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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탁괴물 (1)
2011-08-02 12:47:51
liushunhao

조회:1120
추천:79

 

 

     “찍찍”
    쥐가 우는 소리에 잠을 깬 토니는 가까스로 눈을 뜨고 몸을 반쯤 일으켰다. 쥐 우는 소리가 출입문 곁에 놓아두고 있는 쓰레기통쪽에서 나고있다고 생각했는데 쥐가 보이지 않았다. 베이커리에서 빵을 줄 때 싸서 주는 은박지를 놓아둔 것은 이미 다 썰어서 사처에 널려있었다.
    “요늠들이 배가 고팠나?”
    시계를 쳐다보고나서 아직 아침 시간이 이른 것을 보고 다시 이불안으로 들어간 토니는 눈을 감고 귀를 강구었다. 쥐우는 소리가 어디서 나는가 도정신하고 있는데 이불위로 큰 쥐 한 마리가 기어올라온 모양이었다.
    “이크나!”
    깜짝 놀란 토니는 후닥닥 뛰어일어나면서 쥐가 떨어지라고 이불을 들었다. 새끼고양이만큼한 큰 쥐 한 마리가 텅하는 소리가나도록 마루바닥으로 뛰어내리는데 도망가지 않고 해까닥 돌아서서 토니를 쳐다보았다. 큰 쥐가 혼자 나왔을리 없겠다고 생각하고 다시 두리벙거리니 새끼쥐 두 마리가 컴퓨터 탁상 위에 올라가서 놀고 있다. 한놈은 마우스에 매달려 있고 다른 한놈은 모니타에 위로 올라갔는데 간밤에 메모를 써서 붙여놓은 테이프를 앞발로 긁어대고 있었다. 테이프가 거의 떨어졌는지 메모장이 비뚤어져 흔들거렸다. 얼마전에 기자협회로부터 최우수 ‘칼럼니스트상’을 받고 기분이 나서 메모장에다가 적어놓은 글이 거꾸로 보였다.

    -우리시대 최고의 칼럼니스트가 되리라!
    -살아있는 조선족의 O. 헨 리가 되리라!

    토니는 모니타위에 올라온 새끼쥐의 귀등을 살펴보았다. 며칠전에 검은 볼펜으로 표시해놓은 점이 그대로 있는 것을 보고 빙그레 웃어버렸다.
    “음. 옛친구가 왔구나.”
    “찍찍.”
    테이프를 긁어대던 새끼쥐가 모니타위에서 뛰어내리더니 마우스를 가지고 장난질하던 새끼쥐와 부둥켜안고 한바탕 뒹굴어댔다. 토니는 급기야 볼펜으로 그놈들 사이를 뜯어놓고는 볼펜에 매달린 한 놈을 그대로 들어다가 마루바닥에서 떡 뻗히고 있는 어미쥐의 앞에 살 짝 내려놓았다. 그러자 어미쥐는 금방 달려와서 그놈의 목덜미를 물고 쓰레기통 뒤로 해서 부엌쪽으로 귀신같이 사라져버렸다.
    토니는 부랴부랴 타올을 들고 윗층 화장실로 달린다. 윗층 반지하방의 문앞을 지날 때는 발로 탁 걷어차면서 상림아저씨를 불렀다.
    “형 일어났어요?”
    대답이 없는 것을 보자 씽긋이 웃으면서 노크도 없이 화장실로 불쑥 뛰어들었다. 윗층 부엌에서 한창 밥을 짓고있던 폴의 엄마가 곱지않은 눈길로 토니를 흘겨보았다.
    “젊은 사람이 매너라고는.”
    이 3층집 하우스의 1층에서 제일 큰 방을 세잡고 사는 폴의 엄마는 30대 초반의 중국 여자다. 오래전에 퓨젼(福建)에서 왔는데 식구라고는 플러싱에서 이삿짐을 나르는 일을 하는 남편 용규(龍奎)아저씨와 5살난 아들 폴이가 있었다. 주인내외는 70세 가까운 노부부인데 2층에서 살고 3층에는 싱가포르와 일본에서 온 유학생들이 각기 방을 하나씩 차지하고 들어있다. 렌트비가 제일 싼 반지하에서 5년째 살고있는 상림아저씨와, 얼마전부터 상림아저씨와 갈라져 반지하에서 아주 통지하로 내려가버린 토니는 한고향에서 온 동포라 친형제처럼 가깝게 지내는 죽마고우다.
    일자리가 신통치않아 여기저기서 막일을 하고 가끔 노임을 받지 못할 때가 있으면 어림없이 토니가 나섰다. 사회부에서 기자로 뛰어다닌 시간이 오랜 토니는 각 지역 커뮤니티에 아는 사람이 많아서 여기저기 전화를 하고 또 이 사람 저사람에게 부탁을 넣으면 금방 돈이 없어 노임을 못 주겠다고 오리발을 내밀던 사장들의 태도가 하루 아침에 일변한다.
    “아. 유대리 잘 아는 사인가?”
    “네. 제 동생입니다.”  
    “아. 그분 아주 대단한 분이지. 기사도 잘 쓰고 칼럼도 잘 쓰고.”
    겉으로 이렇게 칭찬하는 사람들이 뒤에서는 토니를 잡아먹지못해 안달한다는 것도 토니는 물론이고 상림아저씨도 모르지않았다. 작년 한해동안은 이 지역의 제일 큰 커뮤니티 단체장과 싸움이 붙어 신문사가 통째로 말려들어갔고 지금까지도 소송놀음이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단체장이 이사회에서 파면되고 개인적으로 사람을 고용하여 석달째 피켓시위를 벌이다가 토니가 사회부 부장대리에서 차장으로 내려앉으면서 마무리되었다.
    그렇게 토니 때문에 신문사가 혼살을 맞은 적이 여러번 있었다. 잠간 문화부 차장대리를 맡고 지낼 때도 천주교의 신부가 소년들과 성추행 한 사건을 붙잡고 늘어져 소설로까지 써서 신문에 연재를 싣다가 성당의 할머니들이 프랭카드를 들고 신문사 앞에 와서 “문제기자를 파직하라”고 농성을 벌였다. 사장과 국장이 직접 나가서 할머니들과 대화를 하다가 안되니 토니를 불렀다.
    “유선생, 나가서 그냥 좋게 사과 몇마디 하세요.”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상대가 할머니들이니 그냥 좋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면 해결될 것 같아요.”
    “네, 알았습니다.”
    사과하러 나갔던 토니가 커피벼락을 맞고 돌아들어왔다.
    “아니 왜 이 모양이 됐소?”
    편집국장은 몹시 놀랐다.
    “할머니들이 손찌검까지 합디까? 경찰을 불러야겠습니다.”
    “에구야, 냅두세요. 할머니들한테 내가 쓴 소설을 읽어봤냐고 물었는데 읽어본 사람들이 한분도 없어요. 내 소설을 읽고 뒤에서 속이 켕키는 자의 사주를 받고 온게 분명합니다.”
    얼굴에 뒤집어쓴 커피물을 닦으며 토니가 대답했다.
    “종교계를 잘 못 건드리면 좋은 일이 없소.”
    편집국장이 심각해서 말하는데 토니의 귀에 들어갈리 만무했다.
    천주교 신부에 이어 이번에는 장로교 노회의 목사가 여자교인과 바람피다가 들통나서 여자교인이 사는 층집에서 빗물통을 타고 뛰어내리다가 허리를 접지른 사건이 발생했다.
    “이런 세상에! 이런 사이비 목사쟁이들을 가만두면 안되지요.”
    자기 소관도 아닌 종교계 전담기자를 추겨서 매일같이 교회로 드나들고 교인들을 쑤셔대고 하더니 또 다시 특대 기사를 터뜨려대기 시작했다.

