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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의 뿌리/정성수(丁成秀)
2012-03-03 10:51:56
chungpoet

조회:1841
추천:74

<단편소설>

소리의 뿌리

정 성 수(丁成秀)

 

 

 구웅 따악, 구웅 따악……궁, 궁, 궁, 따악…….  또 다시 그 정체불명의 기분 나쁜 소리가 거실 천장 위에서 천천히 울려오기 시작했다.

 "저 소리가 또 들려요."

 아내가 이불 속에서 몸을 움츠러뜨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까보다 더 크게 들리잖아요.!"

 아내의 목소리는 잔뜩 겁에 질려 있었다.  분명히 천장에서 울려내려오고 있는 듯한 그 알수없는 소리는 이미 새벽 두 시가 지났는데도 그칠 줄을 모르고 있었다. 그 기분 나쁜 소리는 어느 순간 문득 멈췄다가는 또 다시 되풀이되곤 하는 것이었다.

 구웅 따악, 구웅 따악, 궁, 궁, 궁, 따악……. 가슴이 쉴새없이 두근거렸다. 겉으론 태연한 척하고 있었지만 사실 나는 아내보다 더 큰 공포감에 사로잡혀 있는지도 모른다. 그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순간, 온몸의 솜털이 일시에 일어서는 것을 스스로 느낄 수가 있었으니까.

 온 신경이 천장으로 쏠렸다. 나는 어둠 속에서 눈을 부릅뜬 채, 이를 악물었다. 그 알수없는 소리의 정체를 정확히 알아내려고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은 채 귀를 기울였다. 그

 이상한 소리는 천장 위에 수없이 가로놓인 두꺼운 나무판자 위에서 거의 일정한 간격으로 처음에는 작게, 그리고 느린 속도로 천천히 울려 오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빠르고 큰 소리로 울려오는 것이었다.  그 소리는 큰 들짐승 한 마리가 천장 위를 이리저리 걸어다니는 소리같기도 했고, 때로는 거칠게 내뿜는 짐승의 숨소리 같은가 하면, 좀 드문 일이긴 하지만 나무판자를 사나운 발톱으로 긁어대는 듯한 소리, 또 날카로운 이빨로 판자를 물어뜯는 소리같기도 했다. 어느 때는 가까운 곳에서 또 어느때는 안방에서 멀리 떨어진 천장쪽에서 울려내려오곤 하는 것이었다.

 그 소리가 어느 한순간 거짓말처럼 문득 잠잠해지면 아내와 나는 그 뜻밖의 적막 속에서 야릇한 공포와 전율이 깨끗이 가셔지기는 켜녕 오히려 더 큰 불안 때문에 숨을 죽이고 전전긍긍해야만 했다.  그러나, 그런 적막마저도 아주 잠깐동안에 불과했다.

 잠시 후면 다시 그 적막은 정체를 알수없는 이상한 소리의 교활한 기습 때문에 금방 만신창이가 된 채 대문 밖으로 쫓겨나 버렸다. 이상한 소리와 고요한 적막의 끝없는 줄다리기, 아내와 나는 그만 지칠대로 지쳐 버렸다.  입술은 바싹바싹 타들어가고 기묘한 공포와 불안을 견디다 못해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오래 전부터 나는 그 소리의 정체를 알아내려고 여러 번 애를 써 보았지만 그럴 때마다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다.  도무지 그 정체를 알수없는 이상한 소리…….

 나무판자를 규칙적으로 두드리는 듯한 소리, 혹은 삐걱이며 걸어다니는 듯한 소리, 아니면 나무판자를 발톱으로 긁어대는 듯한 소리, 이빨로 물어뜯는 듣한 소리,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듯한 소리, 소리, 소리…….

 그 소리는 한반도가 겨울 바람에 포위 당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그 음흉스러운 이빨을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했고, 추위의 칼날이 점점 더 날카로워질수록 더욱 사나워졌다.  초겨울의 추위가 시작되던 어느 날, 그 알수없는 소리가 처음으로 천장쪽에서 울려 내려와 평화로운 내 청각을 흔들었을 때, 나는 그것이 단순한 쥐의 소행인 줄로만 알고 식구들에게 장난기 섞인 어조로 이렇게 말했었다.

