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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속의 노래-3 [박찬현]
2009-03-11 20: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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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현 시인
△《문예사조》시 등단
△한국문인협회, 한국펜클럽한국본부, 서대문·은평문인협회 회원
△대전 백지동인. 청다한민족협회 간사
△시집『먼나라』, 『종이강』
△지방문화재 노씨문중 의병 영정, 천주섭리수녀원 성화 제작. 불우이웃돕기 갤러리 30점 기증. 와우갤러리 작품 등재
조회:1347
추천:96

 

3.밤의 자국

랜턴을 비추던 밤, 그 다음 날 밤은 문을 두들이지도 긁지도 않았다.

다만, 전 여사가 상회 앞에 잘게 부슨 연탄재를 부어 놓고 그 위를 빗자루로 살살 쓸어서 결이 고운 연탄재 바닥으로 메워 놓았다.

동리 사람들이 전 여사의 말을 그다지 신빙성 있게 들어 주지 않고 있다는 점만은 확실한 입지이므로 그 여자는 다음 날에도 다녀 갈 여지가 충분히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전 여사는 집 앞에 연탄재를 융단처럼 깔아 놓았다. 고요함을 집 안팎으로 펴 놓고 밤을 지새우며 전 여사는 귀를 최대한 열어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칠흑 같은 어둠은 동리를 휘 덮었고 태엽을 감은 벽 괘종시계는 째깍, 째깍, 어둠과 고요를 잘게, 잘게 썰어 내렸다. 무 채 썰어 내듯 시간은 수북 쌓여만 갔고 어둠은 그 만큼 밀려 나갔다. 그 쌓인 시간 사이로 아무것도 헤집으며 지나 간 흔적 소리가 나질 않았다. 견고한 성을 쌓아 두고 적군을 기다리는 무장들처럼 곧 일어 날 혈흔의 대결을 기대 했으나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고, 기다리던 적군의 냄새조차 맞지 못했다. 숨어 있던 복병들처럼 아무것도 어른거린 흔적이 없자 밤을 툭툭 털고 모두 일어났다. 태양이 붉게 동쪽 하늘 귀퉁이를 핥고 있을 무렵, 네 명의 여자들은 문 밖으로 나가 보았다.

허연 연탄재 가루를 뿌린 위로 맨 발자국이 보란 듯이 선연히 움푹 움푹 찍혀 있었다. 그 자국을 보자 이내 전 여사는 얼굴빛이 시뻘개졌고 그녀의 딸들과 홍희는 경악을 금지 못 했다. 무장처럼 마음의 중무장을 하고 밤새 기다린 그 시간 사이에 방어전을 하던 그녀들을 놀리기라도 하듯, 그녀는 혼령처럼 조소를 버무려서 흘려 놓고 사라 졌다.

 

 

전날과 같이 홍희는 조반을 준비하는 것을 거들면서 머리가 복잡 해 졌고 옆집의 작은 소리들에 다시금 귀를 더 바짝 기울였다.

전 여사는 출근을 하듯이 안방 아랫목에 앉아 혈압을 올렸고 그 일들을 전해들은 가족 들 조차 참으로 기가 막힌 일로 간주 하게 이르렀다.

그 자국을 여러 사람들에게 보여 주었으나 사람들은 다른 이의 자국일 수도 있고 모르고 지나가다 밟은 자국일수도 있다는 설로 대수롭지 않은 일로 그냥 일축을 해 버렸다.

그러나 분명 그 자국은 문 가까이로 다가 서던 것 이였고, 다음에는 돌아서 나간 자국의 일정한 방향 이였다. 그 움직임은 확실 했다.

그런 날이 얼마 지나지 않아, 홍희 아버지가 한번은 조금 먼 거리에 있는 마을에서 다급한 환자가 앓고 있어서 밤사이 그곳 환자를 돌봐주고 돌아오던 야심한 시간 이였다. 그다지 가깝지 않는 시야에 혼령 같은 물체가 획 지나쳐 간 적이 있었다는 일을 짚어 보면, 분명 혼령으로 여겨버린 물체는 제일 상회 여자였을 거라고 자신의 가족들에게만 발설 했었다.

 

홍희는 먼지 털이로 약장 구석구석을 털었고 열어 놓은 출입문을 간격을 맞추어 다시 닫았다.

그 여자는 긴 빗자루를 들고 나와 너무나 태연하게 마당을 휘휘 쓸어 갔고 한 줌 정도의 고운 흙가루를 마당 경계선에 모아 두고 빗자루를 탁탁 털어 상회 안으로 들어갔다. 그 여자는 눈을 감고도 할 수 있는 상품들을 늘 같은 자리에 고루 배치 해 놓았다.

 

햇볕 바른 자리에 털실감은 덩어리가 들어 있는 바구니를 갖다 놓고 앉아서 코를 꿰며 전 날에 하던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눈은 자주 밖을 향해 바쁘게 동자를 굴리며 흘깃 흘깃 훑어보고 있었다. 그녀는 코를 육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숙달 된 손놀림으로 뜨개질을 잘 했다. 밤길을 대낮처럼 천연히 트고 다니듯이 모든 게 숙달 된 행동들이였다. 털실은 아무런 내색이나 고민 하나 없이 그 여자의 손가락을 타고 목적 된 곳을 행해 줄곧 이어져 갔다.

그 여자의 아이들이 조금씩 성장 해 나갈 때 마다 털실로 짠 옷은 되풀어서 끓는 주전자의 물이 흘러나오는 부리를 지나 뚜껑을 통과 하면 꼬불꼬불 했던 털실이 매끈하게 펴져서 새로 산 실 타래처럼 되었다. 그것을 다시 둥그런 털실 뭉치로 새것처럼 감아 놓았다.

그 여자는 오래 된 털실의 고불, 고불거림으로 연탄난로 위에서 끓는 주전자를 천연히 관통 해 나와 태연자약한 새 실타래처럼, 밤과는 무관한 여자로 음전하게 앉아서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그 여자의 큰 딸 경숙이 상회 문을 열고 나오고 있었다. 이웃 도시에 다니는 여고생이다. 그녀는 추운 겨울인데도 불구하고 빨강 스웨터를 단정하게 잠그고 넓게 쌍 맞주름이 들어 간 하얀 미니스커트를 입고 출타를 하고 있었다.

한껏 멋을 부린 모양새는 여고생답지는 않았지만 물오른 겨울 매화 마냥 추위 속에도 마냥 설레 임이 설핏 드러나 보이는 매혹의 모습 이였다. 얇은 스타킹을 신은 경숙의 각선미는 소녀라고 보기엔 성장이 컸다. 그녀는 성숙한 자태의 고운 여인 이였다.

그래서 그런지, 훌쩍 커버린 소녀는 여인의 구획선으로 입성하려는 만개한 화사한 꽃송이처럼 서있는 그녀는 참으로 아름다웠다.

그 여자는 대바늘에 실을 감아 코를 이어가면서 경숙의 행동거지와 행선지에 관하여 가타부타 관여를 하지 않고, 수수방관 하듯 그저 외출하는 딸의 뒷모습을 곁눈질로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녀의 치마에서 상큼한 봄이 일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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