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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탁괴물 (2)
2011-08-02 12:49:05
liushunhao

조회:1177
추천:75

    캐서린이 토니를 폴의 엄마보다 더 구질구질하다고 말하는 근거는 몇가지 있다. 그나마 폴의 엄마는 그래도 2층에서 살고있잫아. 근데 넌 뭐냐? 이거다. 반지하도 아니고 제일 통지하에서. 거기다 쥐까지 득실거리는 땅밑에서 사니까 하는 말이다. 지하철과 가까운 폐차장 쥐동네의 쥐많은 지하방 집 값이 아무리 싸도 토니가 평소에 여기저기서 소문듣고 찾아와서 도움을 청하는 사람들에게 1백불, 2백불씩 꺼내주군 하는 돈을 합치면 좋은 아파트에서 살수 있을텐데 굳이 고집하고 이 지하방에서 살려는 원인을 모르겠다고 따지고 들었던 적도 있었다.
    “내 꿈은 O 헨리가 되는거다.”
    토니의 말에 캐서린은 오 헨리가 지하방에서 살았다는 기록이 어디 있나고 웃는다. 지하방인지는 딱히 모르겠지만 어쨌던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가난하게 살았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글을 많이 썼다는 것은 토니의 주장이다.
    “그러니 O. 헨리를 꿈 꾸는 내가 없는 주제를 해가지고 좋은 아파트에서 살면서 돈걱정 때문에 마음이 편치않으면 무슨 좋은 글이 잘 나오겠어. 좀 더럽지만 돈걱정 안하는 여기가 좋아.”
    “그래. 그래서 남는 돈은 남 한테 은혜나 베풀고.”
    캐서린은 머리를 끄떡였다.
    “뭐 그러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 나두 실은 너의 그런 가치관 흠상해.”
    “다행히야. 그래서 나두 너를 좋아하잖아.”
    “내가 누구냐. 운동권이잖아. 나 이래뵈두 한국에 있을 때는 노동운동두 했었어.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 싫어하지 않거던.”
    캐서린은 커피를 다 마시고 기차역으로 떠났다. 토니는 역까지 배웅을 따라 나갔다. 플랫폼에 잠간 서서 기차를 기다리는 사이에 토니가 물었다.
    “근데 내가 폴의 엄마하고 어쩌나고 의심했던거는 어떻게 풀었냐?”
    “그 여자 상림아저씨하고 좋아하더구나.”
    “켁!”  
    “웃기지마라.”
    “진짜야. 나 저번 토요일에 한국학교 마치고 돌아가다가 너한테 들렸댔어. 실은 너를 의심했었거던. 꼭 너의 방에서 아무 년이나 하나 잡을줄 알았어. 근데 글쎄 그 여자하구 상림아저씨가 나왔어.”
    “뭔 다른 일이 있었겠지. 니가 벗은 것을 직접 봤냐?”
    “글쎄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내 느낌이 절대 빗나가지 않아. 틀림없어. 꼭 뭔가 있었어. 폴의 엄마가 당황했었구 머리두 조금 헝클어져있었구. 얼굴두 새빨갰어.”
    이런 말을 하는 캐서린의 얼굴도 달아올라 있었다. 눈빛이 빛나고 있는 것을 발견한 토니는 갑자기 흥이 돋아 자기가 전에 썼던 적이 있는 수필속의 몇구절을 읽었다.
    "입에서 풀 냄새가 나는  애인은 정말 아름답다. 과거 나와 만났던 애인의 입에서 풀 냄새가 났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풀 냄새 나는 애인은 역시 아름답다..."
    "아. ‘풀냄새 나는 애인은 아름답다’잖아.“
    “그래.” 토니는 계속 외워내려갔다.

    “한 겨울이지만 맨 바지에 양말없는 구두를 신고 아름다운 대서양 기슭의 롱 아일랜드에서부터 기차를 타고 소음 매캐한 동네 우두 사이드까지 와서, 다시 지하철로 바꿔타고, 아스 토리아에 셋집 잡고 지냈던 나의 다락방까지 한달음에 달려왔다가, 일을 마치고 다시 롱 아일랜드로 허둥지둥 도망가며 언제 그런 일이 있었던듯 싶게 길을 걷는 도중에도 입술에 총총 립스틱을 바르다가 무심결에 뒤를 돌아보더니, 창문 열고 내다보는 나를 향하여 손을 흔들어보이는 풀 냄새 나는 캐서린(원문은 여자를 생각하면)을 생각하면, 애인이란, 인생이란 바로 이렇듯이 미묘한 것이구나고 감탄하지 않을수가 없다...”

