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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 속으로 흐르는 강-3
2009-01-24 19: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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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현 시인
△《문예사조》시 등단
△한국문인협회, 한국펜클럽한국본부, 서대문·은평문인협회 회원
△대전 백지동인. 청다한민족협회 간사
△시집『먼나라』, 『종이강』
△지방문화재 노씨문중 의병 영정, 천주섭리수녀원 성화 제작. 불우이웃돕기 갤러리 30점 기증. 와우갤러리 작품 등재
조회:1427
추천:100

 

 

그들의 고조된 기쁨과 희열의 대화를 뒤로 하고 정희의 어머니 ‘신씨’가 조용히 정희의 방을 찾아 들어왔다.

 

아직 이불자락을 끌어안고는 있지만 정희 역시 기이한 일에 잠이 거의 다 깨진 상태였다. 정희 어머니 ‘신씨’는 나직한 소리로

 

   “너 밖에 나가서 그 애기 한번 살짝 보고 와 봐라,”

 

정희는 ‘왜, 그래야 하는가?’라는 눈빛으로 어머니를 올려다보았다.

 

그래도 ‘신씨’는 윽박지르듯 자꾸만 나가서 아기를 훑어보라는 것이다.

 

베개에다 머릴 깊숙이 파묻고는 “싫다”고만 했다. 좀 생소한 일이지만 그들 앞에 나서는 자체가 정희는 싫은 것이다.

 

   “애기들 모습이 거기서 거긴데 내가 보믄 머 알겠어?”

 

정희가 볼 땐 신생아들은 도무지 거의 유사해서 뒤 바꾸어 놓아도 모를 것 같은 입장 이였다. 그러나 ‘신씨’는 정작 뭔가를 알고 있는 듯한 모습이 얼굴에 쓰여 져 있었다.

 

그런 정희는 어머니 얼굴을 뒤로하고 마지못해 등 떠밀려 나가듯 밖으로 나갔다.

 

정희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이웃 여인네들에게 인사를 하며 아기를 들여다보았다.

 

   “애기 이뿌다~, ”

 

그 소리에 ‘한춘자’는 “아가씨가 봐도 아기 예쁘죠?” 그녀는 아직 흥분에 설레는 중이다.

 

   “그러네요. 근데 신생아는 아니네요?”

 

그랬다. 신생아는 아니고 백일을 전후로 둔 아기로 보였다.

 

그리고 그 애기의 모습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흔적이 어려 있다기보다, 그냥 여느 아기들보다 잘 생긴 것으로 정희 어머니가 의구심을 가진 것으로 여겼다.

 

그런데, 갑자기 아기가 울기 시작했다. 용변을 본건지, 아니면 배가 고파서인지는 모르지만 울음소리 한번 요란했다.

 

   “애기가 배가 고픈가 봐요,”

 

   “어머머, 그런가 보네. 아휴 얼른 집에 가서 우유 먹여야겠네요.”

 

   “그러셔야 겠어요. 사람들이 많아서 낯가림을 하나 봐요?”

 

   “어머, 그러게요~, 경기하면 어쩌나?””

 

한춘자는 아기를 포대기에 꼭꼭 싸서 자기네 집으로 서둘러 데려 갔다.

 

그러나 이웃 여인들은 요지부동이다. 후설을 풀어야 할 일이 남은 것 같아 보였다.

 

정희는 그녀들에게 인사를 하고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방으로 들어오는 정희를 붙들어 앉히며 ‘신씨’는

 

   “유심히 보니까 생각나는 사람 없더냐?”

 

   “글쎄, 어서 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 잘 모르겠어,”

 

정희에게서 신통한 대답은 못들은 ‘신씨’는 더 이상 묻지 않고 “얼른 자거라,”는 말꽁뎅이를 남긴 채 정희의 방을 나갔다.

 

 

*

 

그런 동네가 한차례 소란을 떨고 난 연후 아기는 ‘이모네 식당’‘한춘자’가 입양키로 가부를 보게 되었고, 그녀는 신혼의 살림채비보다 신비로운 기쁨과 만감이 교차되는 희열에 빠져 아기의 소모품과 옷가지들을 사다 나르는 재미로 쏠쏠하게 보낸 지 며칠이 지났다. 사람들은 의례 것 특별하게 톡톡 튀는 뉴스거리가 잠식하면 스스로들 제풀에 조용히 지낸다.

 

‘한춘자’는 정말 아기를 키워 보는 것이 소원이었던 것 같았다. 가게에는 친정 모친을 데려 오고 일하는 직원까지 두었다. ‘한춘자’는 오로지 그 아기를 돌보는 일에 혼신을 다했다.

 

아마도 그녀가 평생 소망하던 일을 직접 하게 됨으로 여타의 아이들 엄마보다 꿈일까 생시일까 하며 지냈을 것으로 생각되어졌다. 그래서인지 그녀가 다시금 새롭게 비춰져 보였다.

 

 

 

 

 전시작품을 작업하느라 삼일을 잠도 못 잔채 커피와 1회 용기 사발 면으로 배를 채우며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던 뒷날,

 

그날도 어김없이 해가 중천에 솟았지만 무기력해진 힘에 베개를 끌어안고 잠에서 깨어나려 무진 애를 쓰고 있던 시각,

 

이번엔 집 안채 쪽에서 애기 울음소리가 애절했고 귀에 익은 여인네의 울음 섞인 말들이 오고 가고 있었다.

 

정희는 피곤과 잠이 믹서 된 상태인지라 지나 간 날처럼 귀만 깨워서 들을 여력이 남아 있지 않았다. 그래서 정희는 그냥 지친 몸을 널브려 놓고 자려고 했다. 그런데 잠을 청해 보았지만 쉽게 잠을 취 할 길은 없고 귀 속으로 자꾸만 귀에 익은 목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왔다. 처음에는 울음이 섞여서 잘 몰랐지만 그 울음의 파장이 걷히면서 그 장본인이 ‘지희’ 목소리였음을 알게 되었다.

 

‘지희’는 본이 같은 성씨로 정희네 와 먼 일가친척 간이였다. 뒤이어 ’지희‘의 울음이 들려왔다.

 

정희는 몸은 물먹은 솜 같았지만 잠자리를 재치고 안채로 황급히 건너 가 보았다.

 

‘지희’는 아기를 안고 울고 있었고, 아기도 울음보를 터트렸는지 계속 울어댔고, ‘이모네 식당’ ‘한춘자’는 멍한 자세로 눈물이 고인 채 넋을 놓고 있었다.

 

가까운 친척은 아니지만 그저 일가(一家)처럼 지내 오던 언니네 였다. 먼 곳에 살고 있는 친척보다 오히려 가까이서 서로 의지하며 살아오던 집안들이다 보니 언제나 친 자매들 처럼 자라 왔었다.

 

‘지희’ 는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노처녀인데 도대체 지금 오열하며 안고 있는 아기는 무슨 연고인지 궁금해졌다.

 

정희는 티슈 통을 들고 와 티슈를 뽑아다 ‘지희’의 흠뻑 젖은 얼굴의 눈물과 콧물을 닦아주며 품에 안긴 아기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미희’ 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희’ 는 ‘지희’ 의 바로 아래 동생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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