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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속의 노래-13[박찬현]
2009-04-01 18:3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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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현 시인
△《문예사조》시 등단
△한국문인협회, 한국펜클럽한국본부, 서대문·은평문인협회 회원
△대전 백지동인. 청다한민족협회 간사
△시집『먼나라』, 『종이강』
△지방문화재 노씨문중 의병 영정, 천주섭리수녀원 성화 제작. 불우이웃돕기 갤러리 30점 기증. 와우갤러리 작품 등재
조회:1375
추천:92

 

13. 밤의 광시곡

방학이 끝나가고 있었다.

처해진 상황으로는 학교로 돌아 갈수도 없는 형편이 되었다. 영미는 학교에 서신을 보냈다. 전 여사가 몸져누워 얼마간 간병을 해야 할 처지라는 내용을 보냈다. 그 당분간이 영미로서는 과연 얼마만큼의 시간이 할애가 될지 모르는 일이지만,

 

지나 온 고요했던 시간들이 썰물처럼 먼 바다로 빠져 나가고 황량한 진회색 갯벌만 넓게 깔려 있다. 그 진흙 벌판을 사력을 다해 걸어가야 할 일만 남은 미래가 암담 할 뿐 이였다. 수평선인지 지평선인지 모를 선이 가물가물하게 멀리 그어 져 있을 뿐 한 줄기 큰 회오리 광풍이 갯벌을 훑고 지나 하늘 높이 올라갔다.

 

선미가 중학교를 졸업하자 영미는 수입원이 완전히 막혀서 선미의 고교진학을 미루었다. 시간도 여의치 않았고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남지 않았다. 그리고 가까운 미래 라도 확실하게 결정 된 것이 없다.

쌀독의 쌀마저 떨어지고 생활고는 이래저래 말이 아니었다. 쌀독을 들여다보니 눈에서 허기가 몰려 왔다. 서글픔이 쌀독 안으로 우르르 쏟아 들어갔다.

우선 청운상회를 처분하고 작은 가게에 방이 하나 딸린 곳을 전세로 얻었다.

전 여사를 한의사에게 보여 진맥을 받고 한약을 두어 재를 지어서 매일 달였다. 우선 한약 몇 재라도 안고 있으니 조금의 안심이 생겨났다.

 

전 여사에게 한약을 먹이는 시간은 전쟁의 시간이 따로 없었다. 입안에 머금은 뒤 바로 뱉어내었다. 영미는 팔다 남은 광목으로 길게 포박 끈을 만들어 손을 뒤로 묶은 채 버둥거리니 다리도 묶고 그렇게 온 몸을 묶었다. 그런 연후 약을 마시게 하려 했으나 머금은 약물을 영미의 얼굴에 뿜어내었다. 역사의 한 장면을 재현 하듯 그녀들은 궁중 뜰에서 무수리가 되어 장희빈에게 문짝을 떼 내어 가슴을 누르고 사약 몇 사발을 들이 붓듯이 하는 형세였다. 약이라도 넉넉하였으면 영미는 그러고 싶기도 했었다. 정 해진 약첩 인지라 소량을 달여 온갖 힘을 들여 전 여사에게 약물 투입을 하고 있었다.

홍희가 머리 쪽을 잡고 영미는 전 여사의 가슴 쪽에 올라앉아서 입안에 수저를 가로로 물리고 또 다른 수저로 약을 입 속으로 떠 넣었다.

약물 한 수저도 삼키지 않으려고 입안에 머금고 가랑 거렸다. 머리를 가능하면 옆으로 돌려 입 밖으로 흘려내려고 안간 힘을 썼다.

약 반 사발을 먹이는데 몇 시간이 지나갔다. 하루 세 번 복용해야 할 약인데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 이였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왜 약을 마시지 않으려 하는지 정녕 모르는 일이다. 혹여 전 여사가 한약을 독극물 든 약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지나 않을까란 의문을 가져 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던 것 같았다. 약을 복용하기 위해 끼니를 챙기는 밥알마저 뿜어내었다. 수저로 입안에 떠 넣는 종류는 모든 것을 뱉어 버렸다. 입안에 고인 침 까지 뱉었다. 그리고 입으로 물어뜯으려 영미에게 덤벼들었다. 거리를 두지 않으면 영락없이 몸 어디든지 물어뜯어 치상을 입고 만다.

온 몸을 묶어 놓았으니 대소변도 요강으로 처리 했다.

전 여사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언어들은 아무도 믿지 않은 불 신뢰가 팽배했다.

그녀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무엇이 그렇게 분노와 삭힐 수 없는 응어리를 만들었는지 눈동자에 미움이 그렁그렁 형광 불빛으로 흘려 내렸다.