    -아무깨 목사 “나는 간음했습니다” 고백!
    -여교인과 간통하다 발각되자 빗물통 타고 층집에서 뛰어내려...

    신문사에서는 쉴새없이 토니에게 충고를 주고있었다.
    “유선생님. 기사를 소설처럼 쓰면 안됩니다.”
    “소설은 무슨 소설. 다 사실을 쓰는데.”
    “기사가 소설처럼 감정개입이 너무 드러나고있단 말입니다.”
    “허허.”
    좀 건방지기까지 한 토니는 이 신문사에서 유일하게 칼럼을 잘 쓰는 편집국장과 가장 친하면서도 가장 불편하게 지내고 있다. 그런데도 가장 무사하게 승승장구로 진급한다. 결국 사장도 국장도 토니의 뛰어난 글재주를 무척 흠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편집국장의 등살에 못배겨 타신문사로 옮겨간 캐서린은 토니에게 감탄한다.
    “짜샤. 넌 진짜 괴물이야. 저 국장놈도 너한테는 어쩌지못하는 것 봐라.”
    “내 손이 필요하니까.”
    이 신문사의 편집국장은 논설주간까지 겸하고 있다보니 10년째 3천편의 칼럼을 갈겨대고 있었다. 한주 5일동안 연속 칼럼을 내보내야하니 천하의 이규태라도 뽕이 빠질만하다. 그래서 가끔씩 토니의 손을 빌지 않으면 편집국장은 1년 내내 휴가한번 제대로 못한다.
    “내년은 쥐해인데.‘
    토니가 기자협회로부터 칼럼니스트상을 받게만든 쥐해의 신정 첫 칼럼을 편집국장은 토니에게 맡겼다.
    “유선생이 쥐를 좋아하니 한번 쥐를 가지고 칼럼 써보세요.”
    “쥐해 첫 날에 내준다면 쓰지요.”
    “일단 쓰세요. 내가 보고 결정하겠습니다.”
    “잘 썼으면 반드시 신정 첫 칼럼으로 해주신단 말씀입니까?”
    편집국장은 빙그레 웃고있었다.
    “내 차마 쥐가지고는 글이 안나와서 그래요.”
    “아마 그럴겝니다. 그놈 보기만 해도 칙칙한 주둥아리하고 꼬랑이를 상상만해보세요. 그렇지만 나는 아닙니다. 나는 쥐들하고 같이 살고있어요.”
    토니가 셋방을 잡고있는 이 동네의 이름이 바로 폐차장 쥐동네였다. 플러싱에서 가장 큰 폐차장과 가까운 위치에 있는데다가 거리에 하도 쥐가 많아 토니가 스스로 지어서 부르는 이름이다. 불름버그 뉴욕시장이 첫해 임기를 마치고 재선하느라고 유세(遊說)차 플러싱에 들렸을 때 토니가 뒤에 쫓아다니면서 플러싱에 쥐동네라고 있다는 소리를 들어본적 있는가고 들이댔다.
    “뉴욕의 쥐는 몽땅 맨하탄에 있는줄 아는데요.”
    “아닙니다. 맨하탄의 그랜드 샌츄럴 다음으로 쥐가 많은 동네가 플러싱입니다. 플러싱에서도 저기 앞에 보이는 폐차장 쥐동네에 쥐가 많습니다. 아주 득실득실합니다. 대낮에도 강아지만큼한 쥐들이 뛰어다닙니다. 쥐들을 보면 고양이까지도 질겁할 지경이 되었습니다. 고양이들이 모두 숨어버립니다. 그리하여 쥐들이 이제는 살림집에까지 쳐들어오게 되었습니다.”
    토니는 침방울까지 튕겨가면서 연주포 내쏘듯했다.
    “선생은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시오?”
    몹시 흥분한듯한 토니에게 불름버그시장이 물었다.
    “예. 얼마전부터 쥐들이 저의 집에도 쳐들어왔습니다.”
    토니에게는 흥분하면 말을 실수하는 버릇이 있다. 말을 많이 하는데다가 빨리 하다보니 조리(條理)가 헝클어지기 시작하면서 실수를 연발하게 된다.
    “방역소에서 쥐약을 공짜로 나눠주지 않습니까?”
    “나눠줍니다. 그러나 나는 쥐들에게 쥐약을 주지않습니다.”
    “왜요?”
    “쥐약을 주면 쥐들이 죽으니까요.”
    “오. 하느님.”
    불름버그시장은 곁의 수행인원들을 돌아보며 한마디 했다.
    “우리 뉴욕에 웬 쥐가 이렇게 많은지 원인을 알았습니다.”  
    불름버그시장이 폐차장 쥐동네를 돌아보고 간 다음날부터 방역소에서는 이 동네에 와 집집이 다니면서 쥐약을 공짜로 나눠주었다. 문을 잠근 집에서는 이 동네 입구에 한집 있는 이탈리아 베이커리에 와서 가져가게 하였다. 아침 저녁으로 이 베이커리에 들려 빵을 사먹는 토니는 불안한 눈길로 쥐약을 바라보며 빵집 주인에게 말을 건넸다.
    “쥐약을 보이지 않는데다가 던지세요.”
    “왜요?”
    “먹는 음식을 파는 가게에서 이렇게 쥐악을 무더기로 쌓아두고 있으면 보기에 좋습니까?”
    “선생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베이커리 주인은 방역소에서 맡겨두고 간 쥐약봉지들을 모조리 들어다가 창턱밖에 내놓았다. 그러나 빵을 사들고나가면서 토니가 또 당부했다.
    “아주 보이지 않는데 던져버리세요.”
    “그럴가요?”
    “난 이렇게 쥐약을 뿌려서 쥐를 죽이는 것을 반대합니다. 과학자들이 좀 머리를 더 써서 쥐들이 자기발로 멀리 다른데로 가게 만들어야지 이렇게 약을 먹여 죽여놓으면 죽은 쥐들을 누가 걷웁니까? 여기저기 쥐들이 죽어서 썩기 시작하면 그 오염은 쥐가 살아있는 것보다 더 해로울 것이니까요.”
    “참 그렇네요.”
    베이커리 주인은 토니가 신문사에 다니는 것을 알고있었다.
    “황차 낼모레는 쥐해가 아닙니까.”
    토니는 베이커리주인에게 자랑하고싶었다.
    “우리 신문사의 신정 첫날 칼럼을 내가 쓰니까 한번 명심해서 읽으세요. 내가 아주 쥐를 노래하는 칼럼을 쓸 것입니다.”
    뉴욕기자협회 칼럼니스트상을 수상하게 만든 토니의 “쥐의 노래”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사랑한다. 쥐들아. 이 세계에 수(數)를 헤아릴수도 없도록 많은 별의별 기괴한 동물들속에서 유독 우리 인간들과 가장 친하며, 생명공학으로 추정한 결과에 아주 가까운 친척으로까자 판단되어 있는 무자년 쥐띠 해의 새날이 밝았다. ”

