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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꼬교회의 성탄절/박성배
2010-02-25 08:20:37
psbae

■ 박성배(朴聖培) 아동문학가
△전남 목포 출생(1946)
△서울교대, 한양대 교육대학원 졸업
△《서울교원문예》동화(1968)·소설(1969) 최우수 당선. 한국일보사 刊『횃불』동화 추천(1969). 서울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1978)
△한국글짓기 지도회 수석부회장. 한국문인협회 홍보위원. 노원문인협회 회장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한국본부,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 회원
△서울노원초 교장 정년퇴직
△동산산업정보고 이사. 노원문학아카데미 강사
△대한민국 문학상, 한국동화문학상, 한국 아동문학 작가상, 천등 아동문학상, 한인현글짓기 지도자상 등 수상
△동화집『천사를 만난 바람』,『꿈꾸는 아이』,『달밤에 탄 스케이트』등 30여권
△동시쓰기, 극본 쓰기, 논술문 지도 등 글쓰기 관련 도서 다수
△초등학교 교과서에 <잠자리 꿈쟁이의 흔적>, <외짝꽃신의 꿈>, <가을까지 산 꼬마 눈사람>, <행복한 비밀 하나>, <새싹한테서 온 전화> 등 수록
조회:2158
추천:134

 

 

   똥꼬교회의 성탄절

                                                                            박성배


“눈 왔다! 동찬아, 얼른 나와 봐.”

베란다 창문을 연 누나가 소리쳤다. 잠이 깬 후로도 이불에서 나오기까지는 마치 번데기에서 나비가 나오는 것처럼 몽그작거렸던 동찬이가 눈이 왔다는 소리에 후닥닥 일어났다.

 “야! 정말이네?”

 “눈이 오니까 진짜 성탄절 기분 난다. 그지?”

 누나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치! 아무리 눈이 와도 똥꼬교회는 성탄절 기분이 안 나.”

 “그런 말 말고 빨리 세수하고 교회 갈 준비나 해.”

 “난 똥꼬교회 가기 싫어.”

 “너 방금 뭐라고 했니? 똥꼬교회 가기 싫다니 똥꼬교회가 어디니?”

  방에서 나오시던 엄마가 동찬이의 말을 듣고 물었다.

 “그냥 해본 말이어요.”

 “솔직하게 말 못해? 너 햇살교회를 그렇게 말한 거지?”

 “아이들이 다 그렇게 말해요.”

  “그런다고 너까지 그러면 쓰니? 똥꼬가 뭐니? 똥꼬가.”

  엄마는 군밤을 주는 시늉을 했다. 실은 아이들이 똥꼬교회라고 한 것도 교회이기 때문에 많이 봐준 것이다. 만약 학교였다면 여지없이 똥통학교라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교회라서 차마 ‘똥통’이라고 하지 못하고 조금 애교스럽게 ‘똥꼬’라고 한 것이다.

                                                                                       

 ‘햇살교회’는 교인이 100여명이 채 안 되는 작은 교회다. 주일학교 아이들도 50명이 조금 넘는다.

 “하나님의 사랑을 햇살처럼 전합시다. 햇살은 쓰레기장이든 더러운 골목이든 가리지 않고    갑니다. 또 햇살은 싫은 것 좋은 것 가리지 않고 모두 따뜻하게 해 줍니다. 우리도 이런    햇살처럼 삽시다.”

 빼빼로 목사님은 가끔 이렇게 말하면서 ‘햇살교회’라는 이름을 자랑스러워한다.

 “햇살교회보다는 똥꼬교회가 어울린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은 목사님에게 들리지 않게 이렇게 말하면서 킥킥거린다. 아이들끼리는 목사님도 빼빼로 목사님이라고 별명으로 부른다. 몸이 빼빼하게 야위었기 때문이다.

 동찬이는 하얀 눈 위를 걸어 교회로 향했다. 눈 덮인 풍경은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버스 정류장 앞에 있는 커다란 교회 지붕에도 눈이 하얗게 덮였다. 마음은 그 지붕 위로 날아가는 기분이다. 높다란 종탑에서부터 교회 문 앞까지 여러 색깔의 꼬마전구들이 신나게 반짝거린다. 교회 현관에는 말구유에 누우신 아기예수와 경배하는 동방박사들의 모습이 꾸며져 있었다.

