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어느새 봄날이 오는구나, 일당산 곰지기 계곡
정 성 수(丁成秀)
어느새 신선한 봄 내음이 양평의 끝자락 양동에 숨어있는 일당산 곰지기 계곡을 슬며시 에워싸기 시작했다. 며칠 전까지 영하 16도를 오르내리던 강추위가 사라지고 일당산 자작나무 숲속의 하얀 눈은 물론 1년 내내 쉬지않고 흐르는 실개천의 얼음도 이제는 거의 다 녹아서 낭랑한 개울물 소리가 아름다운 소녀의 지구별 첫 노래소리같다.
1급수, 너무나도 맑고 깨끗한 개울가의 버들강아지가 탐스럽게 피어나고 봄비 그친 뒤 실개천 위로 뽀얗게 피어오르는 환상적인 물 안개, 이른 아침 신선한 공기를 빠른 속도로 흔들어 깨우는 딱따구리... 겨우내 얼어붙었던 떠돌이별의 속살이 소리없이 녹아내리고... 직박구리, 산비둘기, 어치, 곤줄박이, 멧새 등 수많은 새들이 나무집 정원 돌 위에 올려놓은 먹이를 쪼으러 교대로 날아든다.
살진 장끼나 까투리들이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이쪽 골짜기에서 저쪽 골짜기쪽으로 힘차게 날아간다. 아마도 너구리나 오소리의 공격을 받은 것같다.
이곳의 꿩들은 잘 생기고 살이 통통하고 멀리 날아가는 게 특징이다. 노루를 닮은 고라니들이 길 위로 출몰하고 송아지만한 멧돼지가 새끼들을 거느리고 골짜기 산책을 나서기도 한다.
실개울 따라 약 2킬로의 곰지기 계곡 숲속 수평 산책길을 ´늙어가는 아내´와 함께 삼림욕 삼아 걷다보면 "아, 이곳이 바로 무릉도원이로구나!"...나도 모르게 탄성을 내지르게 된다.
계곡을 흐르는 개울물과 숲위를 떠다니는 공기와 지구별 가죽이 전혀 오염되지 않은 너무나도 아름답고 신선하고 깨끗한 일당산 곰지기 계곡이여, 부디 이 혹성 위에서 그 모습 그대로 영원할지어다...!
- 2009/2/14일 07시 28분
일당산 곰지기 계곡에서
chungpo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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