  "이 동네 쥐들은 도무지 겁들이 없군. 천장 속을 제 멋대로 뛰어 다니다니. 한세상 그만 살고 싶어서 몸살이라도 나는 모양이지?"

  "글쎄 말예요. 저희들이 무슨 수퍼맨이라구."

 아내는 방 아랫목에서 웃음띈 얼굴로 뜨개질을 하면서 가볍게 맞장구를 쳐 주었었다. 강남과 강북을 두루 떠돌던 그 끔찍스러운(?) 셋방살이 끝에 지난 봄에 이 아차산 기슭에 자리잡은 중곡동의 아담한 단층 양옥 한 채를 간신히 사서 이사왔을 때, 이곳은 바로 산중턱이나 다름없는 높은 지대 탓인지, 그야말로 쥐들의 무릉도원이었다.

 이 동네 쥐들은 사람보다도 더 자존심이 강한지, 우리 식구들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거기다가 쥐는 끔찍히도 많았다.  이 집은 사람이 주인이 아니라 쥐떼가 주인인 것같았다.

 우리 집안 식구들은 쥐들의 집에서 셋방살이를 시작한 느낌이 들 지경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대낮에도 쥐들은 좁은 앞마당이나 작은 빨래터, 연탄광으로 쓰는 지하실, 베란다로 올라가는 계단, 마당에서 건너방으로 돌아가는 짧은 골목, 손바닥만한 정원, 심지어는 부엌까지 자유자재로 넘나들면서 찍찍거렸던 것이다.

 그 쥐들은 마치 이건 우리 집이야, 사람의 탈을 쓴 짐승들은 집밖으로 나가 살아라, 하고 즐겁게 소리 지르는 것만 같았다.  살이 디룩디룩 찐 커다란 어미쥐부터 작고작은 새앙쥐에 이르기까지 이놈들은 그야말로 안하무인이었던 것이다.

 저희들끼리 보내는 무슨 암호인지 수없이 찍찍거리면서 집안 곳곳에서이리 뛰고 저리 달렸다. 이대로 그냥 내버려두었다가는 우리 가족들이 깊이깊이 잠든 사이에 이놈들이 저희 식솔들을 모두 거느리고 방문을 뚫고 들어와서 우리들의 부드러운 살점을 남김없이 뜯어먹고 머리카락과 이빨과 몇 개의 뼈만 뎅그런히 남겨놓고 달아나버릴 것만 같았다.

 마침내 우리 식구들은 견디다 못해 여기저기 수없이 쥐약을 놓았다.  몇 마리의 큼직한 쥐들의 시체가 지하실에서 작은 삽에 실려 나와 쓰레기통 속으로 던져졌다.  그러나 쥐들의 끊임없는 달리기와 숨기, 암호 보내기는 좀처럼 그칠 줄을 몰랐다.  그들은 여전히 혈기왕성한 무법자처럼 집안을 누비고 다녔다.

 쥐들은 정원에 심은 꽃나무 모가지를 무더기로 잘라 버리는가 하면 수돗가에 놓인 빨래비누를 어디론가 통째로 물어갔고, 그것도 모자라서 집안 이곳 저곳에 새로운 땅굴을 음흉스럽게 파놓았다.  어찌된 노릇인지 쥐약을 놓아도 쥐의 가족들이 줄어들기는커녕 날이 갈수록 점점 더 눈에 띄게 불어났다.

 만약에 앞으로 인류의 종말이 온다면 이놈들이 지구의 주인이 되지 않을까. 쥐들이 떼를 지어 백화점의 에스칼레이터를 바쁘게 오르내릴 것이고, 호텔 방마다 사람 대신 여행을 즐기는 쥐들로 가득할 것이다.  하는수 없이 우리는 마지막 수단으로 날렵하게 생긴 고양이 새끼 한 마리를 사다가 기르기 시작했다.

