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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속의 노래-5[박찬현]
2009-03-13 16:4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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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현 시인
△《문예사조》시 등단
△한국문인협회, 한국펜클럽한국본부, 서대문·은평문인협회 회원
△대전 백지동인. 청다한민족협회 간사
△시집『먼나라』, 『종이강』
△지방문화재 노씨문중 의병 영정, 천주섭리수녀원 성화 제작. 불우이웃돕기 갤러리 30점 기증. 와우갤러리 작품 등재
조회:1463
추천:83

 

5.실향민

홍희의 조부모와 가족들이 실향민이 듯, 제일상회 가족들도 실향민들이다.

전 여사가 기득권 행세를 하려 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그녀의 눈에 여러 가지 정황들이 수상하게 전 여사의 눈에 포착이 된 것이다.

 

해거름이면 남의 담벼락을 끼고 암탉의 날개 죽지를 움켜쥐고 슬쩍 사라지거나 널려진 이불 호청을 휘 걷어 간다거나 어느 집 담을 돌면 숯 가마니를 움푹 비워 놓는 다 던지, 장독대의 장류들은 쉽게 퍼 갔고 곳간의 곡식이 두어 말씩 감쪽같이 사라지는 일이 비일 비재했다.

 

제일상회는 온갖 생필품 잡화를 모두 판매를 한다.

5일장이 서는 날 그 집 마당에 좌판을 펴 놓은 위에는 사실 가지 수를 외울 수 없을 만큼 엄청나다.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생필품이 두루 갖추어 졌으니 장사도 무척 잘 되는 편이다.

외지에서 들어 와 정착한 상회 치고는 손님이 북적거리는 것은 자본금이 그만큼 뒤 받쳐 준다는 여지이다.

전 여사는 제일상회가 날로 번창가도를 달리는 점을 다른 각도로 바라보고 있었다.

‘저들은 분명 무언가 검은 손이 있어,’ 무언가가 의혹이 있다는 말을 했다.

동리에서 이집 저집에서 무언가가 없어진다는 점을 들어 제일상회의 소행으로 생각했다.

아무런 물증도 없는데 전 여사는 포목상에 앉아서 아리랑 담배 개피를 피워 물고 앞뒤 정황을 그럴듯하게 맞추어 큰 소리로 떠들어 댔다.

그렇게 지목을 해서 고성으로 언질을 해도 제일상회 사람들은 전 여사를 향해 특별히 비난을 하지 않았다. 그 지방사람 같았으면 벌써 주먹다짐이 오가던가, 한바탕 큰 싸움이라도 일어났을 터인데 가타부타 일언방구도 하지 않았다.

전 여사가 의혹에 찬 말들을 하는데도 미동도 하지 않으니 오히려 더욱 의심이 갔다.

동리 사람들은 그녀의 독단적인 발언에 아무도 응대하지는 않았다.

물증도 없는 이들에게 가혹한 입찬 발언에 사람들은 귀를 열어두지 않았다.

그래도, 전 여사는 툭하면 제일상회를 겨냥 해 온갖 낭설을 멈추지 않고 해댔다.

5일장이 든 날은 청운상회를 찾아 온 지방 유지들에게나 학식이 든 이를 막론하고 마이크를 잡은 연사인양 스피커처럼 청운상회에서 말들은 울려 퍼져 나왔다.

이슬비에 옷이 젖는다고 사람들은 전 여사의 독설을 귓등으로 흘려듣다 가도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는 듯이 조금씩 전 여사의 말 속에 젖어 들었다.

그래서 제일상회 앞을 지나칠 양이면 사람들은 한 번씩 흘깃 훑어보게 되었다.

제일상회 여자는 표정의 변화는 없었다. 단지 그의 가족들은 심기가 불편함을 감추려 해도 표면에 젖어 나왔다.

제일상회 남자 정씨는 장이 서지 않는 날에는 근간 저수지로 낚시를 나가 버렸다.

밤낚시도 즐기는 편이지만 전 여사의 입질로 동리가 뒤숭숭한 연후로는 매일 저수지로 향 했다.

해가 서쪽을 붉게 물들일 시각이면 낚아 온 붕어들을 양동이에 부어 놓고 한 마리씩 배를 가르면 하얀 풍선 같은 부레가 나왔다. 홍희의 동생들과 그 집 아이들은 그 부레들을 밟으며 좋아들 했다. 아주 작은 풍선을 밟아 터트리는 쾌감을 발끝에서 즐기는 아이들은 매일 같이 저수지에서 정씨가 돌아 올 시간을 기다리기만 했다. 낚시를 하는 시간들이 쌓여 갈수록 정희네 집에도 붕어 매운탕이 곧잘 상위에 올랐다. 전 여사는 그 매운탕을 연신 퍼 먹으면서 그 집 폄하를 길게 늘어놓았다.