    “이 괴물아. 넌 정말 무서운 놈이야.”
    “왜?”
    “이 수필속에 동네 주소를 다 다른데로 바꿨으니까 말이지 나 하마터면 이 수필 때문에 또 한번 사고칠번했잖아.”
    “그렇게 너랑 흡사해?”
    “흡사하다말다.”
    캐서린은 발갛게 상기된 얼굴로 말을 계속했다.
    “롱아일랜드가 뭐야. 기차타고 우두사이드까지 간다는 것도 그렇고 또 겨울에 양말 없는 맨 구두만 신고다닌다는 것도. 그게 완전 나잖아. 내가 맨하탄 나갈 때 바로 그렇게 가. 우드사이드까지 가거던. 나 원래 No sacks 체질이란말이야. 너 그 잘 난 수필 때문에 지금은 꼬박꼬박 양말신고 다닌단말이야.”
    토니는 싱글거리고 웃었다.
    “얘 캐서린. 롱아일랜드가 얼마나 크고 거기서 사는 한국인과 조선족이 얼마나 많은데 하필이면 너를 의심하겠냐. 내가 어디 딱 몬탁이라고 까밝혔던 것도 아닌데.”
    “너  ‘몬탁’이라는 이름까지 다 밝혔더라면 지금 너의 앞에 있는 나는  유령이야.”
    이때 기차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유령이랑 키쓰해줄래?”
    “싫어.”
    캐서린은 다시 옛날과 꼭 같은 민첩한 동작으로 차에 오르며 닫혀버린 차문곁에 서서 입술에 부랴부랴 립스팁을 문질르며 입술을 쩝쩝거리고 다신다. 그리고 토니를 내다보면서 다시 키쓰를 보내는 동작을 해보였고 손도 젓는다. 몬탁으로 가는 기차를 떠나보내고 혼자 집으로 돌아오는데 문밖에서 상림아저씨가 폴이를 안고 서있다. 폴이가 훌쩍거리고 울고있었다. 토니를 보자 그만 “아저씨”하고 부르면서 거의 멎었던 울음을 다시 크게 터뜨렸다.
    “형님은 여기서 뭐하세요?”
    토니가 폴이를 받아안으며 상림아저씨에게 물었다.
    “폴의 에미가 맞아대고 있네.”
    “네?”
    “그 술주정뱅이가.”
    “이런 세상에!”
    토니는  아까 캐서린이 하던 말을 그대로 내뱉었다.
    “이 미국 땅에 남자한테 맞구 살 여자가 어디 있어요?”
    토니는  다시 폴이를 상림아저씨한테 맡기고 윗층으로 탕탕거리고 올라갔다.
    “용규아저씨(龍奎淑) 경찰에 잡혀가고 싶어 손찌검합니까?”
    이미 손찌검은 멎었지만 따귀를 한 대 크게 맞은 모양으로 폴의 엄마의 얼굴이 딩딩 부어있었다.
    “내 지금 곧 경찰을 불러다드릴께요.”
    “관두세요.”
    폴의 엄마가 달려와서 토니를 막았다.
    “부르겠으면 불러라. 이 썩은 기자(臭記者)놈아. 난 경찰이 무섭지않아. 내가 뭐 감옥살이 못해본 것도 아니고.”
    용규아저씨가 토니한테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토니는 폴의 엄마를 빼돌리기 위하여 용규아저씨한테 걸고 들었다.
    “웃기시네. 내가 어떻게 아저씨 눈에 썩은 기자가 되었습니까?”
    “썩은 기자니까 썩은 기자라는게야.”
    “무슨 근거를 대고 나를 썩은 기자라고 하는겝니까?”
    “난 다 증거가 있어.”
    “증거를 대보세요.”
    “내가 비록 도박 좋아하고 술 좋아지만 난 함부로 사람을 때리거나 욕하지 않아. 내가 오늘은 참다참다 저년을 좀 패주었어. 그런데 자넨 뭐야. 정요금이냐? 왜 중뿔나게 끼여들어?”
    “아저씨가 사람을 때리니까 내가 말리려고 올라온 것입니다. 그런데 직접 때리는 것을 보지는 못하였으니 할말은 없겠고, 그러나 나를 썩은 기자라고 욕했으니 내가 썩었다는 증거를 대던지 아니면 사과하기 바랍니다.”
    토니가 바투 들이대자 용규아저씨는 벌떡 일어서면서 창밖에 대고 손짓하였다.
    “좋아 내가 증거를 대지.”
    “애 아빠. 좀 참아요.”
    폴의 엄마가 다시 울상을 하고 나서자 용규아저씨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올랐다.
    “이년 봐라. 아직두 나를 애 아빠라구 부르냐?”
    당황해난 폴의 엄마가 이번에는 토니를 문밖으로 밀었다.
    “유기자. 나가주세요. 우리 집안 일에 외인이 간섭하는거가 싫어요.”
    토니가 폴의 엄마에게 등을 밀려서 아래로 내려오는데 뒤에서 용규아저씨의 쩌렁쩌렁한 욕소리가 울려터졌다.
    “썩은 기자놈아. 내 또 너를 썩은 기자라고 욕한다. 어째? 바깥에 저 썩은 놈하고 같이 썩은 땅밑에서 사는 네놈이 썩지않았으면 그래 누가 썩었겠냐.”
    욕설을 퍼붓는 중국 사람들의 걸죽한 입에서 욕설이 날아나올라치면 별의별 생판 들어보지 못했던 욕설이 다 들린다. 무슨 토끼새끼(兔崽子)니, 쥐새끼니 하는 욕설은 그나마 약과다. 제일 더러운 욕설은 ‘내가 너희 엄마를 해치우겠다’(操你妈)는 욕설도 있는데, 한술 더 떠서 ‘내가 너희 조상도 해치우겠다’(操你祖宗)고 하면, 이것은  모욕중에서 으뜸가는 모욕이다.
    “에구야, 드러운 자식. 저 데눔아저씨 미쳤어요.”
    토니가 지하로 내려오니 상림아저씨가 잠든 폴이를 자기 침대에 눕혀놓고는 토니의 방으로 방으로 내려왔다.
    “동생 미안하네. 나 때문에 괜히 동생만.”
    “아니 형님이 왜요?”
    “실은 내가 미친놈일세. 다 나 때문에 이렇게 됐네.”
    이렇게 말하며 상림아저씨가 쿨쩍거리고 울음을 터뜨렸다.
    “아니, 형님.”
    토니는 몹시 놀랐다. 순간적으로 폴의 엄마와 수상쩍은 관계라고 말하던 캐서린의 말이 떠올랐고, 꼬리가 길면 잡힌다더니 오늘 마침내 폴의 아빠한테 잡혔나보다고 생각하는데 상규아저씨가 머리를 푹 떨군채로 말했다.
    “폴이가 실은 내 아들이라네.”  
    다음날 몬탁으로 가는 기차에서 토니는 상림아저씨에게 전화를 했다. 폴이 아빠가 와서 행패를 부리면 절대 가만히 당하지 말고 경찰을 부르라고 부탁하였다. 듣고만 있던 상림아저씨가 겨우 한마디 했다.
    “폴이 아빠는 난데.”
    상림아저씨의 대답에 토니는 아. 참. 하고 소리를 질렀다.
    “용규아저씨가 감옥살이 했던 경험이 있어놔서 두 번 다시 함부로 사람을 때리지는 못할 것입니다. 때리면 나한테 전화하십시오. 내가 그를 위협주겠습니다.”
    다시 폴의 엄마한테도 전화하였다. 남편이 행패를 부리면 절대 참고 당하고만 있지말고 경찰을 부르라고 부탁하였다. 그러나 감옥살이를 마치고 놓여나온 용규아저씨가 그동안 그렇게 많이 술에 취하고 행패를 부렸어도 한번도 경찰을 불러본적이 없는 폴의 엄마는 토니의 말을 귀담아들을 리가 만무했다. 그냥 네.네. 하고 건성으로만 대답하다가 나중에 한다는 소리가.
    “나 폴이 데리고 상림오라버니랑 도망가고싶어요.”
    “아. 그게 진심의 말씀입니까?”
    “오래 고민했어요.”
