춘이 그 무엇에도 꺾이지 않을 질풍노도의 삶은, 달구어진 꽃을 그 무엇보다도 붉디붉게 열정적으로 피우고, 불꽃처럼 명멸하듯 땅 위로 쉽게 사그라졌다. 그리고 한 줌 백색의 재가 되어 가벼운 무게로 돌아 왔다. 그동안의 거칠다 못해 입찬 입담은 한 줄기 검은 바람으로 따라 왔고,

그리고 고향 공동묘지에 일언의 호언과 미동의 움직임조차 없이 아주 조용하게 안착 되었다.

영미는 그녀의 서슬 퍼런 분노도 전 여사의 무덤에 함께 묻었다.

세상이 온통 검은 색과 허연색으로만 동공에 비추어 졌다.

영미의 어깨에 빠져나간 힘들이 전 여사의 한스런 힘이 대신 들어갔다.

그래야만이 험난한 세상을 헤치며 살아 갈수 있기 때문이다.

그 둘은 고아 아닌 고아가 되었다.

영미는 산을 내려오며 서산으로 빠져나가던 태양이 자신을 흡입 해 삼키려 들었다.

사막의 회오리 마냥 온통 붉게 젖은 영미는, 차라리 그 지구 반대편으로 돌아누우려는 내일을 위한 충전의 태양의 양기에 온 몸을 내 맡겼다. 암전에서 자신은 세상 동쪽에서 다시 떠오르리라는 다짐을 하며,

동리에 피어났던 붉은 꽃이 시공의 공간에 횃불 밝혀든 무리처럼 둥둥 떠 다녔다.

죽창에 진홍 핏빛이 범벅이 되어 감당 할 수 없을 만큼 줄줄 흘러내려 어둠이 깔린 바닥을 점령했다.

죄다 붉디붉은 꽃으로 화하여 동리를 뒤 덮었다.

붉은 꽃의 물결은 출렁이며 높은 파고를 일으키고 내려앉기도 했다.

소리 없는 꽃들의 춤들이 동리를 장악 하는가 했더니 그 무리들은 폭죽 가루를 흘리듯 검은 하늘로 뻗어 나아갔다. 그 선두에 전 여사의 완장이 커다란 붉은 꽃의 혼 불이 되어 허공을 가로 질렀다.

드넓게 펼쳐진 검은 밤하늘에 붉은 꽃들은 하나 둘 자리를 찾아서 덩실덩실 춤을 추며 은빛 별들로 바뀌어 반짝이며 빛나고 있었다.

붉은 꽃들이 모두 은빛 별들이 되었다. 제일 큰 별 하나만 붉게 빛나고 있고,

그 별들은 고향 하늘위에서 초롱초롱 빛이 났고 덩실덩실 춤들을 추고 있었다.

오래 동안 마을에 접어 둔 붉은 완장과 진홍 핏빛 죽창이 함께 뒤 섞여 마을 하늘을 온통 뒤덮고 있다.

 

 

방학동안 선미를 홍희네 집에 남겨두고 영미 혼자서 삶의 터전으로 돌아갔다.

선미의 슬픔을 토닥여 줄 시간이 여의치 않는 영미이다.

그래도 잠시 동안 전 여사의 유해가 안장된 하늘 아래 머무르기를 바랐다.

겨울은 언제나 춥고 길었다.

 

 



   메모
ID : 관리자    
2009-04-03    
20:04:08    
박찬현 소설가님, 꾸준히 작품을 올려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박 소설가님의 작품에 대해 다른 많은 독자들도 고마움과 함께 좋은 감흥을 느낄 것으로 믿습니다.

ID : oilcolor    
2009-04-05    
02:26:35    
감사합니다. 초라한 글이지만 여러 선생님들께서 보아 주시니 고맙고 감사합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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