 작은 호랑이, 그렇다.  그 고양이는 생김새가 꼭 작은 호랑이를 닮았다.  털의 얼룩무늬마저도 한국산 호랑이와 너무나도 비슷했다.  덩치만 작을 뿐이었다.

 어머니가 어찌나 잘 먹였던지, 고양이는 고무풍선 불어나듯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잘도 자라주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언제부터인가 우리들은 쥐들의 그 교활한 눈초리와 재빠른 달음박질을 전혀 볼 수가 없게 되었다. 

 이미 틀이 잡힌 고양이가 얼빠진 쥐를 허공으로 사뿐히 던져 올리기도 하고, 다시 땅위로 내려오는 쥐를 앞발로 날쌔게 내리쳐 버리기도 하는 그 너무나도 늠름한 모습이라든가, 어두운 지하실에서 고양이가 찢어먹다가 남겨놓은 쥐의 앙상한 시체들이 가끔 눈에 띌 뿐이었다.  그렇게 되자, 내 동생은 집안에서 살아있는 쥐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안타깝고 서운하다는 듯이,

 "형, 우리 어디서 쥐 한 마리 구해 가지구 새장 속에다 넣고 기르지. 우리 집 대표 쥐로……."

 하곤, 즐거운 웃음을 날렸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이상한 소리를 처음으로 들었을 때는, 천장 속까지는 고양이의 막강한 위력이 뻗치지 못하니까, 혹시 커다란 왕쥐 한 마리가 보꾹에서 우리에게 복수라도 하듯 기세등등하게 날뛰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며칠동안 그 이상한 소리가 계속해서 천장 아래로 울려 내려오자, 나는 그때서야 비로소 그 소리가 절대로 쥐가 내는 소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 소리는 쥐처럼 재빠르지도 못했고, 단 한 번이라도 찍찍거리는 소리를 내지르지도 않았던 것이다.  쥐가 내는 소리라고 보기엔 너무나도 그 음향이 둔중한 편이었다.

 거기다가 나무판자를 규칙적으로 무겁게 두드리는 소리 같은 것은 쥐로서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이다.  그렇다면 저 알수없는 소리를 내고 있는 문제의 주인공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 때, 다시 그 이상한 소리가 거실 천장쪽에서 느린 속도로 집안 가득히 울려 내려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주 조심스럽게 천천히, 그리고 작은 소리로 울려 나왔다.  그러다가 그 소리는 간헐적으로 점점 더 커지면서 나와 아내가 잔뜩 긴장한 채 신경을 곤두세우고 누워있는 천장 위로 다가와서 갑자기 "구웅 따악!" 소리를 두어번 거칠게 내지르곤 금방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도대체 저 소리의 주인공은 뭐란 말인가?  나는 잠시동안 숨도 쉬지 못했다.  내 곁에 누워있는 아내의 심장이 뛰는 소리가 쿵, 쿵, 쿵 숨가쁘게 울려왔다.

 "어서 먼저 자."

 나는 죄 없는 아내의 심장이 고통을 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그만 울화가 치밀었다.

 " 잠이 안 와요."

 아내는 속삭이듯 나직히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당신두 이젠 자요."

"내 걱정 말구 어서 푹 자!"

 나는 왠지 나 스스로도 낯설게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만삭인 아내는 무거운 몸을 움직여 옆으로 돌아눕더니 금방 다시 천장을 향해 똑바로 누웠다.  조금 뒤 아내는 다시 반대편쪽 옆으로 돌아누우며 무거운 신음소리를 냈다.

 그러더니 아내는 이불 밖으로 천천히 빠져 나갔다.  무릎 걸음으로 책상 앞으로 다가가서 더듬더듬 파스를 꺼내었다.  속옷을 내리고 허리쪽에 파스를 붙이고 서너 번 문지른 다음 다시 말없이 자리에 누웠다.

 어둠 속에서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아내의 그 모습은 마치 한 토막의 신비스러운 무언극같았다.

 "왜 그래?"

 나는 낮은 어조로 물었다.

 "허리가 자꾸만 쑤셔요."

 아내의 목소리도 낮게 잦아들었다.

 "언제부터?"

