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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문학 10월호 시월평(2010) / 최규철
2010-09-25 19:24:03
chkc320

조회:1937
추천:139

 

조선문학 10월호 시월평 (2010)

                시적 논리구조에 기초한 시

                                               최규털 (시인, 문학평론가)

 

 

시 창작에서 시의 발상, 구성. 기법. 시어 등의 선택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매달 시집과 문예지를 통해서 쏟아져 나오는 시들 가운데 제대로 시작법을 고려하고 쓴 시는 그리 흔치 않은 것 같다. 시적 긴장감과 탄력성, 비약과 함축. 감각화와 구상화, 결구력과 통일성의 결여 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유아기적 감상과 말장난에 머물러 있는 시가 많다는 것이다. 시가 정보나 지식의 전달 목적은 아니지만 적어도 상식과 지식이 통하는 합리적인 논리 구조에 기초를 둔 시라야만 설득력이 있고 또한 좋은 평가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시적 논리성을 무시하고 비논리적이고도 비과학적인 언어표현으로 일관한다면 그것은 시가 될 수 없다.

요즘 시가 너무 평범한 습관적인 언어구사로 시적인 매력을 상실했거나, 너무 난해해서 혼돈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시는 일상적인 어법에서 일탈하여 시적 어법으로 변형되어 시의 전면에 돌출하는 전경화(fore-grounding) 기법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런 경우에 시가 다소 난애해지는 경향도 없지 않아 있을 수 있지만 이런 시의 애매성 때문에 시의 신비성을 더욱 고조시켜 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시가 난해를 위한 난해시가 되어서도 안 된다. 가령 가장 이질성을 가진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에서 매우 큰 유사성을 발견하게 하는 시작과정을 통해서 탄력이 있고 박진감이 있는 시가 나온다. 죽은 은유(dead metaphor)와 같은 식상하리만큼 지극히 평범한 비유는 기만이요 사이비이다. 이질적인 원관념과 보조관념에서 끝내 유사성을 유추해내지 못하는 시라면 그것은 난해를 위한 난해요 시가 아니다. 참된 시는 외견상 아무리 난해한 시라 할지라도 거기에서 반드시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형이상시에서 컨시트의 경우가 그렇다, 가장 상반되고 이질적인 사물이나 개념을 결합하여 거기에서 유사성을 찾고 조화를 이루는 기법이기 때문에 시가 다소 난해하더라도 그만큼 좋은 시로 평가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관점에서『조선문학』 9월호에 발표된 시 가운데 몇 편을 조명해보고자 한다.

 

잊지 못하는 사람 있나 보다

고개를 젓기만 하는 품새가

물주기도 까다롭다

 

품고 있는 사람 있나 보다

마른 몸매 속으로 담은 향기

침묵함이 포로 된 여인이다

 

달빛에 가슴 풀어

소식 전하려 잠 안 드는 시간

철새 보다 먼 곳에서 왔나 보다

 

속에

비수보다 날카로운 미소가 있다

이미 떠날 사람을 알고 시랑해서는 안 된다는

바늘 끝 입 꼬리의 침묵

-정재영의『난(蘭)』 전문-

 

이 시에서 드러난 시적 레토릭(rhetoric)은 활유법보다는 오히려 그 하위개념인 의인법으로 그 생리학적 미학을 다룸으로써 보다 감각적인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높인 시라 하겠다.

1연의‘고개를 젓기만 하는 품새가’와 2연의 ‘마른 몸매 속으로 담은 향기’등이 화자의 감정이입을 통한 객관적 표현으로 형상화시키는 데 성공한 부분이라 하겠다. 전자의 경우는 ‘잊지 못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의 형태(품새)요, 후자의 경우는 마음속에‘품고 있는 사람’을 위해 준비된 향기를 지녔음을 말해 준다. 3연의 ‘달빛에 가슴 풀어 / 소식 전하려 잠 안 드는 시간 / 철새 보다 먼 곳에서 왔나 보다‘에서 잠 못 이루는 긴 밤의 시간적 개념과 철새보다 먼 곳에 와있다고 하는 공간적 개념이 ’달빛에 가슴 풀어‘라고 하는 관능적인 표출형식과 잘 어우러져 고독한 현실의 정서적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켜 주고 있다.