    폴의 엄마는 남편이 감옥에서 형기를 마치고 나와 그길로 추방당하지 않고 다시 폐차장 쥐동네로 돌아왔을 때까지도 자기가 임신한 사실을 전혀 모르고있었다. 그런데 남편이라고 부르기도 민망스러운 것은 정식으로 머리를 틀어올렸거나 또는 양가의 부모들이 허락했거나하는 그런 사이가 아니었다. 이들 두 사람의 중매는 멕시코까지 데리고온 브로커가 서주었다. 이들 두 사람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부터 미국을 바라고 떠난 10여쌍의 남녀들이 길에서 브로커가 추겨붙이는 바람에 쌍쌍이 눈을 맞추고 짝을 지어 함께 동거하며 오게 되었다. 제 3국 여러 나라를 들려오면서 호텔에 묵을 때도 부부 관광객으로 위장하면 경찰의 주의를 일으키지 않을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미국땅에 발을 들여놓고 지금까지 함께 사는 남여가 많지 않았다. 대부분 여자들쪽에서 먼저 제정신이 들어 도망가버리였다. 그러나 폴의 엄마는 길에서 만나 남편이라고 마음먹고 같이 살기시작한 이 남자가 첫 남자였다. 다행스럽게도 남편은 미국에 온지 오래 된 한고향 사람을 만나 그로서리에서 일자리를 찾았고 밤에는 또 이삿짐을 나르는데 따라다니면서 첫 몇해는 부지런히 돈을 모아 빚도 다 갚고 폴의 엄마의 빚까지도 한 절반 다 갚고났을 때 갑자기 도박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한 것이 헤여나오지 못하였다. 일주일동안 뼈빠지게 일하여 번 돈을 그대로 안고 커네티컷의 도박장으로 달렸다. 도박장으로 가는 호화형 버스가 매일 저녁마다 페차장 쥐동네 입구 앞에서 사람들을 태웠다.
    “이달 집세 못 냈어요.”
    술에 취한 남편의 주머니를 뒤지다가 손목을 잡힌 폴의 엄마가 남편에게 말했다.
    “이 돈은 안돼. 도박밑천이야.”
    “그럼 집세는 어떡해요?”
    “한달 저당잡힌거 있잖아. 드텨달라고해.”
    도박장에서 사람을 때리고 경찰에게 잡힌 남편이 형기가 확정되자 폴의 엄마는 눈앞이 새까매졌다. 경찰이 감옥으로 압송하는 날에 면회를 갔더니 남편이 머리를 숙인채로 씩씩거리고 있었다.
    “에이, 이게 무슨 불성사나운 팔자냐? 미국에 왔다가 돈 벌어 고스란히 빚만 갚고나서 다시 추방당하게 됐으니.”
    “당신이 도박장에 처넣은 돈이 얼마나요?”
    “이 쌍년아 입 다물어라. 내가 네년같이 일하기 싫어하고 집구석에 처박혀 맨날 놀고 먹는 년을 만났기 때문에 이렇게 된거야. 차라리 잘됐지뭐냐. 내가 없으니 너도 나가서 일해 돈 벌어라. 다른 놈팽이랑 만나도 지금처럼 그냥 다리가랭이만 벌리고 살지말구.”
    남편의 욕설이 마디마디 가슴에 와서 들어박혔다. 폴의 엄마는 정말 남자한테 기대서 살 생각을 버리고 자기 힘으로 나가서 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주인할머니도 나서서 소개하고 또 한고향 언니들한테도 부탁해서 여러 가지 일을 찾아 해보았으나 원체 너무 오래 동안 일하지않고 놀았던 탓에 당장 어떤 일도 해낼수가 없었다. 처음 며칠은 네일 가게에 다니면서 열심히 패디큐어를 배웠으나 발톱에 칼라를 칠할 때 리모브과민이 심해 눈과 콧구멍이 모두 헗어터졌다. 하는수 없이 네일가게를 그만두고 레스토랑에 나갔으나 하루 12시간을 달아다니는 일을 견지하지 못하였다. 벌써 밤 10쯤 되면 두 다리가 후둘후둘 떨리고 눈앞이 핑핑거리고 돌아갔다. 버티다못해 화장실에 들어가 앉아 한참 울고 나오군하다가 마침내 웨이츄레스도 잘리고 부엌에서 주인할머니와 마주앉아 이말저말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기설음에 못이겨 울음을 터뜨리고말았다.
    “울지말게. 운다고 감옥간 남편이 놓여나오겠나?”
    주인할머니는 폴의 엄마가 남편 생각 때문에 우는줄 알았다.
    “전 그 사람은 기대도 안해요.”
    “그럼 왜 우나?”
    “너무 억울해서 울어요. 그렇게 책임심이라고 없는 남자만 믿고 미국에 와서 지금까지 아무 일도 하지않고 지냈던 나 자신이 너무 한심했어요. 지금 다시 일을 시작하니까 뭐나 할줄아는게 있어야 말이잖아요. 이것저것 해봤는데 다 못하겠더란말이예요.”
    “내 보니 자넨 손도 작고 팔목도 약해서 어디 가서 맛사지 일도 할수 없네.”
    “네. 그러게요.”
    “그러니까 좋은 남자 있으면 그냥 아기나 낳아주고 때식이나 끓이면서 사는게 좋을 것 같아보여.”
    주인할머니가 말했다.
    “그러잖아도 오전에 전화를 한통 받았는데 집 보러 오겠다는 사람 있었네. 내가 좀 주책없이 이것저것 물어봤어. 목소리 들어보니 순해보였구 중국에서 왔는데 중국에 사는 코리안이래. 중국사람이면서 한국사람이라네.”
    “그런 사람들이 있어요. 중국에서는 조선족이라고 불러요.”
    “잘 아는구나. 중국말도 잘하던데.”
    “한국말을 할줄 아는 중국사람이라니까요.”
    주인할머니는 셋방을 찾으러 온 상림아저씨에게 첫눈에 반해버리고 말았다. 폴의 엄마도 부엌에서 머리를 떨구고 채소를 다듬는척하면서 상림아저씨를 훔쳐보았다. 평소에 집 보러 오는 사람들에게 의례히 녹차를 타서 대접하는 주인할머니는 차 뿐만 아니라 폴의 엄마에게 냉장고에 있는 과일까지 깍아서 가져다달라고 시키고는 상람이저씨에게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자네 대륙에서 왔다고 했나?”
    “네.”
    “중국말을 할줄 아는 한국 사람이라고 했던가?”
    “네. 한국말을 할줄 아는 중국 사람이라고 해도 됩니다.”
    “나인 얼만가? 미국에 온지는 얼마 됐나?”
    “이태 남짓합니다.”
    “혼자 왔나?”
    “네.”
    “가족들은?”
    “아이 하나 있는 것은 부모님들이 보고있고 아이 엄마와는 헤여졌습니다.”
    “잘했네. 아주 잘했네.”
    주인할머니는 온 얼굴에 웃음이 어렸다.
    “네?”
    상림아저씨는 어리둥절했다.
    “근데 그동안 어디서 살다가 여기와서 집 찾게됐나?”
    “네. 유니온서 여럿이 함께 살았는데 그중에 몇이 타주로 배청소하러 간 것이 돌아오지 않고 마지막에 같이 있던 동생되는 분이 얼마전에 이라크전쟁에 나갔습니다. 전쟁에 나가면 영주권을 빨리 탈수있다고해서 종군기자로 나가는 바람에 결국 여럿이 같이 집잡고 살았던 ‘구찌’가 해산하게 되었습니다.”
    “에구, 잘했네. 잘했어. 정말 잘했어”
    주인할머니는 또 좋아라고 연신 고개를 끄떡였다. 얼떨떨해진 상림아저씨는 그동안 셋방 찾으러 많이 돌아다녔으나 이 집처럼 값이 싼 집을 만나지 못했는데다가 주인할머니가 하도 반갑게 대하고 좋아하니 그냥 방도 미처 살펴볼 생각을 못하고 머리를 끄떡이고 말았다.

