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昆蟲三部曲 (3) 벌 (蜂) (유순호단편소설)
2011-05-18 01:16:35
liushunhao

조회:1504
추천:91

 

 

 

   "참 이상하네..."
   나는 헐떡거리고 봉녀의 뒤에 따라가면서 자기도 모르게 한마디 중얼거렸다.
   "뭐가?"
   하고 봉녀가 나를 돌아보면서 물었다.
   "벌통은 내가 졌는데, 벌들은 왜 내내 누나 주변에서만 맴도는지 모르겠단말이예요?"
   나의 불평비슷한 대답을 들은 봉녀는 방그레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머리에 쓰고있었던 초모자 채양을 살짝 머리 위로 밀어놓고 얼굴에 두르고있었던 분홍생 수건을 입아래로 내리웠다.
   "누나가 왜 이런 수건을 얼굴과 목에 두르고 다니는지 모르겠니?"
   "모르겠는데요."
   내가 머리를 흔들자 봉녀는 여느때없이 맑아진 얼굴을 들고 한참 나를 돌아보았다.
   봉녀의 설명대로라면 벌들은 꽃밭에서 꿀을 채집할 때의 꽃과 비슷한 색깔의 수건을 쓰고 걷는 자기를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벌들이 온 산에 돌아다니면서 꿀을 채집하는데 꽃이 어디 한 가지 색깔뿐이나요?”
   내가 꼬치꼬치 질문을 들이대지만 봉녀는 한번도 짜증내는 법이 없었다.  
   “그래서 누나는 가끔씩 여러가지 색갈의 수건을 바꿔 쓰곤 하잖아.”

   봉녀가 이렇게 대답할 때, 그녀는 앞으로 한달동안 자기와 산 속에서 함께 보내기로 한 나와의 약속을 마음속에 떠올리고있었다.

   어차피 이 산속에서 함께 보내다보면 모든 것을 다 알게 되리라는 생각에 그녀는, 나중에 가서 갑자기 놀라고 얼떨떨해지기 보다는 지금 점차적으로 이해하여 나가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아니면 의심벽(疑心癖)이 있는 내가 하도 쉴새없이 이것저것 캐고 물어서 숨길 수가 없었던지 하나, 둘씩 슬슬 털어놓기 시작했다.

    “누나가 평소에 이렇게 많은 벌들을 주변에 데리고 다닐 때 누나가 이들 벌들의 여왕이라는 생각을 해 본적 없니?"
    "글쎄. 웬지 너무 대단해보인단말이예요."
    "잘 들어둬. 그리구 비밀지켜야 해."
    "네?"
    "이건 너한테만 알려주는 비밀이란다."
    봉녀는 이 깊은 산속에서 아무도 엿듣는 사람들이 없는데도 나의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
    "누나는 여왕이 되기 위하여 나 자신만의 냄새를 벌들이 자고 먹고 하는 벌집에 몰래 뿌려둔단다.”
    “냄새라니요?"
   나는 몹시 놀랐다.
    "냄새가 물도 아니고 무슨 가루도 아닌데 어떻게 뿌리나요?”
    “동생아, 그렇다면 그냥 그런 줄 알렴.”
    봉녀는 끝없이 캐고 드는 것이 때로는 귀찮아질 때도 있었다.
    “숨쉴 때 말할 때 김이 새어 나오지 않느냐.”
    나는 유독 그 말을 명심하였다.

   그러나 며칠 뒤에 나도 봉녀에게서 배운 방법대로 벌통에 머리를 들이 밀고 콧김 입김을 내뿜다가 수십 마리의 벌들에게 콧등을 물렸다. 그것을 보고 봉녀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밤부터 동통이 일기 시작하면서 콧등이 발포되고 며칠 지나니 얼굴까지 붓기 시작하자 봉녀는 큰일 났다면서 평소에 응급용으로 채집해 두었던 봉독을 꺼내어 나의 온 얼굴에 발라 주었지만 별로 효과가 없자 급해 맞았다.

    “혹시 말벌에게 쐬었나? 우리 벌집 통에 말벌이 있을 리 있나.”

    너무 통증이 심해 산막에 드러누워 물에 적신 수건을 얼굴에 덮어 놓고 끙끙 앓음 소리를 내면서 엄살을 부리니 봉녀는 내 곁에 앉아 이마를 만져주고 손도 잡아주고, 또 내가 베개를 던지고 슬그머니 봉녀의 무릎으로 기어오르면서 얼굴을 봉녀의 아랫배에 박고 두 팔로 허리를 꽉 안아 보아도 가만히 다 받아주었다. 그래서 더 엉큼한 생각이 들어 계속 얼굴을 박고 있었더니 내 등을 때렸다.

