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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국 장편소설 < 꿈꾸는 설악> 연재 50회
2010-05-05 09:06:57
38hwakook

조회:1377
추천:87
소설 <꿈꾸는 설악> 연재 50회|┃▒ 소설/-이 화 국 ▒┃

 

    “그 이쁘장하게 생긴 애요?” 

이쁜 애  

  “맞고 말고. 가 정군이 너네로 가기 전 삼신관광서 우리집에 자주 왔다. 어느 날 차 두 대가 왔는데

저녁 먹고 열시 쯤 되어서 정군과 김양이 현관에서 뭐라고 속닥거리더라꼬. 김양이 가더니 또 와서

정군을 찾더라꼬. 뭐 그럴 수 있제.

 

    손님 심부름도 있을 수 있고. 한데 고 여시 같은 년이 정군 귀에다 대고 속삭이는 기라. 정군이

고개를 끄덕이는 기라. 그 밤에 두 사람 다 없어졌다 카이. 심부름 시킬려꼬 정군을 찾으이 없제.

수상쩍어서 김양을 찾아봐도 없제.

 

    김양은 운전수 방 따로 주고 안내양 방 따로 주마 어느 새 운전수 방에 가서 자는 기라. 행실이 그런

줄은 알았지만 그 날은 정군을 꼬셔낸 기라. 김양도 정군을 보자 마 첫눈에 뿅 가뿌린 거제.

정군 가는 참 이상한 상을 가진 기라.”

 

    선희가 짐짓 물어보았다.

  “정군 걔 너무 했네. 책임감도 없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거야 첨엔 나이트 클럽에나 잠깐 다녀오자 했겠지. 젊은 것들이니까네. 그라다가 고 여시가 끌어

가니 그냥 자뿌린 거제. 사내놈이 뭐 밑질 일 있나?” 

 

  “그런 일도 있네요.” 

   웃으면서도 여자 수난상이란 말이 귀에서 맴돌았다. 그런 것이 과연 있나 싶었다. 점심 때가 가까워

바람이나 쏘일 겸 상가에 나가 맛있는 것 사먹자고 끄는 바람에 선희는 따라 일어섰다.

 

    단골로 다니는 덕성관으로 들어서려는데 옆에 있는 생맥주집 문이 먼저 열렸다. 그곳에서 민호가

나오고 있었다. 선희는 생각 못한 일이라서 깜짝 놀랐다. 민호도 정면에서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던지 놀라는 것 같았다.

 

    어디로 갔나 했더니 맥주집에 있었던 모양이었다. 민호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맥주를

많이 마신 것 같았다. 대낮부터 술 마시는 종업원을 그대로 둔다고 자운 형님이 뭐라고 할 것 같아

선희는 아무래도 한 마디는 해야 했다.

 

  “빨리 집에 가봐. 노군 혼자 있어. 자꾸 집을 비우면 어떻게 해.” 

    목소리에 날을 세웠다. 자운 형님이 민호를 잡았다.

  “야, 정군아, 오랜만이다. 우리 점심 먹을라 카는데 먹고 가거래이, 내 사주꾸마.” 

  자운 형님

  “아, 아닙니다.” 

    말을 마치자 발길을 돌렸다. 그 순간에 그가 잠시 비틀하는 걸 선희는 놓치지 않았다. 민호는 혼자

맥주를 마시고 있었던지 부르는 사람도 따라 나오는 사람도 없었다.

 

    둘은 덕성관으로 들어갔다. 제일 만만한 탕수육을 시키고 언제나처럼 소주가 한 병 날라져왔다.

둘은 다정히 얼굴을 마주 했다. 자운 형님이 물었다.

  “다래야, 정군한테 뭔 일 있나. 아가 많이 슬퍼 보인대이.” 

 

 “글세 전 잘 모르겠는데요. 슬퍼 보여요?”  

 “내 눈은 몬 속인다.” 

 “슬퍼 보이면 나와 무슨 상관이에요? 인상이 원래 그런가 보던데. 형님이 한 번 직접 물어보시든가.” 