종연에서‘비수보다 날카로운 미소가 있다’는 패러독스요, ‘이미 떠날 사람을 알고 시랑해서는 안 된다는 / 바늘 끝 입 꼬리의 침묵’은 아이러니이다. 전자의 비수와 미소는 살인적인 미움과 웃음 띤 사랑에 대한 패러독스요, 후자는 떠나가는 사람을 아쉬워하고 호소해야 하는 입장에서 오히려 지독한 침묵을 지킨다는 것은 아이러니이다.

난(蘭)이라고 하는 소재를 다룬 비유의 전개과정이나 짜임새 있는 시적 구조, 전경화와 배경화의 적절한 배치와 조화, 내재된 의미성 등, 시 수사법상 이 만큼 흠잡을 데 없는 시는 드물다고 본다.

불면의 파동을 감지하는 밤에는

푸른 자정 깊숙이 그물을 내린다

 

밤의 강

물 속 깊이라 생각했던 거기서

침잠하지 못하고

허공을 짚듯이 허우적거린다

 

그물을 다시 던져 잠을 퍼 올려도

자잘한 치어 떼

밤 새 퍼득이는 얕은 잠이

오르락내리락 거리고

 

깊은 심해까지는 멀었으나

차오르는 밤의 수위

 

수면에 수포처럼 얕게 떠도는 잠

자꾸 먼 수심으로 낚싯줄을 던지고

 

그물 사이에 스스로의 육진이 걸려

옥죄고 있더라 수군거리는 밤의

가장자리 모랫더미에 깔깔하게

얹히는 몸

 

불면한 태양이 벌건 눈자위를 여는 아침

그물도 낚싯대도 부질없는

방안 가득 산란한 꿈들 알알이 슬어

 

불면의 얼굴 잔뜩 부풀어 았다

-김수린의 『물빛 푸른 밤』 전문-

 

불면이란 일종의 눈에 잡히지 않은 내면적인 정황을 말한다. 이런 불가시적인 세계를 강과 그물과 치어 떼와 그리고 낚싯줄 등의 즉물적 형태로 변형하여 시로 형상화 한 작품이다. 따라서 은유법과 직유법, 활유법과 의인법과 같은 비유법을 총동원하여 한 포기의 그림으로 묘사한 시라 하겠다.

밤을 ‘강’으로, 수면을‘고기 떼로’. 얕은 잠을 ‘자잘한 치어 떼’로, 잠을 청하는 노력을 ‘그물을 내린다’와 ‘낚싯줄을 던지고’로 비유한 치환은유와, 잠을 청하여도 깊이 잠들지 못한 모습을 ‘허공을 짚듯이 허우적거린다’로, 얕게 떠도는 잠을 ‘수면에 수포처럼’으로 비유한 직유가 있다. 그리고 밤이 깊었으나 잠을 이루지 못한 상태를 ‘허공을 짚듯이 허우적거린다’로, 얕은 잠을‘자잘한 치어 떼’와 ‘밤 새 퍼득이는 얕은 잠이 오르락내리락 거리고‘ 로 비유한 활유법이 있고, ’불면한 태양이 벌건 눈자위를 여는 아침‘이라 비유한 의인법이 있다. 7연의 이 대목은 시적 화자의 체념적 태도로 전락하는 분위기이지만 매우 뛰어난 감각적인 표현으로서 압권이다.

좋은 시는 수숙어가 적고 비유 등의 수사법을 활용함으로써 시가 간결해지고 설명적인 결함을 주릴 수 있는 시가 되어야 한다.

 

여명을 기다리다

목말라 죽어가는

천사의 부르튼 입술

 

이슬을 털어 입술을 적셔주는

너는 이름다운 샛별이 떨어뜨린

신비한 눈물 방울이었다

-김귀순의 『이슬』 전문-

잘 조탁되고 정제된 언어를 통한 압축된 표현기법이 눈에 띈 작품이다. 시가 언어의 예술이라면 시에서 시적 절재, 즉 가장 경재적인 언어구사로 얻은 표현 효과는 시인이면 누구나 다 바라는 꿈일 것이다. ‘천사의 부르튼 입술’‘입술을 적셔주는 이슬’‘이름다운 샛별’‘신비한 눈물방울’ 등의 어구들이 잘 교합되고 맞물려 시적 기능을 더욱 잘 살리고 있다.