    토니는 몬탁에 도착한 뒤 기차역에서 마중하기로 된 부장과 만나지 못하였다. 핸드폰에 전화를 해도 받지 않자 혼자 해변을 따라 천천히 걸어갔다. 핸드폰에 배터리가 많은 것을 보고 상림아저씨가 일하는 야채가게로 전화를 하였으나 오늘은 일하러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아침에 함께 출근길에 올랐고 퀸스플라자에서 오렌지선으로 바꿔타는 뒷모습까지 배웅했는데 나오지 않았다니 꼭 무슨 일이 생겼겠다고 짐작했다. 다시 핸드폰번호를 눌러봐도 받지않는다.
    “폴의 엄마가 같이 도망가고 싶다고 하더니.”
    토니는 이렇게되면 이것은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일시 판단이 서지않았다. 나중에 폴이가 상림아저씨 아들이라니 세식구가 같이 다른데 가서 조용히 사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쪽으로 생각을 몰아갔다. 결국 엊그제까지 이 폐차장 쥐동네를 못 떠나겠다더니 결국 나보다 먼저 떠나가는 거 아냐. 나를 혼자 남가놓고. 하니까 일종의 말할수 없는 회한이 밀려왔다. 그럴 때 핸드폰이 울리고 캐서린의 목소리가 울려터졌다.
    “야. 자식아. 너 어디 있어? 빨리 돌아와.”
    “나 몬탁에 왔어. 지금 바닷간데.”
    “바보야. 미국신문들이 몬탁괴물을 인터넷판에 내보내고있어. 너 혼자 몬탁에 돌아다니면 괴물이 또 나온다니?”
    “괴물사진봤냐?”
    “죽은 사체야. 두더지 같기두 하구 쥐같기두 하구. 뭐 이런 것을 다 괴물이라구. 디게 기분나뻐. 내 보기에는 틀림없이 유전자변종같기두 한데말이야.”
    캐서린의 말을 들은 토니는  부랴부랴 편집국으로 전화했다.
    “국장님은요?”
    “잠간 나갔습니다. 그러잖아도 유선생님과 연락되시면 빨리 돌아오라고 하던데요.”
    국장은 어디로 갔는지 자리를 피하고 차장이 그렇게 전달한다.
    “그럼 아침부터 나를 들볶던 괴물탑뉴스는 어떻게 한답니까?”
    “그것은 변화가 없는데요. 그냥 그대로 해요.”
    “그럼 나더러 뭐를 하라고?”
    “부장이 이미 몬탁에서 사진을 찍어가지고 돌아왔습니다. 유선생님 핸드폰이 그냥 다른 사람과 통화중이라면서 연락이 되지않는다고 하던데요. 유선생님 원고는 늦어도 저녁 일곱시까지는 완고를 해야 합니다.”
    “몬탁이 한두시간 거리도 아니고 당장 어떻게 돌아갑니까?”
    “유선생님은 칼럼을 한시간이면 쓰잖아요.”
    “괴물사진이라도 봐야 뭐라고 감을 잡지.”
    “사진을 선생님 핸드폰으로 전송할께요.”
    “여기 신호가 썩 좋지않아서 될것 같잖아요. 내가 일단 서둘로 돌아갈게요.”
    토니는 다시 캐서린과 핸드폰을 통했다.
    “얘, 캐서린. 나 지금 돌아간다. 오늘 저녁으로 원고 바쳐야하니까. 기차에서 칼럼 써야겠어. 그러니 너한테 하나 물어보자. 그 괴물, 너 뭐라고 생각해?”
    “그냥 변종인 것 같다. 크지않고 쬐꼬마니까.”
    “안 커?”
    “그럼. 괴물이라니 큰줄 알았냐? 그냥 강아지만해. 몸뚱아리는 불에 끄슬은 쥐몽뚱아리 같은데 주둥이가 이상하게 독수리 부리야.”
    “이런.”
    “별루 쓸 가치두 없어. 그런것 가지고 다 칼럼을 쓴다면 우리 시대 살아있는 오 헨리님의 문필이 아깝지.”
    “작작 놀려라.”
    “내가 지금 이 노릇 해가지구 밥 벌어먹는데 안쓰면 어떡하냐.”
    아직 괴물사진도 보지못한채로 토니는 노트북을 켜놓고 키보드를 때리기 시작했다. 제목은 ‘몬탁괴물 기분 나쁘다’로 달았고 시작부터 신문사의 칼럼니스트가 아닌 상상을 잘하는 소설가답게 이야기를 꾸며내기 시작했다.