    “동생아, 숨 안 막혀?”
    “아니.”
    “누나 목욕 안 해서 아래서 냄새 나.”
    “아니.”
    “까불지 마. 누나 나가서 몸 좀 씻고 올게. 잠간 눈 붙이고 있어.”

    작열 때문에 머리가 흐리멍텅하여 눈 감고 반수상태에 있는데 나갔던 봉녀가 다시 들어왔다. 손에는 가느다란 참대 가치가 들려있었다.
    “누나 뭐 하려는 건데?”
    “동생 콧등 문 놈이 틀림없이 말벌이야. 그래 말벌 몇 놈을 잡아왔어. 이놈 몸에서 독을 빼 내여 동생 콧등에 발라줄 거야. 그럼 틀림없이 아픈 게 멎을 거야.”

    봉녀는 앞섶을 열어 놓은 홑적삼 한 벌만 걸치고 젖은 머리를 아래로 늘어뜨렸는데 가슴에는 아무것도 가리지 않았다.

   "귀여운 작은 것들아."

   달빛이 비쳐 들어오는데서 칼로 참대 가치를 잘라 양쪽으로 구멍이 통하게 만들고 나무젓가락을 핀세트 처럼 잡고 산 벌 여러 마리를 잡아다가 통 안에 넣고 또 참대 가치 끝에 유리암폴을 대고 손전지를 켜서 구멍에 대고 비추면서 중얼거렸다.

    “누나가 좋게 할 때 빨리 분비물을 내 쏘란 말이야."
    봉녀는 꼭마치도 사람과 주고받는 것처럼 말하였다.

    "누나는 너희들의 그거가 필요 하거든. 그거 받아서 누나를 갖고 싶어 하는 저 동생 살려야하니까. 그래서 싫다 이거니? 그럼 어쩔 수 없어. 누나는 너들을 비틀어 매고 깔고 앉아서라도 너희들의 것을 방울방울 짜내는 수밖에...”

    손전지불로 전극을 이용하여 독액을 받아내려고 하였는데 벌들이 말을 잘 듣지 않으니 아주 나무젓가락으로 말벌을 집어 내여 왼손으로 벌의 두 날개를 잡고 오른손에 잡은 젓가락 끝으로 말법의 가슴을 살짝살짝 건드려놓았다. 그럴 때 말벌이 독침을 내뻗으면서 독액을 분비했다. 봉녀는 그것을 들고 나에게로 덮쳐들었다.

   “나왔어. 나왔어."
   이렇게 소리칠 때 분명히 흥분한 것처럼 보였다.
   "요것들이 마침내 그것을 내밀었어. 흘러나오고 있어. 빨리 수건 걷어.”

   말벌이 독침을 내 뿜으면서 독액을 분비할 때 봉녀는 한없이 흥분했다.
   그녀는 나의 곁에 와서 반쯤 기대며 왼손으로 나의 이마를 눌렀고 오른 손에는 독액을 떨구는 말벌을 나의 콧등에까지 가져다댔다.

    “눈 감어. 눈에 독액이 튀면 큰일 나.”

    명령이 떨어졌지만 목소리는 가볍게 떨리고 있었다. 봉녀의 탱탱하게 부풀어올라있는 젖꼭지가 얼굴에 와서 다치었다.

    “얼마나 신기해. 난 요것들의 독액을 다 뽑아냈지만 죽이지 않았어. 내일이면 또 날아다닐 거야.”

    봉녀는 독액을 받아낸 말벌들을 그대로 잡아서 접시 위에 내려놓았다.

   숨이 붙어있는 말벌들은 조금씩 움직였고 또 날개들을 꼼찌락 거리기도 했다. 이렇게 첫날 한 마리에게서 짜내고 두 번째 날에는 두 마리, 세 번째 날에는 세 마리를 짜냈는데 네 번째 날에는 열 마리를 한번에 짜서 모두 55마리의 말벌을 잡아왔다. 그러나 한 마리도 죽이지 않았다. 독액을 모조리 뽑히운 말벌들을 접시에 담아서 머리맡에 놓고 혼자 돌아누워 잠든 봉녀의 어깨와 옆구리 위로 심심한 벌들이 이리저리 오가며 장난치고 다녔다. 자던 도중에 돌아눕고 싶으면 먼저 눈 뜨고 행여라도 벌들이 몸 밑에 깔려 죽을까봐 께끼 손가락 끝으로 벌들을 살짝 튕겨서 다른 데로 날려 보내고야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여 나를 향하고 돌아눕기도 했다.

