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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실한 것들 - 시 월평("14. 6월)
2014-10-11 19:33:48
assa410

■ 김성열 시인
△전북 남원 출생(1939)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건대신문. 단편소설 <唯情> 당선(1961). ≪시문학≫에 수필 <父子> 발표(1985). ≪월간 문예사조≫ 시조(1993), 문학평론(2003), 소설(2007) 신인상
△문예사조문인협회 이사장. ≪문예사조≫ 편집국장. 중국조선민족문학대계(전26권) 편찬위원. 한국시대사전(자료집필) 편집위원
△한국문인협회, 국제펜 한국본부,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
△춘천 신촌중 교감으로 명예퇴직. (전)경기대 사회교육원 시창작과 주임교수 *월간문예사조 신인상 심사위원
△한국자유시인상, 문예사조문학상 대상, 세계시가야금관왕관상 수상
△시집 『그리운 산하』,『귀향일기』,『농기(農旗)』 외 다수
조회:1158
추천:94

         절실한 것들...  

우리네 삶의 여정에서 절실한 것들이 어디 한두 가지 뿐이랴. 출생으로부터 쓰고 나온

운명적인 업보로 시작하여 전 생애에 끈덕지게 따라 다닌 그 절실한 것들. 어릴 적

성장체험은 물론 삶을 위한 온갖 생활체험, 가정사로 인한 숙명적인 굴레, 자기실현을

위한 집념이나 신앙의 문제들이 한 개인의 행. 불행을 좌우하면서 우리네 삶을 직조하고

있질 않는가. 무릇, 시인은 절실한 것들을 풀어내는 마법사이며, 무녀(巫女)의 존재다.

인간만이 향유하는 언어를 통하여 천태만상의 애절한 사연을 표현함으로서 스스로 위로

받고자 한다. 어떤 시인은 한(恨)으로, 또는 운명으로, 신앙으로, 삶의 철학으로 절실한

마음을 형상화 한다. 때로는 노래하고, 때로는 간구하고, 또는 독백과 방백(傍白)의 형태로

절실한 심중의 애증을 들어낸다.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신 앞에서 고해성사하는 자세로

자기정체를 확인하거나 위로하는 자정의 노력을 계속하는 존재가 시인이다. 다른 사람을

위로하기 전에 자기가 먼저 도취되는 정서적, 감상적 존재자로서의 시인은 비상식적인

엉뚱한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시인으로서의 비상식적이란 자기감정에 충실한 시적정의

(詩的正義)에 매료된 기이한 정신 상태라 할 것이다. 자기의 치부를 들어내는데 주저함이

없거나 사회와 인생문제에 이단적인 태도로 저항하거나 돌출 한다. 그러한

시적 발화(發話)가 강렬하고 참신할 때 더욱 찬사를 받기 마련이다.

문예사조 5월호에 실린 기성 시인의 시는 총 92편(자유시80. 시조10. 영시2)이었고,

양적으로 풍성했다. 이렇듯 풍요로운 시의 향연에 동참할 독자를 상상하면서 시인된 자의

치열한 고민이 있어야 되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게재된 시를 읽으면서 시인들의 절실한

정서적 편린을 많이 보았다. 사회적 상황이거나 개인적 삶의 조건을 압박하는 정황에서나

모두가 절절한 개인적 심경 토로에 시적 시선이 모아진 현상이 유별나게 주목을 끌었다.

 

 

아! 슬프다/ 대명천지에 어찌 이런 일이 있단 말인가// 우리의 희망, 아들 딸

꽃봉오리들이여/ 인재로 인한 희생위에 머리 숙여 애도하나니/ 선진국 자부하던/

우리의 법과 질서를 무시한 행위로/ 하늘이 울고 땅이 울고 온 나라가 운다.//

지켜주기 못해 피멍든 가슴/ 애타게 울부짖는 통곡의 바다 되어/작은 희망이

절망으로 다가와/ 떠나간 님들.../ 떠나보낸 님들

                                                                     (이재갑, “사랑하는 영령 들으시오”중 1,2,3연)

 

이 봄에 되게 당한 이 참극/ 다 우리 어른들 잘못이야/ 거짓 많은 세상 징벌이야/

일본이 쓰다 버린 낡은 배/ 왜 사다 썼단 말인가/ 짐 싣고 사람 태우고 잘 다닌 배가/

제주항에 못가고 큰 사고 낼 줄이야!

                                                                  (오동춘, “숨진 푸른 목숨 다 다시 살려 주옵소서”일부)

 

 

제시한 위 두 편의 시는 수학여행 중이던 고등학교 학생과 승객 302명의 희생자를 낸

세월호 침몰사건을 시적 대상으로 삼고 있다. 온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고 전 국민을

 

집단 우울증에 빠지게 한 희대(稀代)의 대 참사에 접하는 시인의 절실한 심경을 술회한

내용으로 일반적인 공감을 얻기에 충분하다. 연로(年老)한 두 시인이 사회적 문제를

자신의 일처럼 고뇌하는 모습도 아름답고, 시대를 읽어내는 혜안도 돋보인다.

다시 깨어날 수 없는 어린 영령의 애달픈 사연들을 가슴에 안고 가야할 간절한 마음을

“희망의 촛불, 희망의 끈을 놓을 수 없으니 노란 리본의 기적을 바라는 물결”로 토로하는

이재갑 시인은 살아 있는 사람의 몫으로 희망과 기적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절실함이

묻어 흐르고, “가슴 갈가리 찢기는 우리, 울음바다 통곡 속에서 두 손 모아 빌고 빕니다.”

