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습니다. 강신재 소설가 / 민문자
2009년 3월20일 금요일 저녁 6시 남산【문학의 집 서울】산림 문학관이다. 오늘은 음악이 있는 문학마당에서 작고 문인 강신재 소설가를 추모하는 날이다.
사회자 박덕규 소설가는 우선 강신재소설가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하였다.
“첫줄에 ‘그에게서는 언제나 비누냄새가 난다.’ 로 시작된 《젊은느티나무》는 강신재 선생님의 대표작으로 청춘시절 사랑의 감정, 애정, 연애의 감정이 떠올려지는 작품이다. 요즈음 작가들은 자기 자신의 젊음이 영원할 줄로 착각한다. 세월이 가면 자기들도 낡고 늙어 감을 느낄 것이다.”
경희대와 명지대에 출강하는 이아경 메조소프라노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시원하게 노래 두곡을 불렀다.]
그대 있음에 / 김남조
그대의 근심 있는 곳에
나를 불러 손잡게 하라
큰 기쁨과 조용한 갈망이
그대 있음에
내 맘에 자라거늘
오- 그리움이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불러 손잡게 해
그대의 사랑 문을 열 때
내가 있어 그 빛에 살게 해
사는 것의 외롭고 고단함
그대 있음에
사람의 뜻을 배우니
오- 그리움이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불러 그 빛에 살게 해
옛날은 가고 없어도 / 손승교
더듬어 지나온 길 피고 지던 발자국들
헤이는 아픔 대신 즐거움도 섞였구나
옛날은 가고 없어도 그때 어른거려라
옛날은 가고 없어도 그때 어른거려라
그렇게 걸어온 길 숨김없는 거울에는
새겨진 믿음 아닌 뉘우침도 비쳤구나
옛날은 가고 없어도 새삼 마음 설레라
옛날은 가고 없어도 새삼 마음 설레라
김선국 연극배우와 김성희 연극배우가 나와서 작품《젊은느티나무》를 낭독을 하였다. 연극배우라 그런지 정말 소설속의 싱그러운 청년과 아름다운 아가씨의 모습을 보는듯 실감나게 표현을 잘하였다.
강신재 소설가의 문학세계에 대하여 조병무 문학평론가의 설명이 있었다.
“강신재 소설가는 우리나라 문학지 중 현재 가장 오래된 『현대문학』지 이전에 있던 『문예』지에 <얼굴> <정순이> 로 1949년 등단했다. 강신재 소설가가 쓴 글은 기법, 문체, 묘사에 공통점이 있다.
강신재 소설가의 글은 독자가 끌려가고 있다. 시적언어가 뛰어나다. 소설에서 보기 드문 함축성이 있다. 독자가 오관의 감각을 열고 끌려가는 듯한 문체로 반복적 언어를 쓴다. 예를 들어 두 사람의 고뇌 표현을 이렇게 한다.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밤에 우리는 어두운 숲속을 거닐었다. 나는 그에게 안겨버렸다.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 까.’
환상적 상상력이 풍부한 문체로 심층적으로 끌어가고 있다. 계단을 올라가듯이 단계적으로 올라간다. 그래서 독자를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다. 강한 호소력, 젊음이 있다. 생명을 부여하려는 의도로 내면적 묘사가 강하다.
《사도세자 빈》《명성황후》《광해의 날들》《대왕의 길》과 같이 역사소설도 많이 썼고 6.25를 소재로 한 《임진강의 민들레》와 같이 전쟁 체험을 다룬 소설도 내놓았다.
《임진강의 민들레》는 6.25 전쟁을 그린 것이 아니라 그 인민군 속에서 살아가는 가족들의 고통과 좌절, 비극적인 운명을 그렸다. 한 여인의 좌절과 공포를 그려가면서 전쟁이 얼마나 무서운가를 독자들이 생각하게 했다. 6.25전쟁의 인물의 행동과 몸집을 그려낸 소설이다.
한국문학사에서 강신재 작품은 ‘웃었다. 걸어갔다.’ 황순원의 작품 표현처럼 단문으로 되어 있다. 쉼의 공간에서 독자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시간적 간격으로 여운을 준다. 오늘날의 소설이 대체로 이렇게 단문화 되어가는 것을 보면 젊은이들을 선도한 셈이다.”
