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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밀착된 진솔한 언어
2017-09-25 17:36:36
assa410

■ 김성열 시인
△전북 남원 출생(1939)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건대신문. 단편소설 <唯情> 당선(1961). ≪시문학≫에 수필 <父子> 발표(1985). ≪월간 문예사조≫ 시조(1993), 문학평론(2003), 소설(2007) 신인상
△문예사조문인협회 이사장. ≪문예사조≫ 편집국장. 중국조선민족문학대계(전26권) 편찬위원. 한국시대사전(자료집필) 편집위원
△한국문인협회, 국제펜 한국본부,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
△춘천 신촌중 교감으로 명예퇴직. (전)경기대 사회교육원 시창작과 주임교수 *월간문예사조 신인상 심사위원
△한국자유시인상, 문예사조문학상 대상, 세계시가야금관왕관상 수상
△시집 『그리운 산하』,『귀향일기』,『농기(農旗)』 외 다수
조회:226
추천:3

                     삶에 밀착 된 진솔한 언어  / 김성열

    시인은 세계를 자아화(自我化 )하여 자신의 정서를 표출해 내는 문학예술의 기교가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시인의 관점에 따라 다양한 시의 면모를 보이게 된다. 시인의 시선이 중점적으로 향하는 방향에 따라 소재와 주제가 선택된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소재와 주제의 유기적 연관성을 고려한다면 작품에 사용된 소재로 주제와 시적 경향성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각자의 시인이 주시하는 시적 시선은 헤아릴 수도, 규정할 수도 없으며 질적 수준도 천차만별이다. 그리하여 시의 경향성이니 시세계이니 주제성이니 하는 말로 개념화 하게 된다. 시인 개인에 따라 관념의 세계, 감각적 이미지, 사회적 문제, 시인 자신의 개인사 등의 문제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정안야의 시는 자신의 일상사에 시적 시선이 집중되고 있음을 보게 된다. 별스런 자극 없이 반복되는 일상을 무의미하게 지나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일상을 진지하게 음미하면서 삶을 진솔하게 탐색해 나가는 경향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깊이 성찰된 자신의 삶에 관한 시적 반응이 일상생활의 지평에서 운명처럼 조우하는 모습이다.

큰 틀에서 보자면 시인이면 누구나 자기의 삶에 대하여 무관심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상대적 개념으로서의 정명옥은 삶에 충실한 시인이라는 것이다.

삶에 밀착된 진솔한 시적 언어는 가식 없는 참다운 모습이며, 절실한 인생론적 거대 담론이며, 돌에 새겨 전하고 싶은 절실함이라 할 수 있다.

삶에 밀착되지 않는 언어는 공허한 관념의 세계로 흐를 수 있으며 이러한 언어(시)는 우리의 가슴에 착착 안겨 달라붙지 못하고 허공에 붕붕 떠버리는 결과를 낫는다. 정명옥의 시적 시선은 자신의 일상생활과 삶에 대한 진솔한통찰로 방향이 설정 되어 있다. 삶과 일상생활은 전체와 부분 같은 것임으로 일상의 집합이 시인의 삶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정명옥의 일상은 그의 삶이며, 시의 세계가 된다.

 

파독 간호사로 젊은 시절부터 외국에서 살아 온 경험과 어릴 적 성장체험이 조화롭게 시작품으로 표출된 내용이 바로 “영원한 그 집”인 것이다. 그 핵심 키워드는 “갈등” “그리움” “삶의 고뇌” “영혼”이며 한 편의 시라도 남겨놓고 가야겠다는 애달픈 노래이며 절박한 하소연이라 할 수 있다.