    토니는 이 칼럼에서 인간들을 비판했다.

    “다산과 다복의 상징이오, 우리 인간들과는 약 1억만년전부터 이오마이아 스캔소리아(Eomaia scansoria)라는 한 조상을 갖고 오늘까지 진화해오고 있다고 한다. 불쌍하다. 인간들은 이렇게 멋지게 변해버렸는데 너희들은 어쩌다가 이 모양 이 꼴로 되어버렸느냐. 한 조상에게서 나왔으면서도 좋은 유전자는 인간이 다 가져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너희들을 보면 인간은 얼마나 탐욕스러운지 알 것 같다. 너희들을 이 모양으로 만들어놓은 것도 모자라서 1년에 저그만치 3천만마리씩 너희들을 잡아다가 실험대에 올려놓고 있다는구나.”

    이렇게 인류의 가장 큰 피해자로 토니는 인류의 가장 친한 친구이며 친척인 쥐를 지적하고 있다.
    “이런 미친놈 다 봤나.”
    신문을 읽은 독자들이 찬반 양론으로 갈리었다.
    “이놈이 미쳐두 한참 미쳤어. 쥐동네서 살더니 쥐들한테 어떻게 됐나봐.”
    이런 소문이 나돌만도했다. 실제로 토니가 사는 폐차장 쥐동네의 땅굴방으로 와본 사람들이 몇몇 있었다. 토니가 살고있는 반지하에서도 한층 더 내려간 통지하방은 아무도 와서 렌트 내고 들려는 사람이 없어 비여놓고 있는 것을 토니가 주인의 동의를 얻어 컴퓨터를 이 방으로 옮겨다놓았다. 하우스 주인의 입장에서 보면 가뜩이나 습기가 많은 지하방을 비워두기보다는 그런대로 사람이 들어있으면 사람 체취 때문에 곰팡이냄새도 사라지고 또 바퀴와 쥐들도 함부로 날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렌트 얻으러 다니는 사람들이 벌써 반지하까지 내려오면 눅눅한 곰팡이냄새 때문에 이맛살을 찌푸리고 지하실까지 와서는 “아이구, 이게 웬 냄새요?”하고 토니에게 묻는다.
    “여기 바퀴랑 쥐랑 득실거립니다. 아마 어디서 죽은 쥐가 썩는 냄새일 겁니다.”
    빈 지하실을 오래 차지하려는 욕심 때문에 토니는 제법 과장한다.
    “그런데 당신은 왜서 이렇게 여기서 사시오?”
    “저는 돈도 없고 갈데 없으니까요.”
    “깨끗한 모습을 보니 글 읽은 사람 같은데요.”
    문을 열고 아래를 내려다보던 상림아저씨가 듣다못해 방을 보러 온 사람에게 말을 건넸다.
    “저분이 농담합니다. 저분은 신문사에 다니는 사람입니다. 아주 유명합니다.”
    “신문사 기자가 이런데서 살아요?”
    방을 보러 왔던 사람이 그냥 가려는것을 보고 주인이 따라나오면서 곱지않은 목소리로 걸고들었다.
    “말씀하시는것 보세요. 아니 여기가 어쨌단말입니까?”
    “아니요. 곰팡이냄새가 심하고 습기가 많은 같습니다.”
    “지하니 습기야 당연하죠. 곰팡이냄새는 좀 살기 시작하면 금방 없어집니다.”
    “저 기자분이 살고있잖아요?”
    “아닙니다. 그냥 빈방이니 들어와서 컴퓨터하고 있는 겁니다.”
    “곰팡이냄새와 다른 뭔가 썩는 냄새가 나는데요.”
    “곰팡이냄샙니다.”
    “허허. 저분의 말씀은 혹시 쥐가 죽어서 썩고있는 냄새 아닌가 하던데요. 기자분이라던데 거짓말하겠습니까?”
    악이 돋은 주인이 참지못하고 소리쳤다.
    “아이구, 미국기자들은 몽땅 거짓말쟁인것을 모르시구랴.”
    벌써 그때쯤되면 토니는 부랴부랴 가방을 메고 밖으로 내달린다. 아무리 시간이 급해도 꼭 베이커리에 먼저 들려 매대안에 대고 소리친다.
    “베이글 주세요! 버터는 싫어요! 잼만 바르세요!”
    토니의 뒤에서 주인은 상림아저씨에게 대고 따지고들듯 했다.
    “이봐 저 사람 진짜 기자맞어?”
    “그럼요.”
    “난 왠지 믿고싶지않아. 평소 말하는거 봤음 완전 건달뱅이잖아.”
    “그건 저 사람이 가짜로하는겁니다.”
    “왜 가짜로 하는건데?”
    “아니 그럼 우리하고 말하는게 배운사람들끼리 하는 말을 하겠습니까? 하면 우리가 알아듣습니까?”
    “그래. 그건 옳은 말이야.”
    주인은 고개를 끄떡였다.
    “저 사람 기자라는것두 난 믿어. 신문에 저 사람 사진 자주 나와. 근데 그런 사람이 여기서 살구 또 자네하구 친하게 지낸다는게 좀 이상할뿐이지.”
    “우린 한고향에서 왔는데요.”
    상림아저씨는 이렇게 대답한다.
    “그리고 저 사람은 허물이 없는 사람입니다. 기자 틀거지가 하나도 없고 농담도 잘하고 주요하게는 못 사는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는 것을 좋아하지요.”
    주인은 또 고개를 끄떡였다.
    “괜찮은 사람인 것은 나도 아네. 그런데 어떤 때는 우리한테 올라와서 농지거리 거는 것을 보면 전혀 싸가지가 없단말일세. 우리 집 영감한테 아무소리나 해대. 이마가 벗어져서 반질반질하니 잠자리가 앉아도 미끌어떨어지겠다고 영감한테 지껄여대지 않나. 이마 벗어진 남자들은 여자를 다스리는 힘도 세다고 추켜올리지 않나. 우리 벽시계 바늘을 보고도 사람들 가득한데서 꼭 ‘쇠불알통’이라고 부르거던. 이런 싸가지가 어디 있나. 그런데도 우리 영감은 저 사람을 좋아해.”
    주인은 토니의 흉을 본다는 것이 보다보다 결국 자기 풀에 웃고 말았다.

