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방송(DSB) 문인글방_동화
HOME 시작페이지로 즐겨찾기추가 [등업신청/기타문의]
로그인 회원가입
회원가입
   

한국문학방송은 지상파방송 장기근무경력 출신이 직접 영상제작 및 운영합니다
§사이트맵§ 2018년 12월 15일 토요일

문인.com 개인서재
 

DSB 문인 북마크페이지

전자책 출간작가 인명록



시조
동시
영시
동화
수필
소설
평론
추천시
추천글
한국漢詩
중국漢詩
문학이론


DSB 앤솔러지 제7집


DSB 앤솔러지 제6집


DSB 앤솔러지 제5집


DSB 앤솔러지 제4집


DSB 앤솔러지 제3집



[▼DSB 앤솔러지 종합]
 



홈메인 > 문인글방_동화 > 상세보기
DSB 전자책 발간 현황
DSB 전자책 발간 현황
DSB 전자책 판매정산 페이지
도서판매/온라인강좌

전자책 제작·판매·구매의 모든 것

사이버문학관


이곳은 문학방송 정회원(문인회원)의 글방[동화방]입니다
(2016.01.01 이후)


민혁 아저씨/ 정연균
2008-05-19 00:08:47
dusrbs0324

조회:2727
추천:195

 

파릇파릇 새순이 돋기 시작한 게 엊그제 같았는데 산은 어느새 울창한 숲으로 변해 있었다.

온 세상이 푸르게 물든 오월은 과연 계절의 여왕이라는 찬사를 듣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화창한 일요일이다.
욱이는 오늘도 어김없이 집 뒤의 야산을 오르고 있었다. 혼자는 아니고 이웃집에 사는 민혁 아저씨와 함께였다.

민혁 아저씨는 한쪽 다리를 많이 절었다. 그래도 아저씨는 한번 걷기 시작하면 좀체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욱이가 힘이 들어

"아저씨, 좀 쉬었다 가면 안 돼요?"

하면 그제서야

"그럴까?"

빙긋이 웃으며 바위에 걸터앉아 목에 두른 수건으로 땀을 닦을 뿐이었다.

"언제 느껴도 산바람은 정말 상쾌하지?"

민혁 아저씨가 욱이의 어깨에 한손을 가볍게 얹으며 물었다.

"예, 아카시아 향기도 참 좋은 것 같아요."

욱이도 이마의 땀을 훔치며 씩 웃었다.

"오늘도 정자 있는 데까지는 가야지?"

두 사람이 오르고 있는 야산 꼭대기에는 팔각정자 하나가 세워져 있었다. 비가 오지 않는 일요일이면 항상 민혁 아저씨와 산을 오르내린 것이 벌써 일년이 넘었다.


그러니까 욱이가 민혁 아저씨를 처음 본 것은 약 1년 반쯤 전 초등학교 2학년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학교를 마치고는 자전거를 타고 막 집앞 골목길로 꺾어들 때였다. 갑자기 골목길 모서리에서 툭 튀어나오는 물체와 그대로 부딪치고 말았다.

"아이쿠!"

외마디 소리와 함께 욱이도 상대편도 자전거도 동시에 나가떨어졌다.

"다친 데는 없느냐?"

자전거에 부딪친 사람은 어떤 아저씨였다. 먼저 일어선 아저씨가 욱이에게로 다가오며 물었다. 욱이도 얼굴을 찡그리며 몸을 일으켰다.

"인석아, 이런 좁은 골목길에서 그렇게 자전거를 힘껏 밟으면 어떡해?"

가볍게 꾸중을 한 아저씨가 이번에는 나뒹군 자전거를 일으켜 세웠다.

"죄송합니다."

욱이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를 하고는 자전거 핸들을 잡았다. 아저씨의 한쪽 손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러나 욱이는 아는 체를 할 수가 없었다. 아저씨는 손수건을 꺼내 손을 싸고는

"그럼 조심해서 가거라."

한마디를 하고는 가던 길을 갔다. 사라져 가는 아저씨의 뒷모습을 바라보니 다리를 절고 있었지만 넘어져서인지 원래 저는지는 욱이로서도 알 수가 없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을 때 욱이는 두 번째로 아저씨를 만날 수 있었다. 그것은 학교를 마치고 집에 왔을 때였다.

