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선 그래도 ‘업동’이라면 복을 업고 들어 온 아이라 해서 그다지 야박하게 내치지지는 못하는 관례이다.
그러나 그 집은 워낙 인정이라곤 눈 닦고 찾아 볼 수 없는 자들이다.
그들은 이른 새벽에 무슨 날벼락이라도 맞은 냥 불나게 아이를 앉고 파출소를 찾아가
“정신 나간 날벼락이 우리 집 대문에 머리를 박았거나, 밤중에 홍두께가 봉창을 뚫어 댄 일 아닌가베, 우리들은 모르는 일이니께 당신들이 알아서들 하쇼,”라며
무슨 쓰레기 보따리 갖다 던지듯 황급히 맡기고 가버렸다는 것이다.
“우리들은 보육원을 하는 것이 아니고 본시 정! 육! 점! 이라고 하는 곳이오, 알아 들으시것소?”
경찰이 경위를 좀 들을 양으로 그들을 잡았으나, 그 ‘정육점’이란 것을 강조하며 자기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이 그렇게만 말을 던지고 꼬리를 휭 하니 거두었다는 것이다.
파출소 소장은 항시 지방유지(有志)들과 거들먹거리며 혼자서 음식집을 경영하는 ‘이모네 식당’네 집을 평소 문턱이 닳아빠지듯 드나들었다.
‘이모네 식당’ 주인‘한춘자’는 타관에서 들어 온 여인이고,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연유로 소박을 맞았다는 하나, 하는 행색으로 봐서는 꼭 그런 이유의 진상만은 아닌 듯 했다. 언젠가 그녀를 찾아서 불원천리하고 찾아 온 남편을 이유야 모르는 것이지만 아무튼, 문전 박대하는 모양을 우연찮게 본적이 있다. 그 남편은 아무런 항변 없이 그녀의 집을 돌아서 나오는 모습은 초라하기 짝이 없는 행색 이였다.
동네에서 그녀에게 힘이 되어 줄 남정네는 이미 물밑 포섭을 다져 둔지 오래인지라 어께에 보이지 않는 힘께나 들어 있음이다. 그렇다고 빼어난 미모도 아니고, 그저 여느 아낙네들 처럼 여유로운 몸매를 갖춘 생김새인데도 불구하고 왠 남정네들이 그리 쏠쏠히 드나드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일 가운데 하나이다.
그리고 그녀가 동네로 들어 올 때 상황을 듣기로는 거의 맨손이었다고들 하나, 현재는 이유를 불문하고 드나드는 객이 많은지라 얼마 되지 않은 시간에 재래식 허름한 상가건물을 헐값에 사들여 3층으로 신축했을 정도로 아마도 부지런히 벌어들인 것 같았다.
일요일이 오면 ‘한춘자’는 검정 칠 부 길이의 치마에 하늘색 저고리를 입고 검은 핸드백을 왼쪽 팔에 걸고서 성경책을 꼭 보듬어 안은 채 하얀 구두와 연분홍 양산을 받쳐 들고 교회로 간다. 가는 길 에 마주치는 사람들과 다소곳이 머리를 숙이며 미소로 화답한다. 그야말로 교양자체인 그녀다운 매무새다. 약간은 보수적인 타관이고 또, 남정네들은 그녀의 지순한 행동거지에 포괄적으로 응대하므로, 해서 얼굴의 미모보다 여자다움의 자태는 타관객지의 남정네들에게 환심을 사기에 아주 적절한 생각 이였다. 또한 그녀의 웃음은 늘 화사하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동리 남정네들은 그녀가 그저 시답잖게 건네주는 여담 한 마디에도 그저 희색이 만연하다. 기실 남자들은 그녀가 이혼녀이건 무엇이 였 건 혼자서 산다는 것에 최대한의 관심지사이다.
파출소 소장은 그녀가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던 아기타령에 기인해서인지 그 문제의 아기를 ‘이모네 식당’ ‘한춘자’에게 선심이나 쓰듯, 그 아길 건네주려고 입이 함박꽃이 되어 온 것이다.
조사를 해도 출처가 무연고이고 하니 그냥 그 자리에서 즉결 심판을 하듯이 소장은 입양서류를 꾸며주고 파출소 일지에 기록을 했다. 그러니 서류상으로나 법률상으로나 하자가 없으니 흔쾌히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그 여인은 소장에게
“제 뜻을 헤아려서 이토록 신경 써 주시니 그저 감사할 뿐이네요.”
소원을 넝쿨 채 안은 양 그 특유의 지성미가 듬뿍 벤 목소리와 미소를 계속 흘리고 있었다.
기실 ‘한춘자’는 타관동네에 들어 와서 알만한 사내와는 잠자리를 거의 해 왔었다. 그 속내는 비록 여러 남성을 통해서라도 직접 자신이 아기를 가져보려 애께나 써 왔었지만 이웃 관내 산부인과에서 검사결과 모든 문제는 ‘한춘자’가 안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이 애써 낳을 수 있는 것에 관하여서는 포기상태였던 것이다.
“애기가 어쩜 요렇토록 예뻐요?”
‘한춘자’는 흥분에 가까운 어조로 아기를 향한 견해는 남달랐으며, 그녀에게 꿈같은 소망을 가져다 준 파출소 소장이 아기를 물어다 준 ‘펠리칸’새로 여겨 질만큼 ‘한춘자’는 흥분과 감동을 감출길이 없어 마냥 소장이 고맙고 시선은 아기에게서 떨어 질줄 모르고 그저 입으로만 ‘고맙다.’라는 표현을 해댔다. ‘한춘자’의 그런 모습을 내려다보는 소장의 얼굴에 누들 누들한 미소를 짓게 했다.
그런 ‘한춘자’의 말들은 사뭇 진솔한 마음에서 우러져 나왔었다.
“소장님, 애기 이름을 무엇으로 지을까요?”
“이왕이면 좋은 이름도 하나 지어 주세요.”
소장은 연신 헛기침을 뱉으며 자신에게 의지해 오는 ‘한춘자’의 마음씀을 기쁘게 생각하는 듯 고심의 뒷맛도 즐겁게 여기는 것 같았다.
“이 똘망한 녀석의 이름을 뭣으로 지어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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