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방송(DSB) 문인글방


	왜 문화비평인가

이은심

문화란 인간과 인간 사이를 흐르게 하는 물과 바람 같은 것이다.
각 시대 마다 문화의 내용과 형식과 유통구조가 다르다.
식민지 시대와 독재시대의 문화가 자유민주,대중주의의 문화가 다른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88 올림픽 이후 세계화 개방화의 급물살을 탄 후, 한국사회가 얻은 것은 무엇이고 잃은 것은 무엇인가? 가시적인 물질문명의 발달과 개인의 자아성취에도 불구하고 정신문화는 오히려 퇴보한 까닭은 무엇일까 ?

백여년 전 서구에서 이성의 독재를 부르짖으며 대중영웅이 출현했듯이, 십년 전 우리에게도 포스트모더니즘, 해체주의, 다인종주의, 다문화주의와 함께 올 것이 왔다.

군중속의 고독, 성자가 바보가 되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시대가...요사이 젊은이에게 이러한 기준의 제시가 쉽게 와닿지 않을 수가 있다. 감성 소비문화에 젖어 유행감각에 세련을 추구하며 흐름에 자기를 내맡기는 자아에게는 돌아볼 이성과 반성의 잣대가 심각하게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다양한 관점이 있을 수 있다. 지자체 부설의 예술극장에서 제공되는 관람물에 생각없이 나를 내맡기고 인문적 예술적 고뇌가 철저히 결여된 흥행위주의 제작물들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기만 할 것인가?

산업자본주의 마인드이든, 사회복지마인드이든, 체제내 영합의 홍보주의에 조용히 길들 것인가? 아니면 문화를 선도하는 지식인의 사명을 지니고 ,비평적 작업에 치밀하고도 섬세한 연구를 계속할 것인가?

예술작품이 무더기로 양산되어 생각없이 유포되는 이즈음, 좋은 작품을 가려내는 비평적 안목이 어느 때 보다 더 요구된다. 인문학적 가치에 순위를 두고 상위개념에 접근하는 창작물을 대중에게 어떻게 보다 가까이 접근시킬 것인가?

그것은 단지 해소를 목적하는 것인가? 아니면 정화를 일구어내는 힘이 있는가?
선동과 기치로써 예술의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할 수 있는가? 아니면 보다 진지한 인간학적 고뇌를 통해 가치관이 풍부한 세계에 대한 참다운 이해를 이끌어 낼 수 있는가?

경쟁적으로 올라오는 작품들 가운데 좋은 작품을 선정해야 하는 비평가의 시선이 불안해 보인다. 생존을 해결해주는 후원가의 편에 서기 쉽기 때문이다. 또는 막역한 인간관계의 협력고리속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자처하기 쉽다. 절대적 영역으로써의 판단력을 갈고 닦아, 미적 심미안이 된 비평가가 갈고 닦은 기량을 제대로 발휘하기란 하늘에 별따기.

현실과 동떨어진 이념세계의 넓은 캔바스를 어루만지며, 한점 한점 별을 그려나가 지만 , 그것의 초월적인 아름다움은 자연의 신비를 묻고 탐험하는 과학자나 예술가에게나 어울리는 것! 도시의 바쁜 생존리듬 속에 던져진 무명예술가들이 죽어라 노력해도 갑갑한 골목의 시선을 걷어내지 못하고, 틀에 박힌 하늘만 보고 보다 깊이있고 넓이 있는 세계가 있음을 알지 못한다.

감상의 기준은 인간생태를 분석하고 종합하는 연구의 축적에서 조금씩 정교해지는 것! 아주 작은 미적 자극에도 감동되는 우리들은 그러나 돌이켜서 그 작품이 지닌 가치에 대해 생각하고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가야 한다. 쉽게 타협하지 말라! 대부분의 TV드라마와 영화와 스포츠, 연주회, 대학가와 구민회관의 연극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하루를 때움질하듯 살아가는 대중들을 위한 시간때우기인 것을...조금 더 깊이 생각하는 버릇을 갖자. 혼자 있는 시간을 만들어서 그 작품이 진정 우리에게 전해주는 가치가 무엇인가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함께 나누자.