 ‘야! 진짜 성탄절 기분이 난다.’

 동찬이는 성탄절 준비가 잘 된 교회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교회 왔니?”

 주일학교 선생님인 듯한 분이 동찬이를 보고 웃으며 물었다.

 “아, 아니요. 다른 교회 다녀요.”

 동찬이는 다시 교회로 향했다. 생각 같아서는 이런 큰 교회로 나가고 싶다. 그러나 엄마 아빠가 다니는 교회를 안 다니고 혼자 다른 교회로 나가기가 쉽지 않다.

 신호등 앞에 서 있는데 교회 이름을 새긴 버스들이 지나간다. 동찬이는 교회 버스를 볼 때마다 버스를 타고 교회에 가는 아이들이 부럽다. 똥꼬교회는 작은 봉고차도 없다.


 교회 현관에는 커다란 눈사람이 세워져 있었다. 눈사람은 ‘친구들아 어서 와!’라고 쓰인 깃발을 들고 있었다.

 “어때? 멋잇지? 목사님과 선생님들이 함께 만들었지.”

 빼빼로목사님이 눈사람 곁에 지팡이처럼 서서 말했다.

 “목사님! 우리 교회는 크리스마스 트리 안 해요?”

 동찬이는 커다랗게 만든 눈사람 옆에 자랑스럽게 서 있는 목사님께 불만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크리스마스 트리는 왜 하는 건데?”

 “예? 예수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서 하는 거 아니예요?”

 동찬이는 목사님이 그런 것도 모르느냐는 투로 되물었다.

 “그런가? 그런데 말이야 말구유에 누우셨던 아기예수님이 지금 다시 오신다면 트리를 요란   스럽게 장식한 곳을 좋아하실까?”

  동찬이는 괜히 목운동을 하듯이 목을 길게 빼고 휘둘러댔다.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곤란했기 때문이다.  

 “성탄절에는 자기 용돈을 아껴서 정성스럽게 헌금을 하도록 합시다. 세상에 오신 아기예수   님께 동박박사들처럼 감사한 마음으로 헌금을 준비하기 바랍니다.”

 광고 시간에 빼빼로목사님이 강조했다.

  “성탄절날 선물은 안 주고 헌금만 하래. 그러니까 똥꼬교회지.”

 동찬이는 아이들과 소곤거렸다.


 성탄절 아침이었다. 동찬이는 엄마, 아빠 누나와 함께 교회로 갔다. 그런데 목사님께서 목발을 짚고 있었다.

 “목사님, 어떻게 된 일인가요?”

 동찬이 아빠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조금 다쳤습니다.”

 “사다리 밑에 깔릴 뻔한 제 딸 보람이를 감싸다가 다리를 다치셨습니다.”

 교회 바로 옆에 사시면서 교회 일을 열심히 하는 김집사가 미안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설명했다.

 “보람이가 까치밥으로 남겨 둔 저 감을 갖고 싶다고 하나만 따 달라고 졸라대기에 길 쪽 담장에 사다리를 걸쳐놓고 잠깐 장갑을 가지러 들어갔어요. 그런데 하필이면 지나가던 오토바이가 사다리를 밀치는 바람에 사다리가 보람이가 서 있는 쪽으로 쓰러졌나 봅니다. 마침 지나가시던 목사님이 순간적으로 보람이를 안고 피했는데 그만 목사님 다리 위로 사다리가 떨어져 다치셨습니다.”

 김집사는 담장 옆에 커다랗게 선 감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높다란 감나무 가지 끝에는 마치 작은 해처럼 빨간 감이 열 개 가량 달려 있었다.

 “저런 쯧쯧! 목사님 조심하셔야죠.”

 “그런 몸으로 설교 하시겠어요?”

 동찬이 아빠와 엄마가 동시에 걱정을 했다.

 “하하! 목발을 짚고 설교하면 좀 색다른 느낌이 들 것 같지 않아요? ”

 목사님은 목발을 짚지 않은 가느다란 팔을 ㄴ자로 꺾어보였다. 동찬이는 자기도 모르게 목사님을 따라했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알통이 나보다도 작아.’