 

 

영미가 전 여사의 몸을 씻기 위해 긴 광목 끈을 둘둘 풀어 놓았다.

그 막간을 이용 해 전 여사는 부엌에서 연탄집게를 들고 들어 와 등 뒤로 감추었다.

영미가 방안으로 들어오자 허점을 겨냥해 영미를 향해 연탄집게를 내리 찔렀다.

영미는 순간적인 행동으로 몸을 피했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눈가에 살기가 충천 되어 영미를 향해 난자를 가했다. 영미는 작은 방안에서 이리저리 피하며

“사람 살려!”를 애통하게 소리를 질렀으나 이사를 한 주변 옆집들은 어느 누구도 들은 척도 하려들지 않았다.

간신히 방을 탈출 해 홍희네 집으로 달려 왔다.

영미는 여러 군데 상처가 났다.

영미의 목까지 차 오른 젖은 슬픔은 나오지 않았다.

영미의 상처를 치료하는 동안 홍희는 집을 나와 전 여사가 있는 집을 향해 올려다보았다. 그곳은 장날에 국밥을 파는 곳으로 열을 지어 양철지붕을 덮고 서있는 시장 통이다. 거슬러 올라가서는 야채와 어물을 파는 시장 통이고 그 더 위에는 소들이 몰려드는 우시장이다.

전 여사는 반라의 몸으로 연탄집게를 마구 휘돌리며 광란의 몸짓을 하고 있었다.

세상 사람들을 향해 몸속에 저장 된 분노를 터트리고 있었다.

자신 속에 도사린 응어리진 과거를 해일처럼 폭발하고도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집에서 나오질 않고 지켜만 보고 있었다.

왠지 그녀의 눈에 뛰었다가는 요절이 날 기분이 든 모양 이였다.

전 여사가 내 뿜는 열기와 힘은 지구 속에서 용암이 끓어 지표를 타고 그녀에게로 전달되어 가는 것 같았다. 참으로 제어가 힘든 괴력 이였다.

긴 시간 난동을 부리다가 전 여사는 방에 드러누워 자고 있었다.

영미는 팔다리로 힘이 빠져나가고 지쳤지만 잠자고 있는 전 여사의 몸을 전처럼 다시 묶어 두었다.

그날은 약을 먹이는 것을 포기한 채 영미는 절인 배추처럼 늘어진 채 잠이 들었다.

그리고 긴 어둠이 깔린 밤이 왔고 고요는 밀물처럼 마을을 잠재웠다.

 

 

하얀 햇살이 창호지 문을 통과 하는 시간 영미는 솜이 물에 젖은 양 피곤에서 깨어났다. 아랫목에 분명 긴 광목 원단으로 만든 끈에 묶여 있어야 할 전 여사가 없다.

정신이 번쩍 든 채로 집안을 살펴보았다. 밖으로 향한 문은 활짝 열린 채 그녀는 사라지고 없다. 제자리로 돌아 와 풀어 놓은 끈을 보았더니 전 여사가 치아로 그 폭이 넓은 광목 끈을 잘근잘근 끊어서 잘라 놓았다. 영미는 몸서리를 쳤다.

또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서 그녀를 찾아야 할지 어깨부터 내려앉았다. 너무나 냉혹하고 암울한 현실은 영미를 지치게도 했지만 남겨진 동생 선미 때문이라도 냉철해야 했고 다부진 마음을 가져야 했다.

세상에 남겨진다는 것이 광야에 홀로 버려진 채 차가운 흙바람을 맞고 살아야한다는 것과 전 여사가 건재 해 있을 당시와 정신적 부재중인 시간이 타인에게 홀대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직면을 해야 했다.

두 자매를 찾아오는 이들은 전 여사가 정치의 연단에 섰을 때 너무나 문턱이 닳도록 넘나들던 이들 이였는데, 그들은 위로 차 왔다고는 하나 그전에 영미 가족들에게 하던 대우와는 거리가 한참이나 멀었다. 라면이나 밀가루들을 사들고 왔다. 그것들을 받고 싶지는 않았으나 그들이 지키고자 하는 예의이니 받아들이기는 했다. 영미는 그것이 자신을 더욱 비참하고 서럽게 했다. 완전 쪽박 난 비렁뱅이 취급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이가 든 어른들이 그런 손바닥 보듯 들여다보이는 얄팍한 행동에 가슴 바닥에서 부터 분노가 일어났다. 이웃이란, 따뜻한 밥 한 끼, 그리고 별 다를 바 없이 늘 자신들이 먹던 밑반찬들을 챙겨주는 것이 변함없는 예우인데 그런 것조차 할 필요가 없다는 여지로 영미는 받아들였다.