빠른 속도로 번져가는 일회용창작물들이 생존의 거래위에서 위험스럽게 번져가고 있다. 부실한 내용물이 값 비싼 옷을 입고 나돌고, 비싼 것은 명품이라는 허구를 향하여 흥행에 성공하는 도박사들이 있다. 과연 그러한가? 나의 창작물에 인격을 걸고 싸우는 투사가 보이지 않음은 어찌된 일인가? 값 비싼 장치물에 현혹을 일삼는 무대, 생각없이 대중포퓰리즘에 영합하는 예술, 참신한 개성미를 잃는 비개성주의, 값싼 신념의 구원으로 진지한 세계관을 얻지 못하는 사회. 속된 골목에서 찌그러진 양푼을 두드리며 돈을 구걸하는 사당패의 짓거리에서 묘한 해학을 느끼는 서둘러 지나가는 발걸음이 있을 뿐이다.

마치 더이상의 것을 요구하는 독자와 관객은 예술에 대한 모독인 듯,흔전만전 번져가는 속물주의가 이땅의 구석구석 판치고 있다 .

무릇 고귀한 것은 드물고 또한 힘들다. 이 지상에서 천상의 것을 찾아 헤메이는 노력이 부질 없는 짓인 것 처럼, 잡석과 옥석이 마구 뒤섞이며 깨어지는 소리. 소란스러움을 피하여 숨어드는 은자들. 그들은 현상 배후에 움직이는 다른 것을 보고 있는 가 ? 초월적 자연으로 가는 다른 길이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존재하느 그들. 그리로 가는 기나 긴 구불구불한 꼬부랑길로써 모순과 화해가 뒤섞인 예술의 리얼리티가 있는 것인가?

2.

지금은 세계화시대! 여러나라의 뮤지션 및 아티스트들의 교류가 증진되고 있다. 언어적 장벽에 의해 좋은 공연물을 놓치거나, 예술적 교환가치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면, 아트밸리의 활동은 디지탈공단이 있는 구로 지역구민의 자존심과 기대에 못 미칠 것이다 .

건전한 영미문화의 깊이를 얇게나마 접해본 대학시절에는 미치지 못하나마 ...경박한 대중주의에 물들기 쉬운 영어권문화에 대한 경계를 늘 하는 편이다. 역사과(수석입학), 문학(영문학전과), 철학(대학원) 등 학창시절 세과를 두루 공부한 적이 있는 나는 인문학의 본질을 소중하게 생각하여, 대중들을 보편가치와 경험에 이르게 하는 다양한 실험과 방법을 생활과 온라인,문학 활동등으로 강구하게 된다.

대중문화 속에 보편가치가 전승되는 길을 모색하는 태도로 문화기획사업에 임하면 ...직업과 가치가 실현 되는 이 세상에서 드문 기적을 이룰 것이다.그러나 이 일을 과연 누가 해낼 것인가?

문화의 경제학은 좋은 문화를 많은 사람이 나누게함을 그 목적으로 한다. 대중소비사회에 저급문화의 낭비를 막아줄 유일한 길은 좋은 문화에 대한 인식과 기준이 있는 예술공연기획자의 발탁이다. 그런 기획자는 예술문화를 수십년간 연마해온 고된 작업들을 통해 성숙한 미적 안목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경우, 보다 높은 예술적 가치 보다 인간적 가치에 흔들리기 쉬운 기획자로 인해, 예산낭비를 초래하게 된다. 혼탁한 인사는 문화적 가치의 판단결여 뿐 아니라, 투명한 재정을 보장 못해 국민세금의 낭비를 초래하는 문화소비자를 기만하는 어리석은 공연행사의 주요인이 될 것이다.

문화콘텐츠의 바른 경영은 질적으로 우수한 예술가치의 다양한 보급이며.예술의 사회적 정의의 실천으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 이 때 일을 맡아 하는 기획자의 도덕성이 크게 요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