1연에서는 칠흑 같은 깜깜한 시대가 왔을 때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가장 견디기 어려운 존재가 바로 천사와 같은 성품의 소유자임을 보여준다.‘목말라 죽어가는 / 천사의 부르튼 입술’에서 그것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2연에서는 이런 목마름을 적셔주는 이슬! 그 이슬이 바로 아름다운 샛별의 눈에서 떨어뜨려준 눈물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이 시가 시사하는 의미가 크다. 샛별은 금성을 뜻하는 우리의 한글 표기의 또 다른 말이다. 금성(Venus)이란 로마 신화에서 미(美)의 여신인 비너스라는 이름으로 불러진다. 따라서 ‘아름다운 샛별’의 ’아름다운’이라는 수식어는 적절할 언어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란 샛별이란 언어가 장래성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면 여명을 기다리는 천사에게는 목마른 그 입술에 소망을 적셔주는 생명수라고도 할 수 있다. 시 전체로 볼 때 2연의 ’이슬을 털어‘ 와 ’너는‘ 이라는 부분 외에는 나무랄 데 없는 조화미를 이룬 시라 하겠다.

 

이른 아침

닭장에서 수탁이 홰치는 소리

소리 없이 먼동이 트는 빛의 소리

마당으로 내려서는 할아버지의

헛기침 소리

큰 씨리비로 마당을 쓸어내리는 소리

마당 밖 미루나무에서 짖는

까치소리

마당가 우물에서 물 깃는 어머니의

두레박이 우물 벽에 부딪히는 소리

 

나는 꼼짝 않고 잠자리에 누운 채

우리 집 뜰 안의 아침 풍경을 다 보았어요

어머님께서

‘애야, 빨리 일어나 닭 모이 주어라” 하실 때까지,

나는 그제서야, 부스스 짐자는 시늉을 했어요

-박이도의 『우리 집 풍경』의 일부-

어렸을 적에 잠자리에 있으면서 밖에서 들리던 여러 가지 소리의 경험을 하나하나 배열함으로써 이른 아침 시골 고향집 뜰 악 풍경을 한 폭의 그림으로 그려낸 시이다. 매일 같이 반복되던 그 뜰 악의 소리요 풍경이었기 때문에 반세기가 지난 지금에 와서도 상상 속에서 현실적인 감각으로 그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또 소리만으로도 방금 눈앞에 펼쳐진 그림처럼 선명하게 그 풍경을 떠올릴 수 있다. 이 시의 특징은 이런 단순한 청각적인 이미지 기능을 통해서 상상되는 몇 가지 시각적 이미지의 합성화로 집 뜰 악 전체의 풍경화를 창출해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아침 뜰 악에 대한 청각 이미지가 엄선된 언어로 시각화 되여 시로 형상화되었다는 것이다.

마치 시각장애인이 청각적 상상력으로 사물의 색깔, 명암, 거리, 구도, 형태, 움직임 등을 머릿속으로 그리는 기능과 같다고 하겠다.

조선문학 10월호 시월평

시적 논리구조에 기초한 시

최규털 (시인, 문학평론가)

 

 

시 창작에서 시의 발상, 구성. 기법. 시어 등의 선택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매달 시집과 문예지를 통해서 쏟아져 나오는 시들 가운데 제대로 시작법을 고려하고 쓴 시는 그리 흔치 않은 것 같다. 시적 긴장감과 탄력성, 비약과 함축. 감각화와 구상화, 결구력과 통일성의 결여 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유아기적 감상과 말장난에 머물러 있는 시가 많다는 것이다. 시가 정보나 지식의 전달 목적은 아니지만 적어도 상식과 지식이 통하는 합리적인 논리 구조에 기초를 둔 시라야만 설득력이 있고 또한 좋은 평가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시적 논리성을 무시하고 비논리적이고도 비과학적인 언어표현으로 일관한다면 그것은 시가 될 수 없다.

