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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삼촌 6-8 / 금붕어야 이게 뭐야
2012-11-20 09:50:22
simsazang

조회:845
추천:92

 

5. 금붕어야 이게 뭐야

키다리 삼촌은 다음 날 허리 아래에 차는 노라를 잡아당겨 안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호수에 또 가 보자.”

“호수?”

“금붕어들 잘 있나 보러 가자.”

“또?”

“어항에 물도 담아가지고 가자. 너무 가물어서 그 애들도 목이 많이 마를 거야.”

어항에 물을 가득 채운 삼촌이 부지런히 걸었습니다. 쨍쨍 내리 쬐는 해가 머리를 벗겨낼 듯이 따가웠습니다. 학교 운동장에는 아이들도 못 나오고 우쭐우쭐 자란 나무들도 더워서 잎이 축축 늘어졌습니다.

호수에도 바닥이 드러나고 햇볕이 불화로처럼 쏟아져 내렸습니다. 호수에는 물 한 방울도 없고 수초들이 지친 채 줄기만 세우고 잎새는 처져 있었습니다.

삼촌은 급히 물풀을 헤집고 들어가 붕어를 찾았습니다. 붕어는 없고 새까만 개미들만 줄을 서서 한쪽으로 몰려가고 있었습니다. 그것들을 따라 가던 삼촌이 갑자기 슬픈 소리를 질렀습니다.

“아아아, 금붕어야 붕어야아아 앙.”

노라도 다가가 보고 놀라 입을 딱 벌렸습니다.

“아! 금붕들아!”

 

이 어찌 이럴 수가 있습니까. 그렇게 귀여운 붕어들이 모두 바짝 마른 호수 바닥에 발랑 누워 앙상한 뼈와 새까만 눈만 남았습니다.

 삼촌이 앙상하게 남은 금붕어 갈비뼈를 손끝으로 쓰다듬으며 중얼거렸습니다.

“미안해, 금붕어들아. 이런 게 아닌데, 이게 뭐야.”

삼촌 속도 모르는 개미들은 금붕어를 뜯어가고 뼈만 남았는데 그것마저 물어가려는 듯 새까맣게 모여들었습니다. 삼촌은 개미들을 이리저리 밀어내며 소리쳤습니다.

“비켜 이놈들아! 날이 이렇게 가물 줄 몰랐어. 금옥아 금복아. 난 너희들한테 더 좋은 세상을 주려고 여기다 풀어 주었는데 이게 뭐야, 이게 뭐냐구! 불쌍한 너희들이 뼈만 남았잖아.”

삼촌은 붕어들의 가느다란 뼈를 조심스럽게 매만지며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습니다. 노라는 삼촌이 마음 아파하는 것을 보니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습니다.

“금복아, 그렇게 예쁘고 건강하던 네가 이렇게 뼈만 남았잖아. 먹이를 줄 때마다 가장 먼저 입을 벌리고 달려들던 너였는데 예쁜 너는 어디 가고 이게 뭐야. 내가 잘못했어. 좁아도 어항에서 살게 해 주어야 하는 건데 내가 잘못해서 너희들만 죽게 했어.”

 

뜨거운 해가 호수 바닥에서 열을 확확 일으키는데 삼촌은 그것도 잊은 채 죽은 금붕어들한테 미안하다고 빌며 울었습니다. 누리가 참지 못하고 서둘렀습니다.

“삼촌, 이제 그만 가자!”

“너 먼저 가.”

“여기 이렇고 오래 있으면 열사병 걸려.”

삼촌은 개미들을 쫓아 보내고 나무토막을 집어 호수 바닥을 팠습니다. 그리고 금붕어 뼈들을 모아 그 속에 묻고 꼭꼭 눌러주며 중얼거렸습니다.

“잘들 자라. 잘 있어. 미안해 금옥아 금복아.”

삼촌은 들고 온 어항의 물을 그 위에 부었습니다.

 

“얼마나 목이 타서 목말라 죽었냐? 물이다, 내가 떠 왔어. 마시고 먹고 잘 있어.”

삼촌은 정말 사람이 죽기나 한 것처럼 정성껏 금붕어들을 묻어주고 일어섰습니다.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눈에는 슬픔이 가득했고 발길도 무거웠습니다. 삼촌이 참 착한 바보라는 것을  누리는 깊이 느꼈습니다.

“삼촌, 이제 웃는 얼굴로 집에 가자.”

“금붕어 생각하면 이렇게 슬픈데 어떻게 웃니?”

6. 과수원 길

집에 돌아온 삼촌은 방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저녁을 먹으라고 해도 들은 체를 하지 않았습니다. 할아버지가 할머니한테 물었습니다.

“저 아가 와 저러노?”

“당신 모르는 걸 내가 우찌 알기요.”

할아버지가 노라를 바라보셨습니다.

“너 삼촌 와 그러노?”