    “뉴욕의 롱 아일랜드에서 수수께끼 생물의 사체가 발견되었다.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정말 기분 나쁜 괴물이다. 일단 발견된 장소의 이름을 따서 ‘Montauk Monster’이라고 부르기로 했단다.”

    스타트는 이렇게 떼고나서 캐서린이 혹시 유전자변종이 아닐지 모르겠다는 말이 떠올라 토니도 그쪽으로 의심을 몰아갔다.

    “천생적으로 이런 괴물이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자기 생명만 소중하고 타 동물들의 생명은 별로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현대 인간들이 타 동물들의 생명을 가지고 장난질하다가 만들어낸 遺傳子變移같은 것은 아닐가.”

    이어서 뭐든지 정부와 집권자를 물고늘어지지 않으면 신문이 신문같아보이지 않는 자본주의 세계 언론가답게 괴물의 발생원인을 추적해나갔다.

    “혹시나 이 근처에 선량한 납세자들이 모르는 비밀에 붙여진 정부의 비밀 동물 실험실이라도 있는 것일가. 아니며 어떤 이단 종교단체가 겉은 호화롭게 쌓아올린 수십층짜리 빌딩밑에서 근친상간도 모자라 이종교배같은 것을 실험했을가.”

    토니가 번마다 종교단체와 불화하게 지내면서 공격당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토니 자신이 되게 웃기는 바람둥이면서도 성추행하는 신부, 바람피는 목사를 때린다고 하면 인정사정이 없다. 그리고나서 다행히 나는  신부도 목사도 아니잖아. 하고 자신을 위안한다. 그러나 괴물에다가까지 평소에 토니가 좋게보지 않는 정부와 집권자들과 신부와 목사들을 한데 몰아붙인다는 것은 좀 무리다. 그리하여 토니는  이종교배쪽으로 몰아가고 싶었다.

    “잘 알려져있다싶이 이 세상에는 뜻하지 않게 태어난 괴물들이 흔하디 한하다. 사자와 호랑이를 교배시켜 태여난 거대 잡종 헤라클레스가 그렇고 고래와 돌고래를 교배시켜 태어난 울핀도 그렇다. 얼룩말과 당나귀 사이에서 태어난 지동크, 레브라도와 푸들을 교배시켜 태어난 레브라두둘, 등 이렇게 많은 괴물들이 있는데 오늘 몬탁에서 발견된 강아지만한 불에 끄슬은 모양의 괴수사체를 놓고 전세계가 호들갑을 떨어대는 원인을 모르겠다.”