요즘 시가 너무 평범한 습관적인 언어구사로 시적인 매력을 상실했거나, 너무 난해해서 혼돈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시는 일상적인 어법에서 일탈하여 시적 어법으로 변형되어 시의 전면에 돌출하는 전경화(fore-grounding) 기법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런 경우에 시가 다소 난애해지는 경향도 없지 않아 있을 수 있지만 이런 시의 애매성 때문에 시의 신비성을 더욱 고조시켜 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시가 난해를 위한 난해시가 되어서도 안 된다. 가령 가장 이질성을 가진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에서 매우 큰 유사성을 발견하게 하는 시작과정을 통해서 탄력이 있고 박진감이 있는 시가 나온다. 죽은 은유(dead metaphor)와 같은 식상하리만큼 지극히 평범한 비유는 기만이요 사이비이다. 이질적인 원관념과 보조관념에서 끝내 유사성을 유추해내지 못하는 시라면 그것은 난해를 위한 난해요 시가 아니다. 참된 시는 외견상 아무리 난해한 시라 할지라도 거기에서 반드시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형이상시에서 컨시트의 경우가 그렇다, 가장 상반되고 이질적인 사물이나 개념을 결합하여 거기에서 유사성을 찾고 조화를 이루는 기법이기 때문에 시가 다소 난해하더라도 그만큼 좋은 시로 평가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관점에서『조선문학』 9월호에 발표된 시 가운데 몇 편을 조명해보고자 한다.

 

잊지 못하는 사람 있나 보다

고개를 젓기만 하는 품새가

물주기도 까다롭다

 

품고 있는 사람 있나 보다

마른 몸매 속으로 담은 향기

침묵함이 포로 된 여인이다

 

달빛에 가슴 풀어

소식 전하려 잠 안 드는 시간

철새 보다 먼 곳에서 왔나 보다

 

속에

비수보다 날카로운 미소가 있다

이미 떠날 사람을 알고 시랑해서는 안 된다는

바늘 끝 입 꼬리의 침묵

-정재영의『난(蘭)』 전문-

 

이 시에서 드러난 시적 레토릭(rhetoric)은 활유법보다는 오히려 그 하위개념인 의인법으로 그 생리학적 미학을 다룸으로써 보다 감각적인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높인 시라 하겠다.

1연의‘고개를 젓기만 하는 품새가’와 2연의 ‘마른 몸매 속으로 담은 향기’등이 화자의 감정이입을 통한 객관적 표현으로 형상화시키는 데 성공한 부분이라 하겠다. 전자의 경우는 ‘잊지 못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의 형태(품새)요, 후자의 경우는 마음속에‘품고 있는 사람’을 위해 준비된 향기를 지녔음을 말해 준다. 3연의 ‘달빛에 가슴 풀어 / 소식 전하려 잠 안 드는 시간 / 철새 보다 먼 곳에서 왔나 보다‘에서 잠 못 이루는 긴 밤의 시간적 개념과 철새보다 먼 곳에 와있다고 하는 공간적 개념이 ’달빛에 가슴 풀어‘라고 하는 관능적인 표출형식과 잘 어우러져 고독한 현실의 정서적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켜 주고 있다.

종연에서‘비수보다 날카로운 미소가 있다’는 패러독스요, ‘이미 떠날 사람을 알고 시랑해서는 안 된다는 / 바늘 끝 입 꼬리의 침묵’은 아이러니이다. 전자의 비수와 미소는 살인적인 미움과 웃음 띤 사랑에 대한 패러독스요, 후자는 떠나가는 사람을 아쉬워하고 호소해야 하는 입장에서 오히려 지독한 침묵을 지킨다는 것은 아이러니이다.

난(蘭)이라고 하는 소재를 다룬 비유의 전개과정이나 짜임새 있는 시적 구조, 전경화와 배경화의 적절한 배치와 조화, 내재된 의미성 등, 시 수사법상 이 만큼 흠잡을 데 없는 시는 드물다고 본다.

불면의 파동을 감지하는 밤에는

푸른 자정 깊숙이 그물을 내린다

 

밤의 강

물 속 깊이라 생각했던 거기서

침잠하지 못하고

허공을 짚듯이 허우적거린다

 

그물을 다시 던져 잠을 퍼 올려도

자잘한 치어 떼

밤 새 퍼득이는 얕은 잠이

오르락내리락 거리고

 

깊은 심해까지는 멀었으나

차오르는 밤의 수위

 

수면에 수포처럼 얕게 떠도는 잠

자꾸 먼 수심으로 낚싯줄을 던지고

 

그물 사이에 스스로의 육진이 걸려

옥죄고 있더라 수군거리는 밤의

가장자리 모랫더미에 깔깔하게

얹히는 몸

 

불면한 태양이 벌건 눈자위를 여는 아침

그물도 낚싯대도 부질없는

방안 가득 산란한 꿈들 알알이 슬어

 

불면의 얼굴 잔뜩 부풀어 았다

-김수린의 『물빛 푸른 밤』 전문-

 

불면이란 일종의 눈에 잡히지 않은 내면적인 정황을 말한다. 이런 불가시적인 세계를 강과 그물과 치어 떼와 그리고 낚싯줄 등의 즉물적 형태로 변형하여 시로 형상화 한 작품이다. 따라서 은유법과 직유법, 활유법과 의인법과 같은 비유법을 총동원하여 한 포기의 그림으로 묘사한 시라 하겠다.

