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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향 시인의 『유리상자 속의 생』/이영지
2010-06-27 07:16:51
lyji2

조회:2122
추천:132

 

북 리뷰 에덴의 시학

- 김지향 시인의 『유리상자 속의 생』


명지대 사회교육원 교수

이 영지


빛의 시인 김지향 시인의 『유리상자 속의 생』은 제목이 보여주듯이 한정된 삶의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로 유리 상자 속의 삶을 설정하고 그 속에서의 빛의 역할을 담당하려 한다.  그 빛은 몸 속에서 희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땅엔 쫑긋쫑긋 희망이 나고 있다

나는 희망을 따서

달아놓고 쳐다볼 서까래를 찾는다

서까래는 이미 옛날로 가고 없다

희망을 걸어놓고 뚫어볼 소쿠리를 찾는다

소쿠리는 이미 고향으로 가고 없다

희망을 엮어놓고 만져볼 벽걸이를 찾는다

벽걸이는 처음부터 벽에 붙어 있지 않았다


나는 희망을 따서 입 속에 걸었다

먹은 희망이 입으로 되나올까 봐

가슴 밑 깊숙이 갈무리했다

가슴속에서 빛을 빛내며 커 가는 희망

이제야 몸의 중심이 잡혀간다


삼킨 밀알 한 접시로

푸르른 숲속 말씀의 열매를 보며

나는 늘 탄탄한 내일 속에 있다.

- 〈밀알 한 접시〉


곧 유리상자 속의 삶은 절대자의 말씀의 열매를 가지고 있는 세계이고 그 세계는 탄탄한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을 살아가기에는 몸 속의 빛 세계만큼의 맞부딪침이 많다. 따라서 그 혼자 외출하던가 아니면  홀로 바깥 세상을 구경하는 삶의 일상성에서는 어려움을 많이 겪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기에 그 위험함을 간증하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위험한 일상들의 보고보다는 김지향 시인의 관심은 안의 세계에 관심이 집중된다.  따라서 시집 제목이 『유리상자 속의 생』이 된다. 이 유리상자 속은 〈사람은 왜 꿈을 사랑하는지〉에서처럼 자신의 몸에 대한 이야기다.. 


몸 속 의식 속 영혼이 일어나 실오리 같은 빛을 따라 휙, 휙, 한 몸 한 바퀴 들고나서 하늘로 치솟았다


이전엔 살았던 곳이 어디일까


보랏빛을 지나서 황금빛을 지나서 순백의 공간, 지상엔 없는 눈 시린 그 곳 시간이 시작되는 입구 그 곳에

삽시간에 날아갔다

바다와 육지가 시작되는 그 곳

평화롭게 망가진 우주의 한 귀퉁이 그 곳

그 곳에서 자불고 있는 불덩이를 보았다


여기서부터는 시간의 걸음이 빨라지고

나를 휘감은 바람의 호흡도 거칠어졌다

아, 시커먼 불렉홀!

나는 그만 바람의 손을 놓쳐버렸다

(낯선 공간에선 나는 왜 겁을 먹을까)

수만 킬로를 달려도 한 순간의 일일 뿐 나는 지치지도 피곤하지도 않았지만


눈썰미 좋은 나는 내 몸에게 쉽게 돌아왔다 

-〈사람은 왜 꿈을 사랑하는지〉에서


늘 빛의 세계를 꿈꾸는 김 시인의 삶은 꿈을 잘 꾼다. 왜냐하면 꿈에서 빛을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상성과의 아이러니는 늘 그 거룩한 몸이자 꿈인 세계를 잘 보관하려고 처절한 몸부림을 하게 되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러기에 그의 몸을 적절히 절제하면서 꿈과 현실을 잘 다루어 가는 슬기로움을 보인다. 그 슬기로움은 현실에서도 빛을 가지고 다니는 데 있다. 빛은 곧 사랑이라는 등식이 성립된다.


불길이 그의 가슴에서 지글지글 불고 있었다

불꽃 사이로 또 다시 꼬리가 조금 나온

이번엔 와락 붙잡았다

뽑혀져 나오다 그만 탁 끊어졌다

벌벌 떨리는 손가락에

사랑의 한쪽 귀가 잡혔다

속을 내보인 그의 성냄은

싱거운 듯 사르러졌다


바람 떠난 꽃밭엔

잎을 밀고 올라온 해당화 꽃이 만발했다

내 손바닥에 깔렸던

사랑의 반쪽이

그의 가슴에 남아 있는 또 다른

반쪽과 한 몸이 되어

- 〈꽃밭에서〉에서


〈꽃밭에서〉처럼 그의 사랑이 모자랄 경우에는 사랑을 찾아 위험한 외출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오늘도 육체의 집을 떠나 잠시 자유로운 외출을 한다


욕망의 누더기를 모두 쏟아버리고

(공간의 문을 여는 열쇠만 가지고 )

