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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01 이후)


사사로움의 시적 성찰
2016-05-31 18:15:36
assa410

■ 김성열 시인
△전북 남원 출생(1939)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건대신문. 단편소설 <唯情> 당선(1961). ≪시문학≫에 수필 <父子> 발표(1985). ≪월간 문예사조≫ 시조(1993), 문학평론(2003), 소설(2007) 신인상
△문예사조문인협회 이사장. ≪문예사조≫ 편집국장. 중국조선민족문학대계(전26권) 편찬위원. 한국시대사전(자료집필) 편집위원
△한국문인협회, 국제펜 한국본부,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
△춘천 신촌중 교감으로 명예퇴직. (전)경기대 사회교육원 시창작과 주임교수 *월간문예사조 신인상 심사위원
△한국자유시인상, 문예사조문학상 대상, 세계시가야금관왕관상 수상
△시집 『그리운 산하』,『귀향일기』,『농기(農旗)』 외 다수
조회:7195
추천:88

월평 (2016. 6월호)

 

 

           사사로움의 시적 성찰

 

 

개인의 사사로움과 시적 개성을 혼동하면 잘못된 사고이다. 극히 개인적인 사사로움은

다른 사람과 함께 할 수 없는 영역이며, 시적 개성이란 공감할 수 있는 예술품으로서의

특수한 개성적임인 것이다. 설익은 시를 대할 때마다 공감할 수 없는 사사로운

사설(辭說)과 상식을 대변하는 진부한 내용에 식상함을 느끼게 된다.

시인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은 외부세계와 접촉하면서 반응하는 행동 양식을 갖는다.

특히 시인은 반응 양식이 시인다워야 하고 시적이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시인은

세계를 자아화(自我化)하여 시의 언어로 반응하며 그 반응 양태가 독특 할수록 개성적인

창조물로 나타나게 된다.

시인이 세계를 자아화 하는 과정에서 외부 자극에 대하여 수동적으로만 반응하지 않고

능동적인 참여자로서 적극적으로 자기의 정서를 표출해 낸다. 자기의 세계관, 인생관,

문학관이 동원되어 세계를 재해석, 평가. 의미화(정서화)를 통하여 시라는 양식으로

구현하면서 결국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시적 대상에 대한 시인의 성찰 과정이 수동적인 입장에 가까울수록 개성이 함몰되며,

능동적인 참여자로서 치열하게 갈등할 때 개성적인 결과물로 나타날 수 있다.

근래 문예지에 발표된 많은 시작품에서 개성적인 좋은 시보다 설익은 시들을 많이

보게 됨은 좋은 일이 아니다. 시인의 시작 과정에서 더 치열한 시적 성찰이 요구

된다고 하겠다. 시적 대상에 관하여 단순한 수동적 반응을 극복하고 사사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의미화의 과정을 세심하게 성찰해야 할 것이다. 대상에 대한 시인

자신의 해석과 평가를 통하여 문화적 신화적 의미화 과정을 거쳐 공감영역을 확보하는

작업이 필수적임에도 그렇지 못한 느낌을 지을 수 없다. 이러한 과정이 없이 자기만의

정서라는 명분을 앞세워 쉽게, 그리고 상식적인 내용을 고집한다면 우리 문단을 위해서도

시인 개인을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문화적 신화적 의미화란 공통분모를 갖는 우리네 생활양식과 문화를 활용하여 개인의

정서와 교합시킴으로써 공감영역을 확대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과정이 숙고되어 작품으로

나타날 때 개인의 사적인 푸념이나 넋두리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섬진강 휘돌아 가는 강물이 그립거든

밤새워 지리산을 뛰다니는 미친년처럼

치맛자락 걷어잡고 성긴 맨발로

묵은 상처는 흙에다 쓱쓱 비비고

단숨에 산 넘어 달음쳐 오너라

찬바람 못미더워 망설여지거든

햇살 붙들고 부푸는 속 하소연하다 정녕

숨이 차 참말로 못 견디겠으면

뭉친 가슴 터놓고 톡톡 터트리고

애심의 전도사처럼 말갛게 그냥 오너라

노란 빛깔 불꽃으로 피는

순수한 그대로 그냥 오너라, 수유야.

                                                      최대승 시“산수유.3” 전문 -문예사조 5월호

 

 

 

 

최대승의 시에서 시적 대상에 대한 깊은 성찰의 면모가 잘 드러나고 있다.