    베이커리 주인은 토니가 이 폐차장 쥐동네에 와서 셋방을 잡고 살기 시작했던 5년전으로부터 하나에 75전하던 빵값이 지금은 1불 25전까지 되었지만 유독 토니에게서는 계속 1불만 받는다. 75전짜리 베이글이 1불이 되었을 때 한컵에 1불하던 커피가 1불 25전이 되었고, 베이글이 1불 25전이 되고나니 커피는 1불짜리는 그대로 둬두고 컵 사이즈가 세가지로 나뉘어버렸다. 미디움사이즈 컵은 1불 50전이고 라지사이즈 컵은 1불 75전이 되었다.
    그러나 스몰사이즈 커피 값이 계속 1불이라는 것이 베이글가게에는 재앙일지 몰라도 아침저녁으로 베이글 하나에다가 1불짜리 커피 한잔으로 대충 때우는 토니에게는 한없는 축복이었다. 때때로 밤늦게까지 책을 보다가 배고프면 바람도 쏘일겸 끌개신을 끌고 베이커리에 나오군 했다. 그냥 돌아오겠나싶어 베이글매대앞에 가서 말없이 서면 주인은 금방 유리찬장안에서 빵을 꺼내여 칼로 짜갠다음 빙빙 돌아가는 불가마안에 넣었다가 꺼내여 아주 재치있게 잼을 발라서 은박지에 정성스럽게 싸서 준다. 그러면 베이글은 토니가 먹고, 베이글을 쌌던 은박지는 집에 돌아와 토니가 없을 때 방구석 여기저기를 쏘다니며 놀아대는 새끼쥐들한테 주어버린다.
    이 쥐들이 은박지를 모조리 썰어놓고는 거기에다 똥까지 몇 개 싸놓고 사라지고나면 토니는 저녁에 퇴근하고 와서 손바닥으로 그것을 쓸어모아 쓰레기통에 던지며 중얼거리군 했다.
    “요늠들아, 어느날 내가 이사가고나면 너희들은 어떻게 할거냐?”
    토니는 쥐들보다 오히려 윗층에서 정신없이 방바닥을 구르고 달아다니는 폴이 때문에 밤에 책을 읽을수가 없어 몇 번이고 집을 옮길 생각을 하고있었다. 그런데 몇 년째 같이 살아오고 있는 상림아저씨가 번마다 나누웠다.
    “난 아무래도 이 동네를 떠날 것 같지 못하네.”
    더구나 요즘 상림아저씨는 야채가게에서 저녁 때쯤 되면 팔리지 않아 던지는 파손된 포도를 한광주리씩 들고와서 깨끗하게 씻어가지고 비닐봉지에 넣어서 한 봉지에 1불씩 파는 일을 하고있었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하루 저녁에 10여봉지를 팔다가 최근에 부쩍 많이 파는 모양이었다. 포도는 주로 이 동네의 아이들이 와서 사먹었다. 퇴근시간이 몰려있는 8시부터 9시까지 아무리 잘 팔아도 20봉지를 넘길 때가 없었는데 지금은 4, 50봉지씩 넉넉하게 팔고있다. 그런데 4, 50봉지라고 해봐야 비닐봉지 값 3불어치만 떼내도 포도는 몽땅 야채가게에서 공짜로 던지는 것을 주어온 것이니 하루 50불만 번다고 해도 여간 짭짤한 수익이 아니다. 계속 지금같은 경기라면 설사 누가 와서 목을 매여 끌어도 이 동네를 떠날 상림아저씨가 아니었다.
    토니는 늦은 밤에 베이커리에 들려 빵을 사들고 길에서 만난 상림아저씨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며 말했다.
    “형님뿐만 아니라 나도 이제는 이 동네를 떠날 것 같지못합니다.”
    “아니 동생은 왜?”
    “내가 이사가면 고늠 쥐들이 다 굶어죽어요.”
    “하여튼 동생은 어쩔수 없는 사람이네. 주인내외는 물론이고 술주정뱅이 폴이 애비까지도 동생을 좋아한다더구먼.”
    “누가 그러던가요? 폴의 엄마가 그럽디까?”
    “폴이가.”
    “아. 폴이야. 그놈 자식은 언제까지라도 내 동맹자아닙니까.”
    토니는 폴의 생각을 하면 마음을 설레어 한다. 왜냐하면 고향에다가 폴의 나이만한 아들놈을 하나 둬두고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각별히 폴이를 이뻐한다. 매일 한번씩은 꼭 안아주니 폴이란 놈도 토니를 따른다. 폴의 아빠가 도박군인데가 평소 술주정을 자주 부리기 때문에 폴이는 토니의 방에 건너와서 자군할 때도 여러번 있었다. 토니가 반지하에서 상림아저씨와 함께 살 때는 폴이란 놈이 윗층 방에서 여기저기로 뛰어다니면서 바닥을 굴러대면 밑에 방에서는 책일 읽고있던 토니는 죽을 맛이었다.
    “아아. 요늠의 자식이.”
    “저 애가 왜 아직두 안잘까?”
    위에서 폴이란 놈이 쿵당거리고 뛰놀기시작하면 벌써 언제 눈떳는가 싶게 상림아저씨도 빙그레 웃는 얼굴로 천장을 쳐다보고 있었다. 토니가 참지못하고 장대걸레로 찬장을 탕 하고 때리면 폴이란 놈은 자기하고 같이 놀자는 뜻으로 오해하고 더 좋아하고 방바닥을 굴러댔다. 토니가 가만 있으면 좀 있다가 폴이가 쪼르릉 달려내려와서 방문을 걷어찼다.
    “아아. 요늠의 자식 때문에 내가 완전 미쳐.”
    “아저씨 안일어났어요?”
    “왜 그러냐? 좀 조용해다구.”
    “나랑 같이 놀아요?”
    “요늠아. 좀 조용해라. 네놈이 뛰어다니는 발자국 소리 때문에 잠 잘수가 없잖아.”
    “발자국소리 때문에 잠 못자요?”
    “그럼.”
    “우리 아빠는 잠만 잘 자는데.”
    "너희 아빠는 술 마셨잖아.“
    “그럼 아저씨두 술 마셔요.”
    토니가 더 응대를 하지않자 폴이가 돌아나가려는데 상림아저씨가 붙잡았다.
    “얘, 폴아. 괜찮아 맘것 뛰놀아.”
    뭐, 이런 사람 다 있어, 평소 말수가 적고 몇해째 같이 살면서 단 한번도 어긋나게 굴어본적 없는 상림아저씨가 유독 폴이란 놈의 장난질에만 이렇게 관대하다. 토니는  상림아저씨가 폴이와 친하기 위하여 그를 나꾸려한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아무리 나꾸려고해도 폴이란 놈은 그냥 토니와만 좋아한다. 왜냐하면 그놈은 토니의 컴퓨터로 게임을 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토니가 컴퓨터를 켜놓은채로 그 앞에 등받이의자에 몸을 담고 흔들거리면서 한손에 책을 들고 읽고 있을 때면 언제 들어왔던가싶게 폴이란 놈이 쪼르릉하고 들어와 토니의 무렆위에 올라앉는다.
    “토니아저씨, 나 게임 보게해주세요.”
    “오냐.”
    토니는 게임을 열어놓고 그놈이 맘대로 컴퓨터를 가지고 놀게 하였다. 처음에 마우스를 움직일줄 몰라서 토니가 한손으로 왼손에 책을 바꿔들고 오른 손으로 마우스를 잡아 움직여주며 정신 절반만 책에 팔고 나머지 절반은 그놈과 같이 게임을 놀아주었으나 지금 이놈은 마우스도 잘 움직이고 혼자 키보드까지 탁탁하고 때려대는데 아주 제법이다. 폴의 엄마가 아들 찾으러 왔다가 이것을 보고 토니에게 함뿍 미소를 어렸다.
    “얘야, 아저씨가 출근하게 어서 나와.”
    폴이 엄마는 좀 서운해하면서도 마지못해 불렀다. 그러나 폴이란 놈은 토니의 무렆에서 내리려고 하지 않는다.
    “싫어. 난 토니아저씨하고 놀래.”
    “아저씨 애먹이지 말고 어서 이린 온.”
    “오늘이 토요일이므로 유선생님은 좀 늦게 나가도 됩니다.”
    어느새 나타났는지 상림아저씨가 폴의 엄마 뒤에 서있었다. 폴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속 키보드를 때려댔다. 토니가 폴의 엄마와 상림아저씨를 돌아보자 유독 폴의 엄마가 당황해하면서 허둥지둥 돌아서서 층계로 올라가버렸다.
    “형님. 폴의 엄마가 좀 이상하다가 생각하지 않아요?”
    “뭘말인가?”
    상림아저씨도 조금 당황해하는 눈치다.
    "아, 아니. 아닙니다.”
    토니는 폴이를 내려놓았다.
    “얘야, 아저씨도 이제는 출근해야하니까 저녁에 또 놀자.”
    “아니야. 아저씨.”
    폴이는 떼질 쓰기시작했다.
    “저녁에 놀아준다는건 거짓말이야.”
    폴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
    “토요일 저녁만 되면 아저씨는 늦게 돌아오잖아요.”
    “내가 언제?”
    “다 알아요. 토요일 저녁에는 여자만나구 늦게 온다고 했어요.”
    “우 이놈이. 떽! 생사람 잡겠다.”
    “잠간만요. 됐어요.”
    폴이는 부랴부랴 컴퓨터 게임을 닫고나서 토니의 무릎에서 내렸다.
    "얘, 뭐 맛있는거 먹을래?“
    상림아저씨가 폴이한테 말을 걸었으나
    “싫어요.”
    토니는 폴이를 배웅하고 돌아서서 컴퓨터를 끄려다가 폴이가 무엇을 잘못 건드려놓았는지 미처 닫히지 않은채로 떡 멎어버린 모니타에서 큰 게임쥐가 한 마리 나타나서 눈을 깜빡거리고 있는 것을 보고 우정 상림아저씨를 들으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망할놈자식이. 또 ‘미키 마우스’(게임 이름) 놀아댔구나. 아저씨를 괄세해도 분수가 있지. 가뜩이나 쥐가 많은 지하실에서 사는데 너까지 내려와서 쥐새끼 게임을 놀아대면 가난한 아저씨는 억울해서 어떡하라냐?”

