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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거짓말쟁이
2010-09-05 13:36:10
tmddnjs996

조회:2389
추천:148
첨부파일 :  1283745419-35.hwp

엄마는 거짓말쟁이


                                                              남 승 원


 

저녁노을이 곱게 물들 때 채현이는 단풍나무 아래 쪼그리고 앉았습니다.

단풍잎 하나를 주워 엄지와 검지로 살살 돌리며 생각에 잠깁니다. 


“채현아, 엄마가 우리 채현이에게 짜증내서 미안해”

“.......”

“우리 채현이 이제 겨울이 지나고 노란 개나리가 필 때 쯤 3학년이 되겠네,

내일은 우리 채현이 예쁜 옷 사러 나갔다올까?”

엄마는 옅은 미소로 채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씀 하셨습니다.

“정말!  신난다. 이제는 아프지 않을 거지?”

환한 웃음으로 뛸 듯이 기뻐하며 엄마를 올려다보며 말했습니다.

“.......”

엄마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채현이 무슨 색깔의 옷이 예쁘니? 엄마는 여기 이 단풍처럼 환하고 예쁜 옷을 사주고

싶어.”

경비실 뒤 나무 밑에 내려앉아 있는 단풍잎 하나를 주워들고 조심스럽게 먼지를

털며 엄마는 콧등에 살짝 부비며 길게 공기를 빨아 당겼습니다.

“엄마는......?”

“응! 엄마가 왜?”

“엄마도 예쁜 옷 샀으면 좋겠어.”

“우리 딸 다 컸네, 엄마 생각도 해주고!”

“치, 내가 언제는 엄마생각 하지 않았나, 내가 엄마 걱정 얼마나 많이 하는데!”

“아이고, 그랬구나, 미안해.”

“엄마, 민혁이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하면  다른 엄마들처럼 소풍 갈 때 도 함께

가 줄 거지? 급식당번도 해줄 거지?”

오랜만에 설레는 듯 엄마에게 잔뜩 기대에 부풀어 이야기 합니다.

친구 엄마들이 급식과 청소 도와줄 때, 소풍가는 날 함께 가 줄때, 늘 부러운 마음

이었지만 엄마가 아파서 말 할 수 없었습니다.

민혁이가 채현이처럼  속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입니다.

엄마가 아프셔서 그런지 또래의 친구보다 동생을 더 잘 챙긴다며 할머니는 입버릇처럼

말씀 하십니다.

“물론이지, 엄마가 너희들 옆에서 꼭 지켜 줄 거야.”

엄마는 코로 길게 숨을 빨아 당기며 채현이앞에 앉았습니다. 

“채현아, 사랑해 엄마는 네가 태어나는 날 세상의 전부를 얻은 것처럼 기쁘고 행복

했단다.”

채현이 머리에 입을 맞추고 두 손으로 채현이 손을 꼭 잡아 힘을 주며 말했습니다.

“엄마, 내가 엄마를 사랑하는 만큼 나를 사랑 하는 거야?”

“물론이지,”

채현이의 두 볼이 단풍에 물든 듯, 붉어지며 엄마에게 어리광을 부립니다.

엄마는 채현이 에게 좀 더 많은 사랑을 주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채현이가 엄마 때문에 귀죽지 않기를 바라며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이었습니다.

민혁이를 낳은 이후 가족 모두가 환하게 웃는 엄마의 얼굴을 보지 못했습니다.

엄마는 눈물을 감추려고 채현이를 와락 끌어안고 붉은 노을이 멀어져 가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고개를 숙이고 한참을 채현이 머리위에 입 맞추었습니다. 

“엄마, 숨 막혀”

더는 참지 못할 것 같아 어깨를 꼬아 머리를 들어 엄마를 올려다보며 말했습니다.

“으 으응!.......”

엄마는 채현이를 엄마 품에서 풀어주며 함께 벤치에 앉아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채현아, 엄마는 우리 채현이가 어느 때고 당당한 모습으로 살아가 주기를 바란다.”

“에이 엄마는 엄마 딸을 뭐로 보고 그러는 거야.”

“얼마 전에 너 희정이가 무섭다고 하지 않았니?”

“그거야 희정이는 자기보다 선생님께 칭찬 받거나 아이들에게 관심 받게 되면

그 친구를 못살게 굴어 그래서 그랬던 거야.”

“그랬구나, 그럴 때는 어떻게 해?”