"이제 괜찮을 겁니다."

보일러실에서 몽키와 드라이버를 든 한 아저씨가 불쑥 나오며 엄마에게 말했다. 바로 자전거와 부닥쳤던 그 아저씨였다.

"예, 수고 하셨어요."

아저씨와 욱이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

"오, 여기가 너의 집인게로구나?"

아저씨가 빙그레 웃으며 먼저 아는 체를 했다.

"예, 안녕하세요."

욱이도 얼굴을 붉히며 인사를 했다.

"어머, 둘이 아는 사인가 보네?"

엄마가 양쪽을 번갈아보며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요, 우린 이미 구면인걸요."

아저씨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얼마 드리면 되지요?"

엄마가 손지갑을 꺼내며 아저씨에게 물었다.

"그냥 재료비만 주십시오. 이 녀석도 아는 처지니..."

"그러시면 안 되지요. 받을 만큼 말씀하세요."

"아닙니다. 됐습니다."

알고보니 얼마 전에 이 동네로 새로 이사 온 보일러공 아저씨였던 것이다.

재료비만을 받아 나서던 아저씨가 욱이를 보며

"내일 일요일인데 너 아저씨랑 뒷산에 안 갈래?"

하며 묻는 것이었다. 욱이가 우물쭈물 망설이고 있자 뭔 마음에선지 엄마가 옆에서 거들고 나섰다.

"어머, 그럼 좋지요. 그렇잖아도 이 녀석 몸이 약해서 늘 걱정인데."

"내 이름은 민혁이고 저쪽 하얀 칠을 한 집에서 산단다. 가고 싶으면 내일 아침에 내게로 오너라."

그리고 다음날 욱이는 엄마에게 떠밀리다시피 그 아저씨의 집으로 갈수밖에 없었다.


한두 번 민혁 아저씨를 만나다 보니 욱이도 왠지 아저씨가 싫지 않았다.

여느 아저씨들처럼 밝은 얼굴도 아니었고 말도 거의 없었지만 민혁 아저씨에게는 욱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어떤 묘한 매력이 있었다.

어쩌다 일요일에 비가 내려 산에 가는 것을 건너뛰게 되면 궁금한 마음이 들었다. 그럴때면 욱이는 혼자 사는 민혁 아저씨의 방에 가서 함께 놀기도 했다. 그것은 어쩌면 일찍 세상을 떠난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었는지도 몰랐다.

산 만당으로 올라서자 크다란 키다리 나무들도 모두 욱이의 발아래로 보였다. 또 파란 하늘은 구름 한점 없이 시원스럽게 열려 있었다.

"우리 저 정자에 가서 앉아 쉬자꾸나."

민혁 아저씨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정자 끝에 걸터앉더니 저는 쪽 다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아저씨, 제가 좀 주물러 드릴까요?"

하며 욱이가 곁으로 다가서자

"아니다. 괜찮다."

욱이의 팔을 끌어당기며 그냥 옆에 앉으라고 했다.

욱이는 둘러메고 온 가방을 열어 엄마가 싸준 음식을 풀었다. 도시락 두 개와 물통, 그리고 토마토 몇 개가 담겨 있었다.

"아저씨, 엄마가 두 사람 분을 싸 주셨어요."

나무젓가락 하나를 반으로 쪼개 민혁 아저씨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고맙구나. 엄마께 항상 감사한다고 전해 드리거라."

"예."

산 위에서 먹는 김밥은 집이나 분식집에서 먹는 맛과는 분명 다른 맛이었다. 산을 오르느라고 힘든 탓도 있겠지만 시원한 바람과 맑은 공기, 그리고 파란 하늘을 보며 먹는 음식은 몇 곱절 더 맛이 좋았다.

욱이는 김밥이 꿀맛이었지만 민혁 아저씨는 묵묵히 김밥만 입에 넣을 뿐 별다른 표정이 없었다.

민혁 아저씨의 눈길이 정자 안쪽에 걸려있는 액자에 멈추었다. 그리고는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으로 변해갔다. 액자에는 전부 한문글씨로 되어있어 욱이로서는 내용을 하나도 알 수가 없었다.