    토니는  지하에서 살며 산쥐와 죽은 쥐를 너무 많이 봐서 쥐몸뚱아리처럼 생겼다는 괴물의 사체를 놓고 기분 나쁘다고 하지 않았다. 유전자변종이라도 좋고 이종교배라도 좋다. 그것을 가지고 그렇게 떠들어대는 자기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신문사가 싫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Montauk Monster!” 하고 토니는  감탄부호까지 때리고, 나머지부분은 일단 신문사로 돌아가 괴물 사진을 자세하게 들여다보고 마저 써내려가야겠다고 생각하며 노트북을 닫았다. 그럴때 핸드폰이 울렸다. 캐서린이었다.
    토니가 번마다 ‘바람둥이목사’라고 부르는 몬탁개척교회의 목사가 끝내 반대파들을 물리치고 교단에서 설교를 시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첫날 설교 제목이 “나는  간음했습니다”로 시작되어 지난 이태동안 근신하면서 하느님께 용서를 구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하느님께서는 용서해주셨고 다시 교단에 올라 어린 양들을 보살피라고 소명을 주셨다는 것이다.
    “에이! 바보등신들!”
    토니는  개척교회를 열고 있는 바람둥이목사의 지자들에게 대고 욕설을 퍼부었다.
    “세상에 이런 천치들이 어디 있어?”
    바람둥이목사의 반대파들이 교회문어귀에서 농성을 벌이다가 신고를 받고 달려온 경찰들에 의해 모조리 연행되었다. 그중에 직접 몽둥이를 휘둘었던 사람들만 몇 명 고발되고 나머지는 방면되었는데 토니가 사는 폐차장 쥐동네와 가까운 곳에 집이 있는 사람이 있었는 모양이다.
    “얼마나 위대하신 분들이냐!”
    토니가 욕도 퍼붓고 칭찬도 하고 하는데 캐서린이 물었다.
    “너 플러싱에는 언제 돌아올거냐? 내가 지금 이 위대한 분들을 인터뷰하고 있는 중이니까 너 플러싱 돌아올 때쯤 되면 나도 끝날 같아. 만나자.“
    “내가 빨리 괴물칼럼을 완고해야 한다.”
    “근데 그거말이야.”
    캐서린은 잠간 말을 끊었다고 조심스럽게 다시 물어왔다.
    “그거 안쓰면 안돼?”
    “내가 주간담당인데.”
    “다른거 쓰려무나. 꼭 몬탁괴물 그거 써야겠어?”
    “괴물기사가 탑으로 나가. 다 배판이 끝났고 지금 내 칼럼만 기다리고 있는데 이제 와서 어떻게 다른거로 바꿔넣냐.”
    “그래두.”
    캐서린은 평소답지 않게 우물쭈물하면서 토니에게 말하였다.
    “괴물 그거 나 어쩐지 미심해.”
    “뭐가?”
    “내가 후에 말해줄게.”
    “야! 캐서린!”
    토니는 핸드폰에 대고 소리질렀다.
    “너답지않게 왜 이래? 좀 있다가 칼럼 완고하면 금방 인쇄공장 넘어가. 나한테 원인을 말해줘야잖아. 구경 뭐가 미심한데?”
    “됐어. 너절로 파파라치 고컷 열어봐. 거기 괴물사진이 자세하게 떠있어. 아무리 봐두 가짜같애. 혹시나 바이럴마케팅(viral marketing)같은 뭐 그런거는 아닐가.”
    캐서린의 말을 듣고 토니는  고개를 쳐들고 하늘을 쳐다보며 웃었다.
    “그래. 베테랑리포터라면 그런 의문도 제출할만하지. 근데 난 소설가야. 잊지마. 난 내 나름대로 상상하고 내 나름대로 꾸며내고 내 나름대로 판단해. 내 상상과 내 판단을 방해하는 놈을 용서못해. 그게 우리 시대 최고의 칼럼니스트를 꿈꾸는 살아있는 조선족의 오 헨리 유아무깨의 풍격이라는거다.”
    토니가 아주 숨차게 헉헉거리고 웨쳐대는데 저쪽에서는 언제 핸드폰을 꺼버렸는지 뚜뚜 하는 신호만 귀청을 때려온다.
    “에잇, 버릇없는 년!”
    우두사이드기차역에서 맨하탄 팬스테이션으로 나가는 기차가 들어오자 토니는  픽 웃으면서 핸드폰을 집어넣고 서둘러 기차를 바꿔타고 30분뒤에는 신문사에 도착하였다. 토니를 기다리고 있던 차장이 퇴근시간이 가까워오는지라 초조한 낯빛으로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반색하였다. 토니는  허둥지둥 뛰어들어가며 소리쳤다.
    “나 커피한잔 타줘요. 그리구 부장이 썻다는 탑기사 어딨어요? 그거 좀 읽어봅시다.”
    토니의 손은 부지런하게 움직였다. 컴퓨터를 켜고 노트북도 켜고 다시 뛰어가 부장의 컴퓨터 앞에 뽑아둔 교정고에서 탑기사만 들어오고 그새로 노트북이 켜지자 메모리를 박아넣어 칼럼파일을 담아내고 다시 컴퓨터에 다운로드받는 한편으로 파파라치 싸이트 주소 고컷닷컴을 때려넣고, 그러는 사이에 차장이 커피를 타다주자 그것을 받아 훌쩍훌쩍 마시면서 고컷닷컴에서 소개하고 있는 괴물과 부장이 쓴 괴물 기사를 대조하였다.
    “그냥 베껴왔구먼. 몬탁에가서 찍었다는 사진은?”
    “여기 있습니다.”
    “어디메 몬탁이라는 표기도 없고 코니아일랜드나, 죤스비취 해변가나 뭐가 다른게 있어요. 내가 아무 일도 못하고 온 하루 기차에서 세월 다 보낸거가 억울하군요."
    토니는  투덜거리면서 부랴부랴 칼럼을 마저 써내려갔다.
    “살아있는 괴물을 나포하여 광주리에 넣고 있는 것도 아니고 죽어 모래바닥에 던져진 사체를 놓고, 그것도 직접 보았다는 증인은 2명 뿐, 그것을 누가 어디로 들어가버렸다는 보도도 없다. 쥐의 몸뚱아리에 공룡의 이빨이라고? 공룡의 이빨에 독수리 부리라고? 나는 기자놈들의 기사대로만 기사를 읽지말고 독자들이 모두 자기 눈으로 판단해보기 바란다.”
    이렇게 써내려가다가 토니는 어리둥절해지고 말았다.
    “이런. 내가 사고칠라.”
    토니가 신문사 밥 먹고 칼럼 쓰는 사람인지 아니면 신문사 때리려고 작심하고 나선 사람인지 스스로도 분간이 잘 되지않았다.
    “칼럼이 이대로 나갔으면 난 내일로 파이어당할거다.”
    토니는 ‘기자놈들의 기사대로’라는 부분을 지워버리고 다시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뭐, 공룡의 이빨에 독수리 부리라고? 웃기고 있다. 어디를 뜯어봐도 신화 속의  그리핀(griffin)을 흉내내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그리이스 신화에 나오는 그리핀과 우리 신화의 치우천왕은 또 뭐가 다른가. 하나는  조두수신(鳥頭獸身)이요, 다른 하나는  봉두우족(鳳頭牛足)이다. 봉황의 머리에 소의 발굽, 바로 대한민국이 사랑하는 ‘붉은악마’ 아니던가. 이런 큰 괴물도 무서워하지 않는 우리가 강아지만큼한 몬탁괴물 때문에 기분이 더러워질 필요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여기까지 쓰고나서, 제꺽 인쇄를 설정해놓고 차장에게 소리쳤다.
    “차장님, 좀 읽어보면서 교정봐줘요.”
   신문칼럼이 1천자를 넘어가면 좋지않으므로 최소한 짧게 썼다. 금방 다 읽고나서 뭔가 좀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기에 토니는 몇자 더 적어내려갔다. 그럴 때 한국 학교에서 서예를 가르치는 어떤 화가가 자기의 글을 읽고 “툭툭 내던지는 말투처럼 글 쓰는 것 봐라”고 핀잔했다던 말이 떠올라서 웃고말았다. 좋다. 그게 내 풍격이라면 오늘도 또한번 내던진다. 툭툭. 내던지 않으면 토니가 아니잖아. 하며 키보드를 때리고보니 자기도 모르게 한국말이 아닌 영어가 그대로 날아나갔다.
    “Montauk monster! no such creature exists!”
    토니는 칼럼 제목을 “몬탁괴물 기분 나쁘다”로 시작해서 칼럼내용은 “몬탁괴물. 이것은 실재하지 않는 존재다.”라는 말로 끝을 맺어버렸다. 차장은 아주 불안해하는 눈빛으로 토니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해도 괜찮겠나요?”
    “이 칼럼은 나의 주관이 아닌가요?”
    토니가 반문하니 차장은 알았다며 두말없이 비워두고 있던 당일 논평자리에다가 제꺽 원고를 편집해넣고 설계를 마쳤다.

