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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식 동화] 꽥꽥이와 허수아비 . 1
2008-12-04 15:00:35
green21an

조회:2408
추천:170

[동화] 꽥꽥이와 허수아비 . 1

                                                                            안재식

 
  더위먹은 매미도 울음을 멈추고 제풀에 잠이 들었습니다. 논 한가운데 둥지를 튼 허수아비도 더위에 지쳐 꾸벅꾸벅 졸고 있습니다. 허수아비는 축 늘어진 팔을 가끔 흔들대면서 지나는 바람을 불러들이려고 하지만 졸음이 가만 놔두지를 않습니다. 

  그런 모습을 본 바람이 산위에서 뛰어내려왔습니다. 이들을 흔들어 깨우려고 솔솔 솔향기를 뿌렸습니다. 고개를 숙인 진초록 들판에 파도를 그리며 날아다녔습니다. 그래도 졸기만 할 뿐, 고추잠자리만 한가로이 구름 따라 뱅뱅 정찰을 돌고 있는 한낮입니다. 

  웅이네 논에는 꽥꽥이 대가족이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내고 있었습니다. 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웅이네 농사짓는 일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벼 줄기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잡풀을 뜯어먹고, 해충도 잡아먹습니다. 이따금 미꾸라지와 물장구를 치면서 놀기도 합니다. 

  웅이가 아빠와 함께 논길을 따라 오고 있는 게 저만치 보였습니다. 꽥꽥이는 물장구를 멈추고, 뒤뚱뒤뚱 논둑으로 올라와 꽥꽥거리며 웅이에게  달려갔습니다. 

 “꽥꽥, 웅이야!” 

  그 모습을 본 웅이도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꽥꽥아!” 

  웅이와 꽥꽥이의 모습을 보신 아빠는, 별구경을 다한다는 표정으로 어처구니없어 하셨습니다. 

  웅이는 꽥꽥이를 껴안고 볼에다 뽀뽀를 하고, 날개를 쓰다듬으며 털 고르기도 해주었습니다. 

 “꽥꽥아, 날이 더워서 힘들었지?” 

 “꽥꽥, 나는 잘 지냈어. 그런데 넌 학교에 잘 다녀온 거야? 무슨 일 없었고?” 

  그러면 웅이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꽥꽥이에게 자세히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선생님에게 칭찬 받은 이야기, 그래서 아이들이 부러워했다는 이야기, 지우개 따먹기해서 졌다는 이야기, 그림 숙제는 소질이 없어 힘들다는 이야기 등 쉴새없이 재잘거립니다. 꽥꽥이는 이런 웅이를 무척 따르며 좋아했습니다. 

  웅이 아빠도 동네에서 알아주는 마음씨 좋으신 분입니다. 농사일을 거들어주는 꽥꽥이네 가족에게 늘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잘 보살펴주십니다. 비가 오면 리어카에 실어 울안으로 옮겨 쉬게 하고, 논이 마르면 물을 대주어 헤엄을 치고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 주셨습니다. 혹시라도  다치거나 병든 오리가 있으면 정성껏 치료를 해 주셨습니다. 

  어느 날, 윗집에 살고 계신 숙정이 할아버지가 웅이 아빠를 불렀습니다. 

 “어르신, 찾으셨어요? 더위가 기승인데, 어디 불편하신 데는 없으신지요?” 

 “웅이 아범, 날이 더워서 그런지 내가 땀을 많이 흘리고 사네. 여름 보내기가 아주 힘들어. 그래서 말인데, 논에 있는 거 한 마리만 날 주면 안 되겠나?” 

 “어르신, 논에 있는 거라니요. 어떤 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 거 있잖아. 자네 논에 풀어놔 기르는 오리 말일세. 오리가 몸보신에는 아주 좋다고 하던걸.” 

 “뭐라고요! 어르신, 죄송하지만 그건 안 됩니다.” 

 “아니, 내가 자네더러 공짜로 달라고 하는 게 아니야. 아, 돈을 준 대도 그러네.” 

 “돈을 받으려고 그러는 게 아니고요. 그 오리들은 가족처럼 정도 많이 들었고……. 또 유기 농법으로 농사를 짓는데 꼭 필요한 것들이라 어르신께 절대 드릴 수가 없네요.” 

 “참, 별소리를 다 듣는구먼. 오리를 가족이라고? 어른도 알아보질 못하는 고얀 사람일세. 웅이 아범, 그렇게 안 봤는데 다시 봐야겠어. 쯧쯧.” 

  숙정이 할아버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리셨습니다. 할아버지는 동네 토박이 어른이면서, 연세도 제일 높습니다. 하지만 고집이 세고, 욕심이 많아서 동네 사람들은 할아버지를 슬슬 피하고 있었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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