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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언어(言語)
2017-09-22 10:30:56
KGI8561

■ 김근이 시인
△경북 포항 호미곶 출생(1941)
△《문학공간》 시(2006) 《문학미디어》 수필(2008) 등단
△한국문인협회, 한국수필가협회, 한국시인연대 회원
△시집 『찔레꽃 피는 날과 바람 부는 날』, 『동행』, 『허수아비』
조회:659
추천:0

           말과 언어(言語)

 

우리나라 국민들의 말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그 속도가 예사롭지가 않다. 젊은 층에서 어린 학생층으로 내려 갈수록 그 속도감은 더해진다.

옛날 사람들의 말은 행동과 일치했다. 행동이 빠른 사람은 말의 자체도 빠르다. 그리고 행동이 뜨는 사람은 말의 자체도 느려서 때로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그른 사람들의 행동이나 말에는 안정감이 있다. 그른데 지금은 동작도 표정도 말이 빠르다 보니 미쳐 따라 가지를 못한다.

언제 부터인가 방송에서 젊은 아나운서들의 뉴스를 듣기가 힘들어 젓다. 바짝 귀를 기우리지 않으면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너무 빠르게 읽어 내리는 원고 문을 나이든 내가 이해하기란 고역일 때가 있다. 듣고 있자면 내가 숨이 찰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숨이라도 쉬어 가면서 읽었으면 좋으련만 숨 쉴 틈도 없이 읽어 내리니, 듣는 이가 먼저 지처 버릴 것만 같을 때가 있다. 특히 아나운서들의 방송은 곳 온 국민들에게 보내는 언어 교육이 될 수도 있다.

국회 의사당 에서 국회의원들이 하는 연설은 국민들에게는 높은 차원의 기대를 걸게 된다. 국회에서도 대 정부질문이나, 정당 대표 언설은 정치에 관심 있는 국민 이라면 일손을 놓고 지켜보며 듣는 최고의 관심을 갖게 되는 연설이라 하겠다. 그 연설을 들으면서 국민은 정부의 신뢰와 정치인들에 대한 기대치를 점검 하게 된다. 그른 연설문이 국민들의 귀 속으로 속속 들어오지 않고 허공으로 날아간다는 것은 국민들에게는 여간 실망이 아니다. 역시 정치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연령 층은 노인층이라 할 것인데, 달 달 달 달 콩 복 는 소리로 지나가는 연설을 빼 놓지 않고 듣는다는 것은 고역이다.

그를 때 면 옛날 대통령 선거 때나 국회의원 선거 때 들어보든 선거 유세가 생각난다. 역대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초대 이승만 대통령 으로 부터 여러 대통령들의 그 느긋하면서도 힘이 실려 있든 선거 유세 때나, 대 국민 담화문을 읽을 때의 높낮이를 맞추어 읽어 내리든 연설이야 말로 국민들의 마음속으로 까지 정확하고 확실하게 전달하는 힘을 가젓던 것 같다.

무엇보다 어릴 때 들었던 이승만 대통령의 4 19 당시 하야 방송은 지금도 눈을 감고 가만히 귀를 기우리면 그 여음이 남아 있는 듯하다.

옛 정치인들의 연설 언어의 높낮이를 음악 악보 에 그림으로 그린다면 오선을 다 쓰고도 아래 위 줄을 더 그려야 하지 않았을까 쉽다. 그에 비하면 지금 국회 의사당에서 하는 대표 연설이나, 방송에서 뉴스 방송을 하는 아나운서들의 언어를 악보에 그린다면, 오선지 두 서너 칸도 채우기가 어렵지 않을까 싶다. 전자 대통령들의 연설 음이 비포장도로를 달려가는 자동차에 힘이 실린 요동 이라면, 지금의 정치인들의 연설이나 아나운서의 방송언어들은 철로 위를 달리는 디 젤 열차의 소리라 할 것이다.