    토니와 상림아저씨는 지하철을 타고 퀸스플라자(Quens Plaza)까지는 함께 간다. 여기서 상림아저씨는 오렌지선으로 바꿔 32가까지 가고 토니는 계속 타임스퀘어(Times Squar)까지 내려간다. 타임스퀘어에서 다시 1호선 지하철로 바꿔타고 다운타운(Down Town)쪽으로 내려간다. 퀸스플라자까지 승객이 붐비는 까닭에 토니는 상림아저씨와 한번도 같이 앉아간적이 없다. 어쩌다가 상림아저씨쪽에서 먼저 빈자리를 하나 차지하면 꼭 토니를 잡아다가 앉혔다.
    “우리는 막일하는 사람이라 괜찮네. 그래도 기자인 동생이 앉게.”
    제일 듣기 싫은 말가운데 하나다. 듣다못해 토니가 화까지 내게 되었다.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사람은 다 가난한 사람들인데 어디 막일하는 사람과 고급일을 하는 사람이 따로 있답디까?”
    “그래도 동생은 배운사람이 아닌가.”
    “하. 이런.”
    토니는 상림아저씨에게 따지듯이 말했다.
    “내가 몇 번 말해야 알겠습니까. 내가 아저씨한테 분명하게 말했지요? 내 학력이 아저씨 학력하고 같다구요. 나두 고중밖에 나오지 못했다구요. 그나마 그 고중도 지금은 초중이 돼버렸어요.”
    “에구야. 미안하네. 알겠네.”
    토니는 한 벌뿐인 양복무릎이 나올가봐 앉지않겠다고 떼질써서 끝내 상림아저씨를 앉히고 대신 노트북을 담은 토니의 가방을 상림아저씨가 안고 토니는 그의 곁에 서서  신문이나 책 같은 것을 열심히 읽는다.
    상림아저씨가 토니를 좋아하는 원인이 있다. 앉으나 서나 자나깨나 손에 책과 신문을 놓을 때가 없다. 화장실로 들어갈 때도 꼭 신문지 한 장이라도 들고 들어가야 한다. 그것을 다 읽고나오면 화장실 문어귀에서 급해맞아 기다리고 있던 다른 사람들이 잡아먹을 눈빛을 하고 토니를 쏘아본다. 화장실에 샤워기가 같이 달려있는 원인으로 한사람이 화장실을 차지하면 다른 급한 사람들은 앞이고 뒤고 샤워고 아무것도 하지못한다. 유독 상림아저씨와 토니는 토니가 화장실을 쓸 때도 훌 쩍 뛰어들어와 샤워기 밑에 설 때가 있고 상림아저씨가 샤워를 하고 있을 때도 토니는 급하면 훌쩍 뛰어들어와 자기 볼일을 보고 나가기도 한다.  
    토니가 먼저 나가고 뒤에 따라나오는 상림아저씨에게 폴의 엄마가 소곤거렸다.
    “사람이 왜 그렇게 매너가 없어요?”
    “왜 그러우?”
    “남자끼리 같이 화장실 쓰면 의심받아요.”
    “내가 들어간게 아니고 내가 샤워하는데 저 동생이 들어왔소.”
    “그건 나도 봤어요. 그러나 어쨌던 두 사람이 함께 화장실을 쓰면 다 문제가 있는거잖아요. 당신이라도 그러지마세요. 그러지 못하게 막으란말이예요.”
    “양. 알았소.”
    별의미가 없어보이는 말이지만 아주 은밀하게 나눈 대화였다.
    이어 샤워를 마치고 토니가 화장실에서 나오자 상림아저씨는 보이지 않고 폴의 엄마가 토니한테 말을 걸어왔다.
    “어떡하실래요? 한번 만나보실래요?”
    “뭘말이예요?”
    “제가 일전에 말했던적 있잖아요. 향이란 애 말입니다.”

