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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 속으로 흐르는 강-4
2009-01-24 20:4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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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현 시인
△《문예사조》시 등단
△한국문인협회, 한국펜클럽한국본부, 서대문·은평문인협회 회원
△대전 백지동인. 청다한민족협회 간사
△시집『먼나라』, 『종이강』
△지방문화재 노씨문중 의병 영정, 천주섭리수녀원 성화 제작. 불우이웃돕기 갤러리 30점 기증. 와우갤러리 작품 등재
조회:1506
추천:101

 

 

 

평소 공부도 남달리 잘했고 얼굴도 무척 아름다웠다. 새촘 하고 까다로운 성미만 제외하면 깔끔한 요조숙녀였다. 지난날 여고시절 뭇 남학생들의 흠모의 대상이 되었던 ‘미희’에게 어느 남학생의 편지 부탁을 받고 전해 주러갔다가 얼굴이 창백해져서 파르르 떨며 화를 내었던 기억도 어슴푸레 생각난다.

 

당시, 여 공군 조종사가 되겠노라 던 다부진 경험도 있었고, 물론 시험에 응시해 1차 필기 시험은 합격했으나, 2차 비행실전인 고난이도 체력체크에서 낙방의 고배를 마셨지만 그래도 꼭, 창공을 비상해 보려던 꿈은 쉽게 접지는 않았었다. 아무튼 공부만큼은 재능이 뛰어난 ‘미희’였었다.

 

그러던 그녀가 모 화장품회사의 사원선발 공채로 수석을 해서 그 회사에 입사했었다. 한 번씩 집에 올 때 마다, 동리에 들어서는 ‘미희’의 모습은 선이 아름다운 몸매와 어우러진 차갑고 이지적인 얼굴은 후배들의 우상과 귀감이 될 정도였다.

 

몇 년을 회사에 꾸준히 다니던 가운데 어느 날 ‘미희’는 수려한 외모의 공군 하사의 계급을 단 생도와 함께 귀가했다. 특별하게 집안에서 반대하는 이가 없어 그들은 결혼을 앞두고 이미 신접살이에 단꿈을 꾸고 있었다.

 

‘미희’는 꿈이 참으로 야무졌었다. 이상도 높았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그냥 시험만 치면 대체적으로 입대 할 수 있는 흔한 공군과 사귀였으며, 깐깐하기 짝이 없던 ‘미희’가 무엇 때문에 그러한 조건의 남자와 결혼도 하지 않은채 덜컥 임신을 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살림을 차렸을까?

 

정희는 도무지 그 선에서 만큼은 ‘미희’를 이해를 해보려 해도 할 수 가없었다.

 

‘미희’ 의 아버지가 구두쇠, 수전노여서 대학을 진학 못했을 뿐, 그동안 회사에 다니면서 모은 돈으로 얼마든지 그 실력으로 대학을 들어 갈 수 있는 사안 이였기 때문 이였다.

 

그 집 장녀인 ‘소희’는 정희가 어렸을 때 정희네 집에서 가사 일을 돌봐주어서 정희의 아버지가 고등학교 등록금과 학비를 대 주었다. ‘소희’ 는 그렇게 여고를 졸업하고 국가 산업 기관업체에 취직했고 더불어 안정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 아이들도 제 3국에서 국립대에 다니는 수제들이다.

 

그와는 반대로 너무나 대조적인 ‘미희’는 상상 조차 초월한 생활을 선택해서 살고 있으니 아무리 요리 조리 생각을 굴려 봐도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한동안 ‘미희’ 의 연락이 없었다. 모두들 그냥 그렇게 사나보다 했을 뿐 이였다. 그런 ‘미희’ 가 혼자서 집안에 돌아 온 날의 모습은 몸은 여윌 대로 여위었다. 피부 역시 푸석푸석 했으며, 좀체 흐트러진 모습을 안보이던 그녀가 아무렇게나 주어 입은 옷차림새와 짝짝이로 신은 양말, 완전히 망가진 행색은 많은 의구심을 낳게 했지만 아마 몸이 아파서 그랬을 것이라 생각 했을 뿐 이였다.

 

 

 

*

 

보채는 애기를 어르며 ‘지희’는 그동안의 사연을 토로 해 놓았다.