정안야의 시를 읽으면 그의 생활이 보이고 삶의 그늘이 너울거리며, 내면의식의 움직임이 그려진다. 이러한 현상은 정겨운 보통 사람의 모습이며, 나와 닮은 남의 삶이라는 인상을 받는다. 보통 사람의 삶과 일상적인 언어로 자신의 정서를 표출해 낸 정안야의 시적 화자는 현실적(역사적) 자아의 모습이다. 이러한 실제적 자아는 기교 부리지 않는 소박하고 진솔한 인간적인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시에서 나타난 인간적인 모습은 감각적인 현실과 한 맺힌 추억과 애환의 사연이다. 이국의 하늘 아래서 반평생을 살아 온 삶의 정서는 좌절과 갈등, 참회와 결심의 과정에서 성찰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잠에서 깨어난 이른 아침

하루의 첫 순간이 빛나고 있다

 

만나는 사람마다 반갑고 정다워서

사랑의 꽃 활짝 피우며

환한 미소 짓고 오가는 인정들

 

따뜻한 말 한 마디 정답게 건네주면

생기 넘치는 삶이 오늘을 값지게 한다.

 

시원한 아침의 살랑거린 바람결은

삶의 에너지를 불어 넣어 준다

 

오늘 같은 새 아침이 있는데

어찌 행복하지 않겠는가

 

“빛내주는 새 아침” 전문

 

이 시에서 보여 준 메시지는 시인의 생활감정이며 일상의 이미지다.

무감각하게 반복되는 일상을 자각하고 의식하는 모습이다. 시적인 시선이

아니면 포착될 수 없는 순간인 것이다. 정안야에게 포착 된 아침은

 

“빛내주는 새 아침”이며 “행복한 아침”인 것이다.

아침이 모든 사람들에게 빛나는 시간이 아닐 수 있다. 슬픔과 고통이 쌓인

사람들에게는 어둡고 괴로운 일이 될 것이지만 이 시인의 아침은 행복한 시간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하루의 첫 순간이라는 면에서 밤의 어둠에서 깨어난 자연의 법칙성과 함께 삶에 대한 강한 의지와 희망의 정서이다. 이 시를 지탱하는 의지와 희망은 시 전체에 고르게 배여 있다. 두 째 연에서 보여준 “만나는 사람” “환한 미소”에서 드러나듯이 사랑스런 사람들에게 향하는 애정이며 인정인 것이다. 옷깃을 스치며 인연 맺어진 사람들과 낯모른 이웃에 대한 무심함이 아니라 통찰된 삶의 값진 의미인 것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왜 정다운 것일까. 따뜻한 말 한 마디의 정다움은 생기 넘치는 삶의 에너지이며 값진 삶을 이어갈 수 있다는 시적 정서 때문에 정다움이 솟는다는 뜻이다.

무심하게 건네는 말 한 마디라도 따뜻하고 정답게 주고받아야 한다는 결의와 의지일 수도 있다.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는 시인의 영상이 겹쳐 포근한 울림을 주고 있다. 이러한 정서는 결구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오늘 같은 새 아침이 있는데 어찌 행복하지 않겠는가” 정안야는

그의 시적인 세계에서 많이 행복하게 보인다.

 

 

이제껏 이웃과 함께

울고 웃으며 살아 온 나날들

 

넉넉한 사랑은 더없이 따뜻했고

고뇌에 찬 벅찬 숨소리는

나를 껴안고 정성껏 달래준다

 

그윽한 향기로 풍겨오는

맑은 마음들은

환한 수선화로 피어나고

 

손에 손잡고 지금 같이만

살아갈 수 있다면

 

여기,

오늘의 이런 삶은 내일도

더없이 윤택하겠지요...

                                                  “맑은 마음” 전문

 

“맑은 마음”에서 보여준 이 시인의 생활감정은 “빛내주는 새 아침”의 연장선상에서 읽혀진다. 새 아침의 행복감과 함께 삶에 대한 윤택함과 풍요로운 긍정적인 정서의 표출이다. 삶에 대한 고뇌는 살아 있다는 벅찬 숨소리로 변용된 넉넉함이 묻어난다.

