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방송(DSB) 문인글방_소설
HOME 시작페이지로 즐겨찾기추가 [등업신청/기타문의]
로그인 회원가입
회원가입
   

한국문학방송은 지상파방송 장기근무경력 출신이 직접 영상제작 및 운영합니다
§사이트맵§ 2017년 12월 18일 월요일

문인.com 개인서재
 

DSB 문인 북마크페이지

전자책 출간작가 인명록



시조
동시
영시
동화
수필
소설
평론
추천시
추천글
한국漢詩
중국漢詩
문학이론


DSB 앤솔러지 제7집


DSB 앤솔러지 제6집


DSB 앤솔러지 제5집


DSB 앤솔러지 제4집


DSB 앤솔러지 제3집



[▼DSB 앤솔러지 종합]
 



홈메인 > 문인글방_소설 > 상세보기
DSB 전자책 발간 현황
DSB 전자책 발간 현황
DSB 전자책 판매정산 페이지
도서판매/온라인강좌

전자책 제작·판매·구매의 모든 것

사이버문학관


이곳은 문학방송 정회원(문인회원)의 글방[소설방]입니다
(2016.01.01 이후)


<꽁트> 2년만의 외출
2009-02-23 20:50:08
weolsan

조회:1698
추천:116

 


                                                                <꽁트> 2년만의 외출


                                                                                                                                           최 용 현


   “내는 여기서 바로 갈 끼니까 니는 집에서 택시 타고 온나. 토요일이라 차가 많이 밀리니까 4시쯤에 집에서 나오면 될 끼다. 성은이 옷 잘 챙겨 입히래이. 밖에는 아직도 춥대이.”

   “알았어예….”

   수화기를 놓으려다 나는 옆에 있는 성은이를 보고는 ‘잠깐만요’ 하면서 남편을 다시 불렀다.

   “성은이 바꿔주께요, ‘성은아’ 카고 불러보이소.”

   나는 수화기를 성은이의 입에다 대었다.

   “성은아, ‘아빠’ 캐봐라.”

   아빠의 목소리를 들은 성은이가 ‘빠빠 빠빠’를 계속 불러댔다. 요즘은 말을 꽤 잘(?) 한다. ‘엄마’와 ‘빠빠’, 어쩌다 할머니나 이모에게서 전화가 오면 할머니를 ‘알알….’ 이모를 ‘이마 이마’ 하고 부르는 게 고작이지만.

   시계를 보니 3시 40분이었다.  우선 성은이 기저귀부터 가방에 챙겨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옷장을 열어 까만 폴라티를 꺼내 입고 재작년 봄에 백화점에서 산 주황색 투피스를 그 위에 입어보았다. 그땐 허리가 약간 컸으나 이젠 딱 맞았다.

   목걸이까지 하고 거울 앞에서 한바퀴 빙 돌아보았다. 성은이를 가지기 직전까지도 직장에서는 아가씨로 통했었다. ‘누가 날 아줌마라고 하겠어?’ 나는 거울을 보며 싱긋 웃었다. 침대 위에서 혼자 놀고 있는 성은이가 거울 너머로 보였다. 나는 다시 고개를 가로 저었다. 성은이를 업고 가야 하는데 투피스라니….

   나는 투피스를 벗어 옷장에 도로 걸어놓고 바지를 입었다. 성은이에게는 돌 때 얻은 새 옷을 입혀서 등에 업었다. 네 시 정각에 집을 나왔다. 임신으로 직장을 그만둔 이래 실로 2년만의 외출이었다.

   바깥바람은 아직도 차가웠다. 성은이도 오랜만의 외출이 즐거웠는지 등 뒤에서 폴폴 뛰고 야단이다. 아파트 앞에서 좀 기다려도 택시가 오지 않아 상가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오늘 하루 종일 바빴지만 마음은 내내 들떠 있었다. 오전에는 겨울에 입던 옷들을 정리했다. 점심때가 되자 혼자서 밥 차려 먹기가 싫어서 점심을 걸렀다. 저녁 때 모임에 가서 잘 먹으면 되지…. 오후에는 세탁기를 돌리고 성은이 목욕도 시켰다.

   성은이는 한 번 울음보가 터지면 낮이고 밤이고 가리지 않고 아주 까무라칠 정도로 울어댄다. 그 때문에 밤잠을 설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지난 여름휴가 때 형제들이 다 모이는 시골 친정에 잠깐 갔던 일 외에는 차타고 가는 외출은 처음이었다. 그때 친정에서 성은이가 하도 빽빽거리며 울어대는 바람에 너무 놀라서 하룻밤도 넘기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그 후로 외출은 아예 포기하고 살아야 했다.

   그런 사정을 잘 아시는 시부모님들은 생신 때가 되어도 나는 오지 말라고 배려해 주셨다. 그리고 몸소 우리 집으로 오셨다. 심지어 명절에도 나는 큰집에 가지 않아도 되었다. 반찬거리는 메모를 해주면 남편이 퇴근할 때 사왔고, 월말에 내는 공과금도 남편이 은행에 가서 내주었다. 그러나 돌 무렵부터는 밤중에 우는 것도 줄었고 낯가리는 것도 많이 좋아졌다. 상가 입구에서 택시를 잡았다.

   “영도로 가입시더.”

   택시가 출발했다. 전에 늘 다니던 거리였으나 오랜만에 차를 타서인지 거리풍경이 좀 낯설어 보였다.