 빼빼로 목사님은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모여 모처럼 작은 교회에 꽉 찬 교인들을 향해 설교를 하기 시작했다.

 ‘아기예수님께 어떻게 인사할까요?’ 라는 제목이었다.

 “똥꼬교회 빼빼로 목사님은 설교 제목도 이상하단 말이야.”

 동찬이는 옆에 앉은 아이들과 맘이 맞아 목사님을 향해 입술을 삐죽거렸다. 실은 다른 아이들도 빼빼로 목사님께 불만이 많다. 목사님은 12월로 접어들면서 성탄절에 선물을 주고받지 말라고 계속 강조했기 때문이다.

“해마다 성탄절이면 받아오던 선물을 못 받은 어린이 여러분은 목사님이 미울 거예요.”

아이들은 잘못을 하다가 들킨 것처럼 목사님을 향해 눈을 치켜떴다. 그러자 목사님은 엉뚱하게 사다리가 넘어져서 보람이가 다칠 뻔한 이야기를 하셨다. 목사님은 목발을 짚고 교인들 앞으로 조금 걸어나왔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보람이가 자기를 위해 다리를 다친 저에게 인사를 한다면 어떤 인사가 가장 어울릴까요?

 일번 축하합니다. 이번 감사합니다. 삼번 선물 주세요.“

 교인들은 서로 ‘이번이요!’하고 대답했다.

 “그럼 만왕의 왕이시지만 우리들을 죄에서 구하시려고 십자가에 못 박히기 위해서 오신 예수님께 우린 어떻게 인사해야 할까요? 일번 예수님, 탄생을 축하합니다. 이번 예수님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삼번 예수님, 선물을 많이 받게 해 주세요.”

교인들은 목사님 질문에 이번에는 아무 말 않고 듣고만 있었다. 교인들의 분위기로는 대답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상했다. 목사님의 그런 질문을 받는 순간 동찬이는 코 끝이 찡했다. 어른들 중에는 훌쩍이는 사람도 있었다. 별다르게 감동적인 설교도 아닌데 왜 그 질문이 코 끝을 찡하게 만들었는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저는 어린이 여러분이 우리 햇살교회를 똥꼬교회라고 하는지 다 압니다.”

순간 자기도 모르게 ‘풋’하고 웃음을 내뱉는 교인들이 있었다. 하지만 금방 다시 아까의 분위기로 되돌아갔다.

“십자가에 못 박히기 위하여 오신 예수님이 지금 다시 오신다면 선물을 주고받으며 요란하게 장식하고 떠들며 노는 곳에 오실까요? 아니면 미안하고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맞이하는 똥꼬교회에 오실까요?”

 “와하!”

 목사님께서 ‘똥꼬’라는 말에 힘을 주어 말하는 바람에 이번에는 교인들이 한꺼번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그 웃음은 짧게 끝났다. 교인들은 금방 미안한 마음으로 아까의 분위기로 다시 돌아갔다. 

 “이제 아기예수님의 친구들을 만나러 갑시다.”

성탄절 예배가 끝난 후, 똥꼬교회, 아니 햇살교회 교인들은 목발을 짚은 빼빼목사님을 앞세우고 장애아들이 모여 사는 천사원으로 향했다. 목사님은 서로 주고받을 선물을 안 산 대신 정성스럽게 낸 헌금을 예쁜 봉투에 넣었고 어른들은 미리 준비한 따뜻한 떡을 안고 있었다.  다시 눈이 나리기 시작했다. 동찬이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요란스럽게 반짝이는 커다란 교회 앞을 지나면서 처음으로 가슴을 활짝 폈다.

 “우리 교회 이름을 똥꼬교회라고 고치면 어떨까요?”

 “하하하하, 어쩜 그게 더 교회다운 이름일지도 모르겠다.”

 화를 내셔야 할 목사님이 먼저 웃으며 찬성했다. 동찬이와 다른 교인들 모두 처음으로 똥꼬교회가 자랑스럽고 좋았다.

 



   메모
ID : simsazang    
2012-11-17    
09:49:56    
참 재이있습니다. 박선생님은 크리스천이셨던가요? 예수님 향기가 깊이 젖은 작품입니다. 다음 시간에 또 다른 작품 읽겠습니다. 꾸우벅! 웃는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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