중요한 사안일수록 목소리의 조절이 절대 적으로 필요하다. 울분을 토할 많 큼 강력하게 전달해야할 의사 전달을, 감정을 빼버린 맥 풀린 목소리로 설명 하게 되면 그것은 연설이 아니라 이야기가 된다. 그렇다고 어느 교섭 단체 대표의 연설처럼, 시종일관 흥분된 감정으로 열차가 설로 위를 숨차게 달려가듯, 무엇을 예기 하고 있는지 무엇을 호소하고 싶은지 연설의 의미가 상실 된 체, 듣고 나서도 그 어 뜬 메아리처럼 귓가에 울림으로만 남게 된다면 그 연설 자체는 성공적이지 못하다.

지난 역대 대통령들의 근엄하면서도 질서 정연한 논리와 위엄성을 갖춘 연설이야 말로 한결 돋보이게 했든 것 같다.

특히나 정치인들이 하는 연설은 연설 내용에 감정을 싫어 듣는 사람들이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위해, 앞에 놓인 물 한 모금마시는 여유로움도 필요 하지 않을까? 원고를 외우고 나왔어도 원고를 앞에 놓고 차근차근 여유롭고 안정감 있게 연설을 한다면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쉽게 사로잡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의 언어들 중에는 같은 낱말일 지라도 발음의 강약에 따라 그 뜻이 달라지는 말들이 흔히 있고 보면, 발음의 기술 또한 중요한 연설의 실력이라 할 것이다.

세계 속에서 어 뜸으로 빛나는 우리 한글에 걸맞게, 차분하면서도 느긋하게 안정감이 있는 표현으로.

언제나 빨리 먹는 밥에 취한다고 했다. 그러니 빨리하는 말에도 실수가 있을 수 있다고 보면, 연설의 중요성에 따라 연설자의 절대적인 실력과 준비가 요망 되는 일이다.

이쯤 되면 초등교육부터 언어 교육을 새롭게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짧은 기간에 어린 학생들 속에서 만연 되고 있는 단축된 비속어들은 어째 극정 서럽고, 한글에 대한 모독인 것 같아 세종대왕에게 죄송한 마음까지 느끼는 것은 좀 우서 운 일인 것일까!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초등 교육이야 말로 언어의 기초를 닦는데 중요한 시기임을 놓쳐서는 안 될 것 같다.

우리 언어 속에는 예절과 슬기로움과 깔끔하면서도 정확한 표현을 구사할 수 있는 기교가 들어 있다. 우리 한글이 주는 언어로 못할 표현이 이 없다는 것은 정말 세계 속에 자랑 할 일이다.

엣날 사람들은 말은 곳 그 사람의 인격이라 했다.

지금 사람들은 말로서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사람도 있어 때로는 언어 폭력이 느껴질 때도 있지만, 그른 사람들의 주위는 언제나 삭막하고 그 주위에 몰려드는 사람들에게는 늘 경계하는 대상이 된다.

생활 속에서 평소에 주고받는 말과 다듬어진 언어의 차이가 있다고 보면, 말과 언어의 뜻은 같지만 역시 듣는 차이점은 큰 것 같다. 특히 연설자의 기술에 따라서는.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앞으로 고령화 정책이 필수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모든 정책들은 고령화에 걸맞게 맞추어 져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것은 그 속에서 빼 버릴 수 없는 것이 말과 언어다. 나이가 들면 귀가 어두워진다. 어두워지는 귀로 속사포 같은 빠른 연설문을 듣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아무리 좋은 정부 정책일지라도 듣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늦기 전에 새로운 언어 교육이 필요하지 않을까싶다.

모든 일에도 그러하듯, 침착한 마음으로 정성 끝 빚어내는 음식에서 우러나는 깊은 맛, 그 맛 많 큼 우리의 언어도 우리민족의 맛과 멋이 살아있는 영구한 혼으로 보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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