김향숙 소설가의 회고담이 시작되었다.
“강신재 소설가를 흠모하고 좋아해서 강신재 소설을 다 읽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몇 번 보고 1977년 『여성동아』에 응모하여 당선되었다.
김향숙 씨가 당선된 것은 강신재 심사위원 선생님 덕분이라는 말을 전하면서 편집장이 만나기를 원했다.
‘최종심 두 편중 작품완결성은 다른 분이 더 나은데 이 사람은 미흡하지만 가능성이 있다. 신인은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고 강력하게 말씀하셔서 당선되었다. 혹시 강신재 선생님께 사사 받았는가.’ 라는 말을 들었다.
힐튼 호텔에서 선생님을 처음 뵈올 때 50대 인데도 무척 아름다우셨다. 니트 바지 차림이셨는데 백을 들고 오셨는데 작품과 똑 같은 분이라고 생각되었다. 그 후 후암동 집으로 찾아갔다. 후암동은 강신재 선생님의 향기가 머물러 있는 동네이다. 옥수동으로 이사 가신 후 찾아 뵐 때는 원고지 파지를 많이 보았다. ‘선생님도 저렇게 많은 파지를 냈는데 둔재인 내가….’하는 생각을 하였다.
선생님 소설은 수채화 필치로 그려내서 인간의 감정은 늠름하게 아름다울 수 있고, 삶이 아름답다는 것을 우리에게 일깨워 주셨다. 선생님은 불면증으로 2~3시간 밖에 잠을 못 주무셨다. 이제까지 생존해 계셨다면 더 좋은 작품을 많이 만났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다음은 카돌릭대학교에 출강하는 고인의 따님 서타옥 피아니스트의 회고담이다.
“외할아버지가 세브란스 1회 졸업생으로 청진에서 의사로 계셨다. 비오는 날 학교에 갈 때 어머니는 노란 레인코트를 입히고 노란 장화를 신고가게 하였는데 아이들과 다른 차림새가 싫었다. 피난을 가서도 종이에 피아노 건반을 그려서 피아노연습을 시키고 독일에서 돌아온 이애내 피아니스트에게 피아노를 배우게 하신 어머니이다. 《명성황후》는 자료수집에 3년이나 걸려서 자신의 작품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자식교육에도 열성적인 슈퍼우먼이셨다. 어머니의 유품은 국립중앙도서관에 기증하여 〔강신재문고〕가 설치되어 있다.”
아드님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서기영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어머니가 피아노를 가르치려고 애를 쓰셨는데 계속 안친다고 고집을 부려서 결국 어머니가 포기하시고 자주 이리저리 데리고 다니셨다. 비오는 날 국립묘지에 데리고 갔던 일이 생각난다. 경기고, 서울대에서 공부하게 애써주신 여러 가지로 훌륭하고 정력적인 어머니이셨다.”
강신재 소설가의 약연보
1924. 서울 출생 경기여고, 이화여전
1949. 『문예』지에 단편 <얼굴> <정순이> 로 등단
1958. 단편집 《회화》
1959. 《여정》
1960 장편소설 《청춘의 불문율》
1962. 《임진강의 민들레》
1966. 수필집 《사랑의 아픔과 진실》
1967. 창작집 《신설》
1970. 장편소설 《파도》, 단편집 《젊은 느티나무》
1974. 단편집 《강신재 대표작 전집》
1976. 단편집 《황량한 날의 동화》
1981. 장편소설 《사도세자 빈》
1991. 장편소설 《명성황후》
1994. 장편소설 《광해의 날들》
1998. 장편소설 《대왕의 길》
1968. 국제펜클럽 한국본부이사
1982. 여류문학인회 회장
1983. 대한민국 예술원 정회원
1987. 소설가협회 대표위원회 위원장
2001. 5.12 작고
수상 한국문학협회상, 여류문학상, 중앙문화대상,
대한민국예술원상, 3.1 문화상 수상
대한민국 보관문화훈장 수훈
mjmin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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