 

“어항에 금붕어들을 호수에서 잘 살라고 놓아주었는데 비가 안 와서 호수가 말라 그것들도 다 말라 죽었어요.”

할머니가 혀를 차며 말했습니다.

“쯧쯧, 내가 조매 걱정을 했는디…… 그랬다고 사내자식이 밥도 안 먹어?”

할아버지도 한 마디 하셨습니다.

“이눔아야. 그깟 붕어 몇 마리 죽었다고 밥까지 굶나? 그래 가지고 장가는 택도 없다.”

이런 말이 나오면 할머니는 펄쩍 뛰십니다.

 “무슨 소릴 그렇게 하시오이? 아이가 너무 착해서 그런 건데 장가가는 것하고 무슨 상관이 있디야?”

“내 할 말이 없어 그리 안 하나. 차뿌라, 배고프면 제 배 고프지 내 배 고픈가.”

착한 삼촌은 저녁을 굶고 자더니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 밥을 펑펑 퍼먹고 학교 뒷산 너머 배나무 과수원 길로 갔습니다.

노라는 언제나 삼촌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삼촌은 하루 종일 돌아다니면서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아주 재미있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른 봄 햇살이 은빛으로 내리는 들길엔 평화가 깔려 있고 그 날은 배나무 과수원 문 앞에 보지 못하던 커다란 트럭이 서 있었습니다.

트럭은 무엇인지 모를 비닐 포장 자루를 수북하게 내려놓고 돌아갔습니다.

차가 떠나고 난 다음 과수원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리어카에다 그것들을 싣고 비탈길을 올라갔습니다. 아저씨는 앞에서 끌고 아주머니는 뒤에서 밀지만 너무 무거워서 오르지를 못했습니다.

삼촌이 갸웃거리고 바라보다가 달려갔습니다.

“아저씨, 제가 도와 드릴게요.”

 

삼촌이 아저씨와 자리를 바꾸었습니다. 삼촌이 앞에서 끌고 아저씨가 뒤에서 아주머니와 함께 밀었습니다.

삼촌은 보기보다 힘이 좋았습니다. 무거운 리어카를 쑥쑥 끌고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리어카를 끌고 내려가 비닐 부대를 실었습니다.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뒤를 따르면서 말렸습니다.

“이보게, 그만 하게. 남은 건 우리가 해도 되네.”

“아저씨, 염려 마세요. 제가 다 올려다 드릴게요.”

“허허 고마워서 이를 어쩌나.”

아저씨는 밀고 삼촌은 끌고 하여 한참 후에는 그것들이 과수원집 안마당에 즐비하게 깔렸습니다. 삼촌이 땀을 닦으며 물었습니다.

“아저씨, 이것들이 다 뭐예요?”

“저 배나무에 줄 비료라네. 봄에 꽃이 피기 전에 이것을 나무마다 구덩이를 파고 묻어주어야 해. 그러면 배가 주렁주렁 잘 달리지.”

“이 비료를 저렇게 많은 나무마다 파고 묻어주신다고요?”

“그래야지.”

 

“아저씨하고 아주머니가요?”

“그래야지. 지금은 바쁜 철이라 사람을 구할 수 없어서 우리가 해야 한다네.”

“오늘 해야 하나요?”

“아니야, 오늘은 이 비료를 저 창고 안에다 들여놓아야 하네. 비라도 오면 안 되니까.”

“알았어요, 제가 창고로 옮겨다 드릴게요.”

“아니야, 아니야. 그럴 것까지 없어, 오늘 여기까지 올려다 준 것만도 얼만데.”

이때 아주머니가 음료수를 가지고 나와 삼촌에게 따라주며 고마워했습니다.

“총각, 고마워, 오늘 우리가 할 고생을 대신해 주어서……”

그리고 아주머니는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삼촌을 바라보았습니다. 삼촌은 음료수를 마시고 바로 비료 포대를 한꺼번에 세 개씩 메고 창고로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노라도 따라 하나씩 들고 날랐습니다.

해가 서산에 걸렸을 때서야 일을 마쳤습니다. 아저씨가 웃는 얼굴로 주머니를 뒤지며 말했습니다.

“이거 얼마 안 되지만 오늘 수고한 값 받게.”

삼촌은 손을 저었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돈 달라고 도와드린 게 아닙니다.”

“나도 알아, 그래도 이렇게 고마운데 무엇으로 인사를 할 수 있겠나. 받게.”

삼촌은 안 받겠다고 달아났습니다. 아저씨가 노라 손에 만 원짜리 두 장을 잡혀주며 말했습니다.

“너도 수고했어. 네가 가지고 가서 삼촌 드려라.”

노라는 삼촌이 남들한테 하는 것처럼 ‘감사합니다’ 하고 받아 들고 저만큼 가는 삼촌 뒤를 따라 달렸습니다.

7. 배꽃 밭

다음 날 아침입니다. 삼촌이 불렀습니다.

“노라야, 과수원 가자.”

“왜?”