    폴의 엄마와 한고향에서 얼마전에 미국으로 밀입국한 계집아이 이름이 향이(香梅)라고 한다. 엄마 아빠와 함께 세가족이 밀입국하다가 엄마 아빠가 국경경비대에 잡히고 아이만 가까스로 플러싱까지 찾아왔다. 나이는 20살 됐다고 하는데 키가 작은데다가 원체 어리게 생겨 한 15세남짓해보였다. 흰 얼굴에 새까만 눈이 이쁘장하게 딱 박혔는데 지하철근처의 한 중국식당에서 폴의 엄마가 밥을 사먹이고는 데리고 나오다가 토니와 만나 인사를 건넸는데 그쪽에서 표준어 중국말을 잘 할줄 모르고 토니가 퓨젼말을 할줄 몰라서 폴의 엄마가 한참 통역을 섰다.  
    “애가 너무 불쌍해요. 엄마 아빠가 놓여나오자면 보석금이 5만불이나 있어야 한 대요. 너무 울어가지고 어제는 피까지 토했어요.”
    “이럴 때는 정말 내가 부자가 되지못한 것이 안탑갑소.”
    폴의 엄마는 진심으로 향이를 걱정했다.
    “정작 부자가 되면 못 사는 사람들 도와줄것 같아요? 그때는 우리 같은 사람들을 안봐요. 향이가 댁이 준 돈 2백불을 지금까지도 쓰지않고 갖고 있더라구요. 내가 유기자와 다시 만나게 해주겠다고 하니 은근히 기다리고 있는 눈치였어요. 어떡할래요? 그냥 여기 데리구 와서 같이 있으면 안되나요? 그러면 셋방값이라도 절약할수 있잖아요. 그애가 역빨라서 자기절로 얼마던지 일을 찾아 할수 있을거야요. 다만 너무 어려서 곁에 지켜주는 사람이 있었으면해서 제가 댁한테 소개하는거야요.”
    설명을 듣고나서 토니는 하마터면 동요할 번 했다.
    “나두 글쎄 마음 같았으면 정말 도와주고 싶은데.”
    하고 토니는  상림아저씨에게 말했다.
    “그러나 생각해보세요. 언젠가는 향이 부모님들두 보석금을 해결하고나면 이민국에서 나올건데. 그때가서 여기 찾아오면 내가 어떻게 책임집니까? 도와준거는 모르고 자기 딸을 건드렸다고 걸구들 때면 또 어떡하고? 이러루한거가 다 문제란말입니다. 거기다가 말도 통하지 않지 내 그래서 도저히 답을 못하겠더군요. 형님이  내 뜻을 폴의 엄마한테 전달해주십시오.”
    “동생 말이 옳네. 지금 괜히 좀 참지못하다가 나중에 무슨 봉변을 당하게 될지 모르네.”
    고지식한 상림아저씨는 토니의 꾀에 들었다. 토니가 말말 끝에 항상 폴의 엄마와 상림아저씨를 넌지시 한데 붙여놓으면 귀신같이 눈치채고 펄쩍 뛰는듯 했으나 오늘은 말없이 머리를 끄떡이며 자기가 직접 폴의 엄마한테 토니의 뜻을 전달하겠다고 하였다.
    “형님 내 뜻을 전해주었습니까?”
    “내가 언제.”
    상림아저씨는 저녁에 돌아와서 말해보겠다고 대답했다.
    “동생은 오늘도 늦게 돌아오나?”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신문사에 나가봐야 압니다. 다른 특별한 일이 없다면.”
    “그럼 저녁에 내가 말해주겠네.”
    “뭐라 말하겠어요?”
    “그냥.”
    “그러지 말고 나이 차도 많은데다가 말도 통하지 않고. 이래저래 코리안 유씨가 향이란 애하고 같이 살지 않겠다하더라고 전해주면 됩니다.”
    “그냥 동생이 몰래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고 말하면 어떨가?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일텐데.”
    “형님 제법입니다. 내가 진짜 여자 있는것처럼 말씀합니까!”
    “허허. 내가 다 아는데.”
    상림아저씨는 토니의 핸드폰으로 날아들어오는 여자들의 전화를 몇 번 대신하여 받았던적이 있다. 젊은 여자가 아니고 성당에 다니는 할머니들이 해온 전화라고 설명해도 통 믿어주지 않는다. 어떤 할머니가 울음섞인 목소리로 “개자식아, 사람 우롱하지마. 사람 우롱하지마.”하고 욕설을 퍼부었는데 토니를 대신해서 전화를 받고난 상림아저씨가 전기에라도 대인듯이 후닥닥 놀라며 핸드폰을 토니에게 던졌다.
    “동생 여자 건드렸나?”
    “아니요.”
    “분명 건드려놓고는 차던진모양인데.”
    핸드폰에서 할머니의 흐느끼는 소리가 울려터졌다.
    “너 같은 자가 뭐가 돼서 우리 신부님을 모욕하는거냐? 우리 신부님은 얼마나 좋으신 분인데 그렇게 나쁘게 모욕할 수가 있느냐?”
    또 며칠뒤에는 젊은 여자가 전화로 욕설을 퍼부어왔다.
    “야. 짜샤! 너 죽고싶어?”
    “보다보다 어디 이런 싸이코있어? 너 따위가 다 기자야?”
    상림아저씨는 어리둥절했다.
    “말두 마세요. 그나마 전화로 걸구드니 다행입니다. 아저씨 모르는 일이 많습니다. 이 할머니들이 지금 매일 신문사 대문앞에 와서 나를 쫓아내라고 난리부립니다. 손에 피켓까지 들고 요즘은 프랭카트까지 만들어서 길가에 걸어놓았어요.”
    토니는  흥분해서 이야기를 널어놓기 시작했다.
    “어쨌던 동생은.”

