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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분의 여유/석송 이 규 석
2017-03-27 20:42:15
galcheon44

■ 이규석 수필가
△경기 용인 출생
△서울 문리실과대(명지대 전신) 졸업
△《한국작가》수필 등단
△한국작가 동인회장
△한국문인협회, 성남문인협회, 한국작가, 반달문학회 회원
조회:1006
추천:5

                        

                         13분의 여유

 

 

 

       핸드폰의 수신음을 감지하고도 걷는 걸음걸이를 멈추지 않는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네! 전화를 받는 순간 다급한 음성이 누구인지를 쉽게 인지할 수 있었다.   이 규석 주례선생님 핸드폰 맞나요?

 

  예! 맞습니다.

  아! 어디쯤 오시는데요!

  뭐요? 나는 오늘 주례 일정이 없습니다.

  네! 자지러들 듯이 놀래는 그 음성은 아니 오늘 12시 R4(삼삼전자 사내 예식장)에 예식이 있는데 오시지 않아서 연락을 드리는 것입니다.

  이거! 아닌 밤중에 무슨 홍두게란 말인가?

  삼삼전자 회사 안에 있는 사원들의 결혼식을 지원하는 예식장에서 예식을 주관하는 진행매니저의 다급한 음성이다. 지금 예식을 주관해야하는데 시간이 다되어도 주례 선생님이 오시지 않아 연락을 드린다는 것이다.

  어이쿠! 이게 무슨 말인가? 내가 주례를 진행하기로 이벤트회사로부터 연락을 받은 것은 내일(4월 18일)(일요일)12시다. 그러니까 일요일인데 지금은 토요일(4월 17일이 아닌가?) 그나저나 큰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 걱정을 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남의 인륜지 대사를 망처도 유분수가 아닌가! 지금 핸드폰에서 들려오는 매니저의 다급함으로 봐 큰일이라는 것을 쉽게 감지할 수 있었다. 다행인 것은 내가 있는 위치가 지금 예식장에서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기는 하지만 예식을 주관할 의관을 갖추지 않아 평상복을 입고 있었으며 양복은 입었어도 넥타이를 매지 않았다는 것이 제일 큰 문제가 되는 것이다.

  주례사의 원고나 예식진행기록이 없는 것은 지금까지 진행하면서 쌓아놓은 노하우로 어떻게든 그냥 넘길 수 있지만 옷차림이 너무 엉망이라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 되는 것이다.

  다시 핸드폰의 울림이 다급하다.

  진행매니저의 목소리에 떨리기까지 한다.

  난! 여기서 가슴을 두드리며 마음을 다잡기 위해 무척이나 노력했다. 핸드폰으로 보이는 시간은 13분전(11시 47분)이다. 12시 예식을 진행하기 위해선 보통 2~30분전 예식장에 먼저 도착하여 사회자 또는 신랑이나 예식담당자와 진행미팅을 하는 것이 통상 행할 수 있는 작업인데 그것도 없이 급한 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차량으로 이동거리는 2km지만 삼삼전자의 정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대기하는 시간이 10분이다.

  왜냐면 자가용 출입을 회사자체에서 엄격히 통제하기에 셔틀 버스로 회사정문을 통과해 예식장까지 들어가야하는 것이다. 회사에서는 서행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그나마 10km의 속도를 유지해야하는 것이다.

  다시 확인을 위해 매니저에게 물어보았다. 신랑과 신부의 이름이 내가 진행해야할 신랑신부의 이름과 동일한가를 알기 위함인데 이름이 틀림없다. 문제는 이벤트회사에서 나에게 팩스를 보낸 것이 착오였던 것이다. 사연이 어찌되었던 이거 평생에 한번인 새내기 청춘 남녀의 인륜지 대사 예식을 완전히 망처 놓는다는 생각에 머무르다보니 가슴이 퐁당퐁당 거리는 것이 어쩔 수 없이 나 자신도 당황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간신히 셔틀 버스를 이용하여 예식장에 도착했다. 하객들로 대 성황을 이루고 있는 예식장의 분위기가 무르익어있는데 주례가 도착하지 않아 예식 진행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객들 틈새를 숨어서 기어들어가듯이 하객들의 틈을 간신히 비집고 단상에 올라섰다.

  직원이 준비했다고 가져온 넥타이를 매고 우선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예식 시간은 이미 10분이 지나고 있었다. 다행인 것은 다음 예식이 없어 쫒아 내듯이 다급하게 서두르는 것은 면할 수 있었다. 내가 도착한 것을 알리자 예식은 바로 시작 되었다.

  오늘의 결혼을 축하하는 화촉점화가 신랑신부어머니들에 의해 이뤄졌고 이어서 예식을 주관할 주례가 소개되었다.

  나는 이제 간신히 마음에 평정을 찾았고 예식을 순서대로 진행하는데 한 점 흩어짐이 없이 잘 진행하였다. 주례사를 통해 언제나 삶의 덕목을 말하듯이 축복을 바라는 주례사로 인생에 대한 선지자의 이야기를 아주 간단하게 마무리 짓고 참석해주신 친척 친지와 하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끝맺음으로 예식을 마무리했다. 준비 없이 주례를 진행했지만 당황하지 않았다. 2013년부터 쉼 없이 수십 차례 주례를 진행한 것이 크게 도움이 됐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무척 힘든 예식의 진행을 무사히 끝냈다는 안도의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뿌듯한 마음이 그대로 내 얼굴에 전달되었다.

   예식이란 평생에 한번 뿐인 인륜지대사인 것이다. 우리들이 잘못해 순간에 실수로 젊은 청춘들의 일생에 한번뿐인 행복한 순간을 망쳐놓았다면 그 아찔한 시간의 책임을 어쩠겠는가하는 것이다. 잘 마무리했다는 마음에 풍요가 안심을 부채질하며 어려운 순간을 잘 넘긴 것에 대하여 기쁘기까지 했던 것은 사실이다.

   매니저도 고맙다는 인사를 몇 번이고 하면서 주례선생님이 아니었다면 큰 낭패를 치를 뻔 했다는 말을 했다.

  고맙다는 말은 형식적이지만 만약 내 자신이 가깝게 움직일 수 있는 거리가 아니고 내가 올수 없는 먼 거리에 있었다면 오늘에 예식이 어떻게 됐겠는가를 생각하면 망치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띵 하는 어려운 순간이었다.

   잠시의 휴식시간을 보내면서 정말 예식시간이 다되어 아차의 13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위기의식을 잘 피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되짚어보는 것이 바로 마음에 편안함을 어우르는 찡한 심정이었다.

   인생을 살면서 어렵고 힘든 일을 당하는 것은 비일비재하다. 그러나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일로 정신적인 피해의식을 당한다는 것이 무척 고통스런 시간을 넘길 수 있다는 것도 인생을 산 연륜에서 얻어내 위기의식을 이겨낼 수 있는 대처방법이라면 말이다. 그래선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삶의 여러 가지 방법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터득하는 것만이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 지혜인 것을 알아야한다.

   방금 전 위기 상황을 겪은 것과는 별도로 13분의 당황이 만든 여유의 미소를 등 뒤에 느끼며 서서히 예식장을 빠져나오는 발걸음은 유난히 가볍고 마음도 한결 부드러워졌다는 사실이 몸에 전달되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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