가시밭길의 삶을 고뇌하면서도 살아 있음의 의미를 행복하게 느끼면서 윤택한 내일의 삶을 간절하게 희구하고 있다. 삶에 대한 현재의 상황여건을 값지게 수용하면서 이제껏 이웃과 함께 살아온 나날들은

맑은 마음의 꽃(수선화)로 피어나고, 꽃이 시들지 않도록 정성들여 가꿀 수 있다면 미래의 삶도 윤택하지 않겠는가 하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정안야의 이러한 시심은 실제 생활이 시적인 변용 형태로 나타나서 그의 시 세계를 형성하고 있다.

 

(1) 찬바람이 풀풀 불어오던 날

어린 눈망울에 고인 눈물

가난에 짓눌려 애태우며

불쌍하게 모였던 공항에는

다가 올 그리움을 예견하는

애절한 눈물의 약속이었지

 

바람에 옷깃을 날리며

목을 늘어뜨리고 마음을 태우고

침묵의 이별로

돌아서야만 했다

참담한 발길로 터벅터벅

낯설은 비행탑에 올랐었는데...

                                                         “참담한 발길” 전문

 

 

 

 

 

 

(2) 이국의 하늘 아래 서글픈 땅에서 

오늘은 내가 꿈에 그리던 고향을 찾아

철새처럼 날아들었네.

 

하늘 땅 구별 없이 이리 저리 맴돌고

맑게 지저귀는 저 새들은

옛날에 울어대던 그 새들이 맞는가

 

날개 상한 새처럼 퍼덕이면서

새 울음소리를 귀에 담네

나도 몰래 눈이 감기네

 

텅 빈 하늘 맞대고

어제처럼 또 서러워질까 봐

감은 눈 다시 뜨지 못하네

길고 오래도록 깨이지 말고

이대로 멈춰 있고 싶어

은은하고 깊은 고향 하는 바라보네

                                                        “고향 하늘” 전문

 

예시한 두 편의 시는 정안야의 내면의식과 시적 정서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면에서 뽑은 것이다. 서두에서 언급 했듯이 성장체험과 이국 문화의 양가감정을 시의 형식을 통하여 조화롭게 구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1)의 시는 참담한 발길로 낯 설은 비행탑에 올랐던 비감(悲感)의

모드(mode)이며,

 

(2)의 시는 새처럼 날아든 고향에서 심란한 감정을 달래며 옛날의 고향 하늘을 망연자실 바라본다는 것이다.

 

찬바람 풀풀 불어오던 날, 가난에 짓눌려 까칠한 모습으로 공항에 모였던

옛날의 비애를 안고 고향에 철새처럼 날아들었다는 것인데 새의 울음소리마저 의심된다는 심회를 그려내고 있다. “옛날에 울던 그 새가 맞는가”라는 표현을 통하여 자신의 삶이 겪어낸 시공(時空)을 압축하여 표현하고 있다.

곳곳에 애달픈 사연이 담겨 있는 고향의 새 소리가 얼마나 정겨웠을까

자신의 귀를 의심하는 서정적 화자의 시적 형상은 애절하고 안타까운 모습이 이미지로 그려진다.

 

 

죽은 듯 살아 있던 줄기는

나무를 칭칭 감고 오르더니

이제는 꽃이 피었구나

굴근 줄기의 흡반(吸盤)으로

나무의 살점을후비고 꽃을 피웠구나

 

이제 찬 기운이 들면 너의 잎은 지고

줄기는 또 죽은 듯살아 있을터이지만

나무는 너의 독을 알면서도

모르는 체 받쳐주고 있을 것이다

 

네가 잠시 숨을 멎고 나를 잊는 동안

나는 너를 죽었다고 말하지 않겠다

화사하게 꽃 피운 너의 속내를

나는 알고 있다

 

죽은 듯 살이 있는 너는

고목처럼 큰 나무를 칭칭 감고 살아가는

나의 능소화

                                                     “고목에 핀 능소화” 전문

 

이 시는 시인 자신의 자화상으로 읽힌다.