   재작년 이맘 때, 임신 2개월이라는 진단이 내려지자마자 남편을 필두로 시부모님들은 직장을 그만두라고 종용했고, 결혼 후 7년간 아이를 갖지 못해 속을 태워 온 나는 아무 미련 없이 10년 가까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작년 1월, 주위사람들의 각별한 축복 속에 성은이가 태어났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결혼한 친구나 남편의 친구들이 초등학교 학부형이 된다고 으스댈 무렵, 우리 부부는 집에서 때늦은 돌잔치를 했다.  

   그 돌잔치는 두 달에 한 번씩 돌아가며 부부동반으로 모이는 남편 친구들의 모임도 겸했다. 그때 우리 집에 온 남편 친구들이 다음 3월 모임 때는 꼭 성은이를 데리고 오라고 신신당부를 했고, 나도 가마고 약속을 했었다.

   택시가 영도다리를 넘어서고 있었다. 차안의 라디오에서 막 다섯 시 시보가 울렸다. 업혀있는 성은이는 조용했다. 잠이 들었나 보다. 택시에서 내려 남항동 남편 친구 집에 들어서니 벌써 서너 가족이 와 있었다. 아이들 떠드는 소리로 집안이 소란했다. 남편친구들은 술상 앞에서 술판을 벌이고 있었고, 부인들은 부엌에서 저녁상을 준비하고 있었다.

   남편 친구들, 부인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술상 앞에 앉아있는 남편의 얼굴도 보였다. 부엌으로 갔다. 저녁상은 군침이 도는 음식으로 가득했다. 내가 좋아하는 농어회도 있었다. 나도 모르게 침이 꿀꺽 넘어갔다.

   성은이를 보려고 친구 부인들과 아이들이 내 주위로 몰려들었다. 그때 막 잠이 깬 성은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예의 그 까무라치는 듯한 울음이었다. 여름휴가 때 생각이 났다. 불길한 예감이 머리를 스쳤다.

   성은이를 안고 안방으로 가서 어르고 달래보았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입에 우유병을 물려도 그 자지러지는 울음은 그치지 않았다. 좀 있으니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깜박깜박 넘어갔다. 방으로 뛰어 들어온 남편도 어쩔 줄 몰라 했다. 아이들은 모두 귀를 막고 있었고 어른들도 모두 정신이 나간 듯 벙벙하게 안방만 쳐다보고 있었다. 3분, 5분….

   이젠 땀을 뻘뻘 흘리며 딸꾹질까지 해대고 있었다. 속수무책이었다. 경기(驚氣)를 일으킨 것일까. 주저앉아 같이 울고 싶었다. 그제서야 남편은 도로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라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도저히 민망스러워서 그 자리에 더 앉아있을 수가 없었다.

   나는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성은이를 들쳐 업고 그 집을 나왔다. 바깥은 벌써 어두워지고 있었다. 큰길까지 따라 나온 남편이 택시를 잡아주고는 ‘집에 가면 괜찮을 끼다. 나는 좀 있다 가꾸마. 먼저 가래이.’ 하고는 도로 집안으로 들어갔다.

   택시에 오르자 눈물이 울컥 솟구쳤다. 성은이의 울음소리는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상위에 잔뜩 차려놓은 농어회가 자꾸 눈앞에 아른거렸다. 배에서 꼬르륵 하는 소리가 났다. 집에까지 오는 데는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가스레인지 위에 물을 올려놓았다. 성은이를 마루에 내려놓으니 금방 생글생글 웃으며 ‘엄마 엄마’하며 재롱을 떨었다. 나는 성은이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끓는 물에 라면을 넣으며 암팡지게 소리를 질렀다.

   “몰라, 이 가시나야! 인자 내 보고는 아는 체도 하지 마라!”*

 



   메모
추천 소스보기 수정 삭제 목록
다음글 : <꽁트> 여우와 과부 (2009-02-23 20:56:38)
이전글 : <단편소설> 호호 아줌마 2/2 (2009-02-03 16:12:34)

[특별공지]댓글에는 예의를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부지불식간에라도 작가의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사기를 꺾지 않게 각별한 유념 부탁드립니다. 글방의 좋은 분위기 조성을 위한 목적상, '빈정거리는 투'나 '험담 투'류의 댓글 등 운영자가 보기에 좀 이상하다고 판단되는 댓글은 가차없이 삭제할 것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그것이 한국문학방송의 가장 큰 운영방침입니다. 비난보다는 칭찬을! 폄훼보다는 격려를! (작가님들께서는 좀 언잖은 댓글을 보시는 즉시 연락바라며, '언제나 기분좋은 문인글방'을 위해 적극 협조바랍니다. "타인의 작품에 대한 지적은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감상차원의 댓글도 아주 조심스럽고 또 조심스럽게! & 겸허한 자세로~!" 항상 타인의 입장을 먼저 배려하는 미덕을 가지십시다. 기타 (작품 또는 댓글 중)욕설 또는 저속한 언어, 미풍양속에 반하는 표현 등의 글도 삭제합니다.
◐댓글 말미에는 반드시 실명을 밝혀주시길 바랍니다. 실명이 없는 댓글은 무조건 삭제합니다.
 
한국문학방송에서 '비디오 이북(Video Ebook, 동영상 ...
경북도청 이전기념 전국시낭송경연대회
제2회 ‘박병순’시조시인 시낭송 전국대회 / 접수마...
 
사이트소개 개인정보보호정책 이용약관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알립니다 독자투고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