육체의 문을 나서면

흰빛으로 갈아입은 나무들이

하얀 길이 되어 깔린다


한 벌의 세상 끝자락 옷섶을 열면

바람도 수직으로 일어나고

수직으로 열린 백지의 공간으로

화살처럼 빠져나가는 시간의 발이 보인다


시간의 등을 타고 달리는

내 머리 위 낮게 뜬 해가

내 머리에 탁, 탁 못질을 하고

내 머리에 순, 순 구멍을 내고

내 머리에 쏴~쏴~ 빛을 쏟아 넣는다

-〈위험한 외출〉에서


김지한 시인의 위험한 외출은 빛을 여전히 몸에 지니고 세상 밖으로 나간다는 사실의 위험성을 노출시킨다. 이처럼 김 시인의 시는 사실기록의 시라고 할 수 있어서 그의 일생의 고백적 자 서시라고 할 수 있다.  김 시인은 “위험한” 시어의 반복적 다빈도 형상에 머무르는데 전 시집도 『위험한 꿈놀이』였다. 자신을 세상과 분리되었다고 보고 자신은 꿈과 그 꿈에서만 있는 빛을 가진 자로 한정한다. 이 세속과 유리된 사상은 바로 이상향을 추구하는 낙원사상에 깊은 뿌리를 가지고 있다. 철저히 분리된 관념은 위험한 일들로 늘 세속과 부딪힌다.  더욱이 그 안에의 사랑을 전제로 한 것이기에 세상과는 다른 것이라는 특별의식이 있고 그 사랑을 찾은 뒤에는 다시 유리상자 속으로 들어오는 행동을 반복한다. 사랑을 구가하거나 사랑이 부족할 때는 또 사랑을 찾아다녀야 하는 어려움을 노출시킨다.

이러한 그의 몸을 소중히 여기는 만큼 꿈도 소중히 하여 합일의 경지를 이루는 특징에서 그의 기독교적 시안을 정의하고 있다. 동시에 이중의 아이러니가 존재하는 그의 유리상자 속의 생은 〈얼음집․1-문이 없다〉에서 보여 주는바와 같은 유리상자 속에서의 절망인 갇힘이 되기도 한다.



(아무 데도 출입문이 없는 유리상자가 창밖에도 똑같은 유리상자 뿐인 세상),

높이 걸려 하늘의 주름 속으로

몸을 감추고 있는 낮달의 반쪽을 보며

그녀는 갇힌 삶을(반쪽뿐인 삶을)

사랑하려고, 사랑하려고 주저앉는다.

-〈얼음집․1〉에서


이 사랑갈구의 몸부림은 사랑을 가질 수 없다는 절망감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다. 반쪽뿐인 삶을 의지적으로 사랑하려고 혼신의 힘을 기울이려 한다. 이 불행의 참담한 현실 앞에서 사면을 보아도 뚫린 구멍을 발견하지 못하는 날 〈하늘은 하늘이다〉에서와 같은 하늘바라기를, 곧 빛 바라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하늘에 걸린 밑 없는 다리 사이로

해가 부챗살처럼 손가락을 펴고 있다

날마다 보는 해의 ‘다리 건너기’에

마음 안 쓰는 사람들이

날마다 한 키씩 줄어들어 간다

해의 손톱으로 쏟아지는 뜨거운 불길로

사람을 하나씩 태워버렸을까

하늘로 난 비밀 통로로 날아가 버렸을까

나는 머리의 생각을 따라가 본다

- 〈하늘은 하늘이다〉에서


한 여인의 진실된 모습은 바로 이성적으로 살아보려 하는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 이 머리로 살기의 어려움은 그러기에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가기보다 어려운 일인 것이다.  그러나 하늘을 눈 높이로 하는 일생의 삶이기에 그 좁은 문을 향하여 ‘[날마다 한 키씩 줄어들어’ 가는 사람들과는 달리 즉 오히려 유리 상자 속의 생이기에 하늘을 향한 삶의 깊이가 더욱 심화되고 그러기에 김지향 시인의 삶은 빛나기로 서 있다. 

빛의 시인 김지향교수는 이성적인 바다에서 빛을 갈구하는 깊이를 〈짧은 시간〉에서 그 스스로가 영혼의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근거는 빛이 소나기로 퍼부어 하얀 백지가 된 세계에서 21세기의 미래인간이 되어 빛 바다 같은 사랑을 받는 자가 어두운 세계를 〈뚫고 나갔다〉에서 ‘아, 신나는 날이었다’라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이 세계가 웃음이 없는 세계이지만 그 속에서 〈우리 집 담쟁이〉에서처럼 끈질긴 집념으로 생기와 웃음을 찾아내서 우리에게 시원한 오아시스를 찾게 해 주고 있다.      각박한 세상에서의 어려움이 있는 더운 여름날 이 한 권의 책을 앞에 놓고 시원함을 찾을 수 있다. 그러기에 책을 펼쳐 보고 싶은 오늘 이 한 권의 책은 시원한 청량음료제로 마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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