시의 화자는 섬진강 어느 지점에 산수유 꽃빛깔이 불꽃으로 타는 자연의 전경을

마주 대하고 서 있다. 그 봄의 전경을 내면의 성찰 과정을 거쳐 생뚱맞게 엉뚱한

사연을 펼쳐내고 있다. 미친년 치맛자락이니, 묵은 상처니, 햇살 붙들고 부푸는 하소연이니,

애심의 전도사니 등의 표현은 결국 끝 행의 “수유야‘에 귀결된다. 이는 제목이 암시하듯

산수유 꽃의 의인화다. 자연 그대로의 산수유 꽃을 잠재된 우리의 언어문화 전통을

연결 지어 순수무구한 자연의 아름다움(꽃)을 형상화 하고 있다. 이러한 시의 문맥은

깊은 성찰의 과정이 없이는 표출 될 수 없는 일이다. 대상에 대한 수동적인 기록자가

아니라 능동적인 참여자로서 적극적으로 반응한 결과이다. 이로써 사사로운 진부함을

극복하여 공감영역을 확보한 최대승의 창작품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최대승의 시적 성찰은 우리의 문화적 잠재의식을 자극하여 화자의 발화(發話)를

사사롭게 받아드리지 않고 기꺼이 공감하게 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약동하는 봄의

정취와 허겁지겁 되살아나는 생명력을 역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길을 걷다

놀랜다

뭐가 그리 바쁜지

빨리빨리 모두가

앞질러 간다

 

 

나만 언제나 뒤처진다

앞질러 가는 사람들은

무엇이 저리도 바쁠까

차에서 내려 봐도

모두 다 앞질러 간다

 

 

아차, 내가 늙어서

걸음이 느렸나 보다.

 

                                     여순희 시 “내 걸음” 전문 -문예사조 5월호

 

 

 

여순희의 “내 걸음이”가 사사로운 개인의 넋두리로 읽혀지지 않는 것은 “아차, 내가 늙어서

걸음이 늘였나보다“라는 끝 연에서 찾을 수 있다. 사람이 늙으면 모든 신체기관이 약화되어

사람들 대열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보편적인 사실을 유인하여 일반화 된 의미로 변환시키고 있다. 사사로움의 공적 의미화를 이룩한 것이다. 이 시에서 끝 행과 같이 의미화 되지

않았다면 개인적인 사사로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진부한 시가 되었을 것이다.

백세시대의 늙은이 정서를 평범한 생활현장에서 깊은 시적 성찰의 면모를 보게 된다.

이 시인이 실제로 나이 든 노인네인가 그렇지 않는가는 따질 일이 아니다. 일반 독자는

시의 현상적 화자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시적 대상에 대한 내적 성찰과 간략한 문맥을

통하여 노년의 생활 정서를 시로 그려낸 점에서 주목된다.

 

 

 

 

마치 꿈인 양 밀려와

부서지고 깨져

허공에서

별이 되었다

사랑이 되었다

 

 

가슴 가득 차 흩어져

꽃잎 날듯

함박눈 오듯

흩어져 사라지던

진주 같은 추억의 보자기

 

 

밀려오는 것이 파도인가

추억의 함성 지르며

가슴 때리면

눈가가 젖어 오고

그리운 이름 꽃 되어 날린다

 

 

바다는 꽃잎으로 덮이고

파도는 꽃과 사랑한다.

                                                       권옥란 시 “추억의 바다” 전문 -문예사조 5월호

 

 

 

 

권옥란의 시에서 애틋한 그리움의 영상을 볼 수 있는 점은 다행한 일이다. 추억을

그리워하는 관념적인 내용을 구체적인 사물을 소재로 하여 시로 잘 형상화 해낸

기교가 돋보인다.

추억이나 그리움은 모두 추상적이지만 여기에 동원 된 구체적인 문맥은 추억과 그리움을

연상시키는 심상이 제시되어 있기 때문에 주목되는 시가 되고 있다. “허공의 별” “꽃잎” “함박눈” “진주 같은 보자기” “파도” “바다‘

등의 관계어는 그리움의 심상을 그려내는데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조금만 더 현실과 삶에 밀착된 시적 성찰이 가미 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5월호 문예사조에 발표된 시작품은 양적으로 풍성했다.

 풍성한 만큼 공감되는 시도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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