 

‘미희’가 결혼식을 치루지 못한 것과 또한 아직 혼인 신고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동안 학비로 쓰려고 모아 놓은 돈은 ‘미희’의 남편 ‘관식’이 모두 흥청, 망청 써 버렸다

 

신접살림에 이틀이 멀다하고 드나드나들던 여인은 친절하게도 게다가 아기를 봐 줄 테니 다니던 직장을 배려하던 그녀가 시누이라고 소개받아 그렇게 알고있었으나 후일 알고 보니  ‘관식’의 처 ‘남순’이였다. ‘관식’은 이미 결혼을 한 유부남 이였다. 그리고 ‘미희’가 직장을 나간 사이 그들은 진짜 부부로 돌아가 정작 그들이 신혼의 재미를 탐닉하며 보내고 있었다. ‘관식’은 그래도 자신의 핏줄인 아기를 호적에 올렸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미희’의 예상은 허무하게 빗나갔다.

 

짐승도 제 새끼 귀한 줄 알지만 ‘관식’은 애시 당초 목적한바가 있어 그 아기는 ‘담보물’같은 존재였다. 그는 ‘미희’에게 그 잘난 얼굴 하나로 ‘학벌’도 속이고, 집안을 아주 그럴듯하게 족보를 만들어서 그 깐깐한 ‘미희’에게 접근을 했다. 사실 그렇게 맘먹고 속이려 든 자에게는 당해 낼 재간도 없었겠지만 아무튼, 그 사건에 그의 처‘남순’이까지 동조자로 사기를 쳤기 때문에 ‘미희’는 그들의 사냥감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들도 사람이라면 애기가 배가 고픈지, 용변을 본건지 그렇게 울면 그 소리가 듣기 싫어서라도 돌아 봐주었을 터이지만, 애기 우는 소리가 지겹지도 않은지 흥건히 젖은 기저귀는 보드라운 아기의 엉덩이 살을 짖 무르게 해 놓았고, 배고픔에 저 혼자 얼마만큼이나 울었는지 지쳐 잠든 아기 옆의 분유통은 줄어든 흔적이 없었다.

 

아기를 출산하고서도 곧장 직장을 다녔어야 했던 ‘미희’는 남편의 이해 할 수 없는 행위에 따지고 들면 무자비하게 구타를 한다고 하니 그 진상은 서서히 드러나게 되었고, 해서 ‘미희’는 아기를 데리고 탈출을 시도했으나 그들에게 있어 ‘아기’란 자금책을 마련하기 위한 대안용이기에 제대로 ‘미희’손에 넘겨줄 리가 없었다.

 

‘미희’는 체력이 급속도로 쇠약해지고 정신적으로 현실을 직시하기엔 혼란만을 초래해 직장을 더 이상 다닐 수 없게 되었다. ‘관식’은 돈벌이 도구가 그 기능을 상실하게 되자 상습적으로 ‘미희’를 마구 구타해 집안에서 일방적으로 내몰았다는 것이다.

 

그 당시 완전히 이상한 몰골로 집에 왔을 무렵이 그때였다.

 

그리고 ‘미희’는 종적을 감춰 버려서 식구들이 혹시나 자살을 했거나 아니면 어느 곳에 어떻게 살고나 있는지 걱정들이였다. 그 몸으로 집을 나가서 온전하게 설수 있는 시간은 짧을 수가 없기 때문 이였다.

 

 

대체적으로 상습구타를 하는 가정의 피해 여성은 그 여파가 평생을 두고 뼛골 속속들이 아프고 나이가 들수록 피해망상과 정신불안으로 여간 고생하는 것이 아니다. 또, 사회가 그러한 것들을 외면하고 ‘남의 가정사’라고 치부하며 절대 도움의 손길을 주지 않는 현실이다.

 

똑같은 일을 당해 보지 않은 이웃 여인들과 주민들은 ‘폭력가정’을 들어 말하기를 “무언가 폭행당할 거리를 제공했기에 구타를 당하는 것 아니냐,”라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이다.

 

그러나 정작 폭력 상담의 일례를 들자면 ‘폭력’을 상습적으로 행하는 남성은 하나같이 정신적인 불안과 자라온 과정의 불안한 요소들을 안고 있으며, 거짓 증언을 낯빛 하나 변하지 않고 하는 것이다. 심지어, 폭력을 휘두를 때는 거의 음주 상태인데 일부 살해까지 하는 동기는 이성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이다.