“나도 얼마 전에  희정이가 내 상장을 찢어버린 적이 있었어.”

“뭐~어!”

“우리 반에서 어린이날 모범어린 상을  두명 받았는데 서현이와 내가 받게 되었어.”

“응, 그래서”

“희정이가 ‘어디 상장 좀 보자.’ 그러 길래 상장을 보여 줬더니 희정이는

상장을 들고 화장실로 도망가서 따라 갔더니 희정이가 앞으로 자기 말 잘 들으면 상장

주겠다고 했어.”

“그래서!”

“뭐가 그래서야! 희정이는 자기보다 잘나가는 친구는 모두 밉다고 했어.”

“그래서 상장은 돌려받았어?”

“아니 내가 빼앗으려 하는데 뺏기지 않으려던 희정이가 상장을 위로 올리려다 화장실

문고리에 걸려 찢어졌어.”

“선생님께 말씀드리지 그랬니?”

“엄마는, 그러면 그 다음부터  희정이가 나를 더 심하게 괴롭히면 어쩌라고.”

“그래서 어떻게 했어?”

“아빠가 지난 연휴에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희정이와 희선이 언니를 불러 함께 햄버거

사주시며 사이좋게 놀라고 말했어. 그리고 우리들과 함께 놀이터에서 함께 놀아줬어,

그 이후로는 희정이와 좀 더 친해졌어, 이제는 희정이가 무섭지 않아.”

“다행이다, 문제가 잘 처리되어서.”

“내가 처리한 게 아니고 아빠가 하셨다니까.”

그동안 채현이에 대하여 아무것도 몰랐던 엄마는  채현 이에게 미안 했습니다.

“왜 엄마에게 말하지 않았니?”

“아빠가 엄마 신경 쓰게 하면 더 아플지 모른다고 비밀로 하자고 약속 했어.”

“.......”

“엄마, 괜찮은 거지? 지금은 지난 일이라 엄마가 들어도 괜찮을 것 같아서 말했어.”

엄마의 표정을 찬찬히 살피며 말 합니다.

“응, 괜찮아! 단지 우리 채현이가 힘들고 마음 아플 때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었던 엄마에게 화가 나려고 하네!”

“에이, 엄마는! 앞으로는 엄마가 채현 이와 민혁이 옆에서 도와주면 되잖아 그지?”

“그래, 엄마는 그걸 몰랐네, 우리 채현이가 벌써 이만큼 자랐구나! 

동생과 엄마생각을 이렇게 까지 하고 있는 거 몰랐어, 그런데 아빠나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들으시면 서운하시겠다.”

“히~ 엄마는! 할머니 아빠 할아버진 건강하시잖아 그리고 어른이잖아.”

“그렇구나, 그런데 어쩌지? 엄마도 어른인데!”

“그렇지만........ ”

‘엄마는 아프잖아’

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입속에서만 돌아 다녔습니다.

엄마와 채현이의 눈에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아서 말하지 않았습니다.

엄마는 말하지 않아도 채현이가 무엇 때문에 그런지 알고 있는 눈빛이었습니다. 

아이들이 하나둘 저녁 먹으러 들어갈 때 엄마가 말합니다.

“ 우리도 들어가자, 할머니께서 기다리시겠다.”

채현이의 엉덩이에 묻은 먼지를 톡톡 털어 주고  채현 이를 가슴으로 끌어 않았습니다.

엄마는, 채현 이와 민혁이에게 늘 미안한 마음 이었습니다.

엄마의 가슴에서 채현이를 풀어놓으며 작은 손을 꼭 잡았습니다.  

“할머니께서 기다리시겠다. 우리도 들어가자.”

경비실 뒤 아파트 작은 정원을 빠져나와 집으로 올라갔습니다.

“뭣들 하느라 이제야 들어오누?”

“채현 이와 정원에서 곱게 물든 단풍이 너무 예뻐서 주웠어요.”

“힘들지는 않니?”

“어머니도, 채현 이가 아기도 아니고 제가 힘들게 뭐가 있어요. 어머니께서 저녁준비

하시느라 힘드셨지요. 죄송해요 어머니!”

할머니에게 미안한 마음을 들킨 엄마는 그렇게 말하고 화장실로 들어가셨습니다.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 진 찌개가 끓기 시작하자 그제야 채현이가 보였는지

할머니는 채현 이에게 다가 오셔서 말합니다.

“너도 얼른 손 씻고 밥 먹어야지.”