표면상으로는 한 마디 언급도 없지만 실제 시인이 살아 온 과정을 대입시켜도 이상할 것이 없는 시적 표현과 문맥을 찾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죽은 듯 살아 있던 줄기는”이라는 표현은 타국 생활과 관련 된 시적 자아의 의인화 된 은유적 표현이라 볼 수 있다. “이제는 꽃이 피었다”에서 심정적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며, “나무의 흡반”은 파독 간호사로 살아 온

 

끈질긴 백의민족의 근성으로 읽히며, “화사하게 꽃 피운 너의 속내”는

고뇌와 갈등을 겪어 온 애환의 과정을 반추하고 있다는 심경의 토로라 할 수있다. “큰 나라를 칭칭 감고 살아가는 나의 능소화”의 원관념은 외국에 생활 건거를 두고 살아가는 시인의 이국 감정으로 볼 수 있다.

“큰 나무”라는 말 대신 “큰 나라”로 표현한 의도는 원관념을 좀 더 구체화하기 위한 시적 전략으로 보인다.

“나는 너를 죽었다고 말하지 않겠다”에서 표현 된 “죽었다”는 의미는 허약한 자화상의 비유적 표현으로 해석 된다. 고목을 칭칭 감고 올라서 꽃을 피운다는 원관념은 40년 세월을 타국에서 살아 온 시인 자신의 모습을 이미지로 그려낸 것이라 하겠다.

 

 

아름답게 물들인 낙엽

바람결에 춤을 추며

불평 없이 내려 쌓이네.

 

나무의 옷을 벗기면서

우수수 떨어져 쌓이는 나뭇잎들

모진 비바람의 시련을 선채로

이겨낸 나무들의 모습

 

철이 지나고 봄을 맞는 날

뾰족뾰족 갸웃거리는 잎새를 보겠지

깜박할 사이에 옷을 갈아입겠지

 

어둠의 시간을 보내고

푸르고 생긋한 미소로

희망을 그려주네

 

왔다가 돌아가고

갔다가 다시 오는

영원한 그 집

                                    “영원한 그 집” 전문

 

이 시는 정안야의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는 의식 공간이다. 관념적인 의식 공간을 적절한 소재를 매개로 형상화 하고 있다.

“물들인 낙엽” “옷이 벗겨진 나무”

“선채로 이겨낸 나무들”

“뾰족 뾰족 갸웃거리는 잎새” 등의 이미지를 통하여 왔다가 돌아가고 다시 오는 영원한 그 집은 사물화(事物化) 된 시인의 정신적 공간이 되는 것이다.

이 시인의 “영원한 그 집”은 영혼의 안식처로서 비유적 상징 효과를 노린 점이 돋보이는 점이다. 지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그 집은 의식 내면에 지어진집이며, 사랑과 용서로 가득 채워진 그러한 집이다. 왜 사랑과 용서인가는

1연에서 잘 보여주고 있다. 물들인 낙엽이 춤을 추며 불평 없이 내려쌓인다는 점에서 그렇다. “물들인 낙엽”은 악으로 감염된 사람들이며, 온 갓 바람(시련)을 겪어난 후에 참회하며 희열의 춤을 춘다는 것이다. 이러한 해석상의 근거는 끝 연의 회기의식에서 찾을 수 있다.

시집의 제호로 삼을 만큼 중요한 의미를 포함한 “영원한 그 집”은 정안야의 대표작이 될 만하다.

 

지금까지 언급한 6 편의 시는 시집 전체에서 가려 뽑은 일부분이고 그 시편들의 해설은 정안야의 시세계를 개략적으로 조명했을 뿐이다.

이 시인이 자신의 시 세계를 더욱 넓혀 가면서 파독 간호사로 살아 온 애절한 사연과 정서를 마음껏 펼쳐 보이기를 기대하면서, 이러한 개인적인 삶의 과업은 전적으로 정안야 시인의 몫이라는 점을 적어 둔다.

 

“영원한 그 집” 정안야의 시집 상재를 거듭 축하하는 바이다. (김성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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