밤을 ‘강’으로, 수면을‘고기 떼로’. 얕은 잠을 ‘자잘한 치어 떼’로, 잠을 청하는 노력을 ‘그물을 내린다’와 ‘낚싯줄을 던지고’로 비유한 치환은유와, 잠을 청하여도 깊이 잠들지 못한 모습을 ‘허공을 짚듯이 허우적거린다’로, 얕게 떠도는 잠을 ‘수면에 수포처럼’으로 비유한 직유가 있다. 그리고 밤이 깊었으나 잠을 이루지 못한 상태를 ‘허공을 짚듯이 허우적거린다’로, 얕은 잠을‘자잘한 치어 떼’와 ‘밤 새 퍼득이는 얕은 잠이 오르락내리락 거리고‘ 로 비유한 활유법이 있고, ’불면한 태양이 벌건 눈자위를 여는 아침‘이라 비유한 의인법이 있다. 7연의 이 대목은 시적 화자의 체념적 태도로 전락하는 분위기이지만 매우 뛰어난 감각적인 표현으로서 압권이다.

좋은 시는 수숙어가 적고 비유 등의 수사법을 활용함으로써 시가 간결해지고 설명적인 결함을 주릴 수 있는 시가 되어야 한다.

 

여명을 기다리다

목말라 죽어가는

천사의 부르튼 입술

 

이슬을 털어 입술을 적셔주는

너는 이름다운 샛별이 떨어뜨린

신비한 눈물 방울이었다

-김귀순의 『이슬』 전문-

잘 조탁되고 정제된 언어를 통한 압축된 표현기법이 눈에 띈 작품이다. 시가 언어의 예술이라면 시에서 시적 절재, 즉 가장 경재적인 언어구사로 얻은 표현 효과는 시인이면 누구나 다 바라는 꿈일 것이다. ‘천사의 부르튼 입술’‘입술을 적셔주는 이슬’‘이름다운 샛별’‘신비한 눈물방울’ 등의 어구들이 잘 교합되고 맞물려 시적 기능을 더욱 잘 살리고 있다.

1연에서는 칠흑 같은 깜깜한 시대가 왔을 때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가장 견디기 어려운 존재가 바로 천사와 같은 성품의 소유자임을 보여준다.‘목말라 죽어가는 / 천사의 부르튼 입술’에서 그것을 잘 나타내 주고 있다. 2연에서는 이런 목마름을 적셔주는 이슬! 그 이슬이 바로 아름다운 샛별의 눈에서 떨어뜨려준 눈물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이 시가 시사하는 의미가 크다. 샛별은 금성을 뜻하는 우리의 한글 표기의 또 다른 말이다. 금성(Venus)이란 로마 신화에서 미(美)의 여신인 비너스라는 이름으로 불러진다. 따라서 ‘아름다운 샛별’의 ’아름다운’이라는 수식어는 적절할 언어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란 샛별이란 언어가 장래성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면 여명을 기다리는 천사에게는 목마른 그 입술에 소망을 적셔주는 생명수라고도 할 수 있다. 시 전체로 볼 때 2연의 ’이슬을 털어‘ 와 ’너는‘ 이라는 부분 외에는 나무랄 데 없는 조화미를 이룬 시라 하겠다.