라고 표현해 낸 오동춘 시인은 처절하게 갈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절실한 시적 대상이 내면지향적일 때는 사사로운 개인적 사연이 주를 이룸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때 개인적인 차원을 극복하고 여러 사람과 공감할 수 있는 인자는 진솔한

시인의 태도이다. 진실성과 솔직성을 거론한 것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여건에서 말하기를 기피한다는 점이다. 사회적 윤리,도덕, 개인의 체면,

위신, 인격, 품위 등의 압박을 받아 진솔한 자기 들어냄을 억제 한다는 점이다. 솔직하게

자기를 들어낼 때 “가장 개성적인 것이 더욱 창조적인 것이다.” 라고 말하게 된다.

60년대 말에 발표된 김수영의 “性”이라는 시를 보자.   -그것하고 하고 와서 첫 번째로

여편네와 /  하던 날은 바로 그 이틋날 밤은 /  아니 바로 그 첫날 밤은 반시간도 넘게

했는데도/ 여편네가 만족하지 않는다 /  그년하고 하듯이 혓바닥이 떨어져나가게

/  물어제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지간이 다부지게 해줬는데도 /  여편네가 만족하지

않는다 //  이게 아무래도 내가 저의 섹스를 개관(槪觀)하고 /  있는 것을 아는 모양이다

/  똑똑히는 몰라도 어렴풋이 느껴지는 /  모양이다 //  나는 섬찍해서 그전의 둔감한 내

자신으로 /  다시 돌아간다/ 연민의 순간이다 황홀의 순간이 아니라 /  속아 사는 연민의

순간이다 //  나는 이것이 쏟고난 뒤에도 보통때보다도 /  완연히 한참 더 오래 끌다가 쏟았다

/  한번 더 고비를 넘을 수도 있었는데 그만큼 /  지독하게 속이면 내가 곧 속고 만다(1968.1)

 

당시의 사회적 문화적 여건에서 이러한 파격적인 자기 들어냄을 통하여 김수영을 진정한

시인으로 우리 가슴에 들어앉힌 참 모습이 아닌가 싶다.

절실하고 솔직한 자기 들어냄의 관점에서 이지영의 시가 눈길을 끈다.

 

 

내일 해야 할 일/ 머리맡에 써 두고 잔다 /  남편 산에 가는 날이면 /  바쁜 도마 위

칼질은 어둠을 잘라 낸다 //  노인정 다녀오신 시어머니 /  죽쒀드리면 밥 달라, 밥 드리면

국수달라시는 /  배탈 노이로이제 /  하루치의 시중들기가 새댁 적 시집살이보다 고되다

//  부질없이 뜬 눈으로 밤을 새우고 /  좋은 꿈 감사의 기도 무슨 소용인가 /  하루치의

수고와 /  하루치의 행복을 삶으로 꿰어 /  어망에 갇힌 영어의 인생인 것을 //  목매다는

시(詩)도, 여행도 미련두지 말기 /  쉽게 산다는 것도 생각하지 말기 /  말기 말기 겹치며

/  인생의 말기를 맞게 되는 것을 //  내일 할 일 써 두는 일도 말기 /  부질없음 알며 쉽게 살기.

                                                                                                            (이지영, “쉽게 살기” 전문)

 

11권의 개인 시집과 1권의 시선집을 상재한 이지영은 그의 시력(詩歷)에 걸맞는 완숙의

경지에 이른 듯하다. 앞의 시를 주목하게 된 점은 진솔한 시적 태도이다. 애써 꾸미려는

언어유희적 잔꾀도, 비틀어 쥐어짜는 억지스러움도 없이 차분하고 잔잔한 어조로 속삭이듯

 

말하고 있다. 텅 빈 유리병을 보듯, 청정한 석간수를 한가득 채우고 싶은 빈 항아리를

보듯 거부감 없이 공감이 가는 시다.

백세시대를 사는 우리 시대에 노인 문제에 부딪치는 삶의 조건은 어쩔 수 없는 운명일 수

있겠지만, 복되고 영광스런 일만 있는 것도 아니고 어둡고 괴로운 일 또한 쌓여가고 있다.

노부모를 봉양하는 자손들은 제반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남에게 알려지거나 말하고 싶지

않는 사연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며느리로서 시부모의 흉이 되는 사연을 글로 쓴다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조심스런 일인가를 상정해 보면, 이 시인의 진솔한 자기 고백적 솔직성에서

독자가 매료되는 유인가(誘引價)는 충분한 함량을 갖는다. 하루치의 시중들기가 새댁 적

시집살이보다 고되다는 고희(古稀)의 며느리 시인은 이제는 마음 비우고 쉽게 살기를

실토하고 있다. 이지영이 쉽게 산다는 것은 고희의 맑은 거울 앞에선 안정된 시인의

참 모습으로 살아간다는 것일 게다. 담백하고 의연한 모습이 선녀처럼 너울거린다.

 

5월호 “특집 시리즈<4>”로 꾸민 문예사조사 춘천지회 회원의 작품을 주의 깊게

읽고 관심이 가는 여러 편의 시도 만날 수 있었다. 길게 언급하지 못함이 아쉬움으로만

남는다.

시조와 산문에 관한 월평은 다음 기회로 미루어 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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