 

 

제일상회 장남은 고등학교를 졸업과 동시에 군 입대를 했고 차남은 대도시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1학년생이고 삼남인 경익은 중학교 2학년이다. 그 아래 젖 먹이 딸과 네 살 박이 딸, 그리고 여인으로 성숙 해가는 아름다운 여고 3년생인 경숙이다. 두 집이 함께 쓰는 막다른 골목이 뒷마당이 된 곳에, 경익은 토끼장과 닭집을 사과 궤짝을 이용 하여 만들어 놓고 그것들을 정성들여 키우고 있었다.

타향에 정착을 시도 해 나름대로 성장 해 가는 자식들을 키우며 살아가는 어깨에 무거운 쇳덩어리가 달린 것 마냥 정씨의 어깨는 무겁다.

저수지에서 뜨거운 한나절 햇살을 받으며 좁고 작은 의자에 움츠리고 앉아 있노라니 알 수 없는 서글픔 한 움큼씩 밀려 올라왔다.

모두들 힘든 전쟁인 난리 통을 겪고 먹고살기에 여념이 없는 나날인데, 타향객지에서 남의 입질에 오르내리는 기가 막힐 입지에 놓이고 보니 마른 눈물이 왈칵 솟구쳤고, 빈 위벽 속으로 젖은 눈물이 쓰리게 훑고 내린다.

아무리 외관상으로는 태연하려 해도 눈만 뜨면 긁어내리는 신경을 나무토막이 아닌 다음에야 무심히 지나 칠 수 없는 일들이 되었다.

그렇다고 어렵사리 터전을 일구어 놓은 곳을 쉴 새 없이 달려드는 모기떼들이 견디기 힘들어서 새 터전을 찾아 떠날 수는 없는 처지이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독침 같은 말들이 가라앉으리라 예상을 했던 것이, 갈수록 시퍼런 날을 세운 혀들이 중 무장 태세로 격돌 해 오니 속수무책인 노릇이다.

 

처음 터전을 일구고 있을 무렵에, 이 고장의 주먹 패거리들이 상회 앞에 펴 놓은 것들을 툭툭 건드리다가 시간이 좀 지나자 대 놓고 걷어차며 시비조였다.

그들의 속셈이야, 타관객지에서 장사를 하려면 거리의 터 값을 요구 하며 나오는 것인 줄 손바닥처럼 훤히 들여다보이는 일이였다.

매월 얼마만큼의 돈을 손에 쥐어 주면 당분간은 조용하다. 번지르르한 양복에 흰 중절모와 백구두를 광이 나게 닦아 신고, 한 여름인데도 손에는 검은 가죽 장갑을 끼고 그리 넓지도 않은 시장 통 을 무리지어 다니곤 했다. 그러한 무리들을 영화에서 보았거나, 대도시의 폭력 조직 패들의 행세를 모방을 하려 든 행태인데, 그들은 그냥 양아치일 뿐이다.

대체적으로, 큰 기차역을 시점으로 해서 생성되는 폭력조직 단 들은 정치세력을 업고 행세께나 하는 무리들이다. 기차선로가 교차 해 만나는 분기점 역이 있는 이웃 도시에 ‘흰 장갑’이라고 불리고 있는 조직 패거리들이 있었다. 그 조직은 유명세를 떨쳤고, 우두머리는 비호처럼 날렵하고 주먹 한 번 빗나간 적이 없는 위인이다. 어느 날, 그가 우연히 이 지방에 들렀다. 그 양아치들이 외지에서 흘러들어 온 동류의 양아치인 줄 알고 덤볐다가 무더기로 병원에 입원한 일이 있었다. 하나같이 육신에 뼈들이 한 두 개 이상 골절이 되어서,

그래도 그들은 배운 것이라곤 쌈질 밖에 몰라서 어깨에 힘을 있는 대로 넣고 유유도일 하며 돌아다녔다.

그들의 부모들은 장날 국밥집을 한다거나 집에서 엿을 고아 고물과 맞바꾸는 일에 종사하는 자식들이지만, 거의 동네에서 장사들을 하는 집의 아들이다. 그래도 그들은 전 여사 앞에서 허리를 꺾어지게 인사를 해 올리는 위인들이다.

사리분별력이 흐르지 않고 고여 있어서 썩어 나가는지 모르는 근시안의 위인들이기도 하다. 몸에 종기가 생겨나면 약을 바르고 치료를 해야 하는 데도, 그것이 몸속을 헤집고 썩어 들어가는 것을 모르고 살아가는 일부 지방 인 이기도 하다.

그들은 늘 그렇게 악취를 풍기며 썩어들 가는 피 고름 섞인 종기들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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