   그런데 자고 깨나면 그렇게 조심스럽게 다루는 말벌들도 다 죽어 땅바닥에서 뒹굴고 있었다. 내가 발로 비벼 던지려고 하자 봉녀는 말렸다.  

   “아. 불쌍한 것들. 그냥 없애지마. 벌집 안에 틀어박혀 멍청하게 집안에서만 날아다니는 것들한테 줘. 뚱뚱하고 게으른 녀석들이지만 난 저애들이 필요해. 난 저애들이 어디서 꽃가루 묻혀오던 말던 상관하지 않아. 저들은 밤만 되면 나를 기다리고 있어. 잘 때 내 주위에 와서 맴도는 거야. 게으름뱅이들이지만 저애들은 난소(卵巢)가 있거든. 난소가 있으니까 나를 탐하는 거야. 난소 없는 애들은 봐. 벌집도 청소해야지 나가서 꿀도 모아 와야지. 불쌍하잖아. 평소 게으름 부리는 뚱보들은 유독 나에게로 올 때면 정말 자랑스러워 하거든. 결과는 이렇게 모두 죽지만 말이야.”

    발포가 되었던 콧등이 다 내리고 산을 떠나야 하는 시간이 오자 봉녀는 약속대로 나에게 자신의 몸을 모조리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날 밤에 나는 벌집에서 날아 나온 게으름뱅이들이 봉녀의 음모에 코와 입술을 박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게의 손을 방불케 하는 그들의 혀는 악마의 음경처럼 길고 흉측해보였다. 봉녀는 분명히 그것들의 혀가 자기의 음부 속을 더 깊게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을 것이다. 사람이 아닌데도 봉녀가 사람과 하는 듯한 체위를 시도하자 벌들은 능숙하게 해냈다. 그것도 역시 봉녀의 도움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아침이 되자 봉녀가 하는 말을 들은 나는 내 자신이 그런 짓을 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까지 여자의 몸을 경험하기 위하여 봉녀에게 굴복하다니! 무엇으로 앙갚음을 할 가고 생각하는데 봉녀는 간밤에 머리맡에 두었던 접시를 들어 모두 죽어버린 말벌의 시체들을 그대로 벌집 안에 깨끗하게 털어 넣고는 밖으로 나가 샘치 물을 떠다가 꿀을 몇 술 탔다.
  
    “마셔. 지쳤을 때는 밀수만한 것 없어.”
    “이제 꿀은 정말 지겨워요. 치가 다 떨리는데.”

    나의 대답에 봉녀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아니야. 넌 바로 이것 때문에 살아 난거야. 살아있다는 것이 너무 놀라워. 사랑의 기적이야. 밤에 그렇게 많이, 그렇게 깊게 밀어 넣었어. 그런데두 다시 무사하게 빼낼 수가 있었다는 게 기적이 아니면 뭐겠어. 다른 애들은 다 죽었어. 깊이 들어올수록 빠져나가지 못해. 나가려고 버둥거리다가는 그것을 뜯어놔야 했어. 그러면 끝이야. 모든 것이 끝이야. 모두 목숨을 잃고 땅으로 떨어졌어. 그런데 죽지 않고 살았잖아. 무사하잖아.”

    말을 마치고 봉녀는 다시 분홍색 수건으로 머리와 얼굴을 꽁꽁 감고 나서 그 위에다가 초 모자를 쓰고 밖으로 나왔다. 내가 벌통 열 개를 하나하나 안아 내오자 문을 열어 놓고 나무막대기로 벌통을 탁탁 하고 때렸다.

   벌들이 벌집에서 날아 나오기 시작하자 곁에서 방긋이 미소를 짓고 기다리다가 나중에 벌통 안에 대고 소곤거렸다.  
  
    “너희들은 말 안 해도 잘 알지? 난 너희들과 첫 경험 이후에도 다른 애들과 관계를 나눌 수 있어. 어제 밤에 너희들은 다 봤지? 콧등이 물린 저 애는 죽지 않구 살았어. 저 애는 물론 떠나갈 거야. 가고 나면 나는 또 새 놈이랑 만나서 대 여섯 차례 더 관계를 가져볼 거야. 몇 주가 지나 6월이 되면 나의 질에는 더 많은 정액이 쌓이게 되고 나는 수만 개의 알을 낳게 될지 몰라. 그것을 몽땅 너희들 봉 방에 선물할 테니까. 너희들은 섭섭하지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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