 채현이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주방으로 가셨습니다.

얼마 전 까지만 하여도 할머니는 집안을 을 하나도 하시지 않았는데 고모가 다녀가 신 뒤

할머니는 완전히 변했습니다.

엄마가 하던 집안일을 거의 다 하셨습니다.

가끔 허리 아프다고 주방에 서서 허리를 두들길 때 는 민혁이가 달려가

“민혁이 손은 약손!”

그러고 애교떨면 할머니는 환하게 웃으며 민혁이 를 안아 주십니다.

할머니는 민혁이를 볼 때 제일 환하게 웃으셨습니다.

채현 이는 궁금한 게 있습니다.

‘지난번 고모가 집에 와서 뭐라고 말했기에 할머니가 우셨고, 이후로 엄마에게

별나게 친절한 할머니........’

화장실 앞에서 엄마를 기다리며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 두 눈에  초점도 없이

화장실 문만 쳐다보고 계셨습니다.


며칠 동안 엄마가 침대에 누워계시며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괜히 무섭게 짜증낼 때가 많았습니다.

엄마가 아픈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짜증내는 엄마가 미울 때 도 많았습니다. 

동생 민혁이를  모질게 야단치실 때 는 더 미웠습니다.


노는 토요일 엄마와 함께 백화점에 가기로 한 날입니다.

일어나자마자 엄마 방으로 달려가려는데  민혁이가 달려 왔습니다.

“누나, 엄마가 오래”

잔뜩 겁에 질린 듯 울먹이며 민혁이는 채은이를 불렀습니다.

채현이는 민혁이와 함께 엄마의 방으로 가는 짧은 시간

‘하나님, 엄마를 미워했던 거 용서해 주세요. 하나님은 아시지요? 제가

엄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러니까 우리엄마 꼭 지켜 주세요.’

속으로 기도를 하며 엄마 방 앞에 섰을 때 할머니와 아빠가 얼른

오라고 손짓을 했습니다.

“채현아, 미안해! 엄마가 아파서 우리 채현이에게 못해준게 너무 많다.

다 못해줘서 미안해.”

엄마는 힘없는 목소리로  채은이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문 뒤에 숨은 민혁이를

오라며 손짓 하셨습니다.

“민혁아 얼른 와!”

채현이는 민혁이를 붙들고 엄마 앞에 함께 앉아 엄마에게 말했습니다.

“엄마, 나랑 백화점 가기로 했잖아 얼른 일어나, 아니 아무데도 가지마.”

“채현아, 미안해 예쁜 우리 딸, 민혁이 잘 부탁할게.......”

엄마는 힘없이 채현이와 미혁이의 손을 풀어주면서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작년 오늘 엄마는 채현이와 민혁이를 놔두고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아빠는 하늘나라에서 엄마가 아프지 않고  채현이와 민혁이를 지켜주고 계신다고

하셨습니다. 

저녁에 작은아빠 작은엄마들과 함께 추도예배를 드려야 하기 때문에 할머니는

식사 준비하시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계셨습니다.

“채현아, 두부 한모만 사오련?”

채현이에게 2천원을 건네주시며 얼른 주방으로 들어 가셨습니다.

슈퍼로 달려가다 채현이는 경비실 옆에 단풍나무를 보고 걸음을 멈추며

단풍나무 아래 쪼그리고 앉아 엄마가 하는 것처럼 단풍잎 하나 주워 살살 돌리며

코끝으로 가져와 엄마의 향기를 느껴 보았습니다.

그리고 하늘을 바라보며 속으로 말합니다.

‘엄마 거기서는 아프지 마, 채현이가 매일 기도 해줄게.’

“누나, 할머니가 두부 사러 공장에 갔나보다 하면서 누나 찾아오래”

민혁이가 씩씩거리며 채현이를 부르며 달려왔습니다.

 



   메모
ID : myway02    
2010-12-01    
07:55:30    
12월입니다. 무릇, 이 때 쯤이면 가을 이야기들은 바스락 거림으로 바람과 함께 신작로나 골목 어귀로 돌고
찬 바람은 찔끔 눈시울 적시게 합니다. 따뜻한 겨울, 숨소리조차 모락모락 정겨운 겨울되시길 바랍니다.
- 인천에서 권영의드림-
ID : simsazang    
2012-11-26    
18:04:37    
반가워요 나도 한국아동문학 연구에서 엄마는 거짓말쟁이로 2003년에 상받았는데 동지를 만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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