중학교 동창인 친구는 그래도 그나마 쌀자루를 들고 찾아 왔다. 영미는 부끄러워 해야 할 입장도 아니기에 고마웠다.

하 시절 다 지나고 때 아닌 불우이웃 수혜자가 되었으니 모든 것이 어수선하고 황망한 처지이다.

 

전 여사는 어디서 무슨 짓을 하며 다니고 있을지 그것도 몹시 걱정되고 궁금했지만

정처는 어딘지 알고 있었다.

김형욱이 살고 있는 사과 과수원 안에 그의 집이 있다. 그곳에 그녀의 영원한 그리움이 배이게 숨어져 있다. 그 근처에 서면 그녀는 그리움에 사무친 형언 할 수 없이 설레는 그 무엇들이 그녀를 충족 시켜주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전 여사는 지치지 않고 그곳을 기차를 타거나 아니면 긴 거리를 걸어서 그곳엘 간다.

그리고 과수원 울타리근처에서 김형욱이 사과나무 가지치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종일 태양의 빛을 따라 바라보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돌아오는 길은 밤길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인적이 뜸한 신작로를 따라 가파른 고개를 넘어서 근 오십 리가 넘는 길을 걸어 다녔다. 왕복으로는 백리 길인 셈이다.

그러니 집에 돌아오면 물에 젖은 솜처럼 무겁게 축 쳐져 잠 속에 곧장 빠져 드는 것이다. 그녀에게서 밤이슬 냄새와 흙냄새 풀잎들의 냄새가 수북하게 배어 있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와 원기가 회복이 되면 또 다시 김형욱을 찾아 같은 길을 떠나 간다. 그곳에 늘 머물러 있는 그 남자를 멀리서 바라보기 위해......,

눈이 오면 오는 대로, 비가 내리면 내리는 대로, 바람이 몰아치면 그 속을 헤집고 가운이 닿는 대로 자신의 다리로 걸어 갈 수 있는 만큼 김형욱의 그림자를 쫓아 숨을 몰아쉬며 걸어 다녔다. 그녀에게서 그리움의 냄새가 진홍색 혈흔의 비릿함으로 흘러 내렸다. 그녀의 각혈이 내부로 퍼져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김형욱이 그 내용을 모를 리 없건 만은 한 번도 그녀를 살갑게 맞이해 준적이 없다. 그녀 내면에는 이미 자존심이란 것은 죽은 지 오래다. 오로지 김형욱의 뒤통수이든 그림자였든 그의 어른거림만이라도 보고 와야 편히 잠들 수 있는 여인이 되었다.

 

그러나 가끔 누군가 그녀에게 해코지라도 하면 어쩌나 종내 걱정을 했지만, 그동안 들리는 풍문을 들어 보면 사내들도 멱살을 잡고 들었다 놓았다 한다 하니, 아무튼 그 몸속에 숨은 괴력은 어디서부터 생겨 나오는 것이지 통 알 길이 없었다.

생각이 과거 속에 머무르고는 있지만 송곳 같은 성격은 잃지 않고 간직한 채 지내고 있었다.

오로지 한 남자, 돌아오지 않는 변질 된 마음인 김형욱에게만 해바라기 인생 이였다. 자식을 낳고 키우면서 표현하지 않은 마음은 아주 깊은 곳에서 어느 한 시간도 끈을 놓지 않고 그리워하며 기다려 온 삶에 비릿한 상처의 혈흔이 감돈다.

그 외곽은 견고 해 보였으나 안으로 도려 낼 수 없는 상처는 오랜 세월 피고름의 욕창이 되어 그립다는 몸부림이 그 제서야 외부로 표출되고 있었다.

그녀 외관은 당찬 사내 기질이 갑옷처럼 입혀 져 있으나 그녀 내부에서는 그리움에 몸부림치는 여인이 절규를 하고 있었다.

그 절규에 신열이 오르고 식은땀을 흘리며 오한에 젖은 병색이 짙어 급기야 그 속이 흐물흐물 썩어 들고 있었다. 소리 내어 오열 하고 싶어도 그렇게 하지 못 했던 여인, 그리움은 그렇게 여인의 가슴을 늘 온상처럼 포자를 내리려고 한다. 슬픔에 도취 할 수 없었던 여인의 가슴만을 골라서 증식을 했다.

아플 때 아프다고 운신하지 않았기에 자신만이 보이지 않은 옷을 뒤집어 입은 양 광란의 몸부림은 시간을 초월한 음률 이였다. 격렬하고 피를 토하는 아픔의 울부짖음이 커다란 파장으로 온 대지의 공간을 메운다. 대자연이 협주하는 울림으로 지표를 타고 허공을 가르는 아픈 영혼들의 울먹임을 끌어안은 광시곡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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