 

 “맞데이. 가가 언제나 그러니라. 술이나 마시자.” 

 첫 잔을 따랐다. 잔을 다정하게 부딪치며 건배를 했다.

 “우리가 교회 나가는 거 아는 사람이 보마 흉보고 웃을 끼라.” 

 

    선희가 말을 받았다.

  “교회 나간다고 다 진실한 신자인가요. 요즘은 교인 중에 교활한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아요.

회개하면 용서 받는다는 길이 열려 있으니까 상습에 젖어서 같은 일을 되풀이 하면서도 양심에

가책도 없는 것이 아닐까요.”

 

  “맞다. 내도 그런 사람 많이 봤다. 하 그라고 손님 받아보마 교인처럼 인색한 사람들이 없다 카이.

제일 인색한 기 교인들 하고, 은행원들 하고, 선생들이라카이. 우짜 그런가 몰라.” 

인색한사람

  “형님, 그건 말이죠. 교인들은 교회에 돈 바치는 걸 최고로 알거든요. 교회에서도 설교를 통해

그렇게 유도 하구요. 오른 손으로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랬는데 봉투에 이름 적어서 내잖아요.

천주교에서 이쪽으로 옮겨와 보니 그런 게 느껴지데요.

 

   천주교에서는 봉투에 이름 적어내는 건 없거든요. 예수님은 너희 중에 가장 미천한 자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말씀 하셨는데 미천한 자는 비켜 가고 교회에만 충성한다구요.”

 

  “교회 나간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잘은 모리지만 봉투에 이름 적어서 돈 잘 내더라. 그 바람에 내는

기가 죽어뿌지만… 그라고 그라문 은행원들은 왜 짠고?” 

  “형님, 진짜 몰라서 묻는 거요? 괜히 심심해서 그러는 거요?” 

 

  “글씨, 고놈들은 맨날 숫자에 쩔어서 그럴란가.” 

  “숫자에 정확한 사람들이라 적당히 집어주고 말고 그런 일이 안될 거에요.” 

  “선생들은 왜 그런고?” 

 

  “가르쳐 드리면 술값 내세요. 선생들은 받는 데만 익숙해서 그래요. 내 자식 잘 봐달라고 갖다

바치는 학부모에 길들여진 거죠. 길들어버리면 고치기 힘들어져요.”

 

  “그래 우리가 헛 장사 하는 기제. 학단 받으마 고생만 쎄빠지게 하고 선생 떼주마 남는 기 코딱진

기라. 자 그딴 소리 보다 술이 좋다. 술이나 마시자.” 

  “그래요. 술이나 마셔요. 성경에 어디 술 마시지 말라고 했나요. 취하지 말라고 했지요.” 

    헛장사

  “니도 뭐 좀 아네? 고 말이 묘한 기라. 술 마시마 우째 안 취하고 배기나. 우쨌기나 마시고 보자.

세상 약 중에 술이 최고의 약인 거 니는 모르제? 소독약은 알코홀 아이가. 상처는 술로 닦아내는 기라.

하모. 그라고 얼어 죽는 사람 입에 먼저 하는 일이 뭔지 아노? 술을 마시게 하는 기라.

마음의 병도 술로 곤치제? 술 거 참 좋은 기라. 최고다 최고.” 

 

  되는 말, 안 되는 말 지껄이다 보니 시간이 잘 갔다. 적당한 취기가 긴장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는지

마음이 약간은 흥겨워졌다. 하루가 두루마리 화장지처럼 그렇게 쉽게 소모되고 있었다.

 

    한 번 가면 돌아오지 않는 시간에서 그 시간을 효율적으로 어떻게 하면 가치와 보람이 있게 쓸

것인가 하는 생각은 저만큼 뒷전이었다. 그저 아프고 괴로운 시간을 가능하면 어떤 수단을 쓰더라고

잊거나 죽이고 싶은 심정일 뿐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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