 

언젠가, 정희가 날밤을 세다보니 피로누적으로 쓰러진 일이 있었다. 그래서 응급실에 실려 간적이 있었다. 링거를 혈관에 꽂고 잠이 들었는데 경찰들이 응급실에 들어와서 웅성거렸다.

 

정희가 누운 바로 옆 침대에 여인이 창백한 발만 보인 채 경찰과 형사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보아하니 그 여인의 남편 같은 이가 양 손목에 수갑을 차고 잠간 들어 왔는데 변을 늘어놓기를

 

   “그냥 화장실에서 미끄러져 엎어졌다.”고 말했다.

 

그 말꼬리에 형사가

 

   “ 엎어졌는데 이렇게도 됩니까?”

 

   “자, 여러 말 하지 말고 나갑시다.”

 

그 시각이 비가 막 내리던 새벽3시였다.

 

그리고 또 다른 형사가 들어 와서 담배에 라이터 불을 켜 붙이며

 

   “그 새끼, 거짓말을 낯짝 하나 변하지 않고 말하네...,”

 

   “지 여편네 목 줄기를 칼로 따 놓고......, 완전히 개만도 못한 쳐 죽일 놈이네,”

 

누운 여인의 몸을 이곳, 저곳 훓어 보면서

 

   “구타한 흔적도 엄청 나구만, 온통 멍 자국 옷을 뒤집어 입었네”

 

   “저런 새끼들은 완전히 쓸어다 쳐 넣어야 하는데...,”

 

   “꼭, 피해주는 놈들의 가족들이 나서서 개인가정사가 어쩌고 하니, 나 참~”

 

   “가정법을 만들려면 확실하게 만들지 똥 누다 만 놈들처럼 처리 해 놨으니, 국회 놈들도 한심하지...,”

 

 경찰은 그 상처투성이의 여인을 내려다보며 내심 부아가 어지간히 치밀어 올랐는지 속내를 거침없이 내뱉었다.

 

그제서야 정희는 그 옆의 여인이 시체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녀의 하얀 발이 무서워졌다.

 

평소, 폭력 남편 이였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런 인간들은 대체적으로 밖에서는 아주 예의 바르고 얌전하기로는 따를 자가 없다.

 

언어도 항상 논리적이며 내부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에 관하여 외부인들에게 상상조차 못하게끔 자신을 관리 해 나간다. 음주 후 알콜이 말초 혈관까지 스며들면 정신 분열 환자처럼 나대다가도 누군가 집으로 찾아오면 완전 행태가 돌변한다. 내가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완벽한 이중인격이 뇌세포에 저장되어 중무장 된 인간병기가 되어 살아가는 중증환자이다.

 

그러니 주변 사람들은 그 부인이 평소 뭘 잘못 했기 때문에 그 댓가를 치루는 것이라고 여긴다. 왜냐하면, 그 여성은 피해를 당하는 입장이므로 언어도 마비되고 생활상도 우울하며 사람 만나는 게 너무나 두렵고 또, 구타당한 곳이 늘 아프기에 약기운에 취해 누워서 산다. 외부의 시선이 두렵기 때문에 혼자 있고 싶어 한다. 그러니 남편과 부인은 이 얼마나 대조적인가, 남편은 열심히 사회생활을 하는데 비해 여자는 늘 아프다며 집안 살림을 엉망으로 해 놓고 산다. 기실 살 여력조차 없는 것이다. 생명이 붙어 있어서 사는 것뿐이고 자식이 있어서 마지못해 살고 있는 여성들이 허다하다.

 

이유야 어쨌든 외면만 보는 사회이고, 껍데기 삶이며, 그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이런 것을 겪은 자 만이 그들을 위해 옹호 해주고 정신적으로나마 지주가 되어주는 것, 이것만큼은 신앙 단체에서도 함부로 손을 못 대는 분야일 것이다. 물론, 대충은 머리로 이해를 충분히 하겠지만 그 고충의 동굴 속을 직접 들어 가 체험보지 않은 시야는 좁기 마련이다. 보여주는 언어는 숙성되어 보일지 모르나 삶의 직관력이 형편을 뒤 따라주지 못하기에 상담 창구 입장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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