    플러싱으로 돌아오니 밤 10시가 넘었다. 폐차장 쥐동네로 들어오며 이 시간까지 캐서린이 자기를 기다리고 있을 리가 만무하다고 생각하는데 베이커리 앞에 앉아있던 여자가 움쭉 일어서는 것을 보니 다름아닌 캐서린이다.
    “야, 캐서린 너 아직도 집 안가고 여기서 뭐해?”
    “너 기다리고 있었잖아.”
    “이렇게 늦었는데.”
    “오늘은 왠지 몬탁에 돌아가기 싫어져서 그래.”
    “에이, 괴물 때문에?”
    “아무튼.”
    “Montauk monster! no such creature exists!”
    “글세 그건 나두 알어.”
    “그런데 뭘 그렇게 무서워하고 그러냐? 너답지 않게.”
    “그러나 이 괴물한테 상처입은 사람의 마음속에는 No such creature exists!"
    캐서린은 머리를 쳐들고 토니를 쳐다보았다.
    “나 갈게. 난 그냥 이 말 해주려고.”
    “기왕 왔으니 그럼 자구가.”
    토니가 허물없이 내뱉으면 앞에서 걷다가 뒤를 돌아보니 캐서린은 벌써 반대방향으로 가고있었다.
    “야. 캐서린!”
    토니가 불렀으나 캐서린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꾸했다.
    “이 괴물아. 너희 집 땅굴에 나보다 더 어린 계집애가 기다리고 있더구나. 너하구는 이제 끝이야! 너 다시는 나 찾지마!”
    토니는 한 대 맞은 사람처럼 뗑해졌다. 한참 아무 말도 못하고 서있었다. 베이커리 주인이 문을 닫으려고 밖으로 나와 창문 쇠살창을 내려놓다가 토를 보더니 베이글 구워달라냐고 묻는데 베이글도 먹고 커피도 마셔야겠다고 대답했다. 토니는  베이커리로 들어가지 않고 앞에 출입문 층계위에 앉아 개서린이 사라져버린 기차역쪽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왜 이 모양을 하고 멍청하니 앉아있는지 토니 자신도 갑자기 알수 없어졌다. 캐서린이 던지고 간 괴물이라는 욕설을 받아물고 일시 얼떨떨해진 것이다.
    “무슨 계집애가 기다리고 있다?”
    베이글과 커피를 받아들고 땅굴로 터벅터벅 내려오는데 상림아저씨의 반지하방이 꽁꽁 닫혀있다. 문두드리고 말을 건네려다가 아서라, 한참 비참하여 있을텐데 그냥 내일이나 아님 모레 보자. 거기다 지칠대로 지쳤는지라 말없이 상림아저씨의 반지하를 지나 지하로 내려갔다. 문을 여니 바닥에서 쥐들이 찍찍거리고 놀다가 토니가 들어오자 그중에서 큰 쥐가 한 마리 씽하나 사라져버린다. 유독 새끼 쥐만 두 마리가 계속 토니의 컴퓨터 탁상위에 올라와서 놀고있다가 미처 뛰어내리지 못하고 컴퓨터 마우스곁에서 토니를 쳐다보고 있다. 토니는 베일글에에서 은박지를 벗거내여 새끼쥐한테 주었다.
    “요것아. 넌 이거나 갉아먹어라.”
    토니는 캐서린이 던지고 간 말이 생각나서 웃었다.
    “너희들이 이쁜 계집애로 보였구나.”
    베이글에서 흘러나온 버터와 잼이 은지에 질벅하게 묻어있는데 새끼쥐는 너무 좋아 덥썩 그 위에 올라타며 먹어대기 시작하였다. 김광섭의 수필 ‘꽃을 먹는 쥐’가 떠올라서 하. 이런. 하고 감탄했다.
    “부잣집에 가는 쥐와 가난한 문학도의 셋방에 가는 쥐는 미각(味覺)도 다르다더니. 한국의 쥐는 꽃잎을 먹는데 미국의 쥐는 버터고 잼이고 다 먹는구나.”
    잠들기전에 컴퓨터를 켜고 이메일이 온 것 없나 확인하려고 새끼쥐 두 마리가 타고앉은 은박지 한귀퉁을 들었다. 그러나 쥐 두마미리가 그대로 은박지에 떡 매달렸다. 평소에 한번도 자기들을 죽인 적이 없는 이 아저씨가 왜 이러나 놀라서 바들바들 떨며 토니를 쳐다보았다.