 나는 그 순간 아마 낯을 찡그렸을 것이다.

"열흘쯤 전부터……."

 열흘?  열흘쯤 전이라?  그렇다면 문제의 이상한 소리가 우리의 무딘 신경을 날카롭게 물어뜯기 시작할 때부터가 아닌가.  그런데도 아내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런 내색을 겉으로 드러내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오, 어리석고 무던한 아내여.  지난 일요일 대낮이었다.  나는 방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린 채, 흰종이 위에 낙서를 하고 있다가 그 짓도 그만 무료해져서 만년필 뚜껑을 닫고 자리에세 막 일어나려고 할 때였다.

 바로 그 순간, 문제의 그 이상한 소리가 다시 천장 위에서 천천히 울려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구웅 따악!" 하는 거친 소리가 두어 번 크게 울리더니, 나무판자를 예리한 발톱으로 사납게 긁어대는 듯한 소리가 빠각빠각 신경질적으로 울려왔다.

 그 소리는 나무판자를 사납게 긁어대는 소리라기보다 어쩌면 내 단단한 해골을 사정없이 물어뜯는 듯한 소리였다.  나는 눈을 부릅떴다.  그 어떤 분노 같은 것이 끓어올랐다.  그 순간 나는 결연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그러나 그 다음엔 가능한한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다시 동생이 누워있는 골방문을 열었다.

 "일수야, 천장에 좀 같이 올라가 보자."

 "왜요? 또 무슨 소리가 났어?"

 나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곤 두 개의 양초 심지에 불을 붙였다.  일수와 하나씩 양초를 나누어 들고 어두운 다락 안으로 조심조심 기어 올라갔다. 조그마한 정사각형의 다락에서 보꾹으로 건너가는 길목에 발라놓은 도배지가 한 사람이 겨우 기어들어갈 만큼의 넓이로 찢어져 있었다.

 나는 한 손에 촛불을 든 채, 천천히 보꾹쪽으로 건너갔다.더그매 속은 생각보다 더 캄캄하였다.  제법 넓고 시원스러운 공간이 기와지붕과 천장 사이에 썰렁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천장 위 여기저기에 작은 기둥들이 버티고 서 있었고, 기다란 나무판자들이 사방으로 가로놓여 있었다.

 어디서 바람이 들어오는지 촛불이 자꾸만 흔들렸다. 그 럴 때마다 어둠과 빛이 무더기로 이리 쏠리고 저리 쫓겼다.  일수와 나는 촛불을 높이 치켜들고 조심스럽게 천장 위를 옮겨 다녔다.

 여기저기 어두운 구석을 비춰보았지만 두 개의 촛불은 예상 외로 짜증스러울 만큼 희미해서 우리가 살펴보고 싶은 곳을 먼 곳까지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가 없었다. 금방이라도 어디선가 두 눈에 시퍼렇게 불이 켠 들짐승이 날카로운 소리를 지르면서 불쑥 달려나올 것만 같았다.

 그러나 아무리 둘러봐도 짐승이라고 부를 수 있는 물체는 아무것도 눈에 띄지 않았다. 지붕 밑 추녀쪽에는 수많은 공간이 자리잡고 있어서 삵괭이라든가 족제비 같은 짐승들은 얼마든지 숨을 수가 있을 것 같았다.  안방 위 천정쪽에는 낮지만 긴 공간이 벽쪽으로 깊숙이 들어가 있어서 캄캄한 그 속을 도저히 들여다볼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일수와 나는 하릴없이 이곳 저곳을 기웃거렸다. 괜히 나무기둥을 쾅쾅 두드려보기도 하고, 가끔 전혀 닮지도 않은 호랑이의 울음 소리를 멋적게 흉내내 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짐승이 나무판자를 긁은 흔적이라든가 짐승이 남겨놓은 물렁물렁한 배설물 같은 것이라도 찾아내려고 눈을 부라렸지만 그것도 우리는 실패했다.