 

이른 아침

닭장에서 수탁이 홰치는 소리

소리 없이 먼동이 트는 빛의 소리

마당으로 내려서는 할아버지의

헛기침 소리

큰 씨리비로 마당을 쓸어내리는 소리

마당 밖 미루나무에서 짖는

까치소리

마당가 우물에서 물 깃는 어머니의

두레박이 우물 벽에 부딪히는 소리

 

나는 꼼짝 않고 잠자리에 누운 채

우리 집 뜰 안의 아침 풍경을 다 보았어요

어머님께서

‘애야, 빨리 일어나 닭 모이 주어라” 하실 때까지,

나는 그제서야, 부스스 짐자는 시늉을 했어요

-박이도의 『우리 집 풍경』의 일부-

어렸을 적에 잠자리에 있으면서 밖에서 들리던 여러 가지 소리의 경험을 하나하나 배열함으로써 이른 아침 시골 고향집 뜰 악 풍경을 한 폭의 그림으로 그려낸 시이다. 매일 같이 반복되던 그 뜰 악의 소리요 풍경이었기 때문에 반세기가 지난 지금에 와서도 상상 속에서 현실적인 감각으로 그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또 소리만으로도 방금 눈앞에 펼쳐진 그림처럼 선명하게 그 풍경을 떠올릴 수 있다. 이 시의 특징은 이런 단순한 청각적인 이미지 기능을 통해서 상상되는 몇 가지 시각적 이미지의 합성화로 집 뜰 악 전체의 풍경화를 창출해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아침 뜰 악에 대한 청각 이미지가 엄선된 언어로 시각화 되여 시로 형상화되었다는 것이다.

마치 시각장애인이 청각적 상상력으로 사물의 색깔, 명암, 거리, 구도, 형태, 움직임 등을 머릿속으로 그리는 기능과 같다고 하겠다.

시월평

                    시적 논리구조에 기초한 시

                                            최규털 (시인, 문학평론가)

 

 

시 창작에서 시의 발상, 구성. 기법. 시어 등의 선택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매달 시집과 문예지를 통해서 쏟아져 나오는 시들 가운데 제대로 시작법을 고려하고 쓴 시는 그리 흔치 않은 것 같다. 시적 긴장감과 탄력성, 비약과 함축. 감각화와 구상화, 결구력과 통일성의 결여 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유아기적 감상과 말장난에 머물러 있는 시가 많다는 것이다. 시가 정보나 지식의 전달 목적은 아니지만 적어도 상식과 지식이 통하는 합리적인 논리 구조에 기초를 둔 시라야만 설득력이 있고 또한 좋은 평가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시적 논리성을 무시하고 비논리적이고도 비과학적인 언어표현으로 일관한다면 그것은 시가 될 수 없다.

요즘 시가 너무 평범한 습관적인 언어구사로 시적인 매력을 상실했거나, 너무 난해해서 혼돈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시는 일상적인 어법에서 일탈하여 시적 어법으로 변형되어 시의 전면에 돌출하는 전경화(fore-grounding) 기법도 필요하다고 본다. 이런 경우에 시가 다소 난애해지는 경향도 없지 않아 있을 수 있지만 이런 시의 애매성 때문에 시의 신비성을 더욱 고조시켜 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시가 난해를 위한 난해시가 되어서도 안 된다. 가령 가장 이질성을 가진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에서 매우 큰 유사성을 발견하게 하는 시작과정을 통해서 탄력이 있고 박진감이 있는 시가 나온다. 죽은 은유(dead metaphor)와 같은 식상하리만큼 지극히 평범한 비유는 기만이요 사이비이다. 이질적인 원관념과 보조관념에서 끝내 유사성을 유추해내지 못하는 시라면 그것은 난해를 위한 난해요 시가 아니다. 참된 시는 외견상 아무리 난해한 시라 할지라도 거기에서 반드시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형이상시에서 컨시트의 경우가 그렇다, 가장 상반되고 이질적인 사물이나 개념을 결합하여 거기에서 유사성을 찾고 조화를 이루는 기법이기 때문에 시가 다소 난해하더라도 그만큼 좋은 시로 평가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관점에서『조선문학』 9월호에 발표된 시 가운데 몇 편을 조명해보고자 한다.

 

잊지 못하는 사람 있나 보다

고개를 젓기만 하는 품새가

물주기도 까다롭다

 

품고 있는 사람 있나 보다

마른 몸매 속으로 담은 향기

침묵함이 포로 된 여인이다

 

달빛에 가슴 풀어

소식 전하려 잠 안 드는 시간

철새 보다 먼 곳에서 왔나 보다

 

속에

비수보다 날카로운 미소가 있다

이미 떠날 사람을 알고 시랑해서는 안 된다는

바늘 끝 입 꼬리의 침묵

-정재영의『난(蘭)』 전문-

 

이 시에서 드러난 시적 레토릭(rhetoric)은 활유법보다는 오히려 그 하위개념인 의인법으로 그 생리학적 미학을 다룸으로써 보다 감각적인 커뮤니케이션 효과를 높인 시라 하겠다.