    토니는 빙그레 웃으면서 혼자 중얼거렸다.
    “요 귀여운 것들아. 아저씨가 일 좀 해야겠으니까 너들은 저기서 놀아라.”
    “찍찍.”
    알았다는 소린지, 아니면 아저씨 컴퓨터 앞에서 더 놀고싶다는 소린지 모르겠다.  엄지와 식지를 이용하여 베이글을 쌌던 은박지를 가볍게 들어다가 문어귀에 있는 쓰레기통 곁에 놓아주고 돌아와 컴퓨터를 켜니 금방 이메일 한통이 날아들어와 있다. 캐서린이 보낸 이메일이었다. “그냥 혼자 보고 비밀 지켜라.”는 간단한 한마디와 함께 파일 하나가 첨부되어 있다는 표시가 나타난다.
    “뭔 파일까지?”
    하고 중얼거리며 파일을 여는 순간 소스라치도록 놀랐다. 파일이 절반쯤 열렸을 때에 마우스 커서가 술잔모양으로 변해버리면서 떡 멎어버렸는데 다시 움직여주지 않았다. 토니는  마우스로 탁상을 컴퓨터 책상을 탁탁 소리나게 뚜드렸다.
    “요늠의 쥐새끼는 꼭 관건시각이면 말 안 들어.”
    이럴 때 술잔으로 변해버린 커서가 화살촉으로 다시 돌아오자면 시간이 꽤 걸린다. 토니는 와락와락 옷들을 벗어던지고 타올만 하나 들고 화장실로 올라갔다. 샤와를 마치고 내려오니 새끼쥐들이 은박지를 다 썰어놓고는 배가 불렀는지 사라져버렸다. 손바닥으로 은지가루를 싹싹 쓸어 쓰레기통에 넎고나서  “아저씨도 잘 시간이 됐단다. 요것들아. 낼 또 만나자.”하고 중얼거리며 컴퓨터 앞으로 오니 그새로 파일이 다 열렸는데 보내온 사진은 낮에 신문사에서 이미 싫증나도록 보았던 몬탁괴물이다. 그런데 낮에 보았던 괴물사진은 사체로 눈이 감겨져 있는데 이 사진은 플래시로 만들었는 모양이다. 눈이 떠서 뚫어지라고 토니를 쏘아보고 있다.
    “아. 이 괴물 요셉이 만들었구나.”
    토니는  손바닥이 아파나도록 컴퓨터 탁상을 탕하고 소리나도록 내리쳤다.
    “캐서린이 그래서 나를 괴물이라고 했구나. 이 괘씸한 년이.”
    방에서 부시럭거리고 사람 일어나는 소리가 들렸다.
    “어쭈. 이 괴물이 자지않고 부스럭거리니 저 괴물이 또 깨어나는구나.”
    어떻게나 화가 돋았던지 이번에는 주먹으로 모니타를 한 대 더 때리고 컴퓨터 전기를 탁 빼던졌다. 그리고는 아래로 내려오는 상림아저씨한테 문을 열어주려고 문가로 다가갔는데 층계바닥에 서있는 사람은 상림아저씨가 아니다.
    “너 향이 아니냐. 너 어떻게 여기 있냐?”
    “저 여기 이사왔어요.”
    잘 알아듣지 못하는 퓨젼말을 하는 향이를 바라보면서 토니는 다른 질문을 던질 필요가 없었다. 낮에 핸드폰에서 상림아저씨와 함께 폴이를 데리고 도망가겠다고 하던 폴의 엄마의 말이 그냥 하는 말처럼 빗들었던 것을 후회했다. 틀림없이 도망가버린 것이 분명했다. 지금 이 표정대로라면 토니가 폴의 엄마와 상림아저씨가 폴이를 데리고 여기를 떠나 다른데로 가버린 것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향이도 역시 어리둥절해졌다. 그러나 토니는 상림아저씨를 데리고 도망가면서 한달치 집세를 저당해놓고 있는 반지하방을 그대로 비워두기 보다는 오갈데가 없는 향이를 묵게 하려고 폴의 엄마가 여기와서 있게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토니는  캐서린이 자기보다 더 어리고 이쁜 계집애가 땅굴속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하던 말을 상기했다. 과연, 상림아저씨와 폴의 엄마가 폴이까지 데리고 도망가버린 이 반지하방에 향이가 나타날줄은 몰랐다. 아무리 소설을 쓰기 좋아하는 놈이라고, 어떻게 이렇게 소설같은 희한한 인연이 끝없이 자기에게서 발생하는지 알수가 없었다.
    “혼자서 이런 방에서 살려구?”
    향이가 토니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므로 토니는  연필과 종이를 가져다가 중국글을 써보였다.  
    “아빠와 엄마가 곧 나올텐데요.”
    향이도 연필로 글을 써보였다.
    “보석금은 마련했니?”
    “아는 아저씨가 퓨전동향회에 도움을 요청해주어서 회장님들이 나를 만나주었어요. 그리고 보석금을 뀌어주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돈을 뀌자면 보증인을 필요하다고 했어요. 아저씨 보증인해주실래요?”
    토니는 너그럽게 웃어보였다.
    “내게 뀌어줄 돈은 없지만 보증서줄 인심은 있단다. 걱정말거라.”
    그러니까 향이란 계집애가 연필로 또 한줄금 더 적었다.
    “아저씨 은혜는 꼭 갚을 것입니다. 꼭”
    물론 어떻게 갚는다는 소린지는 없다. 그러나 정말 도와주면 어떻게라도 갚을 결심이 어려있는 도고한 얼굴을 내려다보면서 토니는 빨리 보석금을 해결하고 이민국에 잡혀있는 이 애의 아빠와 엄마가 놓여나오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언제부터 떠난다고 부득부득 별르던 이 폐차장 쥐동네를, 떠나지 못하겠다고 뻗히던 상림아저씨가 먼저 떠나버리고 혼자 남아버린 자신의 곁에 이 계집애가 나타난 것에 대한 불안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그럼 내일 너하고 퓨젼동향회에 같이 가주마.”
    향이를 돌려보내고 불을 끄고 누운 토니의 머릿속에서는 또 다른 상상이 나래치기 시작했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른다. 이런 저런 오만가지 잡생각 끝에 오늘 하루동안 있었던 일을 생각하고, 다시 내일 하루동안 있게될 일을 생각하다가 잠들었으면서 꿈속에서처럼 재차 자기에게 괜찮겠지? 하고 몇 번이나 물어보았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고 토니 스스로 또 대답했다. 괜찮을거다. 지나간 일은 다 잊어버리고 당장 내일 아침에 있게 될 일만 생각해도 흐뭇하게 행복하게 잠들 수 있었다. 불이나케 샤와를 마치고 촉촉하게 젖은 머리 그대로 넥타이를 매지않은 흰 와이셔츠에다가 검은 양복을 떨쳐입고 노트북가방을 메고 땅굴에서 나오며 어제까지 상림아저씨가 살았던 반지하 방을 탁탁 두드렸다. 향이가 쪼르릉하고 달려나올 것이다. 아저씨, 저 다 준비됐어요! 그래 그럼 요 앞에 나가서 베이글 사먹자. 그리구 나랑 같이 신문사까지 가서 아저씨가 잠간 미팅을 마치고 나오는 동안만 혼자 기다려다구. 그 다음 같이 차이나타운으로 가자. 가서 보석금 해결하고 너희네 퓨젼레스토랑에 들려 오리다리 두 개를 사서 소스 발라 너 하나 먹고 내가 하나 먹자. 그리고는 다시 지하철 타고 다시 이 폐차장 쥐동네로 돌아오는거다.
    새벽녘에 잠깐 깨났다가 다시 잠이 들었을 때는 아침 출근길에서 몬탁괴물, 그거 다 가짜라고! “Montauk monster! no such creature exists!”라고 대성질호했던 신문에 난 토니의 칼럼을 읽으면서 사람들이 거기에 넓적하게 실린 토니의 사진을 보며 괴물을 무서워하지도 않고, 괴물을 더러워하지도 않는 아주 멋지게 생긴 멋쟁이 작가아저씨라고 칭찬하는 상상을 했다. 이 멋쟁이가 바로 가짜가 아닌 진짜 괴물인줄은 모르고.


                                                                                              2008년 12월11일 뉴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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