 <그 이상한 소리>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그 어떤 단서 하나도 잡지 못한 채 일수와 나는 온몸에 허연 먼지만 잔뜩 뒤집어쓴 채 다락 아래로 그냥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어둠 속에서 아내는 아직도 잠들지 못하고 자꾸만 만삭의 몸을 뒤척였다.  가끔 신음소리를 흘리고 있었다.

 잠시 고요한 적막.  그랬다간 다시 그 문제의 이상한 소리가 점점 더 크게 울려왔다.  구웅 따악, 구웅 따악, 궁, 궁, 궁, 따악…….  그 소리는 저 뜨거운 지옥의 밑바닥에서 차츰 두꺼운 지층으로 솟구쳐오르는 것 같았다. 그 소리가 언제부터인가 작아지는 듯한 느낌이 들다가 어느 순간 나는 피로에 지쳐 잠이 들고 말았다.

 다음날 아침, 나는 퍼뜩 눈을 떴다.  햇볓이 흘러내리는 방안에 나 혼자 새우처럼 몸을 웅크리고 누워 있었다.  왠지 골이 띵-했다.  목에서 갈증이 솟아올랐다.

 바로 그때였다. 그 기분 나쁜 소리가 다시 내 귓속으로 울려온 것은.  구웅 따악, 구웅 따악…….  나는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나도 모르게 눈을 부릅뜨고 이를 갈았다.  처음에는 천장쪽에서 그 소리가 울려 내려오는 것 같더니, 어, 이것 봐라, 이상하다, 곧 그 소리는 내가 누워있는 안방 옆에서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나는 몸을 옆으로 돌려 세우고 다시 혼신의 힘을 다 모아 귀를 기울였다.  그렇다. 맞다, 맞어. 그러고보니, 저 소리는 천장 위에서 울려오는 것이 아니다.  그래 그래, 안방 옆도 아니다. 바로 지하실이다.  지하실, 그렇다.  지하실!

 왜 지금까지 그 소리가 천장쪽에서 울려 내려오는 것으로만 들었단 말인가. 나는 미친듯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바지를 걸치는 둥 마는 둥 하고 허둥지둥 지하실로 뛰어 내려갔다.

 그러나 아무리 눈을 부릅뜨고 이곳저곳을 샅샅이 둘러보아도 지하실에는 내가 막연히 생각했던 삵괭이라든가, 그밖의 알수없는 짐승 같은 것은 단 한 마리도 숨어있지 않았다.  다시 그 소리가 또 울려왔다.  나는 긴장했다.  고양이처럼 몸을 웅크리고 귀를 귀울였다.

 아아, 그 소리는 뜻밖에도 온수탱크쪽에서 울려 나오는 것이 아닌가.  나는 재빨리 온수탱크쪽으로 달려가서 그 위에 귀를 대었다. 구웅 따악, 구웅 따악…….

 무거우면서도 은은히 울리는 그 소리는 두말할 것도 없이 온수탱크 속에서 울려나오는 것이었다. 아, 그렇구나!  나는 속으로 묘한 탄성을 질렀다.  좀처럼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지만 그 소리는 분명히 온수탱크 속에서 울려 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연탄불로 덥히는 온수탱크의 물이 점점 뜨겁게 끓어오르면서 그 속에 있는 어떤 쇠붙이 같은 것이 움직이는 소리가 분명했던 것이다.  나는 얼른 지하실 밖으로 뛰어나가 소리를 질렀다.

 "어이, 마누라! 이리 와 봐, 지하실로 빨리 내려와 봐!"

 내 소리가 너무나 다급하고 컸던지 아내는 부엌일을 하다가 말고 정신없이 뛰어 내려왔다.

 "온수탱크에 귀를 대구 들어봐!"

 내가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치자, 아내는 부랴부랴 온수탱크 곁으로 달려가서 귀를 기울였다.

 "어머, 여기서 나는 소리였잖아!"

 아내의 커다란 눈과 입이 동시에 참으로 오래간만에 환히 열렸다.

 "허 참, 이 소리를 가지구 그동안 그렇게 전전긍긍했다니, 나 원……."

 나는 실성한 사람처럼 혼자 헛웃음을 날렸다.  일순간 온몸의 기운이 어디론가 남김없이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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