"아저씨, 액자에 뭐라고 쓰여 있는데요?"

그제서야 아저씨가 고개를 돌리며

"으응, 1980년에 이 정자를 세웠구나. 갑자기 그때 일이 생각나서..."

"1980년이면 제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이네요.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다시 욱이가 물었지만 아저씨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지그시 두 눈을 감았다.


한참의 침묵이 흐르고나서야 아저씨가 입을 열었다.

"욱이에게도 여동생이 있는 것 같던데?"

"예, 이름은 유리고요 이제 여덟 살이에요."

"음, 그렇구나. 이 아저씨에게도 아주 예쁜 여동생이 한명 있었단다."

욱이는 민혁 아저씨의 말속에서 과거형임을 어렴풋이 짐작 할 수가 있었다.

"오늘은 욱이에게 아저씨가 이야기 하나 해 주고 싶은데 재미없어도 들어 주겠니?"

항상 욱이가 먼저 물어야 짤막하게 대답을 해주던 아저씨였다. 그런데 오늘은 어떤 많은 이야기를 들려 줄 모양이다 싶어 욱이는 더욱 궁금증이 생겼다.

"예, 듣고 싶어요."

"욱이는 역사를 무엇이라고 배웠니?" 

갑작스런 아저씨의 질문에 욱이가 잠깐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지나간 발자취를 역사라고 하지 않나요?"

"그래, 지나간 발자취가 역사구나. 그런데 말이다.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진실이란다. 진실이 가려진 역사는 제대로 된 발자취라 할 수가 없거든."

민혁 아저씨가 물 한컵을 따라 벌컥벌컥 들이켰다.

"오늘따라 왜 이렇게도 우리 민주가 보고 싶은지......."

아저씨의 이야기는 이렇게 잔잔한 목소리로 그러나 때로는 떨리는 목소리로 시작이 되고 있었다.


학교에는 공부하는 학생이 있고 가르치는 선생님도 계시며 뛰어 놀 수 있는 운동장도, 책상과 의자와 칠판도 있지?

그러나 그 역할은 모두가 다 다르잖아. 학생은 학생대로 선생님은 선생님대로 운동장은 운동장대로 책상은 책상대로 의자는 의자대로 칠판은 칠판대로 ......

그것은 이 사회도 마찬가지야. 선생님은 학생들을 바르게 가르쳐야 하고 의사는 환자를 정성껏 치료해야 하며 정치가는 오직 나라 일에만 전념해야 하고 군인은 외적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게 마땅한 거지.

그런데 어느 날, 이렇게 각자가 해야 할 일들이 다 따로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라를 지켜야 하는 군인들이 갑자기 정치를 하겠다며 나선거야. 바로 이 정자가 세워진 1980년에 말이야.

그때 나의 사랑스런 여동생 민주는 대학교 1학년이었고 나는 대학교 4학년 때였어.

"군인은 나라만 지켜야 합니다. 정치는 절대로 안 됩니다!"

민주도 나도 또 많은 사람들도 우리나라를 너무도 사랑했고 그래서 우리나라가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안 되겠기에 학교 운동장으로 모여들었지. 그리고는 군인이 나라를 다스리면 안 된다고 큰소리로 외쳤어. 그런 마음은 민주와 나만이 아니라 그때 모인 많은 사람들의 한결같은 마음이었던 거야.

그 곳은 바로 아름답고 고요한 남쪽의 도시 빛고을이었어.

그러나 그 평화롭던 도시로 검은 먹장구름이 뒤덮일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 어둠을 타 갑자기 총칼을 거머쥔 군인들이 도시를 향해 밀려들더니 급기야는 사람들이 하나 둘 다치기 시작했어.

저항을 하면 무조건 총칼을 겨누었고 친구가 선배가 아빠가 엄마가 누나가 오빠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가는 모습이 여기저기에서 생겨났어.

외적도 아니고 오랑캐도 아닌, 어제까지 우리의 한 형제였던 그들이 갑자기 무서운 저승사자로 변하여 미친 듯이 도시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들기 시작한 거야.

우리는 이제 살기 위해서라도 또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도 싸우지 않을 수가 없었어.