    상림아저씨와 토니는 퀸스플라자에서 갈라졌다. 토니가 신문사에 도착하자 편집국장이 얼마전 바람피다가 들통나서 장로교 노회로부터 목사직을 떼운 분이 지금 롱아일랜드의 몬탁에서 새로 개척교회를 시작하였다고 알려주었다. 그러면서 이 목사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서로 교회를 연다느니 못연다느니 하고 다투다가 종당에 몸싸움으로까지 번졌다고 한다. 토니와 친하게 지내는 다른 신문사의 사회부 여기자가 지금 리포터를 쓰고있는데 조만간에 특종보도로 나오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오. 캐서린이?”
    “유선생이 미국에서는 제일 친한 여자잖아요.”
    언제나 말속에 말을 담고 남을 불편하게만 만드는 편집국장이다. 특히 토니한테는 한번도 마음 편하게 말끝을 맺어보인 기억이 없는 사람이다. 반대로 그만큼 토니도 편집국장을 편치않게 굴었던 보응(報應)일지 모른다.

    캐서린은 편집국장과는 숙적간이다. 아주 걀큼하게 생긴 여자이지만 입만 열면 편집국장에게 대고 욕설을 퍼붓는다. 결국 편집국장의 눈에 나서 타신문사로 옮겨가지 않으면 안되었다. 전두환정권 때 서울대 사회학부 1학년생으로 광화문거리에서 화염병을 던지고 다녔던 경험이 있는 캐서린은 여자가 남자 이상으로 입에다가 씨팔이를 담고 산다. 부산에서 태어나서 가끔 경상두 사투리로 사람을 욕할 때도 있다.
    “딱 너처럼 입만 열면 나를 짜샤! 하고 욕하는 여자가 있더라.”
    토니가 핸드폰에 녹음된 여자들의 욕설을 캐서린에게 들려주었다.
    “거 참 이상하네. 너한테는 맨 여자들이 욕 퍼붓네. 내 핸드폰 한번 들어봐라. 맨 술주정뱅이들이야. 우리둘 서로 다를 것이 뭐냐.”하고 캐서린은 깔깔거리고 웃어댔다.
    캐서린이 롱아일랜드 몬탁에 사는지라 그 동네에 와서 새로 개척교회를 여는 바람쟁이 목사네 교회에서 일으키고 있는 소란을, 캐서린이 제일 먼저 취재하고 있다는 것은 하나도 이상할 것 없었다. 그런데 또 거기로 가라는 소린줄 알고 토니는  버럭 고함을 질렀다.
    “아니 이보세요. 지금 나를 뭐로 압니까? 내가 어디 평기잡니까? 어떻게 논설위원한테 이따위 일을 다 부탁합니까?”
    “아. 그래서 부탁한다고 하잖아요. 지금이 어떤 형편입니까?”
    편집국장은 일단 화를 내는 토니를 가라앉히고는 말했다.
    “유선생이 말끝마다 욕하는 양아치 사이비 목사들을 취재하라는거가 아니고.”
    “그럼 내가 몬탁에 뭘하러 가요?”
    “내 친구가 미국에 아주 유명한 파파라치 싸이트에서 일합니다. 이 친구 통해서 특대 기사를 하나 얻었어요. 우리 신문에서도 내일 탑 기사로 함께 내보낼 생각입니다. 그러니 유선생이 아직 다운타운쪽으로 내려오지 않았으면 몬탁쪽으로 오십시오. 부장도 그쪽으로 갔습니다. 기사는 부장이 쓰고 유선생은 그 기사에 안주해서 멋진 칼럼을 한편 써주셨으면 합니다.”
    편집국장이 토니더러 몬탁에 갔다오라는 이유를 설명하는 순간 토니는 금방 다시 흥분하기 시작하였다. 누구던지 칼럼만 써달라고 부탁하면 토니는 가슴이 설레인다. 만약 칼럼 말고 수필을 쓰라고하면 토니는  아주 흥분을 넘어 오르가슴을 느낀다고 고백하였던 적도 있다. 그래 문화세계 특별섹션(section)이 나올 때를 기다려 봄, 여름, 가을, 겨울에 관한 수필을 쓰고, 겨울에는 또 봄을 그리며 쓰고, 여름에는 단풍을 그리며 쓰다보니 수필도 많이 써댔다. 그러나 신문사 측에서는 그래도 토니가 쓰는 기사 때문에 말썽이 일어나는 것을 은근히 즐겨하는 눈치다. 하여튼 자본주의 세계 신문이란 말썽이 많이 일어나야 좋은 신문이 되니까.
    한국 학교에서 서예를 가르치는 한 화가가 매일같이 신문에 실리고 있는 토니의 글을 읽고나서 “이분 조선족인데 아주 유명한 작가입니다.”하고 소개하는 캐서린한테 정색해서 말했다.
    “이거 무슨 글 이따위로 써요. 툭툭 내던지는 말투 좀 봐요. 하나도 부드럽지 않아요. 이렇게 글 쓰면 사람들한테 욕 먹어요.”
    “아. 글쎄 좀 호소성이 짙어요.”
    “칼럼들 보세요. 말끝마다 우리 동포들 어찌어찌했으면 좋겠다. 어찌어찌해달라고 호소한단말이예요. 자기가 무슨 사상가나요? 아니면 운동가나요?”
    한국 여자들치고 유일하게 토니의 글에 미쳐있는 캐서린은 자기 주변의 한국인들에게 기회 있을 때마다 토니를 자랑하고 싶은데 그 자랑을 곱게 받아주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안타까워 했다.
    “글쎄 글은 이렇게 재수없게 쓰는데 사람은 아주 부드럽고 소탈하거던요.”
    매주 토요일마다 한국학교에서 의무봉사로 한국 역사를 가르치는 캐서린은 일찍 끝나고 몬탁으로 돌아갈 때면 지하철로 플러싱까지 와서 꼭 토니가 사는 폐차장 쥐동네에 들린다. 기차역이 페차장 곁에 있기 때문이였다. 기차가 낮에는 20분 간격으로 한탕씩 지나가지만 저녁무렵부터는 45분 간격으로 가고, 좀 더 늦으면 1시간 간격으로 달리게 되니 폐차장 쥐동네 베이커리에 들려가는 손님들가운데는 롱아일랜드쪽으로 기차를 타고 가는 사람들이 또 한 적지 않다.