1연의‘고개를 젓기만 하는 품새가’와 2연의 ‘마른 몸매 속으로 담은 향기’등이 화자의 감정이입을 통한 객관적 표현으로 형상화시키는 데 성공한 부분이라 하겠다. 전자의 경우는 ‘잊지 못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의 형태(품새)요, 후자의 경우는 마음속에‘품고 있는 사람’을 위해 준비된 향기를 지녔음을 말해 준다. 3연의 ‘달빛에 가슴 풀어 / 소식 전하려 잠 안 드는 시간 / 철새 보다 먼 곳에서 왔나 보다‘에서 잠 못 이루는 긴 밤의 시간적 개념과 철새보다 먼 곳에 와있다고 하는 공간적 개념이 ’달빛에 가슴 풀어‘라고 하는 관능적인 표출형식과 잘 어우러져 고독한 현실의 정서적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켜 주고 있다.

종연에서‘비수보다 날카로운 미소가 있다’는 패러독스요, ‘이미 떠날 사람을 알고 시랑해서는 안 된다는 / 바늘 끝 입 꼬리의 침묵’은 아이러니이다. 전자의 비수와 미소는 살인적인 미움과 웃음 띤 사랑에 대한 패러독스요, 후자는 떠나가는 사람을 아쉬워하고 호소해야 하는 입장에서 오히려 지독한 침묵을 지킨다는 것은 아이러니이다.

난(蘭)이라고 하는 소재를 다룬 비유의 전개과정이나 짜임새 있는 시적 구조, 전경화와 배경화의 적절한 배치와 조화, 내재된 의미성 등, 시 수사법상 이 만큼 흠잡을 데 없는 시는 드물다고 본다.

불면의 파동을 감지하는 밤에는

푸른 자정 깊숙이 그물을 내린다

 

밤의 강

물 속 깊이라 생각했던 거기서

침잠하지 못하고

허공을 짚듯이 허우적거린다

 

그물을 다시 던져 잠을 퍼 올려도

자잘한 치어 떼

밤 새 퍼득이는 얕은 잠이

오르락내리락 거리고

 

깊은 심해까지는 멀었으나

차오르는 밤의 수위

 

수면에 수포처럼 얕게 떠도는 잠

자꾸 먼 수심으로 낚싯줄을 던지고

 

그물 사이에 스스로의 육진이 걸려

옥죄고 있더라 수군거리는 밤의

가장자리 모랫더미에 깔깔하게

얹히는 몸

 

불면한 태양이 벌건 눈자위를 여는 아침

그물도 낚싯대도 부질없는

방안 가득 산란한 꿈들 알알이 슬어

 

불면의 얼굴 잔뜩 부풀어 았다

-김수린의 『물빛 푸른 밤』 전문-

 

불면이란 일종의 눈에 잡히지 않은 내면적인 정황을 말한다. 이런 불가시적인 세계를 강과 그물과 치어 떼와 그리고 낚싯줄 등의 즉물적 형태로 변형하여 시로 형상화 한 작품이다. 따라서 은유법과 직유법, 활유법과 의인법과 같은 비유법을 총동원하여 한 포기의 그림으로 묘사한 시라 하겠다.

밤을 ‘강’으로, 수면을‘고기 떼로’. 얕은 잠을 ‘자잘한 치어 떼’로, 잠을 청하는 노력을 ‘그물을 내린다’와 ‘낚싯줄을 던지고’로 비유한 치환은유와, 잠을 청하여도 깊이 잠들지 못한 모습을 ‘허공을 짚듯이 허우적거린다’로, 얕게 떠도는 잠을 ‘수면에 수포처럼’으로 비유한 직유가 있다. 그리고 밤이 깊었으나 잠을 이루지 못한 상태를 ‘허공을 짚듯이 허우적거린다’로, 얕은 잠을‘자잘한 치어 떼’와 ‘밤 새 퍼득이는 얕은 잠이 오르락내리락 거리고‘ 로 비유한 활유법이 있고, ’불면한 태양이 벌건 눈자위를 여는 아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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