“어제 받은 돈 돌려드려야 해.”

“그거 아저씨가 준 건데?”

“돈 받으려고 도와드린 거 아니야. 가자.”

삼촌은 잽싸게 대문을 나섰습니다. 그 모양을 본 할아버지가 투덜거리셨습니다.

“날마다 묵고 노는 아가 무슨 일이 그리 바쁜고.”

할머니도 또 한 마디 하시었습니다.

“할 일 없다고 집에 처박혀 있는 것보다는 눈에 안 보이는 게 낫당게.”

“참 큰일이다. 키만 미루나무맹게 커가 아무 짝에도 쓸 수 없는 저 아를 우찌하면 좋을꼬. 저래가 장가나 갈까.”

“짚신도 제 짝이 있다고 안 허요? 두고 보시오. 아이가 속은 착항게 잘 살 것이오.”

삼촌은 노라도 돌아보지 않고 과수원으로 들어갔습니다. 과수원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일찍부터 배나무 둘레를 파고 비료를 묻고 있었습니다.

“아저씨, 안녕하세요?”

 

“오, 자네 왔나? 웬 일로 왔어?”

“어제 돈 돌려드리러 왔습니다.”

“왜 적어서 그런가?”

“아닙니다. 제가 좋아서 도와드렸는데 돈을 주시면 도와드린 보람이 없잖아요?”

“그래도 난……”

삼촌이 돈을 돌려드렸습니다. 그러나 아저씨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정 그렇다면, 오늘 일을 하고 그 돈을 도로 받아 가면 안 될까?”

“그렇게 해도 될까요?”

“그러면 더 좋지.”

“알았습니다.”

삼촌은 윗도리를 벗어 던지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아저씨가 한참 걸려야 파는 땅을 삼촌은 쾅쾅거리며 힘주어 순식간에 몇 개를 파고 비료를 묻었습니다. 노라도 삼촌이 파놓은 구덩이에 비료를 퍼 날랐습니다.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좋아서 싱글벙글하셨습니다.

“우리가 하면 열흘은 걸일 일인데 이렇게 하니 닷새면 해치우겠어. 키만 큰 줄 알았더니 힘도 좋고 일도 잘하네.”

점심때는 아주머니가 아주 맛있는 음식을 차려주시고 아저씨는 좋아서 술도 한잔 마시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어른 앞에서 술을 마시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삼촌은 술잔을 받지 않았습니다. 아주머니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술도 잘 마시는데 총각은 술을 안 하나?”

“술은 즐기지 않습니다.”

“요새 사람답지 않게 훌륭한 청년이군.”

삼촌은 정말 신나게 하루 일을 하고 저녁 때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이만 원을 혼자 갖지 않겠다고 노라와 하나씩 나누었습니다. 노라는 삼촌 덕에 만원을 벌었습니다.

또 다음 날입니다. 삼촌은 신이 난 얼굴로 말했습니다.

“과수원 가자.”

“또?”

 

“오늘은 정말 그냥 도와드리러 가는 거야.”

“삼촌은 일하는 게 그렇게 재미있어?”

삼촌은 마당 가장자리와 뒤란에 파랗게 돋아나는 새싹들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저것들 봐라. 내가 해마다 가꾸어 주기 때문에 우리 집이 봄만 되면 꽃 대궐이 되지 않니?”

“그렇지, 삼촌이 공부는 못해도 꽃은 잘 가꾸지.”

“맞아, 난 공부보다 꽃과 나무 가꾸는 게 더 재미있고 좋아.”

“그래서?”

 

“아저씨가 가꾸는 과수원도 우리 집 꽃밭같이 커다란 배 꽃밭이 아니냐? 비료만 잘 주면 예쁜 꽃이 피고 큰 배가 주렁주렁 열릴 거야.”

“삼촌은 과수원도 꽃밭으로 보이나 봐?”

“큰 꽃밭이지.”

삼촌과 노라가 과수원에 갔을 때 아저씨와 아주머니는 벌써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저씨 안녕하세요? 저 또 와도 되지요?”

“와도 되지. 그러나 조건이 있어.”

“네?”

“또 어제처럼 일을 하면 내가 거저 시킬 수가 없어. 나하고 얼마 받겠는지 약속하고 도와줘.”

“저는 돈 바라고 온 게 아니에요. 배꽃 피는 거 보러 왔어요.”

“이 사람아, 그래도 어떻게 일을 거저 부려 먹어?”

“아저씨가 부려 먹는 게 아니라 제가 좋아서 하는 거예요. 나중에 배꽃 피면 꽃향기나 실컷 맡게 해 주세요.”

“허허, 참 고맙고 기가 찬 말만 하는군. 좋아, 알아서 하고 배꽃 향기는 아주 다 가져가게나.”

이렇게 하여 삼촌은 조카 노라를 데리고 날마다 과수원에서 일을 거저 했습니다.

하루는 아주머니가 아저씨한테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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