사랑하는 동생 민주는 대열의 앞장에 서서 목청껏 구호를 외치다가 그만 군인들이 쏜 총에 맞고 그 자리에서 쓰러지고 말았어. 나는 달려가 민주를 끌어안고는 하늘을 바라보며 울부짖었지. 그러자 이번에는 군인들이 내게로 달려들었고 수많은 발길질과 사정없이 내려치는 곤봉을 맞고는 민주를 안은 채 난 그 자리에서 정신을 잃었던 거야.

내가 눈을 떴을 때는 야전병원이었지. 그러나 나의 여동생 민주는 내 곁에 보이지 않았어. 영영 돌아 올 수 없는 먼 곳으로 민주는 떠나고 만 거였어.

얼마 후 군인들은 물러갔지만 그토록 평화로웠던 빛고을은 절망과 아픔이 가득한 슬픈 도시가 되고 말았어. 나는 그만 절름발이가 되었고 수많은 사람들도 몸과 마음에 심한 병을 얻었지.

사람들이 저마다 자기가 맡은 일에만 충실 했다면, 그리고 역사의 진실을 무서워했더라면 결코 그런 아픈 상처는 이 땅에 없었을텐데 말이야.

하늘도 울고 땅도 울고 산도 강물도 목 놓아 울었지만 그러나 결코 그들의 희생이 헛된 것만은 아니었어. 진실이 승리하는 날이 왔고 또 앞으로도 진실은 반드시 승리한다는 분명한 교훈만은 우리 모두가 얻었으니까.

오늘도 내일이면 역사라 하겠지만 오늘 잘못된 것이 있으면 오늘 반드시 바로잡고 가야만 해. 왜냐하면 이 나라는 앞으로도 영원토록 대한민국으로 이어가야 하니까...

욱이는 언뜻 민혁 아저씨의 두 눈가에 번지는 눈물을 보았다. 그리고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저씨의 아픔이 욱이의 가슴속으로 축구공만 하게 즈며드는 느낌을 받았다. 또 한편으로는 새로 알게 된 하나의 역사를 통해 진실의 소중함과 진실은 반드시 승리한다는 믿음도 생겨났다.
욱이의 목덜미로 한 줄기 선선한 바람이 싸하게 휘감고는 휑하니 달아나고 있었다. <끝>

dusrbs0324.egloos.com



 



   메모
추천 소스보기 수정 삭제 목록
다음글 : 마시마로의 독도여행/ 정연균 (2008-05-22 22:27:33)
이전글 : [안재식] 엄마와 섬아이 (2008-05-14 13:21:21)

[특별공지]댓글에는 예의를 지켜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부지불식간에라도 작가의 기분을 상하게 하거나 사기를 꺾지 않게 각별한 유념 부탁드립니다. 글방의 좋은 분위기 조성을 위한 목적상, '빈정거리는 투'나 '험담 투'류의 댓글 등 운영자가 보기에 좀 이상하다고 판단되는 댓글은 가차없이 삭제할 것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그것이 한국문학방송의 가장 큰 운영방침입니다. 비난보다는 칭찬을! 폄훼보다는 격려를! (작가님들께서는 좀 언잖은 댓글을 보시는 즉시 연락바라며, '언제나 기분좋은 문인글방'을 위해 적극 협조바랍니다. "타인의 작품에 대한 지적은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감상차원의 댓글도 아주 조심스럽고 또 조심스럽게! & 겸허한 자세로~!" 항상 타인의 입장을 먼저 배려하는 미덕을 가지십시다. 기타 (작품 또는 댓글 중)욕설 또는 저속한 언어, 미풍양속에 반하는 표현 등의 글도 삭제합니다.
◐댓글 말미에는 반드시 실명을 밝혀주시길 바랍니다. 실명이 없는 댓글은 무조건 삭제합니다.
 
한국문학방송 주최 제1회 전국 문학작품 "낭독" 대회 ...
제2회 전국 윤동주시낭송 대회 안내 / 2018.11.10 개...
한국문학방송 2018년도(제9회) 신춘문예 작품 공모
 
사이트소개 개인정보보호정책 이용약관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알립니다 독자투고 기사제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