    “야, 나와. 커피 한잔 사주라.”
    “에이, 그냥 여기 와서 마셔. 나 방금 거기서 왔단말이야.”
    “그놈 땅굴, 쥐가 무서워 들어가겠냐.”
    “사람 안 물어.”
    “내가 쥐가 무서운 것 아니구 칙칙한 쥐를 보면 드러워서 그런다.”
    캐서린은 베이커리 앞에 서서 커피 두잔을 벌써 받아놓고 있다.
    “그냥 너의 얼굴 한번 보구 가자구 그래.”
    토니는  커피를 받아들고 한마디 했다.
    “근데 있잖아. 너 말이 맞어. 우리는 쥐를 무서워하기 보다는 드러워하잖아. 그런데 쥐는 우리를 더러워하는 것이 아니구 진짜로 무서워하거던. 그게 바로 문제인거야. 난 그래서 때로 쥐들한테 미안해.”
    “아, 또 새 소설 시작했냐?”
    캐서린은 새물거리며 토니를 쳐다본다.
    “오.”
    “소설에 웬 벌레가 자꾸 등장하냐?”
    “내가 얼마전에 바퀴벌레와 꿀벌을 가지고 소설을 썼으니까 이번에는 쥐를 가지고 소설을 한편 써볼가구.”
    “아주 ‘곤충삼부곡’이라고 해라.”
    “쥐는 곤충 아니야.”
    “곤충이던 동물이던 나한테는 다 마찬가지야. 더럽고 무서워.”
    “그래. 너랑은 이만하자.”
    토니와 캐서린이 한창 주고받는데 포도를 담은 광주리를 등에 진 상림아저씨가 땀을 뻘뻘 흘리며 이쪽으로 나타났다. 토요일이라 상림아저씨도 여느때보다 좀 일찍 퇴근한다. 빨리 집으로 달려가 포도들을 깨끗하게 씼어서 씻는 족족 냉장고에 넣고 살짝 서리가 덮이게 만든다. 그리고는 비닐봉지에 갈라넣어  얼음박스에 담아들고 다시 지하철근처로 나간다. 토니가 커피들고 있던 손을 흔들어보였으나 캐서린을 알아본 상림아저씨가 평소같았으면 토니한테로 와서 잠간 서있다가 갈 사람이 이상하게 머리를 풀 떨구고 정신없이 뛰어갔다.
    “근데.”
    캐서린은 정색하고 입을 열었다.
    “나 실은 너한테 미안했던거 있어. 내가 너를 오해했었거던.”
    “뭔 오해?”
    “우리 둘 그 일 있은담부터 너 나를 자꾸 멀리하잖아.”
    토니는 캐서린을 흘겨보았다.
    “다 지나간 일 왜 또 끄집어내구 그래?”
    “아니야. 넌 지나갔지만 난 계속 진행중이야. 너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알어? 나 우리 남편한테 매일 밤마다 작살맞어.”
    “요셉(Joseph)이? 그 어진 남자가?”
    “너 잘 몰라.”
    “때리더니? 맞았어?”
    “아. 때리기야뭐. 이 미국 땅에 남자한테 맞구 살 여자가 어디 있냐?”
    캐서린은 태연하게 웃지만 금방 다시 심각해졌다.
    “요셉이 말하기는 싫어하지만 은근히 지독한데가 있거던. 요즘도 어디 파파라치 싸이트에서 프로젝트 얻어다가 게임 만드는데 괴물 눈을 설계할 때 이상하게 지독한 빛과 색깔을 만들어 넣어. 그리고는 그 눈알을 움직이게하는데 내가 몇 번 훔쳐봤어. 진짜 몸서리가 돋아. 컴퓨터안에 내 사진만 저장하는 폴더(Folder)에다가 그 괴물사진을 함께 넣어두구 그래. 근데 난 그냥 모른척하거던.”
    “좀 변태아냐?”
    “아무튼 이상해. 우리 잠자리두 갈랐어. 뭐 나두 싫지만 요셉이 자기 컴퓨터방에서 나오지 않아. 거기서 매일 밤늦게까지 일하다가는 아주 자버려.”
    “그럼 잘됐구나 뭐.”
    심각해진 기분도 전환할겸 토니가 농지거리를 시작하자 역시 성격이 좋은 캐서린도 금방 따라 웃었다.
    “좋기는 뭐가.”
    “너 요셉이 귀찮다며?”
    “근데 그러니까 나 굶고 지내잖아.”
    캐서린은 슬그머니 돌아서듯하더니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자 뒤로 토니의 사타구니를 툭 건드린다.
    “넌 어때?”
    “난 근본근본 생각안해.”
    토니가 아주 강력하게 강조해서 말하자 캐서린은 머리를 끄덕였다.
    “혼난거 아직도 안풀렸냐?”
    “아마 평생두고.”
    “근데.”
    캐서린은 정색하고 토니를 쳐다보았다.
    “또 뭐가?”
    아까 여기 지나갔던 너의 룸메이트 말이다. 무슨 아저씨? 이름 뭐더라?“
    “오. 상림아저씨.”
    "사람 일 정말 모르겠더라. 난 처음에 너를 오해했잖아. 근데 아니더구나.“
    “무슨 밑도 끝도없이?”
    “난 말이야. 너네 하우스 폴의 엄마 말이다. 너랑 관계있는줄 알았어.”
    “이런 세상에!”
    토니는  캐서린을 흘겨보았다.
    “그 구질구질한 중국여자랑? 너 나를 그렇게 봤어?”
    “그 중국여자 그렇게 욕하지마. 구질구질한거는 너두 마찬가지잖아.”


                                                                                                                                          (다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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